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더가 사라진 세계 - G제로 세계에서의 승자와 패자
이언 브레머 지음, 박세연 옮김 / 다산북스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최근 국제문제의 화두는 우크라이나사태이다. 러시아계와 우크라이나계 주민간의 경제적 격차와 갈등으로 촉발된 내분은 우크라이나내 크림반도의 크림자치공화국이 러시아와의 합병을 결정하면서 러시아의 확장전략에 대한 미국, 유럽의 반대기조와 저지 노력이 과연 푸틴의 ‘강한 러시아’를 분쇄할 수 있느냐이다. 이런 표면적인 부분에서 한 걸음 더 나가 왜 이런 국지적 분쟁에서 미국의 역할이 과거와 같지 않느냐는 점이다. 불과 십여년전만해도 9.11사태로 인한 자본주의의 상징 ‘국제무역센터’의 붕괴가 미국인의 분노를 불러 일으키며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이라크를 공격하는 등 상당히 공세적이고 세계의 ‘보안관’으로서(전세계가 동일한 견해로 인정하진 않지만) 역할을 아끼지 않았던 미국인데 말이다. 하지만 미국의 패권은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는 미국은 경제위기 탈출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 되었고 국민들 역시 자신의 삶의 질 저하와 파산에서 탈피하기 위한 내정에 현 정부가 더 신경을 써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세계 유일의 수퍼파워였던 미국이 점차 그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면서 갖게 되는 ‘힘의 공백’. 우리는 이제 이러한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바야흐로 G제로의 시대인 것이다.
<리더가 사라진 세계>는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현안이 될 수밖에 없는 각종 문제들, 국지적이지만 인접국가간 분쟁, 석유등 에너지 수급 갈등, 식량문제,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오염, 사이버 테러로 인한 손실 등을 해결하기 위해 각국간 컨센서스가 필요하지만 점차 이러한 협력이 어려워져 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야기되는 현상들을 예상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조언해 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미국의 역할을 대신할 다양한 시나리오도 점검한다. 하지만 모두 다 각국간 이해관계로 인해 만족할 만한 효과를 거두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일본을 제치고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G2의 위치까지 올라갔다고 평가받는 중국은 실제로는 1인당 국민소득이 7천달러 수준으로 개발도상국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경제체제는 국가자본주의다. 이는 국가가 주도하여 경제개발을 통제하는 정책을 시행함으로서 엄밀하게 우리나라를 비롯, 미국, 유럽등 시장자본주의와 차이를 드러내기 때문에 서구자본주의 위주의 국제 관계를 풀어나가기에는 역량이 부족할 것이다. 게다가 늘 연간 8%이상의 성장을 유지해야만 이면에 곪은 경제문제들을 봉합할 수밖에 없는 중국으로서는 리더로서의 자리를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다.
유럽 또한 PIGS(유럽 남부의 포루투칼, 그리스, 스페인 및 아일랜드 등을 지칭)국가들의 경제위기로 촉발된 유로권역의 경제침체로 독일만이 유일하게 리더로서의 자리를 부여받을 수 있을지 모르나 정치적, 역사적 한계로 인해 어렵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때 결성되어 문제해결을 위한 퍼포먼스로 신뢰감을 주었던 G20도 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한다.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 신흥국들이 선진국들과 함께 포함된 이 국가간 협의체도 큰 틀에서 외교적 수사에 그칠 뿐 좀 더 미시적인 현안으로 들어가면 각자의 이해관계로 인해 동일한 목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이란다. 코펜하겐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합의도출 실패 등이 바로 그러한 이해관계 차이에 따른 한계의 예시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까? 저자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으므로 결코 모범답안을 찾아 낼 수는 없다고 한다. G2인 미국과 중국이 협력체제를 공고히 하면 되지 않겠냐마는 이 방안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며 G20의 역할도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한다. 결국 저자의 주장은 최대한 다양한 국가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중심축 국가’로 표현되는 이러한 협력적 상호이익을 바탕으로 한 관계설정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지적은 수년전 국제관계에서 한국의 역할을 ‘동북아 균형자’로 노정했던 고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탄핵등의 내홍을 겪으면서 이러한 외교적 역할에 집중할 수 없었던 고 노무현 대통령의 구상이 실현되지 못한 것이 여러모로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저자는 미국 등 수퍼파워가 사라져가는 시기에 어느 한 국가 또는 권역의 국가들에 의존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이해관계에서 반대되는 국가들과 갈등관계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러한 지적에는 개별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라고 한다. 달라진 경쟁환경에 적응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경쟁지양적이면서 협력지향적인 국가와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관건인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각자도생보다는 상생이 왜 더 강력한 생존수단인지를 세계 정세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정신만 바짝 차리면 호랑이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지 않는가? 중요한 변환기임에는 분명한 지금, 대한민국호의 앞날이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