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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운 일본 ㅣ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
강태웅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평점 :
그야말로 ‘지구촌’이라고 불리우는 시대다. 국가간의 물리적 거리는 물론 심리적, 문화적 간극도 그 어느때보다 좁혀져 있는 요즘, 우리는 국내 소식 못지 않게 주변국가나 우리와 밀접한 이해관계에 놓인 국가의 소식도 실시간으로 접하게 되고 영향을 받는 시대다.
우리한테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국가들은 어디일까? 경중을 따지기 어렵지만 그래도 우리 주변국인 중국, 일본, 북한에 더해 긴밀한 한미관계를 유지해 온 미국을 떠올리기 쉬울 것이다.
특히 중국, 일본은 역사적 구원까지 겹쳐 있는데다 일본의 경우 과거사 문제까지 얽혀 있어 가까우면서도 먼, 심리적 간격만큼은 현재 정반대에 위치해 있는 리우 올림픽을 개최중인 브라질보다 더 멀게 느껴질 것이다.
오늘은 광복절이다. 리우 올림픽이 관심을 끌고 있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는 한류를 이끄는 대표 걸그룹 맴버가 올린 ‘욱일승천기’(일본의 침략적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戰犯)기) 때문에 성토장이 되었다. 비록 그 맴버는 소속사의 지시로 자필 사과문을 올렸지만 마치 일본의 눈치마저 보는 듯한 무성의하고 모호한 내용으로 논란을 잠재우기는 커녕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해외 팬들이나 일본에서는 너무 심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지만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적 만행에 희생되어 온 우리나라에서는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긴 하다.
우리의 주변국이면서 그 누구보다도 민족적 감정이 나쁜 일본, 우리는 그 일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침략적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일본도나 사무라이, 한국전쟁을 통해 기사회생하여 승승장구하던 일본 경제, 최근에는 독도침탈을 서슴치 않는 후안무치한 아베정권의 작태를 떠올릴테지만 막상 일본의 자세한 모습에 대해서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일본을 경계하면서도 정작 일본에 대해서는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우리에게 일본의 역사와 문화, 정치, 사회상, 한일관계 등에 대해 제대로 조망해 주는 책이 출간되었다. <이만큼 가까운 일본>이 바로 그 책이다.
<이만큼 가까운 일본>은 사실 중국, 미국에 대한 정보를 담은 자매편이 있는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와 지리적, 심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국가들이면서 정작 그 국가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만큼 가까운 일본>은 극동의 섬나라가 어떻게 세계3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게 되었는지 역사를 되짚어 봄은 물론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 쓰나미와 지진 등 지리적 특성, 기후 등 자연환경을 설명하고 있으며 자민당 1당 독재가 지속되고 있는 독특한 정치형태와 종교, 음식, 스포츠 등 사회상도 알려주는 등 그야말로 일본의 모든 것에 대해 속속들이 전달해 주고 있다. 문화강국이기도 한 일본의 영화와 재패니메이션(재팬+애니메이션의 조합으로 일본 애니메이션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담은 만화를 일컫는다)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고 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 가장 민감하면서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한일관계에 대한 언급도 눈여겨 볼만 한 부분이다. 일례로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전범이면서도 정작 국민들의 전쟁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작금의 세태는 그야말로 한일관계의 재정립이 아직도 멀기만 하구나라는 탄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 책을 읽게 된 개인적 동기에는 일본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G2로 불리우는 중국의 경제성장과 세계적인 파워 증가는 과거 왕조시대의 중국의 가치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현재 남사군도에서 벌어지는 일본, 동남아 국가와 영토분쟁 등은 아직도 중국이 주변국들을 중세 시대의 조공국의 지위로 바라보는게 아닌지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중국은 현재 역사상 그 어느시기보다 광활한 영토와 인구, 국력을 자랑하면서 발산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주변국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 성공회대의 정운회 교수가 ‘대쥬신을 찾아서’라는 책을 통해서 몽골, 만주, 한반도, 일본에 걸쳐 번성하던 민족을 쥬신족이라 했고, 이들은 만리장성 이남의 한족(중국)과는 대립구도를 이뤘다면서 향후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대쥬신’을 민족적 뿌리로 삼는 국가들이 뭉쳐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견해에 상당히 공감하고 결국 가장 국력이 강한 한국과 일본이 그 중심에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기에는 과거사 청산이 선행되어야 하고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일본의 정치, 사회상을 볼 때 요원한 일이라 걱정일 뿐이다.
이 책이 적어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일본을 제대로 이해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선택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제대로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 책은 그만큼 충분한 내용과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