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성 라이온즈 - 야구의 전설 한국시리즈
배정섭 지음 / 보누스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1970년대부터 80년대초 대한민국 최고 인기스포츠는 고교야구였다. 최동원, 선동렬, 성준, 김건우, 박노준 등 내로라하는 고교야구 스타들의 인기는 지금의 아이돌스타 인기를 넘어서는 전국구급이였다.
이런 인기를 토대로 발족한 한국프로야구는 개막전과 마지막 피날레를 야구의 꽃 만루홈런으로 수놓으며 지금의 폭발적 인기의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난 LG트윈스 팬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프로야구 원년인 초등학교 5학년시절, OB베어스의 모자와 잠바가 예뻐서 가입하려 했으나 물품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다소 촌티(?)나 보이는 MBC청룡의 어린이회원으로 가입하는 우연 속에서 MBC청룡-LG트윈스 팬의 삶을 32년째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라이온즈>의 서평을 쓰고 있다. 물론 삼성 팬들만 이 책을 읽으리란 법은 없다. 삼성라이온즈의 역사는 곧 한국 프로야구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대지 않아도 말이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미국 프로야구의 왕년의 스타 요기베라 옹이 말한 명언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유명한 명해설가 하일성씨의 ‘야구 몰라요’란 말로 대비될 수 있을까? 어제 2013년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5차전은 이 명언을 떠올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9회말 2아웃, 3대0으로 승리를 눈앞에 둔 두산베어스는 넥센의 강타자 박병호의 마지막 타석이지만 경기를 매조지하기 위해 출격한 에이스 용병 니퍼트의 구위를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박병호는 극적인 동점 홈런으로 게임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드라마로 만들었어도 유치하다고 할만한 기적이 벌어지는게 야구다.
이 날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드라마가 프로야구 원년에 펼쳐졌다. 이 책을 선뜻 집어 들고 옛추억과 현재의 모습을 떠올리며 서평을 쓰는 이유는 바로 출범 첫해 개막전과 피날레에서 펼쳐진 역전 만루홈런의 드라마와 그 희열속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던 팀이 바로 삼성라이온즈였기 때문이다.
어린 내 눈에 개막전 청룡의 이종도 선수에게 끝내기 만루홈런을 맞은 투수가 국내 야구역사상 길이 남을 좌완투수 계보에 속하는 이선희 선수였었다는 것을 몰랐지만 마지막 한국시리즈에서 오비베어스의 김유동 선수에게 또다시 만루홈런을 맞고 나서 패배를 직감한 채 불펜에서 홀로 앉아 모자를 눌러쓰고 눈물을 흘리던 이선희 투수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당연히 있음을 몰랐던 그때... 야구는 인생과 같다는 말을 들어보지도 못했지만 한 남자의 역투도 막지 못했던 승부의 흐름에서 슬피 울던 그 눈물은 그대로 그가 속한 팀에 투영되어 가슴속에 각인되었다.
삼성라이온즈는 그렇게 나한테 또 하나의 팀이 되었다. <삼성라이온즈>는 프로야구 원년 이후 팀명을 그대로 유지한 유일한 2팀중 하나이며 기아타이거즈 이래 가장 많은 6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린 명문구단의 역사를 풀어내는 책이다.
32년의 프로야구 역사를 관통해 오면서 명멸해 갔던 수많은 스타들, 헐크 이만수, 2인자의 그늘을 벗지 못했지만 프로야구 첫 100승의 빛나는 명투수 김시진, 그가 치지 않으면 스트라이크가 아니라는 안타제조기 고 장효조, 타격의 교과서 김성래, 재일교포 투수 김일융, 오마비스켈과 로베르토 알로마에 견주는 키스톤 콤비 류중일과 강기웅, 타격의 신 양신 양준혁 등 올드팬들이면 이름 석자만으로도 모습이 저절로 떠오를만한 레전드들은 물론 현재진행형 스타들 국민타자 이승엽, 클로저로서 더 이상의 완벽한 선수는 없음을 스스로 입증시키고 있는 마무리 오승환, 새로운 클린업트리오로 삼성 전설을 써내려가는 채태인, 최형우, 박석민은 물론 배치로 배영섭과 새로운 유격수 계보를 잇는 김상수 등 기라성 같은 선수들의 면모를 자세하게 소개하며 해태에 밀리며 뼈아픈 2인자 시절을 겪었던 80년대 삼성과 새로운 왕조를 이어가고 있는 2010년대 삼성의 모습 등을 소개한다.
그리고 한국 프로야구사를 수놓았던 수많은 사건사고 기록들을 함께 소개하며 삼성라이온즈 팬들에게는 향수를, 프로야구 팬들에게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낫아웃 상태여서 타자주자를 태그해야 경기가 끝남에도 이를 잊은 채 공을 관중석에 던진 나머지 속개된 경기에서 역전패한 웃기면서도 슬픈 에피소드는 물론 해태와의 영호남 라이벌 의식이 극에 달하면서 벌어진 버스 방화사건, 무승부를 포함 9차전까지 벌이며 혈투를 벌였던 2004년 한국시리즈, 국민타자 이승엽의 아시아 홈런 기록 경신(올해 발렌틴이라는 외국인 타자로 인해 일본에서 경신되었다) 등은 지금도 심심찮게 회자되는 에피소드 등이다.
정규리그 3연패를 이룬 삼성라이온즈는 한국시리즈에 선착하여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간 플레이오프 승자와 결전을 기다리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LG트윈스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여 지난 2002년 당했던 이승엽의 극적인 동점 홈런과 마해영의 끝내기 백투백 홈런의 아픔을 씻었으면 한다. 하지만 반대의 결과가 되더라고 진심으로 박수쳐 주고 싶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정규리그 3연패와 동시에 한국시리즈 3회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그 기록을 삼성라이온즈가 달성한다면 이 또한 한국 프로야구사의 큰 업적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 책의 증보판이 나오면 당당히 그 에피소드도 포함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