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사가 말해주지 않는 28가지 - 편집된 사실 뒤에 숨겨진 불편하고 낯선 경제
윤석천 지음 / 왕의서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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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은 경제지를 눈여겨 보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해 고급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 신속성 측면에서 그동안 각광받던 신문의 위상은 종합일간지이건 경제지이건 형편없이 떨어졌다. 따라서 신문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인터넷 이전의 시대에도 경제지는 제한된 독자들이 기대었고 전문성 높은 용어의 잦은 등장으로 경제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일반 국민들은 높은 교육수준을 가졌더라도 이해도가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시대가 바뀌어 경제가 다변화되고 경제 각 부문의 역할과 활동에 관심도가 높아졌고 경제관련 언론매체도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개인투자의 개념이 넓어지면서 많은 독자들이 인터넷이든 종이신문으로든 경제지를 펼치지만 막상 경제기사의 행간에 담긴 진실과 보도주체의 의도적인 마사지(?)를 이해하는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경제학을 전공했지만(솔직히 날림에 가깝다) 많은 용어와 개념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오락가락한 나 또한 경제기사를 이해하면서도 그 이면에 담긴 의도를 찾아내기 쉽지 않기에 지금 소개하는 <경제기사가 말해 주지 않는 28가지>의 발간은 반갑기만 하다.

 

<경제기사가 말해 주지 않는 28가지>은 말그대로 경제기사에 드러나지 않는 경제 이면의 모습을 차분하면서도 집요하고 냉철하게 파고들면서 독자들 스스로가 제대로 된 경제현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차창을 닦아주는 와이퍼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

특히 인터넷으로 인해 정보의 원천에 대한 접근이 보다 용이해 졌다고 하더라도 시간여유가 없는 현대인들이 언론매체가 전달하는 기사를 액면 그대로 믿는 점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이 책에서 저자가 지적하는 일반적인 경제기사 보도 패턴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소개하는 관점은 유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상업성을 띤 언론매체가 가진 약점으로 인해 제도적으로 금지한다 해도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 현상들, 이를테면 경제매체의 주요 광고수입원인 건설업의 회복을 위해 아파트 시세가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봄이 찾아왔다느니 바닥에 근접했으므로 곧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전문가들까지 동원해서 떠벌리는 부동산 불패신화와 건설경기 회복의 기사를 끊임없이 생산해 내거나 환율상승으로 수출기업이 불황에 빠지면 국내 경제가 큰 타격일 입는다는 천편일률적인 주장, 삼성이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프로파간다 까지....

정확히 사유화가 맞는 사회간접자본(인프라)의 민영화는 결국 생산비용의 상승을 가져오고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민간자본의 탐욕으로 인해 철저하게 실패할 것이라는 늬앙스의 설명은 경쟁체제의 구호에 담긴 음험함과 이를 묵인하는 언론의 담합에 가까운 정보왜곡에 등골이 서늘함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경제분야라는 특수성이 난해한 용어나 경제이론과 더불어 각색되는 경제신문을 현상 그대로 전달해 달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 결국은 경제기사를 끊임없이 소비하는 대중의 경제지식의 향상이 담보되어야 균형잡힌 시각으로 앞으로의 닥쳐올 미래의 경제환경의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개인차원의 대응 노력이라도 사전에 실행될 것이다. 물론 시스템의 위기가 닥치는데 개인의 저항이야 티도 안나겠지만 말이다.

 

물론 모든 보도가 왜곡되고 편향된 것은 아닐 것이다. 고학력 화이트컬러인 기자들이 뻔히 보이는 수를 드러낼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런 시도가 다분하거나 작업(?)이 들어간 기사란 것을 짚어내는 능력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머리아픈 요즘 굳이 이런 고민까지 해야 하냐고? 당연하다.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에 살고 있고 냉엄한 승자독식을 강요받는 정글 속에서 경쟁하고 있다.

 

모르면 당하는 것이다. 권리 위에 잠자는 이들에게 자비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우린 명심해야 한다. <경제기사가 말해 주지 않는 28가지>같은 책들이 지속적으로 독자들의 닫힌 마음을 열고 좁은 시야를 넓혀 주는데 많은 역할을 함으로서 국민들의 경제관이 균형감각과 혁신적으로 건강해 질 때 언론의 역할 또한 건전해 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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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 ; 도시들 경쟁하다 - 수직에서 수평으로, 랜드마크의 탄생과 진화
송하엽 지음 / 효형출판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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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미국 프로야구(MLB)의 개막전은 오늘 호주에서 개최되었다. 류현진 투수가 속한 LA다저스와 애리조나 디백스간 개막전은 지난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팀과 2위팀간의 리턴매치라는 관심과 내일 류현진의 출격이 관심을 받았지만 정작 인상깊은 또하나의 장면은 익히 알려진 호주의 유명도시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의 야경이었다. 아름다운 디자인과 조명을 받은 오페라 하우스의 야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으며 랜드마크로서 그 입지를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되었다.

 

어느 샌가 자주 사용하게 된 단어인 랜드마크는 멀리서도 보이는 땅 위에 세워진 대상(이정표)이라는 뜻이란다. <랜드마크 ; 도시들 경쟁하다>는 이처럼 국가와 지역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발돋움하고 도시의 상징물로서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과정을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는 랜드마크가 과거에는 높이가 주는 위압감과 엄청난 스케일로 보는 이들에게 종교적 복종에 가까운 경외감을 불러 일으켰다면 현재는 점차 높이와 스케일의 틈바구니 속에서 여백의 공간을 선택하면서 시민을 위한 존재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음을 다양한 랜드마크를 소개하면서 이해를 시킨다.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에펠탑이 실제로는 당시에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환영 받지 못한 구조물이었으나 1차 세계대전에서 적국인 독일의 송수신시스템을 방해하여 승리를 가져 오면서 환영받기 시작하다가 엄청난 관광흑자를 거둬 들이면서 이제는 파리의 개선문과 함께 가장 인상깊은 랜드마크가 되었으며 영화 혹성탈출에서 미지의 혹성에 불시착한 것으로 알고 있던 주인공이 원숭이들이 세운 나라에서 온갖 고초 끝에 탈출하게 되어 안도하였으나 해변가에 나뒹굴어진 자유의 여신상 얼굴과 횃불을 보며 좌절하는 모습은 자유의 여신상이 가지는 랜드마크로서의 절대성이 영화관객들에게 동일한 강도만큼의 충격을 전달하는 기제로서 훌륭한 역할을 하였다. 특히 굶주림과 농노제도 하에서 희망이 없었던 유럽의 하층민들이 과감히 선택한 미국으로의 이주에서 처음 도달한 미지에 세계에서 그들을 환영하는 웅장한 자유의 여신상이 주는 경외감은 기회의 나라 아메리카 드림이 손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으리라.

 

또한 이목을 끄는 건물을 건설하여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고 새로운 명물을 만드는 전략의 시초 격인 스페인의 구겐하임 미술관(이를 두고 빌바오 효과라 한다)은 전 세계 구겐하임 재단의 미술관 등을 관통하는 독특한 외관과 예술적 이미지로 이들을 품은 도시의 품격을 가치있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랜드마크의 전형은 비단 미국과 유럽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제는 미국과 더불어 당당히 G2의 반열에 오른 중국의 경제성장의 상징은 상하이의 야경을 휘어잡는 동서양의 건축문화의 결합이다. 여기에는 자본주의 체제의 도입으로 인한 급격한 서구화와는 반대의 이야기가 있다 한다. 청제국 말 아편전쟁 등의 패배로 서구열강의 침략에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었던 당시 중국은 새로운 건축 역시 서구의 건축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과거의 건축양식속에 새로운 건축물은 중국의 정신과 문화유산을 투영시킨 건축물을 짓고 있다 한다. 1925년에 지어 졌으나 이제는 새로운 상업 및 생활적 요구를 만족시키는 대표 건물로 자리잡은 신톈지와 두 개의 붉은 진주 구슬이 눈길을 사로잡는 건물이 인상적인 동방명주와 진마오 타워 등은 현대에 세워진 중국의 정신문화를 상징한다고 한다.

 

하지만 랜드마크가 이처럼 도시와 국가의 영화를 기약하지만은 않았다. 미국 뉴욕의 세계국제무역센터(월드트레이드센터)는 자본주의의 심장이라는 상징성과 팍스아메리카나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였으나 바로 그런 상징성 때문에 테러의 희생물이 되었고 이제는 새로운 월드트레이드센터의 건축을 기약하고 있다 한다.

 

건축물에 대한 해박한 이해와 건축사를 맛갈나게 구성해 내는 저자의 도시와 랜드마크 소개는 시각적 즐거움은 물론 랜드마크와 도시가 갖는 역사성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는 소중한 시간을 안겨준다. 특히 얼마전 개장한 동대문디자인공원(DDP)가 가지는 주변 건축물과의 부조화나 기존의 랜드마크와는 전혀 다른, 그래서 심지어는 불시착하나 UFO라는 혹평까지 받는 이 건축물이 랜드마크로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불확정적인 미래를 야기하는 새로운 기대를 품는 역할로서 순기능을 서울시와 각계각층의 노력을 주문하기도 한다.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가 화려하게 탈바꿈한 에펠탑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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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 大道 - 더 크게 얻는 법
치샨훙.리옌민 지음, 하진이 옮김 / 쌤앤파커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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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진리라고 받아들이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큰 충격을 겪고 난 후 과연 그것이 일말의 단점도 없는 세대를 넘어 수용될 만한 진리일지 제기되기 시작하는 의구심은 어느새 다수의 물음으로 위용을 갖게 마련이다.

 

그런 예가 무엇이 있을까? 자본주의체제하에서 성과위주의 경쟁사회가 바로 그런 범주에 속할 것이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통해 동기를 부여하고 조직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경영기법은 서구 자본주의의 발전에 가장 기초적인 밑바탕이었으며 단점 없는 선순환만을 기약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이 부품화되고 파편화된 성과우선주의 조직에서의 지나친 경쟁은 득보다 적지않은 실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부작용은 새로운 선진경영기법을 받아들인 아시아는 물론 본고장 미국과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보완을 해야 할까? 중국, 일본 등 일련의 아시아 경영전문가들은 동양철학 등 사상적인 분야에서 해법을 찾아낸다. 인간을 탐구하는 인문학이 기업경영에 있어서 중요한 핵심이론에 하나로 자리잡는 최근의 추세도 이러한 움직임에 기반하고 있다.

 

<대도>는 제목 그대로 동양철학을 통해 서구식 경영원리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조직 구성원, 나아가 사회구성원을 마음으로서 화합하고 이끌 수 있는 방법을 도에서 찾는 책이다. 그 도를 행함으로서 결국 수익보다 더 큰 이익을 얻게됨을 알려주는 책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법), (사람을 이끄는 법), (사람을 쓰는 법), (사람을 지켜내는 법), (사람을 품는 법) 등 다섯가지 덕목은 당근’(인센티브)채찍’(성과관리,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개선 노력은 한계를 노정하고 있으며 그 근원에는 인간이 있기 때문임을 독자들이 깨닫게 해준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라 뜨거운 가슴(마음)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는 도교의 무위사상에 대해 강조한다. ‘무위라는 두 글자를 보면 웃음부터 터뜨릴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는 소리와 다름없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도교의 무위사상은 안절부절 이것저것 도모하기 보다는 일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도록 지켜볼 줄 아는 지혜를 말한다고 지적한다.

, 자신의 의지나 욕망이 시키는 대로 규율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고 큰 공로를 세웠다고 자만심에 빠지지 않으며 규율의 힘을 빌려 하지 않는 일이 없이 모든 일을 하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 리더의 본분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에 나오는 큰 성취를 얻는 대도 10계명은 당연한 처세의 방식이겠지만 늘 잊지말아야할 좋은 충고이며 여불위 제갈량, 장자의 사람보는 방법은 리더로서 자신이 쌓아 온 경험에 더해 올바른 부하직원의 옥석고르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고 쓰고 감동시키는 진리를 얻는데는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함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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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vs 권력 - 중국 역사를 통해 본 돈과 권력의 관계
스털링 시그레이브 지음, 원경주 옮김 / 바룸출판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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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에 앞서 두가지 의문점에 대해 제기해 보자. 첫째, 우리나라 국민들은 왜 정치와 경제를 별개로 생각할까? 먹고살게 해주면 그깟 부정부패나 비리, 뇌물쯤은 크게 문제 될게 없다는 듯한 정치성향과 정치권의 행태는 민주화 이후 여전한 미스테리이다. 둘째, 동남아와 저 멀리 미국, 유럽까지 세를 형성해서 경제적 영향력을 끼치는 화교(華僑)가 우리나라에서는 왜 영향력은커녕 그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려울까?

 

직접접인 해답은 아니지만 <VS권력>라는 책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VS권력>은 중국 역사 5000년동안 이어진 권력과 경제와의 물과 기름같은 갈등의 역사를, 때론 뗄레야 뗄 수 없는 유착관계의 뒷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내는 책이다.

 

베이징을 중심으로 화북지역이 정치의 중심지였다면 상대적으로 농업 산출물이 풍부하고 바다로의 접근, 즉 해외무역이 용이한 양자강 이남지역은 경제의 중심지였다. 이 과정에서 잉여 생산물을 주변 지역인 베트남, 태국 등과 무역하던 현 복건성, 광주성, 절강성 지역 중국인들이 점차 동남아로 그 세를 뻗쳐 나가게 된 계기는 재물을 얻기 위해 권력을 추구했고 거머진 권력으로 재물을 수탈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던 중앙정부 관료들의 압박이 주요 원인이었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그러한 과정은 최초의 통일 정부 진시황의 진나라는 물론, 정화의 해양원정이 있었던 명나라와 만주족이 지배했던 청나라에서도 반복되었다. 심지어는 남송의 경우 국가가 직접 해양무역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위에 남송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기존의 조공무역, 즉 국가가 직접 해양무역을 관장하기 위한 억제정책을 지속했었고 그 저변에는 탐욕스러운 관료들의 재물욕이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정치적 영향력과 위세를 지속하기 위해서.

 

그렇다면 위의 첫 번째 물음은 해결된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정말 답답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잘살기 위해, 경제를 살려 주기를 원한다면 정치를 담당하는 정치인과 관료조직의 부정과 비리를 눈감아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점을.

 

<VS권력>은 한마디로 화교의 역사를 다룬다. 정치적 탄압을 피해 또는 자신의 부를 키우기 위해 해양무역에 투신한 이들은 서양과의 무역루트인 실크로드, 인도를 경유하는 또 하나의 비단길은 물론 바다를 통한 무역에 열중하게 된다. 특히 바다를 통한 해상무역의 중간에 위치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은 점차 화교들의 진출이 이뤄지고 경제권역으로 성장하면서 화교들의 조직도 신디케이트화 했다. 이를 통해 막대한 부를 점유한 화교들은 자신의 이익에 충실히 봉사할 현지인들을 매수하여 정치권력에 앉히거나 스스로 토착화되어 정권을 거머쥐면서 막강한 화교네트워크를 구성하게 된다. 그 지난한 과정을 담담히 그려내는 이 책은 제도권 세계사에서 잘해야 한 페이지 정도에 국한되는 아시아 경제사의 현장을 재현해 낸다.

 

돈은 만가지 결함을 덮어준다는 점을 잘 아는 중국인들의 재물욕은 활발한 동서무역을 일으켰고 결국 지금의 동남아에서 화교를 제외하고는 절대로 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쯤에서 두 번째 의문도 해결될 것이다. 지정학적 위치상 극동에 자리잡은 우리나라는 동서무역의 루트에서 벗어나 있으므로 자연스레 화교 세력의 진출이 뜸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행이라면 다행이 아닐까? 화교조직은 거대화 되면서 삼합회처럼 마약밀매, 이권개입, 인신매매 등 극단적인 행태도 서슴치 않는 깡패조직으로도 발전되었으니 말이다.

 

타락한 정치권이 만들어낸 법제도에 희생양이 된 상인들이 진출한 해양무역의 역사, 화교의 역사는 바로 음모, 배반, 배신, 탄압, 저항, 부정부패, 비리 등이 뒤섞인 이면이 자리잡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지금의 중국으로서는 전혀 의도치 않았던 조상들의 행태를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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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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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 뿐인 인생, 어떻게든 잘 살아보고 의미있게 지내다 떠나고픈 마음을 가진게 대부분 사람들의 소망일 것이다. 하지만 메뉴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한테 평가받는다고 해서 꼭 잘 살았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인생이다. 한마디로 정답이 없는게 인생인 것이다.

 

어떻게 살아갈까? 어떻게 살면 스스로 흡족한 삶이었다고 인정할 수 있을까? 각박한 세상,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지친 우리는 삶에 대한 희망이나 의지보다는 그저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함몰된 채 살아가는게 더 적절할 것이다. 폴 발레리가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한다는 명언은 그래서 현재의 우리에게 더 큰 반성의 시간을 준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이냐는 물음은 빈부귀천 남녀노소를 따지지 않는다. 우리가 보기에 성공한 인생이거나 유명인의 경우도 동일한 고민에 홍역을 치루긴 마찬가지. 50대에 접어든 유시민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학생운동으로 젊은 시절을 보낸 저자가 방송인과 정치인의 이력을 가진채 이젠 글쓰기에 전념하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면서 진정 잘 살아왔는지에 대한 성찰과 앞으로의 삶은 또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담담하게 고백하는 책이다.

 

저자인 유시민씨에 대한 내 개인적인 느낌의 스펙트럼은 상당히 큰 편이다. 학생운동 시절 구속되면서 재판부에 제출한 항소이유서는 지금도 전혀 빛바랜 느낌은 커녕 기백과 민주화에 대한 젊음의 열망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가 쓴, 대학시절 흥미롭게 읽었던 <거꾸로 읽는 세계사>시리즈는 세계사에 관심이 많았던 내게 좋은 벗이 되어줬었고 공중파 방송 토론 프로그램에서의 열띤 토론의 호흡을 유지하면서도 적절한 순간에 맥을 끊고 이어주는 순발력과 날카로운 문제제기는 그가 그만둔 후 진행자들의 함량미달에서 더욱 진가를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실망스러웠던 부분들도 많았다. 노무현 정부시절 패기넘치다 못해 다소 과격해 보이기까지 했었던 그의 정면돌파식 언행도 있지만 가장 답답했던 것은 통진당 부정선거 시비에서 경기동부 등 주사파 세력들에 휩싸인 채 무기력해 하는 모습에서는 도대체 그가 왜 저따위 인간들 틈에 들어가서 커리어에 흠집을 남기는지 화가 날 정도였다.

 

그런 그가 글쓰기에 전념하는 요즘의 모습을 보면서 마치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 책에서도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격동의 민주화 시기를 관통했던 삶에서 후회는 물론 반성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결코 삶을 이렇게 살아가라고 모범답안을 제시하는 꼰대식 책이 아니다. 저자 또한 책머리에서 삶의 기쁨, 존재의 의미, 인생의 품격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우리들에게 삶과 죽음을 고민하며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는 키워드를 던져준다. 여기에 더해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자신이 찾은 삶의 의미를 독자들과 함께 곱씹어 보고 독자들 각자에 맞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하는 고민과 진정한 삶을 찾아가는데 도와주고 공감하는, 유시민과 독자 2명이 찾아가는 웰메이드 버디무비 같은 책이다.

 

특히 책 마지막 부분에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은 다시 한번 꼼꼼히 읽으면서 늘 가슴속에 간직해야 할 부분이다. 자신의 신념이 잘못되거나 잘못되지 않았더라도 실현하는 방법에서 잘못된 선택으로 평생 굴레에 갇히는 비운을 지적한다. 종교적 신념에만 치우친 나머지 국가 전체를 공포로 몰아 넣어버린 칼뱅이나. 자신의 계파적 이익에만 몰두한 체 정치적 승리를 위해 온갖 부정도 서슴치 않는 통진당 사태의 경우에서 그런 부작용이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저자는 주목한다.

 

세상을 어떻게 떠날지 방법에 대한 고민과 고백은 사뭇 인간 유시민의 소박하지만 사려깊은 결정을 엿볼 수 있다. 친구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를 들으며 임종한 철학가 니체처럼 자신도 죽음을 맞이하면 조문을 받지 않고 흥겨운 파티를 열어 즐겁게 이별하고 싶다는 그의 바램은 이 책의 독서를 마무리하는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책을 덮었어도 아직 어떻게 살아갈지 못 찾았다고 실망하지 말자. 치열한 고민의 부족이나 사는대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변명도 개의치 말자. 의미 있는 삶에 대한 출발선에 섰고 먼저 결승점에 골인한 이들도 부러워 할 필요 없다. 사는 방법을 스스로 찾으려는 의지가 있기에 결국은 나만의 삶의 방식을 찾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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