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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차고정 - 이제 계층 상승은 없다
미우라 아츠시 지음, 노경아 옮김 / 세종연구원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인간에게 ‘희망’이 없는 삶이란 살아있는 지옥과 다름 없다.
오늘 보다 다른 내일, 지금보다 더 나아진 미래를 꿈꿀 수 있고 자신의 노력으로 실현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고 현실이 이를 뒷받침 해 준다면 현재의 고통이나 외로움도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고려대 장하성 교수는 현 경제상황이 달라지지 않으면 지금 젊은 세대는 한국전쟁이후 부모세대 보다 경제적으로 못살게 되는 처음 세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적이 있다. 경쟁을 부정하기 보다 잘못된 경쟁 자체에 대해 시민이 연대해서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경제상황은 구조적 불황이다. 일부 대기업과 엘리트 관료, 부유층에게 집중되는 부는 일반 국민들에게 일정 정도 분배되지 못함으로서 중산층은 몰락하고 서민은 빈곤층으로 곤두박질친다. 더 심각한 점은 이런 상황에서 국민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 자체가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것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개인의 능력 탓으로 몰아가는 1%의 소수 부유층, 지배층의 논리에 함몰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탐욕으로 우리가 절망의 늪에 빠지며 자식세대마저 이러한 악순환에 휘말릴게 뻔한데도 전혀 저항이나 바로잡기 위한 항의를 하지 않고 있다.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 그나마 다행인 점은 유럽, 미국처럼 자산상의 근본적인 불평등까지 심화되지 않았다. 소득의 불평등에 따른 문제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 미국과 같은 심각한 상황까지 전이되지 않기 위해 우리의 삶과 자식세대의 인간다운 인생을 위해서라도 문제제기와 시정을 요구하고 나서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일까? 여기 일본의 사례를 보자. 역사적 악연으로 인해 일본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지 몰라도 경제를 둘러싼 일본의 전례는 우리에게 아주 유용하고 훌륭한 반면교사가 되어 준다.
<격차고정>은 지난 2005년 일본에서 출간한 저서『하류 사회』에서 현대 사회가 ‘중산층에서 상류층으로 올라가는 사람’과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사람’으로 양분되었다고 주장한 저자 미우라 아츠시가 이를 검증하기 위해 미츠비시 종합 연구소가 매년 3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생활자 시장 예측 시스템’ 조사 결과와 그 응답자 중의 1천 명에게 실시한 ‘하류사회 10년 후 조사’ 의 분석결과를 책으로 낸 것이다.
남녀노소, 직업별, 계층별로 소비형태와 라이프스타일, 정치성향, 가치관의 변화를 분석한 이 책은 갈수록 소수의 부유층과 대다수 빈곤층으로 계층 분화가 심화됨은 물론 계층간 격차는 갈수록 고정되어져 더 이상 부의 이동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결론을 내고 있다. 지금 일본의 모습이 10년후 우리의 모습과 같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고 대부분 맞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10년후 대한민국의 모습은 이처럼 격차고정으로 더 이상 희망을 갖을 수 없고 가져서도 안되는 암울한 디스토피아일까?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이 책에서 일본인들은 ‘미래가 밝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겨우 2.5%에 불과한 반면 ‘어둡다’고 답변한 사람은 60%에 달했다고 한다. 80%는 다음 세대가 더 힘들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라고 다를까?
지금에야 자조 섞인 표현으로 “누구는 ‘금수저’ 물고 태어났는데 난 ‘흙수저’다”고 말하지만 앞으로는 금수저니 흙수저니 말할 필요조차 없이 너무나도 당연한 세태가 될 것이다. 대학생 시절 학자금 때문에 받은 대출금 갚느라 빚부터 쌓아놓고 사회생활 시작하는 서민층과 급격하게 늘어나는 보유자산을 바탕으로 풍요롭게 시작하는 일부 부유층의 삶의 질은 비교한다는 것조차 어불성설이다.
이 책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화두는 그래서 더 가치있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어디서부터 고민해야 하는지 지향점을 제시해 주는데 있다. ‘마누라하고 자식빼고 다 바꾸라’고 일갈했던 삼성 이건희 회장의 일갈처럼 희망 없는 미래를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나서서 바꿔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며 근거가 충분함을 보여주는 데이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