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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vs 권력 - 중국 역사를 통해 본 돈과 권력의 관계
스털링 시그레이브 지음, 원경주 옮김 / 바룸출판사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서평에 앞서 두가지 의문점에 대해 제기해 보자. 첫째, 우리나라 국민들은 왜 정치와 경제를 별개로 생각할까? 먹고살게 해주면 그깟 부정부패나 비리, 뇌물쯤은 크게 문제 될게 없다는 듯한 정치성향과 정치권의 행태는 민주화 이후 여전한 미스테리이다. 둘째, 동남아와 저 멀리 미국, 유럽까지 세를 형성해서 경제적 영향력을 끼치는 화교(華僑)가 우리나라에서는 왜 영향력은커녕 그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려울까?
직접접인 해답은 아니지만 <돈VS권력>라는 책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돈VS권력>은 중국 역사 5000년동안 이어진 권력과 경제와의 물과 기름같은 갈등의 역사를, 때론 뗄레야 뗄 수 없는 유착관계의 뒷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내는 책이다.
베이징을 중심으로 화북지역이 정치의 중심지였다면 상대적으로 농업 산출물이 풍부하고 바다로의 접근, 즉 해외무역이 용이한 양자강 이남지역은 경제의 중심지였다. 이 과정에서 잉여 생산물을 주변 지역인 베트남, 태국 등과 무역하던 현 복건성, 광주성, 절강성 지역 중국인들이 점차 동남아로 그 세를 뻗쳐 나가게 된 계기는 재물을 얻기 위해 권력을 추구했고 거머진 권력으로 재물을 수탈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던 중앙정부 관료들의 압박이 주요 원인이었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그러한 과정은 최초의 통일 정부 진시황의 진나라는 물론, 정화의 해양원정이 있었던 명나라와 만주족이 지배했던 청나라에서도 반복되었다. 심지어는 남송의 경우 국가가 직접 해양무역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위에 남송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기존의 조공무역, 즉 국가가 직접 해양무역을 관장하기 위한 억제정책을 지속했었고 그 저변에는 탐욕스러운 관료들의 재물욕이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정치적 영향력과 위세를 지속하기 위해서.
그렇다면 위의 첫 번째 물음은 해결된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정말 답답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잘살기 위해, 경제를 살려 주기를 원한다면 정치를 담당하는 정치인과 관료조직의 부정과 비리를 눈감아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점을.
<돈VS권력>은 한마디로 화교의 역사를 다룬다. 정치적 탄압을 피해 또는 자신의 부를 키우기 위해 해양무역에 투신한 이들은 서양과의 무역루트인 실크로드, 인도를 경유하는 또 하나의 비단길은 물론 바다를 통한 무역에 열중하게 된다. 특히 바다를 통한 해상무역의 중간에 위치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은 점차 화교들의 진출이 이뤄지고 경제권역으로 성장하면서 화교들의 조직도 ‘신디케이트’화 했다. 이를 통해 막대한 부를 점유한 화교들은 자신의 이익에 충실히 봉사할 현지인들을 매수하여 정치권력에 앉히거나 스스로 토착화되어 정권을 거머쥐면서 막강한 화교네트워크를 구성하게 된다. 그 지난한 과정을 담담히 그려내는 이 책은 제도권 세계사에서 잘해야 한 페이지 정도에 국한되는 아시아 경제사의 현장을 재현해 낸다.
‘돈은 만가지 결함을 덮어준다’는 점을 잘 아는 중국인들의 재물욕은 활발한 동서무역을 일으켰고 결국 지금의 동남아에서 화교를 제외하고는 절대로 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쯤에서 두 번째 의문도 해결될 것이다. 지정학적 위치상 극동에 자리잡은 우리나라는 동서무역의 루트에서 벗어나 있으므로 자연스레 화교 세력의 진출이 뜸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행이라면 다행이 아닐까? 화교조직은 거대화 되면서 ‘삼합회’처럼 마약밀매, 이권개입, 인신매매 등 극단적인 행태도 서슴치 않는 깡패조직으로도 발전되었으니 말이다.
타락한 정치권이 만들어낸 법제도에 희생양이 된 상인들이 진출한 해양무역의 역사, 화교의 역사는 바로 음모, 배반, 배신, 탄압, 저항, 부정부패, 비리 등이 뒤섞인 이면이 자리잡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지금의 중국으로서는 전혀 의도치 않았던 조상들의 행태를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