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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사기극 - 자기계발서 권하는 사회의 허와 실
이원석 지음 / 북바이북 / 2013년 8월
평점 :
자기계발 분야는 이제 출판가에 떡하니 한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다. 자기계발서들이 독자들에게 소구되면서 주요 분야로 인정받기 시작한지는 아마 IMF금융위기 이후 평생직장의 개념이 철저하게 파괴되면서 구조조정에 휘말린 샐러리맨들과 취업에 어려움을 겪게 된 청년층들이 사회에 필요한 인재로 선택받기 위해 개인 스펙을 쌓아 올리기 위한 노력에 즈음해서 더 가속도가 붙으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고 한다. 자신의 능력을 배양시키기 위해서 시간관리는 물론 어학실력과 실무능력도 향상시켜야 했으며 심지어 부동산 투자등 다양한 재테크를 위해 많은 책을 통해 공부를 게을리 하면 안되었다.
구조조정의 압박으로 순식간에 빈곤층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두려움은 수많은 샐러리맨들을 재테크에 몰두하게 만들었으며 취업시장의 한파로 사회진출 자체가 어려워진 청년층의 좌절은 자신의 잘못이므로 좀 더 노력하고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언젠가 성공은 자신 곁에 다가올 것이라고 믿게 된데는 자기계발서가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적자원, 1인기업, 다단계, 픽업아티스트, 힐링, 열정노동, 영어교육 열풍 등 여러 가지 최근 사회 현상들이 결과적으로 ‘자기계발’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된다. 하지만 점차 일각에서 자기계발서의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으며 지금은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마냥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본다고 해서 자신의 인생이 바뀔 수 있을까? 자신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며 더 노력하라고 말하기 전에 그들의 노력이 정당한 댓가를 얻을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열풍 이면에 불타올랐던 그와 그의 책에 대한 반발은 그만큼 공정한 경쟁과 그들의 노력과 실패도 보듬을 수 있는 시스템의 부재와 기득권층의 ‘사다리 걷어치우기’가 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더 아프라고 강요하는 것은 젊음의 희생을 댓가로 책장사에 나선 한 지식인의 몰염치로 보일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계발서의 효용은 무엇일까? <거대한 사기극 – 자기계발서 권하는 사회의 허와 실>은 자기계발서의 연원과 발전과정 그리고 국내에 들어온 자기계발서들의 모습들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냉철하게 분석함으로서 자기계발분야가 가진 실체와 한계, 부작용들을 지적하며 어떻게 하면 이를 그나마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 권하는 책이다. 저자 역시 자기계발서를 탐닉하던 열렬한 팬이었지만 사회적 보장시스템을 통해 공정경쟁과 실력을 통한 신분상승이 근본적으로 어려워진 시대에 자기계발서의 범람은 결국 국가와 제도의 역할을 개인에게 떠넘겨 버림으로서 각자도생의 무한경쟁이라는 정글로 내몰아 버리는 비정함을 자양분 삼아 폭발적으로 증식하는 독버섯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깨달음 속에 자기계발에 들인 시간과 돈이 아까웠음을 자신만이 아니라 모든 독자들이 깨닫기를 원하면서 이 책을 펴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자기계발서의 효용성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통해 진실을 밝혀 낼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러한 자기계발서의 범람에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횡행도 한 몫을 거들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하이에크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는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극도로 거부하고 가능한 축소함으로서 개인의 재산권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를 확장하고 시장질서를 토대로 하는 자원배분을 추구함으로서 모든 것이 상품화되고 모든 영역을 시장화 시켜 시장경제의 무한 자유경쟁을 단일 교리화 함으로서 비정한 경쟁속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직 믿을 것은 자기 자신뿐이며 이로 인해 자신을 성공시키기 위한 매뉴얼이 필요하였으며 이에 충실한 것이 바로 자기계발서였고 이를 이용하여 책장사에 성공한 것이 ‘부자아빠’ 로버트 기요사키(‘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와 국내에서는 ‘꿈꾸는 다락방’의 이지성 등이 있음을 깨닫게 한다.
하지만 저자는 자기계발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실행함으로서 마냥 자기계발서를 읽지 말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신비적 자기계발분야의 책들인 <시크릿>, <긍정의 힘>등은 읽을 필요조차 없는 시간낭비라고 하지만 윤리적 자기계발분야의 책 중에 메모, 정리, 청소, 휴식 등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을 담은 분야의 책들은 필요하다고 본다. 요즘 각광받고 있는 심리 분야의 자기계발서 중에서도 과거에 대한 상처를 치료하는 쪽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비전 강조는 시간낭비에 불과할 뿐임을 조언한다.
저자는 결과적으로 자기계발이 없는 사회를 지향한다.
“자기계발을 하지 않더라도 취업할 수 있고 결혼할 수 있고, 생존할 수 있는 세상이 되면 문제는 사라진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사회적 안전망을 새로이 구축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말했듯이 이것은 홀로 이루어 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기에서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몫은 극히 미미하다.... 따라서 깨어 있는 시민의 연대가 필요하다”(본문중 219페이지)
즉, 일정수준의 위계와 경쟁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이것이 보편적인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균형의 문제다. 자기계발이 필수가 아니라 선택의 항목으로 자리잡아야 하는 것이 바른 방향이며 조금 더 성공하고 조금 더 성취하길 희망하는 이들을 위한 몫으로 제한적인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바람직하고 유익한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그게 결국 자기계발을 자기계발로 진정어린 대우를 하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