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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신해철과 넥스트시티 ㅣ 문화 다 스타 산책
권유리야 외 지음 / 문화다북스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2014년 10월 27일, 그날의 퇴근길은 막막했다. ‘민물장어의 꿈’이란 노래는 늘 듣던 노래이고 늘 귀에 익은 목소리인데, 어느새 가슴이 먹먹해 졌으며 더 이상 살아있는 그의 육성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대중음악계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영향력을 가졌던 간에 신격화보다는 친근한 동네 형이자 노래 잘하는 선배이기를 원했던 내게 그는 그 바램이 헛되고 사치였음을 인식시켰다. 그리고 마치 부모님 돌아가셨을때 생전에 잘해드리지 못했음을 통탄하는 불효자의 가슴처럼 내 가슴을 부여잡게 했다. 활력과 에너지를 보여주지도 느끼기에도 이미 훨신 지나버린 나이...마흔의 중반을 넘어서는 내게 어느새 ‘꼰대스러움’이 더 가깝다고 여겨지는 아저씨였지만 그를 바라보는 순간에는 난 20대 청춘이었고 그의 열정넘치는 언행과 세상을 향해 던지는 솔직한 고백은 대리만족을 시켜주기에 충분했었다. 그런 그. 故 신해철은 갑자기 내게, 우리에게서 떠나갔다.
<인간 신해철과 넥스트시티>은 그래서 내게 특별한 책이자 그를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한 텍스트이다. 뮤지션으로,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삶을 만족하기 보다는 더 큰 곳을 바라보려 했고 실천했던 그가 어이없게도 의료사고로 세상을 떠났을때, 늘 무표정한 얼굴로 모니터를 들여다 보고 수첩에 오늘 할 일을 빼곡히 적으며 늘 가던 곳에서 점심을 하면서 저녁에는 접대자리에서 웃음과 함께 술잔을 건네는, 변함없는 일상을 소화해 내는 내 자신이 너무 매정했다. 그리고 그 비정함에 더욱 죄스러운 마음으로 고인의 사망 일주년을 즈음해서 이 책을 펼친다. 노래만으로 행복해 지기를 바랬어도 충분했을 고인은 정치,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자신의 생각을 아끼지 않고 풀어냈으며 그 마음은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바램이었다. 이 책은 그의 뮤지션으로서, 방송인으로서, 진보성향을 가진 정치적 스탠스를, 고민 속에서 앞으로의 삶을 고민하는 우리에게 진심어린 충고와 공감을 해주는 훈훈한 형님으로서 행적과 의의를 소개하고 평가한다.
1988년 여름 대학가요제에서 <그대에게>라는 노래로 대상을 거머쥐면서 시작한 그의 뮤지션으로서의 여정은 이후 아이돌 가수로서의 성장을 과감하게 거부하고 ‘넥스트’라는 그룹을 결성, 사랑이야기에 주로 집중하던 대중가요의 저변을 자아, 존재,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담은 노래로 젊은 층에 어필하면서 로커로서 변신에 성공하였다. 어찌 보면 주류 가수로서의 등용문인 대학가요제를 통해 대중가수로서 신고식을 했지만 마음 속에는 늘 자신의 사유를 노래로 담아 당시 사회상을 해석하고 바라보려 했던 문제의식을 가져왔었으리라. 그렇기에 고인은 록음악을 통해 자신의 성장과정에서 겪었던 경험(날아라 병아리)은 물론 성장일변도의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고도화되는 기형적인 자본주의 사회로서의 대한민국의 민낯에 대한 통렬한 비판(머니)도 주저하지 않는 강렬한 아이콘으로서 90년대를 관통한다. 이 책은 그런 그의 활약상과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따뜻함’을 잃지 않았던 인간 신해철의 모습을 다시금 조명하면서 그와 함께 했던 30여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여전히 가슴이 아프다. 그를 재조명하고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너무나도 생경하다. 이러한 과정은 수십년이 지난 후 이뤄졌어야 했다. 하지만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인해 그를 우리는 너무나도 빨리 하늘로 보내드렸다. 왜 하늘은 필요한 이들을 성급하게 데리고 가야만 할까?
그를 추모하는 12인의 평론가가 엮어내는 추모사는 지금이 아니라 먼 훗날 언젠가 이뤄졌어야 당연한 것이다. 늘 답답한 삶에 있어서 지금도 오아시스 같은 그의 노래는 멈추지 않아야 했는데....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그리고 365일을 변함없이 그의 노래를 들으며 매일마다 그에게 쓴 소주한잔 올릴 것이다. 아직도 브라운관에 비친 그의 첫 등장을 잊지 못한다. 헐렁한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마이크를 움켜쥐며 ‘그대에게’를 부르던...응답하라 1988!!! 그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