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편지

 

실비아 플러스

 

 

당신이 만드신 변화를 말하기가 쉽지 않군요.

지금 내가 살아있는 거라면, 그때 나는 죽어 있었어요.

돌멩이처럼, 그런 사실에 구애받지 않고,

습관적으로 그저 존재하고 있었지만요.

당신은 그저 일 인치만 발끝을 내게 대신 것이 아니에요, 아니죠.

내 작고 대담한 눈이, 파란 하늘이나 별들을

이해하려는 희망 같은 것은 물론 없이

다시 하늘을 우러르도록 내버려두지 않아요.

 

그건 그렇지 않아요. 말하자면, 잠을 잤어요. 뱀 한 마리가

겨울의 하얀 균열 속에서

어두운 바위 속에 어두운 바위처럼 숨어 있었어요.

내 이웃들 같아요. 아무런 기쁨도 느끼지 못해요.

매번 빛날 때마다

내 현무암 같은 뺨을 녹여 버리는 완벽하게

백만 번 조각된 뺨을 보면서도요. 눈물 흘리려고 돌아섰죠,

바보 같은 자연을 보고 우는 천사처럼 말이죠.

그러나 난 믿어지지가 않았어요. 그런 눈물은 얼어붙었어요.

죽은 얼굴은 모두 다 얼음 마스크를 쓰고 있었어요.

 

그리고 나는 구부러진 손가락같이 계속 잠을 잤어요.

내가 처음 본 건 순수한 공기

그리고 영혼처럼 맑은 이슬 속에서 솟아오르는

같혀있는 물방울. 수많은 돌멩이들이 빽빽하게

누워 있었는데 주변을 둘러보아도 아무 말이 없었어요.

나는 무얼 해야 하는 지 알 수 없었어요.

나는 빛났고 운모 크기로 되어

새의 다리와 나무의 줄기 속으로

액체같이 쏟아져 나오게 되었어요.

나는 속지 않았어요. 나는 즉시 당신을 알아보았어요.

 

나무와 돌멩이가 반짝였어요, 그림자도 없었죠.

내 손가락의 길이가 유리처럼 투명하게 자라났어요.

나는 3월의 작은 가지같이 자라나기 시작했어요.

팔 하나와 다리 하나, 팔하나, 다리 하나

돌멩이에서 구름으로, 그렇게 나는 올라갔어요.

이제 나는 일종의 신 같아요. 

얼음 창유리처럼 순수한 내 변화된 영혼이

공기 속으로 떠돌아다녀요. 이건 선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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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2-17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실비아 플러스의 시랍니다. 남자든 여자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때는 예쁜 종이에 늘 적어 주곤 했죠. 이건 선물이에요. 변화된 영혼 자신을 바꾸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이지 그걸 변화시킨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은 변화. 다시 보니 새록새록 그리움이 나네요

hnine 2005-12-17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여자에게 있어 사랑이란...
시 감사합니다.
너무 일찍 생을 마쳤네요...
'나는 즉시 당신을 알아보었어요' 맞습니다.

하늘바람 2005-12-17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치나인님 제가 더 감사해요. 다시금 시를 들춰볼 기회를주셨잖아요

프레이야 2005-12-17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음 창유리처럼 순수한 내 변화된 영혼, 돌멩이에서 구름으로..
님, 이 시 좋으네요. ^^

하늘바람 2005-12-17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배혜경님 실비아플러스란 시인의 시랍니다

마늘빵 2005-12-17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거 업어갈래요. ^^ 마음에 들어요.

하늘바람 2005-12-17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마음에 드신다니 기뻐요
 
 전출처 : chika > [퍼온글] 한겨레가 전문가와 함께 뽑은 2005 올해의 책

 눈앞서 벌어지듯 생생한 기록의 자취

 조선왕실 기록문화의 꽃, 의궤 / 김문식, 신병주 지음

 

 

 "굴종의 역사 고리를 깨라" 웅혼한 인간

 대화 / 리영희, 임헌영 대담

 

 

 기다렸다, 일본 학생들에게 꼭 읽히길

 미래를 여는 역사 /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

 

 

 '남성 중심' 주류 가치 뒤집는 도발적 문제제기

 페미니즘의 도전 / 정희진

 

 

 

 

 

 

 

사는 게 힘들어도 잃지 않았던 '유모아' - 20세기 한국민중의 구술자서전 / 이균옥 외

 환경파괴 오염수치 거두고 문명사적 경고

 문명의 붕괴 / 제러드 다이아몬드

 

 

 한비야 자체가 베스트셀러이기에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 한비야

 

 

 수많은 독자 울린 남미의 역사

 불의 기억 1,2,3 / 에두아르노 갈레아노

 

 

 옷깃을 여미며 읽는 동양고전 해설

 강의 / 신영복

 

 

 자본주의를 사유한 벤야민 때늦은 완역

 아케이드 프로젝트 1, 2 / 발터 벤야민

 

 

 인혁당 사건 정면으로 다룬 노작가의 뚝심

 푸른 혼 / 김원일

 

 

 메마른 정신에 한줄기 소나기 말랑말랑한 생명의 고향 일깨워

 말랑말랑한 힘 / 함민복

 

 

 

 다채로운 소설적 실험 불안 속에서 희망을 건지다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 김연수

 

 

 인문학, 자연과학 대표간의 아름다운 부딪힘

 대담 / 도정일, 최재천

 

 

 예술의 기원을 생물학으로 설명해보자

 통섭 / 에드워드 윌슨

 

 

 학자들만의 경제학은 가라

 괴짜경제학 / 스티븐 레빈, 스티븐 더브너

 

 

 수출 느는데 왜 내수 안 살까 경제속병 해부해보니...

 쾌도난마 한국경제 / 장하준, 정승일

 

 

 세계사 교육 정상화를 위한 디딤돌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1, 2 / 전국역사교사모임

 

 

 성공 욕망 단박에 사로잡다

 블루오션 전략 / 김위찬, 르네 마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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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와서 영화 실비아를 봤다

이십대 초반 실비아 플러스 시집을 닳도록 읽고 친구들에게 숱하게 날리던 그녀의 시들.

자살로 죽었지만

그녀의 시는 살아남아 엄청난 천재성을 발휘한다.

주인공 실비아는 기네스 펠트로가 맡았는데 정말 실비아같은 느낌이 들었다.

안타까운 것은

왜 좀더 실비아의 시를 다뤄주지 않고 실비아의 사랑을 위주로 다뤄주었냐이다.

그래놓고 제목이 실비아라니,

아마도 상업성을 위한 영화?

그렇다면 실비아를 영화로 만들지 말았어야지라고 하내고 싶지만

아 그런데 영화속 실비아의 서재 너무 아름답더이다

영호를 보며 실비아의 고민과 갈등을 엿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왜 젊은 나이에 자살했을까만 생각했지만 영화를 보니 이해가 가긴 한다.

어쩜 나라도 그랬을지 모른다.

사랑은 언제나 눈치 채지 못해서 슬픔이 된다.

아름다운 장면도 인상적이어서 오늘 밤 잠이 올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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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5-12-17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영화가 바로 그 시인 Sylvia Plath 에 관한 영화였군요.
보고 싶네요. 최영미의 근간 시집에도 등장했었지요 제가 제 서재에 한번 올려볼께요.

하늘바람 2005-12-17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치 나인님 최영미 근간 시집이요?

hnine 2005-12-18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돼지에게>라는...

하늘바람 2005-12-18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역시 시인이라 영화평도 시로 쓰는 군요
 

화성에서 온 사람
화성에서 온 사람
당신은 기운이 넘치고 강인하며 매우 활동적인 사람입니다.

당신은 스포츠를 즐기며 늘 무언가로 분주합니다.

독립심과 용기를 갖춘 당신은 늘 소신있게 행동합니다.

하지만 화성은 무모하고 쉽게 과열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먼저 생각을 한 다음에 행동하고,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자 하는 충동을 잘 조절하세요.

너 어느 별에서 왔니?
 
 
 
 
그럼 난 생각없이 행동을 ~ 음 다른사람을 지배하고자 하는 충동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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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2-16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책나무님 서재에 갔다가 테스트 해보니 난 화성에서 온 사람 너 어느 별에서 왔니를 체크하면 됩니당

가시장미 2005-12-16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해보니 목성에서 왔다고 하던데요? 으흐흐흐 ^-^
매우 활동적이고 강인한 성격을 가지셨군요~!!

하늘바람 2005-12-16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저도 제가 그런걸 오늘 알았답니다 헤헤

책읽는나무 2005-12-16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당신이 아주 뜨거운 사람으로 보아집니다..^^
화성!

세실 2005-12-16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전 달에서 왔다고 합니다....주기에 따라 변하고, 기억력이 좋고, 상상력이 풍부.....기억력이 좋은건 틀리네요.

chika 2005-12-16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볼께요

하늘바람 2005-12-16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멋있어요 달에서 온 사람 화성은 좀 외계인 같아서

하늘바람 2005-12-16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는 나무님 호호 제가 좀 분주하긴 한데 뜨거울지는 호호

Kitty 2005-12-17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달~! 재미있네요. 맞는것 같기도 하고 알쏭달쏭~ ^^
전 금성이고 싶었는데 헤헤헤

하늘바람 2005-12-17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성도 좋네요. 어떤 별이든 화성보다 좋지 않을까? 전 외게인이랍니다
 
 전출처 : urblue > [퍼온글] 프랑크푸르트 > 슈테델뮤지엄

도서전 마지막날은 30m를 움직이는 데 10분은 걸리는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책을 제대로 볼 수 있기나 한 건지.  작가님 사인회와 몇가지 마무리할 일들로 전시장에 갔다가, 반가웠어, 수고했어, 안녕, 안녕, 다음에 또 봐요, 우린 이만 간다, 인사하는 데만 또 한참.

점심을 먹고 트램을 타고 마인강 건너 미술관 거리, 슈테델 뮤지엄에 갔다.  8유로짜리 티켓을 끊으면 입장권에 미술관 카페에서 커피 한잔 케익 한조각이 포함된다 (입장권만은 5유로).  1층 다 둘러보고 나면 출출한데, 다리도 쉴 겸, 딱 좋다.



뮤지엄 입구. 날이 흐렸다.  아래 사진은 뮤지엄 웹사이트에서 퍼옴. 
오호, 맑은 날 강 건너에선 이렇게 보이는구나.



슈테델 뮤지엄에는 14-16세기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종교화가 많다 (크고, 무섭고, 어떤 것들은 잔혹하다).  17-18세기 네덜란드 작품 컬렉션이 훌륭하다.  19세기 프랑스 인상파는 기대에 못 미치게 얼마 되지 않았다.  램브란트, 꾸르베, 모네, 뒤러, 르누아르 등등 거장의 이름에 혹했으나 작가마다 한두점 정도? 


르누아르, 점심 먹은 후에, 1879. 
담뱃불을 붙이는 남자의 게슴츠레 뜨다 만 눈이 압권이다.

인상파 화가들은 다 싸이코 같다.  가까이서 보면 겹겹이 떡진 물감인데, 햇빛 찬란한 풍경, 붉은 빛이 언뜻언뜻 비쳐나는 연꽃, 하늘거리는 옷자락을 어떻게 담아내는 것일까.  맨정신일 리가 없다.


Hans Thoma, Die Oed (무슨 뜻이냐), 1883

신기하여라, 여러 작품 이런 풍경화인데, 마법사가 그림 틀 속에 인물과 풍경을 가둔 것처럼, 살아 있는 풍경 실제의 순간을 정지시켜 그림 속에 꼭 잡아 놓은 듯, 바라보면 꼭 빨려 들어갈 것 같다 (그림 속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마술에 걸려 그림 속에 갇힌 사연을 듣고 그 사람을 구출해 현실로 돌아오거나, 그 사람은 탈출하고 나는 갇히거나 -- 알고보니 그 사람도 원래 갇혔던 사람이 아니라 나중에 빨려들어 온건데 그렇게 당해서 그동안 갇혀 있었다 --, 더 바람직한 것은 그림 속의 세상이 좋아 나도 그냥 거기 살기로 한다).

   Hans Thoma, Auf Der Waldwiese, 1876

 


Lionello Balestrieri, Beethoven

이 그림, 마음에 들었다. 제목은 베토벤이라지만 아무도 그가 연주하는 음악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방안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절망에 빠져 있거나 피곤에 쩔어 멍하니 있다.
베토벤과 피아노를 제외한 방의 뒤편은 이미 반쯤 어둠의 세계인양 형체들이 불분명하고 그로테스크하다. 흩어지는 담배 연기가 더 뚜렷하다.  오른쪽 구석, 발갛게 타오르는 난로의 빛이 새어 나오는 모양도 인상적이다.  제일 뒤쪽에 허연 대머리 아저씨는 방에 들어오고 있는 사람인지 유령인지 정체를 모르겠다. 
그런데, 그러고보니, 열심히 듣는 것은 아니지만, 무념인 채로 음악이 몸 속으로 그냥 흘러들어오게들, 아주 잘 듣고 있는 것인지도...  그 음악은 또 방안의 인상을 담아내는, 쓸쓸하고 무심한 듯 하면서 가슴 아린 선율일 것 같다.


Lucas van Valckenborch, View of Antwerp with the Frozen Schelde, 1590

16-17세기 네덜란드 풍경화는 스케일은 크지만 소박하고 사람이 사는 풍경이고 사실적이면서도 유머가 있다.  풍속화라 해야 할까... 브뤼겔의 그림들도 그렇고...  소재로서의 풍경은 칙칙할 것 같으나, 계절이 또 공간이 본래 가진 칙칙함도 그대로 사실적인데, 색감은 종교화나 동화의 삽화처럼 따뜻하고 몽롱하다.  

(아래 브뤼겔의 작품들은 슈테델 뮤지엄에 있지 않다) 


Pieter Bruegel, The Hunters in the Snow, 1565;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Pieter Bruegel, The Harvesters, 1565;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Pieter Bruegel, Peasant wedding c. 1568;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마음에 들었던, 꾸르베의 겨울 풍경.

  

베르메르를 만나다:

들어오는 길에 뮤지엄샵에서 본 엽서들중에 이 그림만은 어쩐지 꼭 봐야할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에 어떤 작품이 좋다더라, 꼭 이걸 봐야겠다 하는 것도 없었고, 뭐가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고, 그래서 일단 1층을 휘적휘적 다니며 이것저것 다 들여다보니, 뮤지엄도 꽤 크고 작품도 많다, 그러니까 다리도 눈도 아프다.  그냥 갈까도 싶었는데, 2층에서 계속 그 그림이 나를 가만 부르는 것 같다.  


Johannes Vermeer, The Geographer, c. 1668

그림을 보는 순간 (크지도 않다 53 x 46,6 cm), 어라, 가슴이 아프다.  저 남자 아는 사람 같다.  에, 전생에 무슨 인연이라도 있었던 거냐... 
유약한 듯도 하고 생각이 깊고 단호할 것 같기도 하고.   지도를 펼치고 한참 해야 할 일에 몰두하고 있었던 듯 한데,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무엇이 그를 일하던 자세 그대로, 다른 곳을 바라보게 만들었을까.  그의 시선은 캔버스 너머 벽을 향하고 있지만, 정신은 다른 데 가 있다.  다른 생각이 든 그 순간이 그대로 멈추어 있다.
게다가 이 정적인 분위기, 얼굴과 지도에 반사되는 저 햇빛, 어쩌자고 저런 찰나를 담아낸 것일까, 으아아.... 이렇게 몰두해 있으면서도 넋나간 그림이라니, 그리고 바라보는 나도, 넋이 나갈 것 같다. 

                                  Johannes Vermeer, 물주전자를 든 젊은 여인, c. 1662

처음엔 이 그림 때문에었다.  뉴욕 매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본 이 그림.   엽서를 보면서 언뜻, 그림 속의 남자와 이 여인이 서로 아는 사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히 끌리지는 않았지만, 선명한 듯하면서 뿌연 색감과 부드럽고 흐릿한 것 같으면서 분명한 선이 인상에 남았던 이 그림.  하지만 그 때는 그렇게 가슴을 울리지 않았던 거다.  작가가 누군지 이름도 제대로 기억 못했으니.  아닌 게 아니라 집에 와서 인터넷을 뒤적여보니, 둘이 어쨌거나 친구는 친구다.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베르메르의 그림들을 찾아보고 그에 관한 글들도 읽고 (썩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그러다보니, 전에 서점에서 보고 읽을까 말까 망설였던 책-- 아, 이 그림도 베르메르구나, 주문했다.



재미있게 읽었는데, 모델이 화가는 아닐 텐데, 소설을 읽으며 난 자꾸 베르메르의 모습을 지오그래퍼의 그 남자로만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베르메르의 묘한 분위기, 소녀들의 속을 전혀 읽을 수 없는 눈빛은  이렇게 깜찍한 광고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2003년 1월 뉴욕. 42번가의 대형 광고판.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약칭인 MET, <소녀의 초상>이 깊은 눈, 옅은 미소로
HAVE WE "MET"?
이라고 묻고 있다.  어찌 아니 만나러 갈 수 있는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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