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갈수록 더 그리운 제주 - 제주로 떠나는 서른한 가지 핑계
여행자들 지음 / 하이미디어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부제가 참 재미있는 책이다. ‘제주로 떠나는 서른 한가지 핑계’.... 너무나도 원했기에 염치 불구하고 또 가고픈 곳이 제주도이고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별나게 제주도를 사랑하는 이에 대한 주변의 시선과 평범한 기준(?)에 대해 귀여운 변명과 여유가 ‘핑계’에 담겨있지 않을까?
하지만 27명의 여행 작가들에게는 말 그대로 가면 갈수록 더 그리운 곳이 제주도이다.
<갈수록 더 그리운 제주>는 27명의 여행작가들이 제주도내의 명소와 관광지, 삶의 터전 등을 돌아보며 왜 제주도를 좋아하게 되었고 계속 빠져들 수밖에 없었는지를 페이지를 넘길수록 독자들에게 자연스레 스며들게 하는 책이다.
이쯤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왜 제주도를 좋아할까? 하와이나 몰디브, 괌 등 이국적인 풍광과 처음 보는 매력있고 여행자들을 열광에 빠트리게 할 많은 관광지가 널렸을텐데 이에 비해 밋밋하고 담백한 느낌마저 주는 제주도가 우리에게 호소하는 강점은 무엇일까?
누구하나 속시원히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가봤던 곳이고 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 들었기에 오히려 기대보다 실망도 더 컸을지도 모를 곳이 제주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제주도는 사랑받는다. 그리고 그 사랑받는 이유를 27명의 여행작가들은 유명한 한라산, 우도, 유채꽃, 중문관광단지는 물론 다소 생소한 제주구혼여행, 반디농장, 하늘아래수목원등을 방문하면서 나그네의 감성을 활자로 훌륭하게 치환하여 독자들에게 듬뿍 전하면서 공감을 이끌어 낸다.
이들은 이미 제주에 중독되었다. 그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제주사랑은 더 이상 개인의 영역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면서 이미 가봤던 제주지만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제주의 진면목을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여행자들의 글, 문장, 단어 하나하나를 보듬고 또 찬찬히 살펴볼 때마다 마치 내 자신이 제주도 여행을 앞두거나 막 제주도에 도착 했을때 이국적으로 다가오는 풍경의 설레임이 묻어나 있는 듯 하다.
여행이 좋아 제주도를 찾은 이도 있지만 역사에 흠뻑 빠져 역사속 인물을 찾아 제주도에 스며든 여행자도 있다. 추사 김정희선생의 유배지이기도 한 제주도는 역사에 상처받은 그를 깊은 치유의 시간으로 안내하였고 치열한 삶의 경쟁에서 지치고 상처받은 현대인들에게도 치유는 필요하기에 제주도로 ‘자발적 유배’를 떠나는 것이라고 제주도에 대한 무한사랑의 원인을 진단해 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작은 여유를 바라고 찾아가면 더 큰 여유를 되돌려주는 넉넉함이 바로 제주도가 가진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제주도의 일상에서는 인생의 교훈도 얻는다 “제주의 돌담들이 그곳의 거친 바람을 정면으로 맞을 수 있는 것도 이 ‘엉성함’덕분이다. 돌과 돌 사이 구멍이 바람의 통로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꼼꼼하게 쌓아 올렸다고 자부했던 우리의 삶에 균열이 찾아 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제주 돌담길을 걸으며 깨닫는다”(본문중 81-82페이지, 그리움이 쌓여 돌이 되다 ‘금능석물원’)
제주도의 해변은 여느 뭍의 해변과 다르다. “하고수동의 하얀 모래, 검멀래의 검은 모래, 돌칸이의 자갈, 서빈백사의 홍조단괴까지 우도의 팔색조 해변은 여느 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빈백사장은 하얀 홍조단괴가 해안으로 밀려와 쌓인 것이다. 국내 유일한 백사장으로, 천연기념물 제438호로 지정될 만큼 희소송이 있다. 내리쬐는 햇볕에 반사되는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색이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본문중 66페이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섬 ‘우도’)
제주에 대한 사랑은 비단 명승지나 풍광 좋은 관광지에 그치지 않는다. 제주에 터를 잡고 오래 살아온 그네들의 삶의 체취가 흠뻑 담긴 생활상도 아름다운 여행의 목적이 되곤한다. 그러기에 제주 전통시장을 찾아가는 발걸음은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선물상자를 열어보는 어린아이의 순진함 그대로다. 또한 제주의 아픔도 함께 한다. 4. 3사태때 불의에 학살당한 양민들의 아픈 곳 다랑쉬오름의 방문이 그것이기도 하다.
텍스트와 사진으로 접하는 제주의 풍광과 삶의 모습이지만 한글자 한글자 꾹꾹 눌러 쓰듯, 하나도 허투루 읽고 싶지 않은 욕심이 드는 것은 아름다운 섬 제주를 여행하는 그들만의 시간적 자유에 대한 부러움도 있지만 답답한 콘크리트 빌딩 속에서 책상에 앉아 씨름하고 있는 고달픈 이 넥타이맨에게는 어릴적 몰래 혼자 먹고 싶어 다락방에 쟁여놓았던 약과 같은 소중한 재산이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일상의 바쁨을 이유로 훌쩍 떠나지 못하는 우리에게 언젠가 가보고 싶은 곳 1순위라는 선망을 통해 어머니의 품과 같은 편안함을 기대하는 곳이 존재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선하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사진과 텍스트만으로도 충분히 제주관광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하면 믿을 수가 있을까? 직접 경험한 바로는 아쉽더라도 이 책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늘 제주는 이렇게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온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 바로 <갈수록 더 그리운 제주>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