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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스 때문에 산다 ㅣ 한국프로야구단 시리즈 5
김은식 지음, 조덕희 그림 / 브레인스토어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스스로 삶을 설계하고 원하는 것을 내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살아가지 못한 후회로 가득한 인생이지만 언제부턴가 은퇴 후에 ‘어떤 삶을 살 수 있을까? 때론 어떤 삶을 살고 싶을까?’ 생각해 본다. 사오정이라 불리우는 3,40대에 구조조정으로 쫓겨나는 샐러리맨들의 비애가 대한민국의 그늘진 모습 중 하나이기에 은퇴란 단어가 언감생심이지만 말이다.
난...고백한 적 있다. 은퇴 후엔 다 필요없고 그저 LG트윈스의 경기나 보러 전국의 프로야구장을 방문하겠다고... 차에 시원한 맥주와 안주 싣고 부산이든 대구든 광주든 찾아가서 LG트윈스 경기보면서 맥주한잔하고 경기 끝나 술깨면 차 몰고 집으로 올라오겠다고... 어이없어 하는 와이프나 회사 동료들 표정에서 은근 재미나는 한편 내가 사랑하는 대상이 있다는 게 기쁘다.
그렇다 난 LG트윈스 팬이다. 비록 수많은 트윈스 팬중에 하나지만, 팬이 되기까지 사연 없는 프로야구 팬이 있을까만... 이 지긋지긋하면서도 결코 끊을 수 없는 LG트윈스 팬이 되었다.
<LG트윈스 때문에 산다>는 트윈스를 사랑하는 내겐 반가움 보단 왜 이제야 나와야 하는지 서운함이 더 묻어나는 책이다. 야구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프로야구와 야구선수들의 생애를 정리해서 책으로 펴내며 많은 역할을 하는 김은식 작가의 ‘~ 때문에 산다’ 시리즈에서 프로야구를 통틀어 해태와 삼성은 그렇다쳐도 두산, 롯데보다 늦게 나올수 있느냐는 지극히 개인적인 바램 때문이기도 하다.
사심 가득한 채 읽은 이 책은 서평이 될 수 없다. 물론 지금까지 읽고 블로그에 올렸던 책에 대한 서평도 스스로 서평이라고 자평하지 않는다. 그저 정리되지 않는 단상에 대한 끄적임이라고 생각할 뿐..
<LG트윈스 때문에 산다>는 1982년 창단후 1990년 LG트윈스로 계승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서울 원조 프로야구팀에 대한 지난한 역사를 담은 책이다. 무력으로 정권을 찬탈한 더러운 군사정부가 들어선 1981년,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으로 정권을 유지하던 그들이 생각한 여론무마용 정책은 바로 3S(Sports, Sex, Screen)였고 이에 급속하게 탄생한 것이 바로 프로야구였었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넘쳐났던 대한민국에서 프로야구는 기적적인 출발로 성공을 예감하게 되는데 바로 MBC청룡과 삼성라이온즈의 개막전에서 터졌던 연장 끝내기 만루홈런이었다.
이렇게 출발한 MBC청룡은 프로야구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조차 없었던 방송국 관계자들의 행태로 인해 늘 어려운 가운데 시즌을 맞이하게 되고 훌륭한 팜을 가졌음에도 중하위권에 맴돌던 그저 그런팀이었다. 해태 왕조의 전성기를 지켜보며 무기력한 청룡에 대해 구단을 원망도 했지만 이 팀의 팬이란 것에 대해서는 단 한순간도 긍지를 잃은 적이 없었다. 90년대 들어 신인 3인방과 이상훈이라는 불세출의 좌완 명투수, 팀 유일한 영구결번의 영광을 받은 노송 김용수의 건재함으로 내 청춘은 화려한 그들의 플레이로 더욱 즐겁고 반짝반짝 빛나기만 했다. 이 책에서도 차명석 현 LG코치는 한해 걸러 우승할 줄 알았단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응답하라 1994>에서 주인공 나정의 아빠로 나오는 성동일 코치도 LG트윈스 소속임을 나타내고 있고 1994년 우승했을 때 행복해 하며 앞으로 10년간 서울 쌍둥이들의 전성시대라고 외친다. 그럴 줄 알았다. 평생 프로야구를 보면서 행복할 줄 알았고 대한민국의 양키스는 곧 LG트윈스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난 MLB는 보스턴 레드삭스 팬이다^^)
<LG트윈스 때문에 산다>은 32년 트윈스 팬으로 사는 내게 그들의 게임을 보면서 느꼈던 희노애락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교통사고로 큰 부상을 입었다는 김건우에 대한 신문기사를 보며 고입에 대한 걱정보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느꼈고 라이벌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단 한타자를 남겨놓고 김용수에서 마무리 장문석으로 바꾼 후 동점 홈런을 맞고 결국 연장가서 패한후 시리즈를 넘겨줬던 그 날 패배의 분을 참지 못하고 별 생각 없이 혀를 차는 와이프와 결혼 후 가장 큰 부부싸움을 했던 기억을 나게 한다.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의 패배는 아쉬움보다 정말 처절하게 부딪혔던 그들의 패기에 뭉클했으며 팀을 개판(?)으로 만들어 버린 어윤태 단장과 이순철 감독은 지금도 이름 석자만 들어도 온몸에 격분의 DNA가 아로새겨진다.
DTD의 팀...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며 온갖 비아냥의 대상이었던 LG트윈스를 사랑하는 것은 결코 죄가 아니다. 올해로서 야신의 저주는 끝이 났다. 물론 내년에는 전력을 정비하고 달려드는 타팀들의 공세에 또다시 4강에 못갈 수도 있다. 하지만 김은식 작가는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통해 팀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는지를 깨달은 구단을, 자신의 재임기간 성적을 위해 즉시 전력감을 데려오기 보다 미래를 선택해서 FA로 이적하는 선수를 대신해 지명하는 감독을 보면서 다시금 LG트윈스의 시대가 올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예상한다.
근성 있는 힛바이핏치드볼 왕 김인식과 4할타자 백인천부터 시작해서 김용수와 김동수의 묵묵한 헌신으로 터를 잡았고, 그 위에 유지현과 서용빈의 세련함과 이상훈, 김재현의 투혼으로 꽃피우며 이병규, 박용택의 우아함과 이동현, 봉중근, 류제국, 신정락, 우규민으로 이어지는 당당함은 이제 시작이다.
웃음보단 슬픔과 울분을 더 많이 줬던 트윈스지만, 난 지금도 이 팀을 사랑한다. LG트윈스 때문에 산다. 응답하라 1994여~ 그리운 트윈스의 전성기 90년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