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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답게 산다는 것 - 중국교육TV <명가논단>의 명품 강연「고전 인생수업」
자오스린 지음, 허유영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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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최근의 인문학 열풍은 반가우면서도 아쉬운 면도 많다. 오랫동안 속칭 돈 안되는, 취업에 취약한 분야였던 철학 등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인간에 대한 사랑이 바탕이 되는 인문학이 뜻밖에도 애플의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혁명에서 비롯된 비즈니스적 반성에서 관심을 받고 각광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왜 IT산업에서 선두주자인 우리나라가 애플에 밀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원인분석에서 나온 직관적이고 인간의 감수성에 기반한 IT생태계 구현에서 차이는 결국 과학기술에만 집착하다보니 인문학적 소양의 컨버전스가 애플에 비해 부족했기 때문으로 귀결시켰기 때문이다.
이해가 가지 않는 성급한 진단이지만 어찌됐든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공감하는 요즘의 반응이 나쁘지만은 않다. 특히 오랫동안 동양철학과 저변확대에 힘써 온 강신주박사와 같은 이들의 노력이 빛을 보고 있어서 당분간 인문학 열풍이 향후 오랜 동안 출판가는 물론 우리들 정신세계의 얕은 한계를 메워주기를 바래본다. 이러한 측면을 감안할 때 공자, 맹자, 노자, 장자, 묵가 등 중국 고대사상사를 돌아보며 인간의 삶을 어떻게 영위해 나갈까에 대한 물음에 답해주는 <사람답게 산다는 것>의 출간은 여러모로 시기적절하지 않았나 싶다.
인간보다 물질이 우선하는 세상, 평온한 듯한 일상이지만 자칫 실수하면 나락으로 떨어지고 마는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무시되고 상대를 짓밟아야만 살 수 있다는 비참한 세태는 우리에게 이것이 정녕 사람답게 사는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을 던지며 그 해답을 찾기를 원한다. 희한한 사실일진 모르지만 무려 2500년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제자백가의 성찰에서 지금의 잘못된 삶을 예방하고 진정한 삶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자연을 지배함으로서 좀 더 윤택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 진 몰라도 인생의 희노애락과 삶의 방향성은 결코 다르지 않다는 점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설명해 준다.
제자백가 중 가장 유명하고 또 많은 이들의 연구대상이었던 유교의 공자, 맹자, 도교의 노자, 장자, 부처의 마음을 닮을 것을 주장한 선가, 온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 노력했던 묵가, 원칙과 법을 통해 새로운 세상의 질서를 바로 잡고 국가의 부국강병을 꾀했던 법가는 물론 살육을 위한 전쟁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이김으로서 진정한 평화를 이룩하는데 필요하도록 자신의 학문을 전수 했던 손자의 병가 등 익이 알고 있는 사상가는 물론 이름만 아는 정도에 그친 사상가들의 삶에 대한 시선은 우리에게 크나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서양에 비해서도 훨씬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했고 민주적인 사상을 가졌던 공자와 맹자의 유가, 근대사상가인 칸트에 이르러서야 인간은 목적이지 수단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2500년전 공자는 이미 노비는 신분이 천하고 난쟁이는 키가 작지만 어쨌든 그들도 모두 사람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지닌다고 설파했다. 지독한 반전평화주의자이며 백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적 이념을 노정했던 맹자, 그는 백성을 괴롭히고 그들의 바람을 실현하지 못하며 이롭게 하지 못하면서 심각한 잘못을 저지르는 군주가 있다면 과감히 교체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할 정도로 백성을 모든 근본의 우선으로 삼는 민주주의 정치철학의 태두였다고 한다.
어진 사람이 하는 일은 천하의 이익을 일으키고 천하의 해악을 없애는데 힘쓰는 것이라고 주장했던 묵가는 가난한 이들, 평민과 약자를 위해서 살아가고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진정으로 훌륭한 통치자는 자신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려 하지 않으며 이를 위해 백성의 기본적인 생존권을 박탈하지 않는다’며 사치와 향락에 빠진 통치세력들을 꾸짖었다.
이외에도 법가, 선가, 병가 등 사상가들의 철학은 인류의 삶과 역사 속에서 검증된 지혜임을 독자들로 하여금 깨닫게 한다.
꼭 한번 일독하기를 권한다. 아마 한번으로 그치지 않고 반복해서 읽어보고 싶은 강한 욕구를 느낄 것이다. 각 사상가들의 주장은 물론 현재에 비춰볼 때 신분제나 일인 군주체제 속에서 한계점도 노출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각 사상가들의 지혜가 서로 보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그들의 지혜를 빌어 이 세상을 보다 밝고 건강하게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혜의 보고가 바로 우리 곁에 있음에도 개인적 욕망과 이기심에 눈이 먼 이들이 외면한 채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걱정이 드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