'도토리' 심조원 대표 | 출판기획자들 2004/08/29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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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있는 어린이책'길을 뚫었다
“자네 시골가서 6개월 동안 할머니들과 얘기나 하다가 돌아오지.” 89년 겨울 서울 합정동 보리출판사 사무실. 입사원서를 들고 찾아온 스물네살의 신출내기 편집자 심조원(37·현 도토리 대표)씨에게 윤구병(57·현 변산공동체 대표)사장은 다짜고짜 낙향을 엄명했다. “듣기만 하라”는 주문도 보태졌다.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한뒤 을지로 출판동네를 전전하다 “배우고 싶습니다”라며 입사를 간청했던 심씨는 도리없이 고향인 경북 청송으로 내려가야 했다.

 
동네 할머니들의 옛얘기와 넋두리를 듣고, 녹음까지 했다. 심씨는 ‘유배’같은 생활을 하면서 윤사장의 뜻을 헤아렸다. 사회변혁이 지식인의 가장 큰 임무라고 생각했던 시절, 그때까지 지식인은 민중보다 먼저 말하고 가르치려 했다. 하지만 바른 관계는 민중이 말하고 지식인은 그것을 담아서 전달하는 역할이어야 한다. 출판도 그래야 한다는 것을 자각토록 한게 윤사장의 의도였다. 외적 성장에 비해 내실을 다지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 어린이 출판분야에서 자연생태·환경 그림책의 전문기획자로 입지를 다진 심씨. 출판인으로서의 그에 대한 ‘담금질’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88년 설립한 보리출판사는 한국적인 어린이 그림책을 추구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린이 책 시장은 위인전과 외국서적 번역물이 주류였고, 전집류의 방문판매에 의존했다. ‘천사주의’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마냥 예쁘고, 환상을 심는 그림책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성의 기운이 움트고, 어린이 교육이 갖는 중요성과 ‘국적있는’ 어린이 도서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다양한 출판이 모색된다. 보리출판사는 그런 새 흐름을 주도했다.


심씨는 보리출판사가 선보였던 ‘올챙이 그림책’(91년 완간)의 제작에 참여하면서 어린이 책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는다. “미혼인데다, 특별히 아이들을 좋아하는 성품도 아니었는데 새롭게 어린이들을 보기 시작한거죠. 집단화가 안되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대상이지만 그들의 세계에도 논리가 정연하고 다툼에도 이유가 있지요.” 어린이에게 한국의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다룬 그림책을 보여주고싶었던 심씨는 ‘달팽이 과학동화’(전 50권)를 만들면서 그 구상을 현실로 옮겨갔다.


우선 일러스트레이션이 달라져야 했다. 자연에 대한 정보를 전하는 그림이 아이들의 인지구조에 맞도록 과학적이어야 한다는 것. 세밀화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각종 식물, 동물 도감이 많았지만 그림에 느낌이 없거나 외국 것을 베낀게 태반이었던 실정에서 ‘이쁜 그림’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담은 표현기법을 개발해야 했다.


접근 방식도 달라야 했다. “당시 식물도감에는 대개 우리가 먹는 벼, 보리가 없었어요. 또 동물도감에는 한국인과 가장 친숙한 개, 돼지가 없고 코끼리, 사자, 기린 등 열대동물들만 가득했어요. 아이들이 낯선 자연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죠.” 심씨의 문제의식은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자연을 담아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발품을 파는 일이 시작됐다. 자동카메라를 들고 산, 강을 닥치는 대로 돌아다니며 찍어댔다. 통바지와 고무신 차림으로 1주일에 3~4일은 ‘출장중’이었다. 한겨울 계곡을 넘다 폭설을 만나기도 하고, 모기알을 떠다 사무실에서 키우는 일도 감수해야 했다.


특히 그림과 글쓰기의 관계를 재조정하는 것은 기획자의 주요한 몫이었다. 그림책의 종류에 따라 글의 역할이 다르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그림을 보는데 글이 방해되면 비켜줘야 해요. 그림으로 모자라면 글이 받쳐줘야 하지요. 글은 그 자체로 그림이 되기도 하고, 때론 캡션(사진설명)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겁니다.” “내 글로 모두 보여줘야 한다”는 작가들을 설득하는 일, 아이들의 언어발달 과정을 고려한 문장을 어른 작가들이 이해하는 것 등이 난제였다.


독특한 것은 집단창작 방식이었다. 심씨는 이를 ‘우르르 시스템’이라고 지칭했는데,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듯 경험을 축적해야 하는 상황인터라 난제가 등장할 때마다 함께 머리를 맞대야 했던게 출판기획의 새로운 시스템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96년에는 보다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심씨, 화가 이태주씨 등이 편집기획자집단인 ‘도토리’를 설립해 보리출판사에서 독립했다. 그런 역량을 모아 ‘보리 아기그림책’(5세트·1994년)에 이어‘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식물도감’(1997년),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동물도감’(1998년)을 내놓았다.


이들은 기존의 도감과 형식부터 색달랐다. 학문적 분류법을 따르지 않고 생활에서 서로 연관성을 가진 주제별 분류법을 시도했다. ‘보리 아기 그림책’은 10만 세트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가 됐고, 식물도감과 동물도감은 각각 3만부 정도 팔렸다. 이달초에는 제작하는데 6년이 걸린 ‘나무도감’이 출간됐다. 조만간 ‘곤충도감’도 선보인다. 생태그림책 ‘갯벌에 뭐가 사나 볼래요1’을 시작으로 갯벌살림, 산살림, 들살림 등을 주제로 묶어 약 50여권을 출판할 예정이다.


심씨가 기획출판한 책은 약 100여권. “딱히 히트작이랄 건 없지만 모두가 판을 거듭하며 살아있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는 심씨의 말처럼 어린이 책시장에서는 스테디셀러가 중요하다. 그는 어린이 책시장에 대해서 “출판시장의 의미를 공간에서 시간으로 바꿔야 한다. 당장 보이는 시장보다 멀리 내다보는 관점이 중요하다. 1년에 10만부가 팔릴 책을 만들게 아니라 1000권씩 10년 동안 팔리는 책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린이 출판의 특성상 육아일기를 쓰는게 의무이고, 신입사원 모집때는 ‘시골출신 우대’라는 이색 조항이 추가되는 도토리. 현장취재를 책에 반영하고, 박제화된 자연이 아니라 생활과 교류하는 오감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편집기획원칙은 도토리 기획의 차별화를 보장하는 중요한 요소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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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주의+상업성' 어린이책 모범
출판기획자라면 누구나 베스트셀러를 내는 꿈을 꾸겠지만,그 맛도 몇번 보고나면 기획의 참맛은 스테디셀러를 만드는 데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현단계에서 한국출판의 문제점을 한마디로 지적하면, 베스트셀러가 안나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책의 생존주기가 너무 짧아졌다는 데 있다.


한 책이 매장에서 살아남는 시간이 극단적으로는 1주일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니, 결국 한국 출판의 활로는 스테디셀러를 만들고 이를 꾸준히 유통시키는 구조를 확립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어린이책 전문출판사 ‘재미마주’의 행보는 눈여겨볼 만하다. 1996년부터 출판을 시작했으니 이제 5년 남짓 출판을 했으며, 그간 낸 책이라고는 고작 15종에 이른다. 책 1종 제작하는데 적어도 1년은 걸린다. 그렇게 만드니 한해에 3종 내면 많이 낸다. 그러고도 이 출판사의 경영구조는 탄탄하다.


“일년에 3권 낸다니까 무척 한가할 것 같죠. 실제로는 정말 바빠요. 책 1권 내려면 작가나 출판사나 한 숨 돌리면서 고치는 여유가 필요해요. 하나하나 됨됨이를 고쳐가다보면 시간이 후딱 가버리죠. 그렇게 천천히 고쳐가는 것이 책의 완성도를 높여줍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널리 알려진 재미마주 대표 이호백(39)씨를 북리뷰가 주목하는 이유는 ▲작가가 출판사 대표가 되어 작가주의 정신에 입각한 책 제작방식을 정착시킬 수 있었던 점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소규모 출판으로도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새로운 경영모델을 선보인 점 ▲어린이책 분야가 ‘작가주의 정신+상업적 성공’이란 두가지 모델의 결합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 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장맛비가 간간이 내리는 지난 월요일 오전, 서울 마포 우편물 취급소 2층에 있는 재미마주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출판경영과 작가주의 정신이 서로 배치되지 않는다는 점을 내내 강조했다. 도리어 작가주의 정신에 가장 투철한 책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상업적이라고 보고 있는 듯했다.


“그간 한국 아동 도서 출판은 어린이책을 사업 수단으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어요. 작가는 자신의 언어를 자신의 자본으로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본이 있는 출판사에 자신의 언어를 팔았을 뿐이지요. 그러나 이젠 작가 자신이 제작자가 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언어를 상품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그런 작가주의 정신을 반영한 책이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어린이책이란 데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그가 출판에 뛰어들게 된 경험과도 일치한다. 서울대 미대 응용미술학과 81학번인 이씨가 어린이책과 만나게 된 건 1987년. 김민기씨가 만든 어린이극 ‘아빠 얼굴 예쁘네요’의 책 제작작업에 참여하면서부터다. 그후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난 이씨는 파리의 서점가에서 그가 대학에서 단편적으로 만났던 유명 일러스트레이션이 모두 어린이책의 삽화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린이책이야말로 완성도 높은 그림을 실어야 한다’는 데 대해 확신하게 된다. 이후 삼성출판사·길벗 등에서 일했던 그는 1996년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 재미마주를 출범시킨다.


재미마주의 책은 지금까지 이른바 ‘죽은 책’이 없다. 모든 책이 끊임없이 재판을 찍는다. 이것이 이 출판사가 일년에 3종만 내고도 탄탄할 수 있는 이유다. 어린이책은 1년에 3000부가 나가기도 어렵다는 현실에서 재미마주의 모든 책은 1년에 평균 1만부는 나가는 스테디셀러다. 이중 ‘세상에서 제일 힘 센 수탉’(이호백 글·이억배 그림), ‘내 짝궁 최영대’(채인선 글·정순희 그림) 등은 재미마주의 간판작품.


“저도 굉장히 상업적이에요. 모두 한 길로 갈 때, 다른 길로 가면 성공한다고 봐요. 그런 것이 가장 상업적인 거죠.”  작가로서 혼신의 힘을 기울인 그림을 내놓으면, 그런 그림을 아이들도 좋아한다는 이씨의 확신은 최근 과열현상까지 보이고 있는 어린이책 출판계에서 한번쯤 새겨볼 만한 대목이다. 거기에다 ‘장사까지 된다’고 하니, 이씨가 보여주는 제작이념과 경영방침이 어린이책 기획의 긍정적인 모델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배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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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획자는 ‘그림자’다. 저자와 책이 빛을 보게한 ‘산파’이지만 뒤를 살펴야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존재다. 지난 25일 저녁 3명의 출판기획자들이 서울 서교동 홍익대 앞의 한 음식점에 모였다. ‘우리시대’문고시리즈로 출판시장의 새 가능성을 연 김광식(43·책세상)주간, 소규모 출판의 실험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정은숙(39·마음산책)주간, ‘소설향’시리즈로 문학출판의 기반을 다져가는 김미숙(37·작가정신)주간 등 이른바 출판기획의 ‘뉴리더’로 불리는 면면들. 이들에게 ‘한국출판기획의 미래’를 주제로 좌담회를 갖겠다고 했는데, 첫 술잔이 돌자마자 “다 그만두고 ‘그림자들의 세상타령’으로 하자”고 우겼다. 좌담은 기획자의 꿈, 회한, 절규, 분노가 어우러진 ‘연극무대’가 돼버렸다.


난상토론에서 첫 ‘화살’을 맞은 사람은 김광식주간. 서로 휴가계획을 묻다가 김미숙 주간이 “직원들을 그렇게 혹독하게 훈련시킨다면서요”라고 쐈다. 의외로 김광식주간이 순순히 자백한다. “못견뎌서 많이 떠나는 걸 보면 그런 모양입니다. 신입사원 뽑을 때는 늘 ‘당신이 알코올중독자였으면 좋겠다’고 하죠. 허허.” “술과 편집자는 떼놓을 수 없는 관계냐”고 되물었더니 모두 “그럼요”하는데 술에 약한 김미숙주간만 “제 스타일 나름”이라며 샐쭉해졌다.


출판계로 화제를 돌리자 예상대로 독자와의 ‘거리조정’이 난제였다. 정은숙 주간은 “출판행위가 독자들을 향해 ‘반보’(半步)앞서면 성공이라고 본다. 기획자의 당기려는 의도와 독자의 나가려는 의욕이 딱 맞아떨어져야지, 완전히 한 발을 앞서면 낭패를 본다”고 균형감각을 꼽았다. 여기에 김광식주간은 “긴장감까지 넣어야 한다”고 가세했다. 출판기획자가 계몽주의자여선 안되며, “철저한 자기 반성이 있어야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독자와의 거리가 가늠된다”는 것. 성에 차지 않았던지 “나는 독자들과 싸움을 걸고 싶다”는 말로 의미를 더했다. 김주간은 내친김에 “메이저 출판사들이 겉으론 ‘독자들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이것저것 모아 다원출판을 하고 있지만, 실제는 매출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있는 것일 뿐”이라고 성토한다.


올바른 의미의 출판 다양화는 기획자들의 활로를 찾는 토대다. 차별화된 소수 독자층을 겨냥한 특성화된 출판이 시장성을 가져야 출판인프라가 다져질 것이란 것. 김광식 주간은 “시장이 베스트셀러 중심으로 움직일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메이저들이 몸집을 불려가도 그들만으로 출판시장이 굴러가진 않는다”고 했다. 시장의 트렌드에서도 그런 가능성을 타진했다. “21세기 화두가 지식인과 대중의 화해, 종교의 화해, 환경과 문명의 화해라고 하는데 출판에도 그 부분이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고, 그것들은 종합출판사라고 해도 만만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것이 정주간의 전망. 김미숙 주간은 “도구는 컴퓨터이지만 최종 생산물은 아날로그 책”이라며 “브랜드 이미지를 차별화해 열성독자층을 확보한 작은 시장을 갖는 게 기획자들의 꿈”이라고 거들었다.


문학시장의 침체를 놓고선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김광식 주간이 뜸을 들이다 “더 이상 봐줄 수 없어요. 그나마 남아있는 독자층을 잡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리도 한국문학에 뛰어들기로 했어요”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때묻지 않은 평론가 그룹이 원고를 검토해서 안될 것 같으면 인세만 주고 출판하지 않는 방식으로 작가들의 작품성 검증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복안까지 꺼냈다. 이에 정주간은 “문학시장이 죽은 게 평론가들의 문제, 또 출판사가 책을 너무 쉽게 출판해서가 아니라 ‘문학과잉’에서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일 수도 있다”면서 “작은 독자일지언정 그들을 유지시킬 작품의 질이 관건”이라고 반박했다.


김미숙 주간도 “인맥으로 얽혀있는 평단과 작가들의 현실을 깰 수 있느냐”고 고개를 저었지만, 김주간은 “평단과 작가가 긴장관계를 형성해야 상생의 길이 있다”고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규모가 작은 한국 실정에서 밀리언셀러가 나오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벗어나지 않는 한 희망이 없다”던 정주간이 “97년 외환위기때는 ‘이 시기만 지나면 100%가 괜찮겠지’했는데, 지금은 ‘10%만 살고 90%는 죽겠구나’ 싶다. 그래서 더 최악”이라는 말을 꺼내자 일순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도서정가제, 사재기, 온라인 서점, 그들 앞에 놓인 출판계 현안들이 도마에 올랐다가 차례로 호된 ‘매’를 맞았다.


타령이 3시간째에 접어들었다. 모두가 취기가 오른 표정, 이때다 싶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출판기획자는 누굽니까.” “이 기획자 시리즈 기사를 쭉 보니 모두가 성공신화에 매달려 있더군요. 출판기획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돈입니까.” 김광식주간의 비판에 울분이 섞였다. “기획자란 총체적인 문화비평가여야 합니다. 반성적 사회로 가는 길잡이가 돼야 해요. 그 잣대로 기획자를 봐야 합니다”는 그의 말에 정주간이 “기획자는 책을 통해 세상을 편집하고 자기세계를 실천합니다. 반짝하는 아이디어가 기획력이 아닌 것이죠”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위기를 피하는 방법 중 하나는 ‘차수변경’. 한바탕 설전을 정리하고 술자리를 옮겼다. 이들간에 동지감이 형성돼가는 듯도 했다. 그게 흥미로워 “출판기획자가 정당하게 대우받고 먹고 살만하냐”고 찔러봤다. 김미숙 주간은 “편차가 심하다. 노동력에 비해 대가가 합당한가도 늘 고민거리”라고 했다. 김광식주간은 “연봉 1억원의 기획자가 나올때쯤 한국출판에서 기획자시대가 열렸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불쑥 “그렇다면 출판기획자들의 ‘적’은 무엇이냐”고 던져봤다.


“내부적으론 기획자들의 맨파워가 약하다는게 문제겠죠.”(김광식), “출판관행과 몰이해 같아요.”(정은숙) 등이 나오다, 김미숙 주간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술이 더 돌고나서야 그는 “사실 편집자들의 대우, 기획방향의 문제로 곧 그만두게 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기획자들의 ‘적’중에 오너도 포함될 수 있음이다. 김주간은 “어쩌면 이게 독립의 길이고, 그림자들의 꿈을 빨리 실현하는 길일 수도 있다. 오히려 축하하자”며 분위기를 추슬렀다. 그들의 어깨를 내리누르는 현실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그들은 다시 어두운 거리로 몰려나갔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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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2-16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은 괘 오래된 글이지만 제게는 나름대로 도움이 되어서 스크랩해왔습니다. 따라서 요즘의 일이 아니니 감안하여 봐 주셔요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125억달러. 갈수록 커지는 브랜드의 힘이 출판 분야라고 예외는 아니다. 특히 각자의 분야에서 제 영역을 구축한 저술가는 그 이름만으로 독자의 지갑을 여는 1인 브랜드라 할만하다. 스타 저자 중심으로 움직이는 해외 시장과 달리 국내 서점가에는 독자에게 신뢰받는 저자가 많지 않다. 하지만 불황의 출판계에서 스타급 저자의 가치는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국민일보 출판팀은 저자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뜻에서 현장에서 국내외 저술가의 브랜드 가치를 묻는 설문조사를 마련했다.

 

출판인들이 뽑은 국내 최고의 저술가는 소설가 김훈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일보 출판팀이 단행본 출판사 대표와 주간,출판 평론가 등 현장 출판인 41명을 대상으로 ‘국내 저술가 브랜드 가치 설문조사’를 한 결과,‘장르를 불문하고 현재 출판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내 저술가’를 묻는 질문에 189점을 받은 ‘칼의 노래’의 소설가 김훈이 1위로 꼽혔다. 2위는 이윤기(168점),3위는 법정(117점),4위는 황석영(116점),5위는 정민(107점)으로 나타났다. 평가는 1위 답변에 10점을,10위에 1점을 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들 저술가의 책을 출판사에서 낼 경우 예상 초판 부수에 대해서는 김훈이 2만5000부,법정 1만7000부,이윤기·황석영 1만6000부,정민 1만4000부로 답했다. 부수는 설문자가 답한 예상 초판 부수에 대한 평균값을 따졌다. 분야별로 브랜드 가치를 구축한 국내 저자를 묻는 질문에는 △문학 김훈(52·이하 괄호 안은 점수) △인문 이윤기(80) △예술 이주헌(58) △정치사회 홍세화(63) △과학 정재승(87) △경제경영 공병호(100) △실용 이보영(49) △어린이 권정생(42) △비소설 법정(68) 등이 1위로 꼽혔다.

 

분야별로 2∼5위 저자는 △문학 황석영(42) 이문열(41) 박완서(28) 조정래(17) △인문 정민(61) 진중권(19) 유홍준(18) 김용옥(14) △예술 유홍준(39) 진중권(37) 오주석(23) 한젬마(14) △정치사회 강준만(47) 박노자(37) 진중권(17) 유시민(9) △과학 최재천(82) 이은희(14) 이인식(9) 홍성욱(7) △경제경영 구본형(45) 장하준(8) 삼성경제연구소(6) 유시민(5) △실용 한비야(34) 이익훈(27) 김대균(22) 문단열(20) △어린이 이원복(34) 황선미(30) 윤구병(14) 정채봉(6) △비소설 류시화(58) 한비야(14) 이해인·이외수(11) 이윤기(10) 등이다.

 

이중 진중권은 인문과 예술·정치사회 세 분야에,유홍준은 인문·예술 두 부문에, 한비야는 실용·비소설에서 순위에 올라 전방위 예술가로 각광받았다. 점수는 1∼5위를 꼽은 뒤 1위에 5점,5위에 5점을 주는 방식으로 계산했다. 여건이 된다면 스카우트 하고 싶은 저자로는 정민,김훈,이윤기,이원복,황석영의 순으로 답변해 브랜드 가치와 다소 다르게 나타났다.

 

국내에 소개된 외국 저술가로는 단연 ‘개미’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예상 초판부수 3만부)가 가장 영향력 있는 필자로 꼽혔다. 이어 2위 ‘연금술사’의 파울로 코엘료(2만7000부),3위 ‘해변의 카프카’의 무라카미 하루키(1만6000부),4위 ‘넥스트 소사이어티’의 피터 드러커(1만3000부)·‘장미의 이름’의 움베르토 에코(1만부),5위 ‘선물’의 스펜서 존슨(19000부) 순이었다. 이어 6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켄 블랜차드,7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스티븐 코비,8위 ‘로마인 이야기’의 시오노 나나미,9위 ‘다빈치 코드’의 댄 브라운,10위 ‘키친’의 요시모토 바나나 등이 10위권 안에 올랐다. 국내 저자에 비해 초판 부수를 높게 잡은 것이 눈에 띈다.

 

국내 저술가에게 부족한 자질로는 단연 ‘대중적 글쓰기 능력’을 꼽았다. 이어 ‘시의성 있는 기획 능력’ ‘저술 내용의 참신성’ ‘전문 지식’ ‘홍보 마케팅에 대한 이해와 협조’ 등으로 답변했는데 이는 출판사들이 저자에게 가장 아쉬워하는 게 독자의 눈높이에 맞는 기획과 저술 능력이라는 뜻이다. 저자의 브랜드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를 묻는 질문에는 ‘트렌드를 읽고 저술을 기획해내는 작가의 능력’ ‘독자의 구미에 맞는 대중적 글쓰기 능력’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이있는 지식과 학계에서의 권위’ ‘저자의 지명도와 개인적 인기’ ‘출판사의 기획과 마케팅’ 등의 순서로 답변했다.

[국민일보 이영미 기자 200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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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ie Froliche Wissenschaft

도서관의 천사를 아는가?

 

우리가 어떤 것을 알고자 할 때, 또는 심지어 우리 자신이 무엇을 찾기를 원하는지조차 의식하고 있지 않을 때...도서관의 천사는 우리에게 그것을 알려준다. 우연히 뽑아든 책을 무심코 펼쳤을 때, 그곳에 바로 우리가 원하는 내용이 쓰여 있다면, 우리는 도서관의 천사를 만난 것이다. 도서관의 천사는 좀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가 책장을 뒤지고 있을 때, 그리고 마침내는 원하던 내용이 어디에 있는지 떠올려내는 일에 실패하고 단념하는 순간, 책장에 쌓아둔 책이 휘청거리며 떨어져서 펼쳐지며 우리가 원하던 바로 그 내용이 우리 앞에 펼쳐진다면 이 또한 도서관의 천사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The Library Angel
by Geoff Olson

 

A short time ago, I was searching for material for a column. I recalled some useful information buried somewhere in my midden of magazines at home -- but where? After some time digging through one stack and then another, I gave up. 'I'll never find it this way', I thought in exasperation, cramming a pile back onto my shelves. A magazine fell from a shelf above, and there was the article I was looking for, open at my feet...

 

얼마 전, 나는 컬럼을 쓰기 위한 글감을 찾고 있었다. 나는 집에 있는 내 잡지들 가운데 어디엔가 있을 몇몇 유용한 정보들을 기억해냈다. --그러나 어디에? 이 책더미, 저 책더미들을 좀 찾아본 후 나는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다시는 그것을 찾지 않겠다'고 나는 화가 나서 책들을 책장에 다시 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바로 그때) 한 잡지가 책장 위에서 떨어졌고 그곳에 내가 찾던 기사가 있었다. 바로 내 발에 펼쳐진 채로...

 

It's not the first time I've experienced this kind of thing, and I'm not the only one. In the introduction to one of his works, the British author Colin Wilson observed: "On one occasion, when I was searching for a piece of information, a book actually fell off the shelf and fell open at the right page..."

 

이런 일을 경험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리고 나 혼자만의 경험도 아니다. 영국 작가 콜린 윌슨이 그의 작품 첫머리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우연히, 내가 한 정보를 찾고 있을 때 한 책이 실제로 책장에서 떨어져 (내가 찾던) 정확한 페이지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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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2-15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부르신줄 알고 달려왔는뎅~~~~

모1 2006-02-15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저런 경험이 없는데.....대단한 우연.

하늘바람 2006-02-15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세실님 부른 거 맞아요. 모1님^^. 참 그런데 사진이 없어져 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