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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대가 - 분열된 사회는 왜 위험한가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이순희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5월
평점 :
세계적인 경제학 석학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세계화’란 미명하에 자본의 국제적 이동이 횡행하면서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은 물론 심지어는 선진공업국까지 경제위기에 빠뜨리는 투기세력의 침탈에 주목하며 그 폐해에 대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학자이다.
그가 그동안 지적했던 ‘세계화’의 암울한 이면과 자본주의 체제의 반복되는 위기와 양극화 문제에 대해 한편으로 정리, 종합하여 <불평등의 대가>란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의 경제위기를 통해 드러난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점과 파국으로 치닫는 경제시스템을 구원하기는커녕 1%의 소수 부유층에 복무하는 법과 제도를 양산해 내는 정치시스템의 전횡을 고발한다.
비록 양극화로 치닫는 미국의 경제위기와 정치, 사회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그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책이지만 국내 상황과 빗대어 볼 때 너무나도 유사한 모습에 전율이 일어날 정도이다.
이미 경제는 모든 분야에서 양극화가 심화된 상태다. 1%로 지칭되는 부유층에 유리한 경제 환경과 법, 제도는 갈수록 중산층과 하위계층의 얼마 남지 않은 부마저 급속하게 부유층으로 이동시키고 있으며 이는 사회불안요소로 내재되어 점차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다. ‘월가를 점령하라’는 운동은 바로 이러한 잠재된 불안감이 외부로 표출되어 군중화한 퍼포먼스이자 금융투기자본은 물론 이에 야합하는 정치권에 대한 강력한 항의였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이 책을 통해 읽으면서 너무나도 유사한 우리의 모습에 마치 대한민국의 현주소에 대한 저자의 날카로운 충고처럼 받아들여진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정부의 규제완화와 감세를 통한 기업의 투자 확대 등을 금과옥조처럼 정치권과 재계에서 떠들어 댄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목소리와 한국내 학자, 재계, 정치권의 한결같은 목소리는 바로 통화주의 경제학자로서 노벨상까지 탔던 밀튼 프리드먼의 시카고 학파의 이론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프리드먼은 끝까지 자신의 이론상 허점에 대해서는 보완책을 내놓지 않고 끝까지 정부의 실패를 들먹이며 최소한의 규제와 시장만능주의에 빠져 시장의 조정에 맡기자는 이론을 굽히지 않았다.
이러한 그의 주장과 이론을 현실세계에서 적용했던 나라가 칠레의 피노체트 정권이었는데 적용 몇 년후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지면서 결국 지금까지 그 당시 데미지를 극복해 내지 못했단다.
부의 불평등은 결국 사회의 역동성마저 앗아간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중산층의 몰락으로 자식들을 양질의 교육시스템에 편입시키지 못함으로서 대를 잇는 빈곤은 물론 하위계층으로 떨어지는 가능성이 더욱 커지게 되고 소득 하위계층의 국민들은 소위 ‘아메리카 드림’으로 불리우는 경제적 이동성이 용이하고 자신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신분의 상승을 기약할 수 있는 미국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형평성 훼손에 대응하기 위해 개혁을 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개혁은 두가지 경로로 이루어질 수 있다. 첫째는 하위 99퍼센트의 소득층이 자신들이 1퍼센트의 부유층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으며 이들에게 이로운 것은 자신들에게 결코 이로운 것이 아님을 깨달아가는 경로이다. 상위 1퍼센트는 나머지 99퍼센트에게 또 다른 세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며, 상위 1퍼센트가 원치 않는 일을 하면 나머지 99퍼센트는 반드시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을 납득시키기 위해 부지런히 활동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의 대부분을 이런 신화를 깨뜨리는데, 그리고 우리가 충분히 역동적이며 보다 효율적인 경제와 공정한 사회를 가질 수 있음을 논증하는데 할애했다”(본문 459페이지)
이미 우리나라도 소수 부유층이 엄청난 재력으로 정치권을 조종 내지 압박하고 있다.(이미 그들 자신이 정치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주요 언론 역시 그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선량한 대부분의 99퍼센트를 선동 하는데 경주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정부가 감세를 해야 하고 시장의 실패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하며 복지제도를 위한 징세에 반대한다. 이 얼마나 답답한 노릇인지... 미국에서는 부유층에 부과하는 누진세 개념인 상속세 부과를 전혀 상관없는 하위 계층에서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웃지 못할 헤프닝은 우리나라도 다를 바 없다. 상위계층에 적용될 수밖에 없는 종합부동산세 부과에 대해 일반 서민층이 반대하는 이유를 진심으로 묻고 싶을 정도다.
저자는 그럼 왜 감세와 정부의 규제완화에 대해 반대할까? 부자들에 대한 세금징수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세금마저 감면해 준다면 필연적으로 재정적자에 직면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각종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공익부문의 재원마련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각종 불평등을 완화 내지 철폐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이 재원이 부족함으로서 운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갈수록 99퍼센트의 국민들은 하위계층으로 빠르게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러한 불평등이 상위 1퍼센트의 부유층에게도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님을 저자는 경고한다.
“상위 1퍼센트는 최고의 주택, 최고의 교육, 최고의 의사, 최고 수준의 생활을 누린다. 하지만 그들이 돈을 아무리 써대도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운명이 나머지 99퍼센트의 운명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인식이다. 역사적인 경험을 돌이켜 보면, 상위 1퍼센트는 언젠가 이것을 깨닫는다. 문제는 이들이 뒤늦게야 이것을 깨닫는다는 점이다”
불평등의 심화는 필연적으로 사회불안 및 갈등을 불러 일으킨다. 지금의 엄청난 부를 소유하고 있는 상위 1퍼센트는 탐욕의 끝은 결국 파멸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 또한 이러한 불평등의 대가를 치루는 우를 범하기 보다는 보다 민주적이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이 못가진자의 자기 위안이나 갈등을 촉발시키는 촉매이기 보다는 모든 이들이 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기 위한 거울이 되길 바래본다.
책 마지막에 저자가 제시하는 불평등 해소를 위한 해법은 소개하지 않겠다. 이 책을 단 한명이라도 더 읽게 만들어 2013년을 살아가는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의 경제, 사회와 체제가 안고 있는 시한폭탄을 해체 하는데 계기가 되었으면 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