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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차르 - 블라디미르 푸틴 평전
스티븐 리 마이어스 지음, 이기동 옮김 / 프리뷰 / 2016년 8월
평점 :
차르(솔직히 ‘짜르’라고 더 많이 표현한다)는 제정 러시아의 황제라는 단순한 호칭보다 그 시절 무능과 사치, 향락에 찌든 부패한 왕족의 일그러진 정치를 상징하는 단어다. 전제정권 하에서 농노 등 일반 평민들은 그야말로 도탄에 빠졌었고 온갖 부조리와 부패가 횡행하다 못해 결국 볼셰비키 혁명으로 무너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만큼 모든 권력이 차르 한명에게 집중되어 있었고 그야말로 ‘천상천하 유아독존’그 자체였다고 한다.
<뉴 차르>는 현 러시아를 오랜기간 통치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대통령에 대한 일대기이다. 워낙 통치기간 권력의 집중도가 과거 짜르를 연상시킬 정도로 강력하기 때문에, 독재에 가까운 권한 행사도 짜르를 생각나게 하기 때문에 제목을 ‘뉴 차르’라고 지었나 보다.
이 책은 그야말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가족사부터 시작해서 푸틴이 권력을 잡기까지 혼란했던 러시아 정치사와 이후 푸틴의 러시아에 대한 역사를 다룬 책이다. 단순히 푸틴 평전이라고 하기에는 현재의 러시아 정치사에서 그의 비중은 대통령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개헌을 통해 세번이나 대통령을 지냈고, 본인의 영향력 하에 2024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 푸틴. 잠시 하수인에 불과한 메드베데프 대통령 시절을 제외하더라고 총리 임기 포함 러시아를 16년 동안이나 통치했기 때문에 서방에서는 독재자에다가 경계해야할, 알쏭달쏭한 인물로 인식된다. 반면에러시아에서 푸틴은 가장 인기 있다. 서방 시각에서는 이래저래 이해하기 어려운 러시아 정세일 것이다. 하지만 <뉴 차르>가 우리에게도 중요한 책임은 현 국제정세 속에서 러시아를 이해하는데 있어, 향후 러시아의 행보를 합리적으로 예측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푸틴에 대한 이해이기 때문이다. 서방의 시각이므로 다소 편파적일 수 있을지라도 이 책 만큼 현미경처럼 푸틴의 모든 것을 들여다 보는 책도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푸틴에 대한 평전을 내면서 제목을 <뉴 차르>라고 정한 이유가 단순히 그가 앞서 언급했듯이 러시아 황제의 부정적 요소였던 독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는 재벌을 몰락시키고 언론을 장악하는 면도 있지만 집권 초 친서방 성향을 보이던 그가 ‘위대한 러시아’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유명한 정보기관인 국가안보위원회(KGB) 소속 시절, 소련의 해체와 위기, 붕괴를 목도하면서 과거 러시아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그 스스로가 미국과 슈퍼파워를 다투던 시절의 재현을 꿈꾸고 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인식시켜주고 있다.
‘힘센 자가 강한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푸틴은 고유의 정치색이나 가치관을 드러내지 않아 왔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오히려 그런게 없었고 오랜 통치기간 동안 국제정세나 경제상황, 대외정책의 변화에 맞춰 자신과 러시아의 정체성을 변형시켜 왔으며 이를 통해 이니셔티브를 거머쥐기 위해 잠룡처럼 세계를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와의 분쟁에서 보듯 서서히 그 축적된 에너지를 발산하기 시작하고 있다.
풍부한 에피소드와 7년동안 모스크바 특파원으로 재직하면서 그 누구보다도 더 가까이 러시아에 민낯을 들여다 본 저자의 시각은 그래서 우리가 더욱 가치있게 봐야할 책이 아닐까?
가뜩이나 김정은의 북한은 또 한번의 핵실험을 통해 동북아 정세를 상당한 위기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야말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4대 강국의 각축장이 재현될 조짐조차 보이는 요즘, 러시아 그 자체인 푸틴에 대한 이해를 깊이 있게 하는데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꼭 한번 읽어보시라. 가독성은 물론 러시아 정치사를 이해하는데도 쏠쏠한 즐거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