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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의 창조자들
이남훈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6월
평점 :
전두환 독재정권 하에서 민주화 투쟁이 최고조에 달하던 1987년 7월 8일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장, 하루전 가석방된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인 인사였던 故 문익환 목사는 연단에 올라 추모사를 시작하려 했다.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울분과 참담함을 누르며 불거진 눈시울로 바라보던 수많은 인파는 문익환 목사의 애타는 절규에 끓어 올랐다.
‘이한열 열사여! 김상진 열사여! 김세진 열사여! 이재호 열사여!...’ 꽃다운 나이에 민주화 운동에 목숨을 바친 이들에 대한 애타는 마음을 그 누구보다 이렇게 더 절절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메시지는 마음을 움직여야 하고 감성을 이끌어야 한다. 故 문익환 목사는 수많은 장례식 인파는 물론 이 절규를 국민들에게 전달함으로서 마음을 움직이는, 변화와 혁신을 읽으키는 능력을 갖춘 사람인 메신저였었던 것이다.
<메신저>는 변화의 주체이자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고 그러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조언해 주는 책이다.
저자는 메신저가 되기 위한 방법으로 ‘격발의 법칙(Trigger)’, ‘연상의 법칙(Remind)’, ‘확산의 법칙(Diffusion)’으로 구분해서 설명한다. 격발과 연상으로 전해진 메시지가 스스로 확장하고 확산하기 위해 필요한 메신저의 역할을 제시한다.
격발의 법칙은 바로 상대방의 머리와 가슴을 흔들 수 있는 출발점을 지칭한다. 출시 20여년만에 효자상품으로 등극한 ‘빼빼로’는 서울 시내 모 여학교에서 다이어트에 성공하자며 서로 주고받던 제품에 ‘우정’이라는 키워드를 대체시켜서 전국적인 붐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고 예를 든다. 이 책에서 굳이 나오지 않았지만 격발의 법칙은 또 다른 훌륭한 예가 있다. 2차세계대전 초기 독일의 맹렬한 기세에 밀려 영국본토마저 침공당할 위기 속에 전국민이 낙담해 있을 무렵, 전시내각 수상인 윈스턴 처칠은 명문 옥스퍼드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짧지만 강렬한 말을 남겼다.
‘Never give up! Never never never give up!!!'(절대 포기하지 마라 절대로 절대로 절대 포기하지 마라)
단순해 보이는 말로 보이지만 이 연설이 졸업생은 물론 영국 국민의 가슴속에 격발시킨 항쟁의 의지는 곧 2차대전 승전으로 연결되었다.
이처럼 메신저의 역할과 중요성은 쉽사리 치부할 수 없는 강렬함을 갖고 있다. 게다가 메시지를 통해 수용자로 하여금 생각과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는 연상효과까지 겹친다면 변화와 혁신은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일깨워 주고 있다. 유명한 링컨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과 전쟁영웅 부시 대통령에 맞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선거의 프레임을 자신 쪽으로 끌고 나간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선거전략등은 메신저가 던진 메시지를 가지고 수용자인 상대방이 전개해 나가는 연상을 염두에 둔 철저하고 고도로 계산된 커뮤니케이션임을 깨닫게 해준다.
이러한 연상법칙은 두 인권운동가의 운명도 결정지었다고 한다. 말콤 엑스의 좌중을 압도하며 상대를 굴복시켜야 승리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폭력성을 연상시킨 반면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메시지는 ‘흑인의 인권 향상으로 전세계인이 함께 잘 살 수 있다’라는 의미를 사람들에게 이해시킴으로서 통합과 평화를 궁극적으로 연상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킹 목사는 위대한 지도자로 각인됐지만 말콤 엑스는 강성 운동가로 이미지화하는데 그쳤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메시지의 중요성과 이를 적재적소의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를 결정하는 메신저가 가져다주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의 가치를 저자는 생생한 사례를 통해 실감하게 한다.
우리 모두는 늘 소통하고 있고 소통을 원한다. 소통이 사람을 변하게 하고 사회를 바꾸는 가장 중요한 수단임을 깨달았다면 이제 우리 스스로도 메신저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거창하게 사회를 향하는 것만이 아닌, 가족이나 직장, 모임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높이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