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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평점 :
단 한번 뿐인 인생, 어떻게든 잘 살아보고 의미있게 지내다 떠나고픈 마음을 가진게 대부분 사람들의 소망일 것이다. 하지만 메뉴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한테 평가받는다고 해서 꼭 잘 살았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인생이다. 한마디로 정답이 없는게 인생인 것이다.
어떻게 살아갈까? 어떻게 살면 스스로 흡족한 삶이었다고 인정할 수 있을까? 각박한 세상,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지친 우리는 삶에 대한 희망이나 의지보다는 그저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함몰된 채 살아가는게 더 적절할 것이다. 폴 발레리가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한다’는 명언은 그래서 현재의 우리에게 더 큰 반성의 시간을 준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이냐는 물음은 빈부귀천 남녀노소를 따지지 않는다. 우리가 보기에 성공한 인생이거나 유명인의 경우도 동일한 고민에 홍역을 치루긴 마찬가지. 50대에 접어든 유시민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학생운동으로 젊은 시절을 보낸 저자가 방송인과 정치인의 이력을 가진채 이젠 글쓰기에 전념하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면서 진정 잘 살아왔는지에 대한 성찰과 앞으로의 삶은 또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담담하게 고백하는 책이다.
저자인 유시민씨에 대한 내 개인적인 느낌의 스펙트럼은 상당히 큰 편이다. 학생운동 시절 구속되면서 재판부에 제출한 항소이유서는 지금도 전혀 빛바랜 느낌은 커녕 기백과 민주화에 대한 젊음의 열망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가 쓴, 대학시절 흥미롭게 읽었던 <거꾸로 읽는 세계사>시리즈는 세계사에 관심이 많았던 내게 좋은 벗이 되어줬었고 공중파 방송 토론 프로그램에서의 열띤 토론의 호흡을 유지하면서도 적절한 순간에 맥을 끊고 이어주는 순발력과 날카로운 문제제기는 그가 그만둔 후 진행자들의 함량미달에서 더욱 진가를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실망스러웠던 부분들도 많았다. 노무현 정부시절 패기넘치다 못해 다소 과격해 보이기까지 했었던 그의 정면돌파식 언행도 있지만 가장 답답했던 것은 통진당 부정선거 시비에서 경기동부 등 주사파 세력들에 휩싸인 채 무기력해 하는 모습에서는 도대체 그가 왜 저따위 인간들 틈에 들어가서 커리어에 흠집을 남기는지 화가 날 정도였다.
그런 그가 글쓰기에 전념하는 요즘의 모습을 보면서 마치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 책에서도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격동의 민주화 시기를 관통했던 삶에서 후회는 물론 반성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결코 삶을 이렇게 살아가라고 모범답안을 제시하는 꼰대식 책이 아니다. 저자 또한 책머리에서 삶의 기쁨, 존재의 의미, 인생의 품격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우리들에게 삶과 죽음을 고민하며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는 키워드를 던져준다. 여기에 더해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자신이 찾은 삶의 의미를 독자들과 함께 곱씹어 보고 독자들 각자에 맞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하는 고민과 진정한 삶을 찾아가는데 도와주고 공감하는, 유시민과 독자 2명이 찾아가는 웰메이드 버디무비 같은 책이다.
특히 책 마지막 부분에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은 다시 한번 꼼꼼히 읽으면서 늘 가슴속에 간직해야 할 부분이다. 자신의 신념이 잘못되거나 잘못되지 않았더라도 실현하는 방법에서 잘못된 선택으로 평생 굴레에 갇히는 비운을 지적한다. 종교적 신념에만 치우친 나머지 국가 전체를 공포로 몰아 넣어버린 칼뱅이나. 자신의 계파적 이익에만 몰두한 체 정치적 승리를 위해 온갖 부정도 서슴치 않는 통진당 사태의 경우에서 그런 부작용이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저자는 주목한다.
세상을 어떻게 떠날지 방법에 대한 고민과 고백은 사뭇 인간 유시민의 소박하지만 사려깊은 결정을 엿볼 수 있다. 친구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를 들으며 임종한 철학가 니체처럼 자신도 죽음을 맞이하면 조문을 받지 않고 흥겨운 파티를 열어 즐겁게 이별하고 싶다는 그의 바램은 이 책의 독서를 마무리하는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책을 덮었어도 아직 어떻게 살아갈지 못 찾았다고 실망하지 말자. 치열한 고민의 부족이나 사는대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변명도 개의치 말자. 의미 있는 삶에 대한 출발선에 섰고 먼저 결승점에 골인한 이들도 부러워 할 필요 없다. 사는 방법을 스스로 찾으려는 의지가 있기에 결국은 나만의 삶의 방식을 찾을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