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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속는 사람의 심리코드
김영헌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어릴 적 부모님으로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던 얘기가 있다. “넌 커서 절대로 연대보증서지 말아라. 네 형, 누나들이 서 달라고 해도 딱 거절해야 해 알았지? 그리고 너도 형, 누나들한테 보증서 달라고 해선 안된다”
보증은 어린 내게 막연하지만 두려운 것이었고 심심찮게 들리는 것은 어머니께서 동네 아주머니들과 나누시는 수다 속에서 ‘누구 누구네가 곗돈 떼어서 집안 망하게 생겼네’였다. 또한 앞집 교장선생님댁은 교장선생님이 퇴직하시고 퇴직금으로 동업하시다가 동업자가 돈 들고 도망쳐서 홀랑 망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어릴적 들리던 얘기들은 커가면서 세상이 만만해 보이던 내게 어리석고 답답한 양반들의 웃지 못할 촌극으로 느껴졌었다.
하지만 형태만 달리할 뿐 이런 사기는 그 패턴을 고스란이 간직한 채 우리들 곁에서 늘 소중한 돈을 뺏고자 마수를 뻗치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부모님의 충고는 오간데 없이 나 또한 그런 사기를 정도 차이일 뿐 당하고 있었다. ‘난 왜 늘 속고만 살까’하는 탄식을 뒤로 하고....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사기를 분별하고 당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을까? <잘 속는 사람의 심리코드>는 이처럼 우리 일상에 도사리고 있는 온갖 사기들의 패턴을 분석하고 사례와 함께 어떻게 자신의 심리를 단속해야 마수에 걸리지 않고 재산을 지킬 수 있을지 설명해 주는 책이다.
저자는 20여년간 사기사건의 유형과 사기패턴을 분석, 분류하는 프로파일러로 재직하면서 시대가 변해도 사기를 치고 속는 심리코드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런데 단순했다. 이성보다 감성이 작용할 때 사람은 배움의 정도와 상관없이, 성격과도 별개로 이미 알고 있던 사기라고 해도 사기꾼의 마수에 걸려든다는 것이다.
감성을 지배하는 심리코드 세가지를 욕망, 신뢰, 불안으로 저자는 꼽는다. 곤궁에 처할 수록 대박 아이템이라는 유혹에 넘어가 없는 돈 끌어다가 투자해서 망하는 것이 욕망이라는 이름의 타락이라면, 생사를 넘나드는 순간에도 꿋꿋이 서로를 지켜주고 신뢰했던 친구한테 하루아침에 당하는 사기는 그만큼 뼈아프고 인생을 나락으로 몰아버린다.
저자는 속임수를 간파하기 위해 끊임없이 상대를 관찰하고 질문하며 때론 넘겨짚는 상황을 만들어서 상대가 오히려 속내를 드러내게 하라고 조언한다. 욕심 없는 내가 별안간 대박을 꿈꾸게 되고, 생판 모르는 사람인데 믿게끔 만든다면 의심해 보자. 그들이 내 소중한 돈을 가로채는가 하면, 불안한 마음을 자극해서 내 이성을 빼앗아 가고 감성을 조종하게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 닥칠 것이다. 그럴땐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을 되살려 마수에서 벗어나는데 큰 힘을 얻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