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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의 잭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 추리문학 분야의 거장이자 장르소설에서 숱한 베스트셀러를 양산함으로서 일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엄청난 매니아층을 거느린 인기 작가이다. 그의 작품 중 <백야행>, <용의자 X의 헌신>은 우리나라에서도 영화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영화화 대기중인 작품들도 수두룩할 정도다.
<백은의 잭>역시 현재 영화화가 진행중인 소설이며 일본에서 발행된지 한달여만에 밀리언셀러를 기록, 일본 출판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백은(白銀)’은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설원을 뜻하며 잭은 ‘하이잭’으로 알려진 납치, 탈취, 장악을 뜻하는 단어에서 잭을 차용하였다. 결국 설원에서의 탈취극 이란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신게쓰고원 스키장에 어느 날 한통이 협박 편지가 날아들면서 평온하고 평범했던 한 스키장은 한바탕 쫓고 쫓기는 서스펜스와 범인과 주인공간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스키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스키장 슬로프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범인은 거액을 요구하며 위협하고 스키장을 관리하는 쿠라타와 안전을 책임지는 패트롤팀의 리더격인 네즈 쇼헤이, 에루 등은 이들의 협박 속에서 진범을 찾기 위한 모험에 나선다.
이 작품은 범인과 이를 쫓는 쿠라타, 네즈 등의 이야기를 중심축에 놓으면서도 다양한 에피소드와 등장인물들을 통해 긴장감과 몰입감을 팽팽하게 유지시킨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범인으로 인해 작가는 독자들에게 끊임없는 두뇌싸움을 걸어 온다. 1년전 안전사고로 아내를 잃은 이리에 요시유키와 아들 타쓰미를 등장시킴과 동시에 이로 인해 폐쇄된 호쿠게쓰 슬로프를 굳이 가고 싶어하는 히요시 부부도 용의선상에 오르게 한다. 적은 내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이처럼 등장인물들이 가진 의구심을 통해 독자들은 작가의 트릭을 훌륭하게 걷어내고 진실에 도달하게 되면 그 쾌감을, 설령 자신의 추리가 맞지 않았더라도 설원에서의 추격전을 지나 클라이맥스를 통해 밝혀지는 진범의 반전에 뿌듯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
추리소설의 대가답게 단순히 범인을 쫓는 소설로서 그쳤다면 설원의 배경이 아까웠으리라. 하지만 독자들의 기대를 절대 배신하지 않는 히가시노 게이고는 훌륭한 소재를 결코 평면적이지 않은, 하나하나 공을 들여 숨결을 불어 넣은 등장인물들과 조합하여 예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반전 속에서 우리를 신게쓰고원 스키장으로 몰아 넣었다. 소재와 사건발생의 당위성,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대사를 통해 묘사하는 그의 스토리텔링은 전혀 무리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의 작품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를 이 소설은 확신시켜 준다. 결국 언제든지 우리는 그에게 ‘하이잭’ 당할 준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