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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저울 - 수평사회, 함께 살아남기 위한 미래의 필연적 선택
김경집 지음 / 더숲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표현이 있다. 유권자들의 이유없는 보수지지 경향에 더해 언론과 권력기관까지 노골적으로 수구세력을 비호하는 요즘에 있어서 진보적인 정당이 세를 불리고 더 나아가 수권능력을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너무나 어려운 상황을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져버린 운동장에서 시합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을 빗대어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모든 세상의 이치는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그 균형이 깨질때,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일방적인 흐름이 이어질 때 부작용은 나타나며 궁극적으로 그 불균형은 그로 인해 이익을 누리던 불이익에 치를 떨던 간에 모두에게 득보다는 크나 큰 실로 다가오게 된다.
<고장난 저울>은 바로 이러한 정치지형과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갈수록 병들어가는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진단과 동시에 미래를 기대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그 방향을 제시해고 있는 책이다.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라고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말했다고 저자는 언급한다. 즉,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나 정치혐오증이 심해질수록 우리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경제적 자유는 요원해 짐을 이 명언을 통해 독자들에게 다시금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하루에 청년 7명이 자살하는 OECD국가중 압도적인 자살국가인 대한민국, 청년만이 아니라 40대는 물론 노인들의 자살율도 1위다. IMF로 인해 속도경쟁에만 집착해 온 성장일변도의 경제운용에서 새롭게 리셋할 수 있는 강제기회를 부여받았지만 정작 중산층의 붕괴와 서민층의 일방적인 부담만으로 돌아왔을 뿐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었던 기득권층은 더욱 부와 권력을 집중시킴으로서 그나마 80:20에서 이제는 99:1이라는 극도의 편중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미래와 미래세대를 위한 해결 의제는 경제, 세대, 교육....
즉, 올바른 정치적 판단과 결정을 통해 미래의 삶의 방식을 우리의 힘으로 결정함으로서 더 이상 부와 권력의 집중으로 인한 경제적 빈곤과 삶의 피폐함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설득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아이러니하게도 복지국가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 유명한 독일(프로이센제국)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사회전복세력으로 위협을 느낀 나머지 노동자들로 구성된 서민계층에게 광범위한 복지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한데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었다.
기득권층에게 하고픈 말은 지금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고장난 저울 처럼 극소수의 1%가 나머지 99%의 희생과 고혈을 빨아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행태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스스로 반문해 봐야할 것이다. 또한 중산층(이미 붕괴되었지만)과 서민들에게는 언제까지 이러한 상황을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외면하고 진실 뒤에서 움츠려 있을 것인지 묻고 싶다. 이렇게 비정상적인 사회구조는 필연적으로 갈등을 유발하고 결국 임계점에 이르러 폭발하고 말 것이다. 그때가 당장이 아니더라도 영속적인 부와 행복을 꿈꾸며 탐욕을 서슴없이 드러내는 기득권층의 자손들도 그러한 행위를 이어가리라고 장담할 순 없을 것이다.
고장난 저울을 고치는데 있어서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이뤄질 수 없다. 모든 이들이 심각하게 고민하고 오류를 고쳐나가야만 할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이미 대한민국은 IMF때 전반적인 리셋이 이뤄져야 했었다. 그 시기를 놓친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리셋이 아닐까? 물론 나 역시 이러한 폭력적(연착륙보다 경착륙일 가능성이 농후하다_이고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넓은 변화가 가져올 삶의 질 하락이 두려운 것은 마찬가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