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사기극 - 자기계발서 권하는 사회의 허와 실
이원석 지음 / 북바이북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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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분야는 이제 출판가에 떡하니 한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다. 자기계발서들이 독자들에게 소구되면서 주요 분야로 인정받기 시작한지는 아마 IMF금융위기 이후 평생직장의 개념이 철저하게 파괴되면서 구조조정에 휘말린 샐러리맨들과 취업에 어려움을 겪게 된 청년층들이 사회에 필요한 인재로 선택받기 위해 개인 스펙을 쌓아 올리기 위한 노력에 즈음해서 더 가속도가 붙으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고 한다. 자신의 능력을 배양시키기 위해서 시간관리는 물론 어학실력과 실무능력도 향상시켜야 했으며 심지어 부동산 투자등 다양한 재테크를 위해 많은 책을 통해 공부를 게을리 하면 안되었다.

 

구조조정의 압박으로 순식간에 빈곤층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두려움은 수많은 샐러리맨들을 재테크에 몰두하게 만들었으며 취업시장의 한파로 사회진출 자체가 어려워진 청년층의 좌절은 자신의 잘못이므로 좀 더 노력하고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언젠가 성공은 자신 곁에 다가올 것이라고 믿게 된데는 자기계발서가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적자원, 1인기업, 다단계, 픽업아티스트, 힐링, 열정노동, 영어교육 열풍 등 여러 가지 최근 사회 현상들이 결과적으로 자기계발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된다. 하지만 점차 일각에서 자기계발서의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으며 지금은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마냥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본다고 해서 자신의 인생이 바뀔 수 있을까? 자신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며 더 노력하라고 말하기 전에 그들의 노력이 정당한 댓가를 얻을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열풍 이면에 불타올랐던 그와 그의 책에 대한 반발은 그만큼 공정한 경쟁과 그들의 노력과 실패도 보듬을 수 있는 시스템의 부재와 기득권층의 사다리 걷어치우기가 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더 아프라고 강요하는 것은 젊음의 희생을 댓가로 책장사에 나선 한 지식인의 몰염치로 보일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계발서의 효용은 무엇일까? <거대한 사기극 자기계발서 권하는 사회의 허와 실>은 자기계발서의 연원과 발전과정 그리고 국내에 들어온 자기계발서들의 모습들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냉철하게 분석함으로서 자기계발분야가 가진 실체와 한계, 부작용들을 지적하며 어떻게 하면 이를 그나마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 권하는 책이다. 저자 역시 자기계발서를 탐닉하던 열렬한 팬이었지만 사회적 보장시스템을 통해 공정경쟁과 실력을 통한 신분상승이 근본적으로 어려워진 시대에 자기계발서의 범람은 결국 국가와 제도의 역할을 개인에게 떠넘겨 버림으로서 각자도생의 무한경쟁이라는 정글로 내몰아 버리는 비정함을 자양분 삼아 폭발적으로 증식하는 독버섯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깨달음 속에 자기계발에 들인 시간과 돈이 아까웠음을 자신만이 아니라 모든 독자들이 깨닫기를 원하면서 이 책을 펴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자기계발서의 효용성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통해 진실을 밝혀 낼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러한 자기계발서의 범람에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횡행도 한 몫을 거들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하이에크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는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극도로 거부하고 가능한 축소함으로서 개인의 재산권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를 확장하고 시장질서를 토대로 하는 자원배분을 추구함으로서 모든 것이 상품화되고 모든 영역을 시장화 시켜 시장경제의 무한 자유경쟁을 단일 교리화 함으로서 비정한 경쟁속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직 믿을 것은 자기 자신뿐이며 이로 인해 자신을 성공시키기 위한 매뉴얼이 필요하였으며 이에 충실한 것이 바로 자기계발서였고 이를 이용하여 책장사에 성공한 것이 부자아빠로버트 기요사키(‘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와 국내에서는 꿈꾸는 다락방의 이지성 등이 있음을 깨닫게 한다.

 

하지만 저자는 자기계발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실행함으로서 마냥 자기계발서를 읽지 말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신비적 자기계발분야의 책들인 <시크릿>, <긍정의 힘>등은 읽을 필요조차 없는 시간낭비라고 하지만 윤리적 자기계발분야의 책 중에 메모, 정리, 청소, 휴식 등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을 담은 분야의 책들은 필요하다고 본다. 요즘 각광받고 있는 심리 분야의 자기계발서 중에서도 과거에 대한 상처를 치료하는 쪽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비전 강조는 시간낭비에 불과할 뿐임을 조언한다.

 

저자는 결과적으로 자기계발이 없는 사회를 지향한다.

자기계발을 하지 않더라도 취업할 수 있고 결혼할 수 있고, 생존할 수 있는 세상이 되면 문제는 사라진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사회적 안전망을 새로이 구축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말했듯이 이것은 홀로 이루어 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기에서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몫은 극히 미미하다.... 따라서 깨어 있는 시민의 연대가 필요하다”(본문중 219페이지)

 

, 일정수준의 위계와 경쟁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이것이 보편적인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균형의 문제다. 자기계발이 필수가 아니라 선택의 항목으로 자리잡아야 하는 것이 바른 방향이며 조금 더 성공하고 조금 더 성취하길 희망하는 이들을 위한 몫으로 제한적인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바람직하고 유익한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그게 결국 자기계발을 자기계발로 진정어린 대우를 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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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레이트 인 재즈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와다 마코토 그림 / 문학사상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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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로서 <상실의 시대>, <태엽감는 새>, <해변의 카프카> 등 주옥같은 명작들로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층을 갖고 있는 인기작가이지만 개인적으로 소설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내게는 소설가보다 재즈매니아로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더 기억해 내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재즈를 좋아하고 감상하는 음악에 대한 취미가 공통적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포트레이트 인 재즈>는 유명 재즈뮤지션들의 초상화를 그렸던 화가 와다 마코토와 무라카미 하루키가 교감을 갖고 초상화를 보면서 젊음과 장년의 모든 시기를 함께 했던 그들의 재즈 명작들을 감상하면서 글로 엮어 두권의 책으로 펴냈으며 국내에서도 <재즈에세이>, <재즈의 초상>으로 번역 출간되었던 책이다. 하지만 이후 한권으로 묶어 <포트레이트 인 재즈>로 재출간하게 된 책이다.

 

젊은 시절 홀연히 재즈에 매료되어 인생의 대부분을 재즈와 함께 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재즈뮤지션에 대한 평가와 작품에 대한 해석과 추천 앨범은 그동안 재즈음반의 감상으로 다져지고 풍부해진 감성이 그의 문학적 감수성과 결합하면서 나타나는 유려한 표현으로 재즈매니아인 독자들에게 한결 더 재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다리를 만들어 준다.

특히 음악평론가들의 비교적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글에 비해 재즈마스터들 개인에 대한 매력과 작품의 호불호에 대해 솔직하게 의견을 드러냄으로서 좀 더 사람냄새 나는 재즈거장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음으로서 그의 재즈에 대한 사랑의 정도를 짐작하게 만든다.

 

재즈는 분명 이지리스닝 계열의 음악은 아니다. 그렇기에 국내에서도 소수매니아층을 위주로 형성되어 있으며 뮤지션 입장에서도 여전히 재즈음악을 한다면 늘 배고프고 비주류로 살아가는 설움을 감당해 내야 하는 비정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이는 팬들도 마찬가지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국내가요와 스탠더드 팝은 함께 다루고 있지만 재즈만큼은 심야 시간에 한정되어 송출되고 있다.(그래도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고맙고 또 고마울 지경이다) 그렇기에 재즈에 대한 소개가 이뤄지는 모든 것들이 반갑기만 하다. 이 책 역시 그런 면에서 많은 독자들에게 재즈를 알게 해주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싶다. 지나친 욕심이더라도 말이다.

 

이 책은 마일스 데이비스, 덱스터 고든, 찰리 파커, 아트 블레이키 등 재즈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긴 55명의 뮤지션에 대한 저자의 평가와 그들의 대표 앨범에 대한 감상기를 초상화에 더해 주요 내용으로 구성하고 있다. 그들의 음악은 무라카미 하루키한테 늘 한결같은 느낌만으로 다가가지는 않는다. 젊었을 때 느꼈던 흥분이 어느 덧 인생의 굴곡을 지나 연륜이 묻은 후에 들었을 때는 달라진 감흥으로 평가가 달라지는 부분도 있고 너무 자신의 세계에만 안주한 나머지 더 발전해 나가지 못한 뮤지션에 대해서는 명작의 반열에 들었던 작품이더라도 아쉬움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재즈팬 무라카미 하루키의 개인적 소회지만 그 솔직함에 오히려 더 반갑고 또 더 인간적인 면모로 다가오는 재즈뮤지션들이 친근하게 만들어 준다.

 

요즘 출근길에 높아진 하늘과 쌀쌀한 날씨에 옷깃을 여미는 이들의 모습, 분주한 차량들의 오고 감 속에서 홀로 재즈라디오 어플을 켜놓고 강남대로를 걸어가곤 한다. 스탠더드 팝과 헤비메탈에 마음을 뺐겼던 20대 초반에 소리소문 없이 다가왔던 베이스의 둥둥 거리는 저음의 현악 소리가 떠오른다. 그를 계기로 조금씩 들으면서 찾아다녔던 재즈에 대한 모든 것들... 그 당시 94년 늦가을의 높은 하늘 역시 지금과 같았다. 늘 재즈가 우리 곁에서 오랜 기간 그 명맥을 유지하며 삶의 여백을 같이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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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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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틱 리버’, ‘살인자들의 섬(영화명 : 셔터아일랜드)’으로 평단과 영화계(영화화를 통한 흥행에도 보증수표로 인정받기 때문)에 극찬을 받으며 대중성 측면에서도 추종을 불허하는 데니스 루헤인의 최신작이다.(이 작품 역시 벤 에플렉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으로 영화화 중이며 내년 개봉예정이란다)

 

출간 즉시 전미 베스트셀러를 석권하고 2013년에는 애드거 앨런 포 상에서 선정한 최고의 소설로 꼽히는 영애를 누렸다. 이와 같이 화려한 이력을 차치하고서라도 처음 도입부부터 시작되는 흥미와 긴박함은 소설 전체를 통해 독자들의 몰입도를 늦추지 않게 만드는 캐릭터의 매력과 짜임새 있는 구성, 현란한 총격전과 액션 묘사가 있기 때문이다.

 

뇌물로 부를 이룬 아일랜드계 보스턴 부패경찰을 아버지로 둔 조 커글린, 이런 가풍(?) 탓인지 아버지와 자신의 실체를 경찰VS범죄자가 아닌 그저 뻔뻔한 범죄자부자로 생각하고 있다. 보스턴을 양분하는 두 조직중 하나인 팀히키의 비호아래 똘마니로 디온형제와 함께 소소한 범죄를 일삼던 그가 우연히 반대조직 보스인 앨버트 화이트의 여자와 욕정에 휘말리면서 결코 원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된다.

 

그녀와 도망치기 위해 은행강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빚어진 경찰관 살해와 앨버트 화이트로 인해 감방에 가면서 알게 된 마소 페스카토레, 그는 앨버트 화이트쯤은 언제든지 쓸어 버릴수 있는 강한 힘을 가진 이탈리아 마피아였다. 그의 오른팔이 되면서 출소 후 플로리다 지역의 밀주시장을 점령하고 지역 경찰, 상하의원 등 정치인과 언론인 등을 매수하면서 거물로 성장하는 과정과 그라시엘라와의 사랑 등이 때론 숨 가쁘면서 때론 플로리다의 뜨거움처럼 정열을 가져다 준다.

 

특히 마지막 부분이 압권이다. 마냥 행복할 것 같았던 그의 지위가 어느새 위협받으면서 펼쳐지는 긴박한 액션은 영화화되면 어떻게 묘사될지 눈 앞에 펼쳐지듯 선하면서도 감독인 벤에플렉이라면 어떤 신선함을 줄 지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전편 내내 중절모와 긴 바바리코트를 입고 삐딱하게 쿠바산 시가를 입에 문 채 여차하면 톰슨 기관단총으로 갈겨 버리는 냉혈한 들이 나오지만 주인공 조는 그와는 달리 독특한 캐릭터를 선보인다.

마소의 아들 디거처럼 마약에 찌들거나 술에 취해 여자들을 닥치는 대로 패버리지도 않으며 자신의 2인자인 디온이나 살처럼 조금이라도 눈에 거슬리면 머리통을 날려버리는 잔인함도 없는 조는 아일랜드계로 인해 백인 주류에도 속하지 못하고 밤의 세계에 주류인 이탈리아계도 아니다.(결국 이러한 출신의 한계로 인해 마지막에 결단을 내리지만) 감옥에서 읽었던 많은 책들로 인해 당시 일반인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지적 소양도 갖추고 있는 조가 갱스터이면서도 살인을 저지른 것은 딱 두 세번. 그라시엘라를 능욕하던 미군 수병을 갈겨 버리고 소설의 마지막에 두 번 정도다.

 

이 소설에는 세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앨버트 화이트의 여자이자 조의 연인이었던 에마 굴드와 조의 아내 그라시엘라, 그리고 템파의 경찰서장 딸이자 헐리우드 여배우를 꿈꾸던 화려한 미모의 소유자였으나 끔찍한 일을 당하고 창녀로 전락하고 만 로레타.

 

이 세명의 여자는 그의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들을 만들어 낸다. 에마로 인해 감방엘 가고 마소를 알게되면서 본격적인 밤의 세계로 접어들게 되었다면 플로리다 템파의 밤의 세계를 지배한 그가 그라시엘라의 만남으로 진정한 사랑을 통해 가정과 아이를 갖게 되며 로레타를 제거하는데 거부함으로서 자신의 지위를 박탈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여자들과의 조의 관계는 앞서 말한 데서 그치지 않는다. 동네 깡패에 불과했던 그가 설명할 수 없는 욕정에 휩싸이며 밤의 세계에 깊숙이 끌려들어 가는데는 에마라는 팜므 파탈이 있었기 때문이고 여느 조폭과 달리 잔인하지도 냉혹하지도 않으며 그라시엘라의 자선사업에 대해서도 지원하고 사업을 합법화시키려고 노력했던 장면들은 주인공으로서 그가 가진 매력을 배가시키는데 주요한 장치이며 적어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로레타의 죽음을 통해 그가 밤에 살지만낮의 세계가 가졌던 순수함 마저 타락시켜 버렸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법보다 부패와 폭력에 더 가까운 사회였던 금주법과 대공황기의 미국의 부끄러웠던 민낯을 조명하고 밤에 살지만 낮에 살아도 다를 게 없었던 당시의 모습을 드러낸다.

 

일장춘몽처럼 낮의 세계로 편입되어 아들 토마스와 함께 여생을 보내는 조의 짤막한 마지막 에필로그는 숨가쁘게 달려온 밤의 세계를 마무리 하기에는 여운이 남지만 하드보일드 장르소설로서 이만한 재미를 선사하는 책은 쉽사리 찾기 어렵다는 면에서 더 깊은 여운이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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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음악 - 역사학자 홉스봄이 바라본 재즈의 삶과 죽음
에릭 홉스봄 지음, 황덕호 옮김 / 포노(PHONO)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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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노도의 시기인 십대 시절부터 20대 초까지 헤비메탈과 하드락에 빠져 살던 내게 어느 순간 재즈가 스며들어 왔다. 케니지의 섹서폰 연주에 반했지만 정통 재즈와 스윙, 비밥 등에는 문외한이자 지루하기만 했던 리스너였는데 말이다. 93년 제대 후 어느 가을 누구의 연주인지 모르지만 콘트라베이스의 둥 둥 현을 뜯는 소리에 조금씩 관심을 기울이다 어느새 큰 공명이 되어 마음을 앗아가기 시작하면서 갖게된 재즈에 대한 호기심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기던 내게 분명히 한 자리를 차지하며 내게 어필하기 시작했고 재즈는 그렇게 적잖은 노력을 기울이게 만드는 음악이었다.

 

재즈를 즐기고 재즈 연주자들의 삶과 그들의 작품세계를 찾으면서 가졌던 재즈에 대한 호기심은 지금까지 식은 줄 모르는 열정을 느끼게 한다. 재즈에 대한 입문서부터 재즈 마스터들의 개인사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은 책들을 봐왔지만 <재즈,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음악>은 재즈 대가들의 개인적인 삶에 대한 평가는 물론이요 재즈가 가진 당시 사회역사적 의미와 자리매김에 대한 분석이 담겨져 있다는 데서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대한민국의 경제적, 문화적 풍요가 상당한 성과를 거뒀던 지난 90년대초에 느닷없이 재즈 열풍이 불었지만 독특한 음악장르를 향유한다는 과시욕에 끌려나온 비련의 주인공이 바로 재즈였기에, 그리고 그 열풍은 소위 불기도 전에 바로 사그러들었다고 느낄 정도로 재즈에 대한 이해부족과 허영에 기댄 오버스러움에 시작부터 정착에 실패할 것임을 예상케 했다. 재즈가 국내에 제대로 소개되고 적지만 단단한 팬층을 차근차근 쌓아 올리는데 어려움을 겪게한 선입견의 근원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 책을 번역한 평론가 황덕호는 민중의 삶의 희노애락이 켜켜이 쌓인 재즈가 오늘날까지 끈질기게 하나의 독자적인 예술 장르로 자리잡아 온 데는 음악적 가치를 인정하고 오랜기간 성원을 아끼지 않아 온 소수의 재즈 팬들의 열정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한다. 분명 재즈를 좋아하면 다소 특이하게 바라보며 대중문화에 대한 허세가 낀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곤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재즈에 익숙해지기까지 지루하고 답답하며 반복적인 리듬으로 여겨지는 편견을 이겨내면 어느 순간 신세계를 접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처럼 재즈의 세계에 푹빠진 팬들에 대한 헌사이지만 동시에 재즈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을 노정하는 암울한 침체기의 도래는 이 책을 쓴 홉스봄과 황덕호씨는 물론이요 재즈를 아끼고 사랑해 온 수많은 리스너들에게 변함없는 성원을 요구한다.

 

자본의 힘 앞에 예술의 자존심이 무너지고 움츠려드는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재즈를 지켜내고 재즈의 영원불멸을 기대할 수 있을까? 시드니 베셰, 듀크 엘링턴, 카운트 베이시, 빌리 홀리데이 같은 유명 뮤지션들의 삶과 재즈에 대한 열정을 들여다 보면서 재즈 황금기의 영화를 흠뻑 경험하지만 앞으로의 재즈가 우리 삶에 여전히 소중한 분야로 지속하기 위해서 팬들의 역할은 어떡해야 할지 막막해도 한번쯤 진지한 고민을 하도록 이 책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재즈의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역사학자 홉스봄의 책이라는 부제가 있지만 재즈의 죽음은 제발 없기를 바래본다. 영원불멸의 음악장르로 오래오래 우리와 후손들의 감성을 울려주는 재즈가 되어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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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10년 - 불황이라는 거대한 사막을 건너는 당신을 위한 생활경제 안내서
우석훈 지음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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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략적 후퇴란 표현이 있다. 얼핏 보면 전혀 이질적인 두 단어, ‘전략후퇴의 조합이 생소하지만 첨예한 경쟁과 대립의 상황에서 자신이 처한 환경이나 역량을 고려해 볼 때 쉽지 않은 여건이라고 판단하면 자신의 핵심역량을 온전히 보전하고 추후 반격내지는 우리의 힘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끈기있게 기다리자는 의미다. 손자병법에서도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싸우면 백전불태즉 이기지 못하더라도 결코 위험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불황 10>의 서평에 앞서 왜 이런 얘기를 꺼내냐면 바로 자신의 힘으로 도저히 상황을 바꿀 수 없는 외부효과를 이기려고 노력하기 보다 외부효과가 제거될 때까지 자신에게 유리한 시류를 기다리며 힘을 비축하자는 것이 이 책을 쓴 저자의 의도이기 때문이다. 즉 앞으로 닥칠, 적어도 10년은 족히 걸릴 극심한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본의 잃어버린 10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며, 대한민국을 이끌 중추세대이지만 구조조정과 심각한 빈부격차 등 사회 부조리로 인해 기본적인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는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 세대의 역량을 보호하여 불황이 물러간 이후의 경제사회 발전의 추동세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이 일본과 달리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바라볼 수 있는 희망이기 때문에 이를 인식하고 불황을 대비하여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꼼꼼하게 조언해 주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선 서로간의 협력과 공생을 위한 희생과 양보가 필요한 시기라고 일침을 놓는다.

 

저자는 <불황 10>에서 현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을 그동안 수많은 전문가와 언론, 방송에서 지적했던 일본의 잃어버린 10’(이젠 잃어버린 20이라고 불러야 할 듯 싶다)을 답습할 것이라는 예상을 일견 수용하지만 엄연한 차이가 있다고 진단한다. , 일본은 정부가 가난했을지 몰라도 개개인의 높은 저축률을 바탕으로 지난 혹독했던 경제적 궁핍을 이겨내고 있지만 우리는 정반대로 개개인의 가계부채가 천문학적 숫자를 기록할 정도로 높아서 취약해진 개개인의 재무상태로는 다가 올 본격적인 경제위기의 시기를 제대로 이겨낼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그런 걱정에서 저자는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특히 현 정부가 서민을 위한 정부이기 보다 특권층을 위한 맞춤형 정책 내지는 방향성을 상실한 채 우왕좌왕하는 구호성 정책만을 양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눈뜨고 코베이는 세상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불황이라는 사막을 건너기 위해서는 개인 재무구조의 건전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무분별한 소비문화에서 탈피해서 일본의 국민들 처럼 철저하게 저축 위주로 자산을 모으고 부채를 해소해서 적어도 1년치 생활이 가능한 현금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련해 놔야 한단다. 이러한 시기에 부동산 불패라는 진리는 땅에 내팽개 쳐버려야 한다. 아파트도 빌라도 우리가 나이들어 노년의 시대가 오면 처치 곤란의 허물어져가는 건물이 될 공산이 크다고 경고한다.

 

자신의 재무구조를 건전하게 체질변화를 이루기 위해 저자는 사교육비의 과감한 절약을 꼽고 창업을 할 경우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도 아낌없이 조언을 해준다.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서 불요불급한 곳(?)은 철저하게 지출을 생략하고 교육등에도 최소한의 지출만으로 투입대비 고효율을 거두기 위한 전략을 소개하는 책이다.

 

불황 10년을 맞아 10년간 치르게 될 게임의 기본은 자기 머리에 딱 하나 있는 모자를 빼앗기지 않는 것과 같다. 아마도 정부는 자신의 모자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데 인색하지 말라고 하거나, 그 모자를 벗어주면 나중에 더 큰 모자가 생길 것이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그러나 자기 집안에서 엄청난 천재가 등장하는 기막힌 우연이 겹으로 발생하기 전에는, 한번 모자를 빼앗기고 나면 다시 모자를 쓸 수 있는 기회가 10년 내에는 벌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그게 불황의 국면이다”(본문 중 260페이지)

 

냉혹한 현실을 똑바로 지켜봐야 할때다. 우리의 삶을 그 누구도 지켜주지 않으며 국가도 지켜주기는 커녕 기득권이 빼앗아 갈 때 있는 놈 편들어 주지만 않아도 고마운 세상이 되버렸다. 서럽더라도 다 우리 탓이요 남 탓 필요 없다. 주구장창 서민을 옥죄는 현 집권여당을 10년 가까이 뽑아준 이들이 기득권만 있을까? 주어진 현실 속에서 최대한 살아남으려고 노력해야 하며 이 책이 그러한 노력의 출발점에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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