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의 대가 - 분열된 사회는 왜 위험한가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이순희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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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경제학 석학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세계화란 미명하에 자본의 국제적 이동이 횡행하면서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은 물론 심지어는 선진공업국까지 경제위기에 빠뜨리는 투기세력의 침탈에 주목하며 그 폐해에 대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학자이다.

 

그가 그동안 지적했던 세계화의 암울한 이면과 자본주의 체제의 반복되는 위기와 양극화 문제에 대해 한편으로 정리, 종합하여 <불평등의 대가>란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의 경제위기를 통해 드러난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점과 파국으로 치닫는 경제시스템을 구원하기는커녕 1%의 소수 부유층에 복무하는 법과 제도를 양산해 내는 정치시스템의 전횡을 고발한다.

 

비록 양극화로 치닫는 미국의 경제위기와 정치, 사회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그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책이지만 국내 상황과 빗대어 볼 때 너무나도 유사한 모습에 전율이 일어날 정도이다.

이미 경제는 모든 분야에서 양극화가 심화된 상태다. 1%로 지칭되는 부유층에 유리한 경제 환경과 법, 제도는 갈수록 중산층과 하위계층의 얼마 남지 않은 부마저 급속하게 부유층으로 이동시키고 있으며 이는 사회불안요소로 내재되어 점차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다. ‘월가를 점령하라는 운동은 바로 이러한 잠재된 불안감이 외부로 표출되어 군중화한 퍼포먼스이자 금융투기자본은 물론 이에 야합하는 정치권에 대한 강력한 항의였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이 책을 통해 읽으면서 너무나도 유사한 우리의 모습에 마치 대한민국의 현주소에 대한 저자의 날카로운 충고처럼 받아들여진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정부의 규제완화와 감세를 통한 기업의 투자 확대 등을 금과옥조처럼 정치권과 재계에서 떠들어 댄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목소리와 한국내 학자, 재계, 정치권의 한결같은 목소리는 바로 통화주의 경제학자로서 노벨상까지 탔던 밀튼 프리드먼의 시카고 학파의 이론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프리드먼은 끝까지 자신의 이론상 허점에 대해서는 보완책을 내놓지 않고 끝까지 정부의 실패를 들먹이며 최소한의 규제와 시장만능주의에 빠져 시장의 조정에 맡기자는 이론을 굽히지 않았다.

이러한 그의 주장과 이론을 현실세계에서 적용했던 나라가 칠레의 피노체트 정권이었는데 적용 몇 년후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지면서 결국 지금까지 그 당시 데미지를 극복해 내지 못했단다.

 

부의 불평등은 결국 사회의 역동성마저 앗아간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중산층의 몰락으로 자식들을 양질의 교육시스템에 편입시키지 못함으로서 대를 잇는 빈곤은 물론 하위계층으로 떨어지는 가능성이 더욱 커지게 되고 소득 하위계층의 국민들은 소위 아메리카 드림으로 불리우는 경제적 이동성이 용이하고 자신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신분의 상승을 기약할 수 있는 미국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형평성 훼손에 대응하기 위해 개혁을 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개혁은 두가지 경로로 이루어질 수 있다. 첫째는 하위 99퍼센트의 소득층이 자신들이 1퍼센트의 부유층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으며 이들에게 이로운 것은 자신들에게 결코 이로운 것이 아님을 깨달아가는 경로이다. 상위 1퍼센트는 나머지 99퍼센트에게 또 다른 세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며, 상위 1퍼센트가 원치 않는 일을 하면 나머지 99퍼센트는 반드시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을 납득시키기 위해 부지런히 활동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의 대부분을 이런 신화를 깨뜨리는데, 그리고 우리가 충분히 역동적이며 보다 효율적인 경제와 공정한 사회를 가질 수 있음을 논증하는데 할애했다”(본문 459페이지)

 

이미 우리나라도 소수 부유층이 엄청난 재력으로 정치권을 조종 내지 압박하고 있다.(이미 그들 자신이 정치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주요 언론 역시 그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선량한 대부분의 99퍼센트를 선동 하는데 경주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정부가 감세를 해야 하고 시장의 실패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하며 복지제도를 위한 징세에 반대한다. 이 얼마나 답답한 노릇인지... 미국에서는 부유층에 부과하는 누진세 개념인 상속세 부과를 전혀 상관없는 하위 계층에서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웃지 못할 헤프닝은 우리나라도 다를 바 없다. 상위계층에 적용될 수밖에 없는 종합부동산세 부과에 대해 일반 서민층이 반대하는 이유를 진심으로 묻고 싶을 정도다.

 

저자는 그럼 왜 감세와 정부의 규제완화에 대해 반대할까? 부자들에 대한 세금징수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세금마저 감면해 준다면 필연적으로 재정적자에 직면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각종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공익부문의 재원마련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각종 불평등을 완화 내지 철폐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이 재원이 부족함으로서 운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갈수록 99퍼센트의 국민들은 하위계층으로 빠르게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러한 불평등이 상위 1퍼센트의 부유층에게도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님을 저자는 경고한다.

 

상위 1퍼센트는 최고의 주택, 최고의 교육, 최고의 의사, 최고 수준의 생활을 누린다. 하지만 그들이 돈을 아무리 써대도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운명이 나머지 99퍼센트의 운명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인식이다. 역사적인 경험을 돌이켜 보면, 상위 1퍼센트는 언젠가 이것을 깨닫는다. 문제는 이들이 뒤늦게야 이것을 깨닫는다는 점이다

 

불평등의 심화는 필연적으로 사회불안 및 갈등을 불러 일으킨다. 지금의 엄청난 부를 소유하고 있는 상위 1퍼센트는 탐욕의 끝은 결국 파멸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 또한 이러한 불평등의 대가를 치루는 우를 범하기 보다는 보다 민주적이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이 못가진자의 자기 위안이나 갈등을 촉발시키는 촉매이기 보다는 모든 이들이 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기 위한 거울이 되길 바래본다.

 

책 마지막에 저자가 제시하는 불평등 해소를 위한 해법은 소개하지 않겠다. 이 책을 단 한명이라도 더 읽게 만들어 2013년을 살아가는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의 경제, 사회와 체제가 안고 있는 시한폭탄을 해체 하는데 계기가 되었으면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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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 읽는 법 - 경영자, 사업가, 대출기관, 변호사, 투자자를 위한
존 트레이시 지음, 최송아 옮김 / 중앙경제평론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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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시기에는 기업의 재무상태를 늘 체크하고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국내의 경우에도 지난 1997년말 사상 초유의 IMF를 겪으면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조조정은 물론 회계의 투명성을 통해 명확한 현금흐름을 통제하면서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CFO(재무담당최고책임자)를 중용했었다.

 

또 다시 세계적으로 경제위기가 닥쳐왔다. IT버블이 꺼지면서 불안해진 세계 경제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촉발된 위기의 전조가 유럽으로 번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옷매무새를 더욱 추스르게 한다. 다시금 기업의 재무상태를 점검하고 현금흐름의 동맥경화를 경계해야 할 때다. 더불어 주식투자자들은 물론 우리 또한 정확한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지표를 나타내는 재무제표를 꼼꼼히 들여다 봐야 할때다.

 

<재무제표 읽는 법>은 국제회계기준에 근거하여 재무제표를 통해 기업의 자금상태를 분석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이와 함께 현금흐름의 중요성을 설파하여 속칭 흑자부도와 같은 자금 유출입의 적재적소 활용에 대한 을 체득하도록 설명해주는 책이다. 7번째 개정판을 번역해서 국내에 출간한 이 책의 저자는 지난 6번째 개정판에서 재무제표를 보고했던 에너지 관련 글로벌 기업 엔론이 심각한 분식이 있음을 간파하고 경고했지만 이를 무시했던 엔론은 물론 담당 회계 감사 법인인 아서 앤더슨 마저 추락했음을 거론하며 단순해 보이며 아주 기본적인 재무제표가 가지는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를 간접적으로 각인시킨다.

 

재무제표의 3가지 구성요소인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현금수지계산서(현금흐름표)를 기준으로 기업의 경영자는 물론 주주에 해당되는 개미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다. 이를테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경영자가 적정수준의 수익을 올리는지, 과다한 부채를 조정하여 자산과 부채비율을 관리하는지, 제때에 현금이 유통되도록 현금흐름을 파악하고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간혹 서로 떨어져 있는 개념들로 보이는 이 3가지 구성요소간의 상호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용어간 상관관계를 설명한다.(매출원가 비용과 재고자산은 각기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에 나타나는데 이의 관계를 설명한다.)

 

끝으로 엔론사태를 통해 부각된 회계감사의 중요성과 제3자가 감사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부실이나 분식 징후를 알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통해 재무제표를 통한 부정을 방지하고 그래도 현재로서는 기업의 건전성 여부를 파악하는데는 재무제표만한 수단이 없음을 이해시킨다. 이는 저자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궁금해하는 투자자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 녹아있다. 비록 국내 회계기준과 다소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재무제표를 통해 원하는 기업정보를 얻고 분석하는데 있어서 가장 참고가 될만한 조언들이 이 책에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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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의 물결 - 자원 한정 시대에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제임스 브래드필드 무디 & 비앙카 노그래디 지음, 노태복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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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급격한 문명의 발전을 이루게 된 시기는 지난 약 200년간이었다. 지구에 나타난 지 수만년이 되었건만 단지 입고 먹고 잘 수 있는 수단만 해결한 채 살아오던 인류가 비약적인 의식주와 문명의 발전을 이룬데는 약 5번의 변곡점이 있었고 이를 거대한 변화의 파도, 즉 물결로 표현들을 해 왔다.

 

물레방아와 증기기관에서부터 철강과, 석유, 전기의 등장 그리고 정보통신기술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변화의 물결들은 새로운 혁신은 사회와 산업의 지형도를 순식간에 바꿔왔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물결이 나타나는 계기는 경기침체라는 도전에 대한 응전의 결과이기도 했다.

 

<6의 물결>은 콘트라티에프가 밝혀낸 경기순환론에 근거로 새로운 변화의 시기가 곧 도래하고 있음을 설명하며 그 변화의 원천으로 자연, 그리고 쓰레기에 있음을 설명해 주는 책이다.

 

자본주의 경제가 성장과 쇠퇴의 싸이클이 약 5-60년 동안 지속된다는 주기를 밝혀낸 콘트라티에프의 이론에 근거하면 지금의 현재는 지난 1970년대 초부터 불어닥친 IT산업의 출현이 점차 끝나가는 시기라는 점이다. 또한 전 세계적인 경제침체는 더 이상 성장을 위해 현재와 같이 무분별하고 극악의 낭비를 보이는 자원소모로는 안된다는 점을 설명한다.

 

즉 인류가 새로운 도약을 위한 혁신의 핵심에는 현재까지 일어났던 자원의 소모가 아니라 자원의 효율성을 중시하면서 자원 의존성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써버리고 남았거나 그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한 쓰레기마저 유용하게 활용한다면 불필요한 낭비를 줄임과 동시에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쓰레기마저 없애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자원순환형 사회의 구현이 가능하게 된다.

 

<6의 물결>에서는 이미 이러한 노력에 대한 사례들을 얘기하고 있다. 유기성 쓰레기를 매립하면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발전용으로 사용한다든지 폐타이어를 연료로 사용하는 등 누군가의 쓰레기가 이제는 보물이 되어가는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결국 스스로 정화하는 기능을 가진 자연처럼 인간 또한 이용의 편의를 위해 발생시켜온 쓰레기들을 자연에 매립, 해양투기 하는 것을 멈추고 스스로 정화시키는 고리를 찾아내야 하는 시대가 오고 바로 거기에 성장의 해답이 있음을 설명한다.

 

어찌보면 당연히 이러한 방향으로 인류의 역사가 흘러가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유용하게 사용하는 천연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에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점차 발생량이 증가하는 쓰레기는 한정된 지구에 버려둔다면 우리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리고 말게 된다. 하지만 발상의 전환을 통해 자원과 쓰레기를 바라보다면 석유도 오랜 과거에는 아무 쓸모 없는 쓰레기였지 않았는가?

 

이 책에서 그 발상의 전환을 이루고 새로운 혁신의 등장이 멀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사례는 너무나도 많다. 경제가 어렵다고 주저 앉기 보다 늘 경기침체 속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의 출현이 있었다는 역사를 잊지 말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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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삼국지 기행 - 두 발로 떠나는 대장정 3개월간의 탐사 취재
아주뉴스코퍼레이션 글 사진 / 형설라이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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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는 아시아의 인기를 넘어 이제는 전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의 베스트셀러이자 연구대상으로까지 대접받는 명작에 반열에 올라 있다. 초등 5학년시절, 작은 누님의 방학숙제로 인해 우리 집에 들어 온 삼국지를 처음 접한 이래, 지난 32년간 <삼국지>는 늘 추운 겨울 따뜻한 방 아랫목에서 내 곁을 함께 해 왔다. 10번을 읽을 즈음엔 유비와 제갈량의 촉한이 삼국통일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에 제갈량이 오장원에서 생명을 다한 후 삼국통일까지는 읽지 않는 일이 빈번했으며(실제로 제갈량 사후의 삼국지는 대부분 간략하게 사건위주로 묘사하고 서둘러 끝내 버린다) 20번 읽을 때까지는 진정한 위너는 조조였구나 하는 생각에 조조에 대해 더욱 관심있게 읽었지만... 이제는 온갖 인간군상이 빚어내는 충의와 음모, 배신 등 현재의 우리들 모습과 다름없는 정치학으로서, 리더로서의 덕목을 갖춘 인간 그 자체를 들여다 보게 되는 인간학으로서 받아들여지게 된다.

 

내 소원은 독특했다. 딱 두가지...은퇴하면 엘지트윈스의 모든 경기를 직접 관람하는 것이 그 하나이며 또 하나는 둘레 길을 걷듯 삼국지의 무대가 되는 중국내 각 지역을 찬찬히 둘러보며 그 역사의 순간을 함께하며 비록 시공간의 격차 속에서도 어린 나와 사춘기 시절의 나, 이젠 중년이 되어버린 나를 울컥하게 하고 흥분하게 하며 인간의 삶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토해내게 했던 짙은 여운의 본질을 찾아 보는 것이었다. 그 소원은 일부 이뤄졌다. 지난 2007년 국제회의 참가 업무차 출장을 쓰촨성 청뚜(사천성 성도-촉의 수도)에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 느꼈던 기쁨은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무후사와 유비의 릉을 보면서 내 자신이 바로 지금 1800여년전 삼국지의 무대 바로 그 한가운데 있음을 말이다. 일주일 동안의 출장을 뒤로하고 아쉬움을 남긴 채 지금까지 살아 온 내게 또 하나의 책이 내 마음을 격동시킨다.

 

<걸어서 삼국지 기행-두 발로 떠나는 대장정, 3개월간의 탐사 취재>은 아주경제신문 취재팀이 중국 각지에 산재해 있는 삼국지의 현장을 직접 방문해서 텍스트 속에 갇혀 있던 이야기들을 현장의 모습과 함께 되돌아 보는 소중한 방문기이다. 유비, 관우, 장비의 삼형제가 도원결의를 하며 시작하는 삼국지에 맞춰 첫 발을 허베이(河北, 하북)에서 시작해서 관우의 복수를 위해 군사를 일으켰지만 또 다른 아우 장비마저 잃고 촉의 국운마져 쇠망케 하는 이릉 전투의 패배, 그리고 백제성에서 제갈량에게 아둔한 아들 유선을 맡기며 한 많은 인생을 마감하는 유비의 모습을 담은 충칭을 마지막으로 산시, 쓰촨, 안후이, 후베이, 허난, 산시(陝西, 섬서)의 각 유적지를 발로 뛰며 직접 삼국지의 현장을 찾아보지 못하는 매니아들의 아쉬움을 달래 준다.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삼국지의 세국가는 뚜렷한 국력차로 인해 분열은 곧 끝내질 운명이었다. 당시 한의 13주중 9개주를 위가 차지했고 2개주를 오나라가, 1개주(익주)만을 촉이 차지했단 점에서 비옥한 중원의 대부분을 차지한 위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풍부한 곡물과 인적자원을 보유한 위에 비해 모든 면에서 부족한 촉은 대업에 완성을 이루기 위한 첫 발자취에서 이성보다 아우의 복수라는 감정에 치우친 유비가 오나라에 패배하면서 끝이 나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이 더욱 삼국지를 드라마틱하게 다가오고 현장의 역사유적을 방문하는 이 책이 기획되지 않았을까?

 

이 책은 삼국지의 시작을 알리는 도원결의 뿐만 아니라 상승장군으로 일생동안 불패신화를 썼던 조자룡, 전쟁터에서의 뛰어난 전략가이자 정치적 수완마저 탁월했으며 건안문학의 시조로서 난세에서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문학적 성취도를 보여줬던, 완벽남으로서 모든 조건을 갖춘 조조, 그리고 강남의 패자 손권, 일찍 죽지 않았다면 삼국지의 역사를 바꿔버렸을 주유, 삼국지의 실질적 주인공이자 두 번의 출사표를 통해 중국 후대의 위인들의 귀감이 되고 감동을 일으켰던 정치가이자 군략가 올라운드 플레이어 제갈량까지 그들의 체온이 숨쉬고 있으며 손길이 닿았던 현장의 모습을 책 속에 담아 다시금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비교적 잘 보존된 유적을 통해 직접 가보고 싶은 욕심을 불러 일으키지만 동시에 경제발전을 위한 개발로 인해 옮겨지거나 도굴꾼들의 먹잇감이 된 현장들을 접하게 되면 안타까움이 짙게 드리워진다. 그런 면에서 사리사욕은 커녕 단 한푼의 물욕도 가지지 않았던 제갈량이 정군산에 묻히길 원하면서 아무런 재물도 넣어 놓지말라고 했던 유언은 후세에 많은 이들이 도굴될 필요가 없는 그의 무덤을 찾아오게 하며 그의 애국심과 유비에 대한 충절을 다시금 새기게 되는 계기가 되어 준다.

 

언젠가일지 모르지만 두 다리가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그날까지, 이 책을 그때 다시 한번 벗삼아 삼국지의 유적들을 돌아보고 유물 속에 깃들여진 1800여년전 당시의 그들의 숨결을 함께 해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소중한 내 개인의 보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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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 미하일 고르바초프 최후의 자서전
미하일 세르게예비치 고르바초프 지음, 이기동 옮김 / 프리뷰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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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50년대부터 약 40여년간 지속되었던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를 종식한 것은 동서간 치열한 스파이전쟁도 군비경쟁에 따른 결과도 아니었다. 그것은 죽어가는 대국 소련을 치유하고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운명을 받아들였던 한 남자의 과감한 페레스트로이카, 글라스노스트(개혁, 개방)의 결과물이었다.

 

미하일 세르게예비치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마지막 서기장이자 소련 최초이자 최후의 대통령을 역임했던 그 남자다. 언뜻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고르바초프가 직접 자신의 삶을 되돌아 봤던 자서전을 보면 왜 개혁, 개방이 동서냉전의 종식을 이끌어 냈는지 알게 된다.

 

<선택-미하일 고르바초프 최후의 자서전>은 풍운의 시기, 소련의 중심에서 그 변화의 시작과 참담한 끝을 지켜봤던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지난한 과거에 대한 추억을 기록한 책이다. 스타브로폴의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고르바초프는 2차세계대전시기의 혹독한 고통과 굶주림 속에서 성장하면서 소련 국민의 피폐된 삶을 절감하게 되고 이는 장차 소련 스타브로폴 지방당 서기 뿐만 아니라 중앙 정치로 진출하여 서기장에 오르기까지 줄 곧 농업개혁은 물론 소련의 개혁, 개방을 이끄는 동인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 책은 그가 어떻게 개혁, 개방을 하게 됐는지 독자들에게 자연스레 그의 이력과 당시 소련의 사회상을 묘사하면서 당위성을 갖춰 나간다. 일례로 개혁성향의 코시긴 총리가 스타브로폴에 방문했을 당시 고르바초프와 코시긴의 대화 속에서 나오는 고려인들(일제 치하시기 조선에서 이주했던 이들의 후손이다)들이 집단농장의 생산성을 뛰어 넘는 양파를 생산하는 엄청난 노동생산성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충분한 양파를 공급하고 나머지는 자신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한 수익으로 보장해 달라고 애원했지만 이를 중앙당에서 거부하고 추방한데서 당시 소련이 얼마나 폐쇄적이고 비효율적인 사회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면서 깨닫게 한다.

 

결국 개혁, 개방은 소련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창의성을 마련하며 활력을 불어 넣음으로서 국가의 미래를 확보하기 위한 최후의 선택이었음을 고르바초프는 독자들을 이해시킨다. 오랜 기간 폐쇄성을 통해 소련을 통치해 온 노령의 공산당 집권층은 사회를 경직되고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몰아갔음을 그의 회고록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다. 그래서 개혁, 개방은 고르바초프 이전 단명했던 서기장이자 고르바초프의 후견인이었던 유리 안드로포프 시절에도 시도되었으며 이는 고르바초프가 계승, 확대발전시킨 것이었다.

 

냉전의 한가운데서 미국과 협상을 통해 일궈냈던 핵무기 감축 등 냉전종식도 결국 소련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고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군비확장에 쏟아 붓는 재원을 민생으로 돌릴 수 있는 기회였음을 독자들은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개혁, 개방은 결국 실패로 끝난다. 철의 장막 뒤에서 펼쳐지는 숨 막히는 정쟁은 당시 우리나라를 비롯한 민주주의 국가들은 지나간 과거의 소련에 대해 지극히 적은 정보 속에서 전혀 사정을 몰랐었지만 30여년이 지난 지금 그 모습을 눈에 보이듯 재현해 내는데서 박진감과 함께 짙은 회한을 자아내게 한다.

 

개혁, 개방에는 너무나도 많은 정적과 방해공작이 뒷따랐다. 노멘클라투라로 불리우는 소련 공산당 기득권 관료층의 조직적인 태업내지는 방해는 경제위기와 재정위기에 대한 시의적절한 대응을 놓치면서 급진 개혁층과 보수층 양쪽 모두의 정치적 공세에 시달리게 됐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일 여건조성이 안된 상태에서 무지한 국민들에게 선사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오히려 불평불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고르바초프는 무능한 서기장이자 대통령으로 비난받게 된다.

 

결국 포퓰리즘으로 국민들을 선동하는데 능수능란한 보리스 옐친과 그의 일당들이 혹세무민하며 획책하는 소련 해체 공작에 희생양으로 70년 소련 공산당과 소비에트 연방의 비참한 말로를 두 눈으로 지켜보는 고르바초프. 하지만 이런 오욕속에서도 그는 비록 소련이 해체되지만 당시의 결정이 국민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향상시킬 수 있다면 개혁, 개방은 옐친 정권하에 러시아에서도 지속되어야 하고 협력을 할 것이라고 다짐하지만 그의 순진한 바람으로 드러나고 만다.

 

섣부른 개혁, 개방의 소용돌이 속에서 옐친과 신흥 집권층은 국민들의 권리이자 소유로 들어가야 할 모든 과실을 밀실정치를 통해 나눠가지면서 소련 시절보다 더 큰 가난을 국민들에게 안겨줬다고 개탄하는 고르바초프... 그의 개혁 개방정책이 아니었어도 소련은 결국 붕괴되었을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진단했다고 한다. 이미 제국의 병폐는 돌이킬 수 없는 말기 암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고르바초프는 끝까지 잡으려 했고 실제로 가능했었지만 끊임없는 정적들의 방해공작과 옐친 등 포퓰리즘으로 무장한 선동 정치세력의 득세는 이를 무산시켜 버렸다.

 

하지만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은 바로 소련 국민들에게 있지 않을까? 물론 톱다운 형식으로 위로부터의 개혁, 개방은 실제로 국민들에게까지 전파되지 않았기에 정책시행 초기에 열화와 같은 지지와 성원이 지지부진으로 곧 불만과 폭동으로 번지게 되는 과정이 이 책 곳곳에 언급되어 있지만 애초에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와 수용의지가 부족했던 국민들에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민주권주의를 부여하려 했던 그의 노력은 시작부터 실패를 예견하지 않았을까 싶다.

 

세계를 양분했던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로서 지금도 신망과 동시에 비난의 대상으로 자리잡은 고르바초프. 그의 고군분투는 얼마나 개혁이 어려운지를 다시 한번 절감하게 한다. 그리고 작금의 대한민국의 정치지형과 사회상이 떠오르면서 지난한 세월 독재정권과의 투쟁 속에서 얻어냈던 민주주의가 그 뿌리부터 다시 흔들리는 절망감이 오버랩 되면서 몸서리치게 된다.

어찌면 우리 국민들도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와 이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한 점에서 당시의 소련 국민들과 큰 차이가 없지 않을까? 역사는 후대가 평가한다지만 너무나 가슴 아픈 요즘이다.

 

<선택-미하일 고르바초프 최후의 자서전>은 감히 말하자면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아도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그만큼 예상하지 않았지만 이 책을 만난데 대해 고맙고 또 고마울 뿐이다. 사족을 달자면 젊은 날의 라이사 여사의 미모는 마치 전성기 르네 젤위거의 미모를 연상케 한다. 모스크바대학시절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는 이 책의 또 하나의 재미를 선사한다. 전체적으로 절대 후회하지 않을 책이다. 꼭 한번 읽어 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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