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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100 아티스트 - 대한민국 음악의 발견
Mnet 레전드 100 아티스트 제작팀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9월
평점 :
우리나라 대중음악은 약 100여년을 이어왔다고 한다. 그동안 초창기 트롯트에서부터 시작해 영미권 음악의 영향을 받은 해방 이후 스탠더드 팝, 이후 통기타와 청바지로 대표되는 1970년대 20대 청춘들의 아이콘 포크, 그리고 젊음의 상징 로큰롤과 발라드까지...
21세기들어 한국 대중음악은 아이돌이 점령했다. 판에 박힌 듯 빼어난 미모와 춤실력, 다소 편차가 있지만 나름 준수한 가창력까지 겸비한 이들은 10대들에겐 열광을, 3,40대에겐 과거 젊은 날 자신들의 감성을 함께해 준 음악의 재현을 기다리며 추억에 젖게 만들어 버렸다. 모 공중파 방송에서 히트한 ‘나는 가수다’의 성공은 그동안 대중의 관심과 환호속에서 비켜나버린 왕년의 뮤지션들이 프라임타임대를 장악하고 시청자들 앞에서 ‘나 아직 죽지 않았다!’는 단말마의 외침이었다. 결국 아이돌산업이 득세하면서 한마디로 편향성과 획일화로 인해 대중음악의 스펙트럼이 기형적으로 성장한 어두운 이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전세계적으로 한류의 정점에 있는 K-pop의 열풍은 아이돌의 역량에 아닐 수 없다. 우리가 그간 향유했던 뮤지션들이 점차 사라지고 미사리에 자리를 틀게 된 원인에는 리스너로서 우리가 가진 문제도 한번 쯤 짚어봐야 할 때일 것이다.
이런 시기에 음악전문 케이블채널인 Mnet에서 유의미한 책을 펴냈다.
<대한민국 음악의 발견 레전드 100 아티스트>은 우리나라 대중음악을 수놓았던 반드시 기억해야 할 아티스트 100인에 대한 소개이자 발자취를 정리한 책이다. 클래식이나 국악처럼 대중의 기호에서 한켠 벗어나 있는 장르들은 오랜 역사와 함께 그 가치를 스스로 세워가고 있지만 ‘그때그때 소비 한다’는 개념에 걸쳐 있는 대중음악(100인의 뮤지션들의 음악도 한때는 길거리 리어카 짝퉁 테이프 판매상들의 주 손질원이었다)의 역사는 그동안 제대로 된 평가와 함께 정리된 적이 없었다. 물론 몇 년 전 가슴네트워크에서 ‘대한민국 100대 명반’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울리고 때론 감성을 치유해줬던 앨범들을 소개했었지만 중복되는 뮤지션들의 앨범들도 있었고 다소 치우친 장르적 특성도 아쉬운 면이 있었다.
그런 면을 고려할 때 이 책은 보컬, 싱어송라이터, 록&밴드, 퍼포먼스, 대중음악사의 아이콘 등으로 구분하여 아티스트들을 선정했으며 이와 동시에 현재 대중가요에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이돌의 소개 또한 빼놓지 않음으로서 대중음악사를 정리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그 성과를 평가 받고자 한다.
자살로 비운의 삶을 마감했지만 아직도 우리에게는 하모니카 물고 기타치며 깊은 울림의 목소리로 호소했던 김광석, 우리의 귀에서 잠시 멀어졌지만 ‘나는 가수다’를 통해 록 정신과 강한 허스키 보이스로 잊었던 열광을 불러 일으킨 임재범, 우리나라에 팝발라드라는 장르를 처음으로 시도하며 고 이영훈 작곡가와 함께 80년대 후반을 아로새겼던 이문세,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장르인 재즈풍 노래를 맛깔나게 보컬로 소화해 낸 천재 김현철, 지금도 내 스마트 폰 속에 영원히 자리잡고 있는 유재하는 물론, 얼마전 새로운 앨범을 내며 건재를 과시한 국민발라드가수 신승훈 등...
8,90년대 청춘을 보낸 내겐 대한민국 대중음악사에 있어 가장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두각을 나타냈고 실력을 뽐냈던 그때의 음악들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행복한 세대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텍스트를 통해 그들과 그들의 음악을 다시 접하지만 머리와 가슴속에서는 이미 그들의 대표곡과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노래들이 흥얼거려진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후, 지금의 아이돌 전성시대에 대한 평가도 지금과 다를 것이다. 대중음악사는 지금도 계속 중요한 유산으로서 간직되어야 하며 후대에도 그 평가의 중심에서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음악의 발견 레전드 100 아티스트>에 대한 서평을 마치며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나 오랜만에 다시 들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