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장서의 괴로움' 1장만 보고도 난 바로 꼬리를 내려야 했다. 이 책에 나온 책 애호가들과 내 수준과는 비교가 안됐다. 조족지혈 바로 그 단어에 맞는 것이 나였다. 나도 나름 책이 많았고, 그 때문에 오랜 동안 고민을 해왔다. 그런데 책에 나온 이들과는 게임이 안 됐다.

 

책이 많아 집이 기울어지고, 바닥이 뚫리는 일은 나에겐 없었다. 물론 일본 집이 목조 주택이라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지만, 진짜로 그런 일이 뉴스로 있었다니 놀랍다.

 

​이 책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책 때문에 겪게 되는 행복한 고통을 이야기하고 있다. 잠 잘 곳만 남겨두고 책 둥지에서 살고, 책이 무너져 욕실에 갇히기도 하고, 많은 책 때문에 이사한지 일주일 만에 다시 이사 가는 책으로 겪는 다양한 해프닝을 이야기한다. 내용 곳곳이 남의 얘기 같지 않았다. 이사 얘기는 특히 공감한다. 방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이사 가기 위해 박스에 담으면 그 수에 놀란다. 게다가 책은 무척 무거운 짐이다. 이삿짐 직원도 싫어하는 짐이다. 그래서 큰 박스에 담아서는 안 되는 것이 책이다. 짐 나르다 사람 지치게 만든다. 많은 책 때문에 나 역시 이사 때마다 고생했다. 책 정리를 다 못해 박스를 다 못 열고, 아파트 현관에 쌓아놓은 적도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치우겠다고 써놓고 말이다.

 

​장서의 괴로움에는 많은 장서가들이 나온다. 몇 만 권은 보통이다. 13만권까지 가지고 있던 이노우에라는 작가도 있었다. 다들 헌책방에 책 정리를 위해 수 천 권을 팔아도 변함이 없다고 한다. 이 정도면 책이 쓰나미와 비교해도 될 정도의 재난일 것이다. 책은 분명 무생물인데도 잠깐 한 눈 팔면 책장을 넘치며 번식한다. 넘치고 넘쳐 다른 방을 넘보고, 결국 방바닥에 나뒹굴 정도로 무섭게 늘어난다. 번식력이 좋다는 바퀴벌레가 연상된다. 이렇게 책이 재난에 바퀴벌레처럼 되어도 장서가들은 책을 사들인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가듯이 책방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책 구입 비용 때문에 항상 생활도 쪼들린다. 그래도 책은 사야 한다. 난 그들의 마음이 너무나도 잘 이해된다. 나도 그들과 같은 부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다 보니 옛 기억이 하나 하나 떠올랐다. 나도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부모님은 시험을 잘 보면, 내가 원하는 책을 살 수 있게 해줬다. 특히 소년중앙이며, 어깨동무, 보물섬 등 웬만한 잡지는 매달 내 소유가 될 수 있었다. 클로버 문고도 내 수집품이었다. 세계의 불가사의나 신기한 얘기가 많았다. 지금은 이름이 먼나라 이웃나라로 바뀐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도 그때 모았던 책이었다. 그 책들을 버리지 않고 모았다면 나도 장서의 괴로움에 나오는 사람들 틈에 낄 수 있었을 것이다. 모은 중고책 가치도 아마 나쁘지 않았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쉽다. 내 기억 속에만 남은 책들이 자꾸 떠오른다.

​그리고 난 서점만 가면 난 최소 기본이 30분이었다. 동네 서점이 그렇다는 거다. 종로서적이나 교보를 가면 기본이 2 ~ 4시간이었다. 난 연애인보다 동네 서점 주인이 부러웠다. 지금도 그렇지만, 서점만 가면, 너무 보고 싶은 책이 많았다.

 

​그러다 요즘은 이 책에도 나온 자취에 들어갔다. 자취하면 하숙 그런 거 생각할 텐데, 여기서 자취는 책을 스캔해서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재미있다. 참 잘 지은 용어다. 종이 책을 전자 책으로 만들어 본 사람은 그 과정을 잘 알 것이다. 책을 자르고 스캐너에 넣고 그런 과정이 자취생이 밥해먹는 거와도 같기에 자취라는 단어가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아무튼 난 많은 책을 어떻게 할 수 없어, 책을 PDF 파일로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전자책을 진정한 책이 아니라 생각한다. 책은 종이의 느낌, 활자체, 표지 등이 모두 함께 모여 존재하는 것이라는 거다. 전자책은 그냥 정보라는 거다.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난 책을 버릴 수는 없기에 차선책으로 스캔을 시작한 것이다. 스캔한 파일은 진짜 뭔가 영혼이 빠져나간 존재라는 느낌을 전부터 받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스캔한 책이 500권이 넘었는데도 집 곳곳이 책이다.

 

​장서의 괴로움은 나의 책 욕심을 다시 뒤돌아보게 해줬다.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의 삶도 엿볼 수 있었다. 책에 관한 이야기 보따리가 터져 나오게 했다. 아쉬운 점은 저자가 일본인이라, 책 속에 나오는 책이름과 저자, 영화나 드라마 이야기를 공감하긴 어려웠다. 뭐 어차피 그들을 알고 있다고 해도 유명하든 평범하든, 그들의 서고만 내 눈에 들어왔을 것이니 불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돈 좀 많이 벌어서 나도 책을 위한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스캔을 위해 책을 길로틴에 넣는 짓을 안 하고 싶다. 더 이상 책 망나니가 되고 싶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쾌한 우주강의 - 괴짜 물리학자에게 듣는
다다 쇼 지음, 조민정 옮김, 정완상 감수 / 그린북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밤 하늘을 올려다보면, 많은 별들이 반짝입니다. 별을 보며 지구라는 별에 사는 내가 얼마나 먼지보다 작은 존재인지 생각하곤 합니다. 우주의 광대함과 그 규모는 상상하면 할 수록 뭔지 모를 신비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인간은 호기심이 많은 동물입니다. 그래서 우주를 가만이 놔두지 않았습니다. 많은 학자들이 우주의 신비를 풀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해왔죠.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그 이유를 알아내고, 또 다른 이론을 만들어가면서 말이죠. 그리고 이젠 학자가 아닌 많은 일반인들도 우주에 관심을 가지고 알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도 우주에 관심을 가진 친구들이 많죠.

 

 

'유쾌한 우주 강의'는 그런 호기심 많은 사람들에게 딱 어울리는 책이죠. 이 책은 우주의 탄생과 그에 따른 우주의 변화 과정을 알기 쉽고 자세히 설명한 책입니다. 그리고 우주를 설명하는데 절대 빼놓고 지나갈 수 없는 상대성이론, 암흑물질, 빅뱅, 블랙홀 등과 같은 뉴스나 방송에 많이 접하는 용어도 재미난 비유와 함께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소립자를 연구하는 학자답게 우주에 대한 설명을 입자적인 측면에서 많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 강의 주제인 블랙홀도 반물질을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우주의 탄생에 대한 부분도 쿼크, 양성자, 소립자 등 아주 작은 우주 구성체를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책에는 거대한 우주를 얘기하는데 너무나도 작은 크기를 가져 보이지도 않는 소립자 얘기가 많습니다. 이것이 다소 의아할 수도 있으나, 책 전체를 보면 이 설명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게 됩니다. 저자도 이런 부분을 서문에 언급했습니다. 우주 학자가 아닌 소립자 물리학자로서 아마추어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우주 이야기를 썼다고 했죠. 제 생각에는 그 덕분에 우주의 신비를 이처럼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었던 좋은 책이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주를 얘기하면서 소립자가 빠지면, 단팥 없는 찐빵과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유쾌한 우주 강의를 보면 몇 가지 공식이 나옵니다. 그렇지만 겁먹을 필요 전혀 없습니다. 이론과 공식을 다양한 비유와 사진,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으니까요. 이름도 어려운 힉스 입자도 파티장을 비유해서 아주 쉽게 알려줄 정도입니다. 그러니 과학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중고등학생부터 어른까지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책에 나온 상대성 이론에 나오는 공식의 경우, 지금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것이 있는데, 지금 학생들은 잘 알아도, 2000년 초 전에 졸업한 분들은 교과서에 없었던 내용이라 모르는 분도 많을 것입니다. 저 역시도 그 중 하나인데, 이젠 고등학생도 배우는 상식과 같은 것이 되었으니 '난 그때 안 배웠어'만 하지 말고 당연히 알아야 할 거로 생각해야 합니다. 마침 이 책이 쉽게 설명해놨으니 학교에서 안 배웠어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물리학이 요즘 들어 이렇게 재미있는 학문인지 예전에는 몰랐습니다. 블랙홀을 이해하고, 암흑물질이 뭔지 알게 되고, 우주의 탄생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게 되면서 생각도 더 넓어지고, 다르게 보게 됩니다. 이번 유쾌한 우주강의에서는 소립자를 통해 우주를 알게 되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젠 우주 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과 각종 힘이 입자로 보이게 되네요. 예전에 알았던 물리학은 공식과 수식 덩어리였는데, 가면 갈수록 심오한 철학으로 느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탠 리의 슈퍼히어로 드로잉 쉽게 배우는 만화 시리즈 20
스탠 리 지음, 오윤성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빛의 속도로 날아다니고, 엄청난 괴력을 보여주는 슈퍼맨, 빌딩 숲을 거미줄로 타잔과 같이 여기 저기 다니는 스파이더맨, 묘한 매력을 지닌 어두운 분위기의 배트맨, 그 밖에 참 많은 슈퍼 영웅들이 내 어린 시절을 함께했었다. 그 인기가 워낙 대단해서 슈퍼맨 흉내 낸다고 뛰어 내리다 다친 아이들이 참 많았다. 요즘 아이들이라고 달라지진 않은 것 같다. 영웅의 대상은 좀 바뀌었지만, 만화 속 그들의 인기는 전혀 줄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만화를 무척 좋아한다. 어릴 적에는 따라 그리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그리기보다는 그냥 보고 즐기는 쪽이 되었다. 그렇지만, 가끔 인터넷에 올라오는 멋진 슈퍼 영웅 그림을 보면 그려보고 싶어진다. 물론 스케치 좀 하다가 바로 한계를 느끼고 펜을 내려 놓지만 말이다.

 

이때 필요한 책이 '스탠 리의 슈퍼히어로 드로잉'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새로운 슈퍼히어로를 만들고자 하는 예비 만화가에게는 아주 좋은 책이다.
왜냐하면 이 책에는 단순히 슈퍼 영웅을 그리는 방법만 나온 것이 아니다. 역사 속의 영웅들과 만화로 만들어진 슈퍼 캐릭터의 탄생, 기원부터 얘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탄탄한 만화 스토리를 구성하는 방법이다.
어떤 만화의 성공은 단순히 보기 좋은 멋진 캐릭터가 있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치밀하게 계산된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 주인공만 너무 부각하여 악당 역을 대충해서도 안 된다. 주인공의 능력이 너무 무한해도 보는 사람은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매번 무조건 이긴다면, 지루하게 생각할 거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조연의 역할이 중요하듯이 만화도 개성 넘치는 조연이 없다면, 그 만화는 실패다.

 

슈퍼맨에 어울리는 적은 외계인일 것이다. 반면 홍길동이나 전우치에 적으로 로보트나 외계인은 색다른 생각일 수는 있지만, 그다지 어울리지는 않다. 적절한 상대를 스토리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다.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을 보면, 악당들이 참 불쌍하게 생각될 때가 있다. 어쩔 수 없이 악당이 되는 경우도 있었고, 정의에 편이었다가 악의 편이 된 경우도 있다. 악당이라고 절대악으로만 그려지지 않았다. X맨을 봐도 선악의 대결인 것 같지만, 서로 도울 때도 있고 선이 악당과 같은 짓을 할 때도 있다. 이런 모든 것이 바로 그 스토리에 독자들이 빠져들게 하는 중요 요소라는 거다.


책에서는 악당, 몬스터, 로봇, 안드로이드, 사이보그, 동물 등 각각의 역할에 대해 얘기하고 있고, 어떻게 구분을 지어 이야기하는 것이 좋은지도 말해준다. 영웅들의 타입도 S, B타입으로 나누고, 여자 영웅 캐릭터는 W와 E 타입으로 나눠 설명한다. 즉 같은 슈퍼 영웅이라고 해도 캐릭터의 특징에 따라 나눠진다는 것이다.

 

난 스탠 리의 슈퍼히어로 드로잉을 통해 단순히 그림 그리는 방법이나 배울까 했는데, 그보다 스토리텔링의 중요함을 알 수 있었으며, 만화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면을 모두 고려한 철저한 기획으로 탄생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눈 모양이나 얼굴, 손 모양 그리는 방법을 배우는 책이 아니다. 스케치부터 색칠까지 단계별로 나오고 있으나, 그런 것보다는 캐릭터의 분위기를 어떻게 묘사하는지를 얘기하고 있다. 어떤 인물은 그림자를 더 많이 쓰라고 하고, 어떤 인물은 간결하게 묘사하라고 조언한다. 아주 값진 조언이다. 다른 만화 지침서와는 차별되는 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이 만화를 만화가 혼자 그린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만화는 혼자 그리지 않는다. 배경 전문가가 따로 있고, 스토리 전문가, 채색 전문가가 따로 있다. 거기에 기획자도 따로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 조명, 예술, 촬영, 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필요하듯 만화도 같다. 단순히 그림만 그릴 줄 안다고 되는 것이 아니며, 이젠 모든 스토리를 만화가 혼자 만들지도 않는다. 이런 면에서 만화 지망생 뿐만 아니라,  그림보다 스토리 구성에 재능있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앞으로 개성있고 멋진 더 많은 슈퍼 영웅들이 탄생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만화 그리기 좋아하는 우리 딸이 창조해주면 더 좋겠다.
그런 기대를 담고 이 책은 딸에게 넘어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
제프리 베네트 지음, 이유경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를 보는 내내 생각난 단어가 '축지법'이었다.

​옛날 도인들이 먼 길을 가기 위해 땅을 줄여 가는 도술인데, 책에 설명된 상대성 이론 설명과 너무나도 딱 맞아 떨어졌다.

상대성 이론에는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일 때, 밖에서 보면, 폭이 줄어 보인다고 한다. 달리 보면, 땅이 줄어드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어떻게 상대성 이론을 모르던 옛 사람이 땅을 줄여 간다는 표현을 했는지 참 놀랍기만 하다. 재미있게도 딴 장소로 이동하는 방법으로는 뿅하고 사라졌다 나타나는 워프와 같은 도술도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축지법처럼 상대성이론과 딱 들어 맞는 것은 없는 거 같다.

​현대 물리학은 가면 갈수록 동양사상과 큰 차이가 없는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보니 더 재미있었다.

 

​과학을 좋아해서 상대성 이론에 관해서는 책이며, 방송에서 많이 접했지만, 단편적인 내용만 봐서 그런지 그냥 신기하기만 하고 제대로 이해하진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은 특수 상대성이론과 일반 상대성이론을 순서대로 설명하고 있어 전반적인 이해를 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블랙홀 을 중점으로 상대성이론을 설명해서 최소 블랙홀이 뭔지 제대로 알 수 있다.

그​ 동안 많은 영화와 만화에서 블랙홀은 모래지옥이나 늪과 같이 근처만 가도 빨려가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블랙홀 주변에 괘도를 그리며 공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설명을 보니 난 왜 이런 당연한 과학적 이치를 생각도 하지 않고 만들어진 이미지를 그래도 믿었는지 모르겠다는 자책을 했다. 아직 나에게 과학적 사고는 아직 먼 얘기인 것이다.

 

​책을 보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천재다. 아니 그의 이론을 보면 볼 수록 인류 최고의 천재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이런 사고를 했을까? 게다가 내년이면 100년을 맞는 이론인데 아직도 많은 과학자들이 활용하고 새로운 생각의 화두가 되고 있다. 놀랍다.

 

​이 책에는 복잡한 계산이 없다. 상대성 이론을 알기 쉽게 쓰여져 있다. 적절한 그림과 일관된 흐름, 독자가 주인공이 되어 상상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복잡한 이론은 핵심만 다뤄 어려움을 덜었다. 최신의 물리 이론도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읽다 보면, 참 신기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시간의 상대적 흐름이며, 블랙홀의 종류, 아주 작은 블랙홀, 마이크로 블랙홀을 만드는 이야기 등 참 다양하고, 재미있다.

​다만 이 책에 아쉬움도 있다. 기하학의 일부나 양자역학, 그 밖에 이론에서는 막히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수학과 과학적 지식이 아직 부족함을 많이 느끼게 된다. 그래도 상대성 이론에 관한 기본 개념을 확실히 할 수 있는 책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이젠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 상대성 이론을 많이 다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뉴튼 물리학도 중요하지만, 현대 물리학의 놀라운 발전을 따라 잡기 위해선 기본 교양으로 상대성 이론은 꼭 필요하다.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은 더 이상 남의 얘기로 다뤄서는 안 된다. 이젠 상식이 되어야 한다. 고리고 아인슈타인과 같이 새로운 사고를 하는 많은 과학자들이 나오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크리에이티브란 무엇인가 - 세계 최고의 예술대학,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의 크리에이티브 명강의
로잔느 서머슨 & 마라 L. 허마노 지음, 김준.우진하 옮김 / 브레인스토어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시대 산업과 예술 모두에 가장 큰 화두가 바로 크리에이티브라는 단어일 것이다.
크리에이티브한 사고를 가진 사람이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역사와 현실에서 봐왔기에 그 가치는 날이 갈수록 더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가치가 높아진다는 의미에는 그만큼 그런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속뜻이 숨어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떻게 하면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크리에이티브란 무엇인가'를 보게 된 이유도 나 역시 개혁적이며 창의적인 사고를 가지고 싶어서였다. 나름 시대의 트랜드를 어느 정도 잘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트랜드는 어디까지나 이미 벌어진 일이므로, 따라간다는 것은 이미 흐름의 머리가 아닌 꼬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늦었다는 거다. 따라가는 순간 어디선가는 또 다른 녀석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죽어 라고 남의 뒤만 쫓아 가는 영원한 이류가 되는 처지가 되는 것이다. 모든 크리에이티브한 것들이 성공하고 주도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최소 그것들은 사람들에 충격과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나도 그런 멋진 생각을 해보고 싶은 갈증이 있기에 이런 책을 찾아 보는 것이다.

 

이 책은 RISD ( 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 약자가 약이나 컴퓨터 용어 같이 느껴지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의 교수들이 크리에이티브에 관해 이야기한 것들을 담은 것이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진 이 학교가 그렇게 유명한 곳인지 전혀 몰랐다. 검색해 보니 예술은 물론 정치, 법조계, 산업 분야까지 다양한 창조적 인물을 배출한 유명 대학이었다.

 

더욱이 책을 읽어보니 내가 생각한 크리에이티브는 문제가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난 줄곧 크리에이티브한 생각은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일부의 타고난 천재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역사의 혁명적 사고의 소유자들 대부분은 천재라 불렸고, 나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 그들의 업적은 비교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크리에이티브의 근본적인 정의부터 이야기하며, 창조적 사고도 훈련을 통해 길러진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테면 일을 빨리 하는 학생이면, 천천히 하게 하고, 느리게 하면 빨리하게 하는 등 알게 모르게 자신이 습관화 된 굴레를 벗어나게 하는 훈련을 한다. 아울러 예술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역사나 생물학 등 다양한 학문을 공부하게 해서 보는 시각과 깊이를 다르게 한다는 거다. 드로잉도 50m나 되는 두루마리 종이에 그리게 한다. 한마디로 전에 해보지 않은 일을 하게 해서 그들의 각인된 사고를 깨는 것이다.

 

RISD에서 배출한 학생들이 왜 인정받는 크리에이티브한 인물이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간혹 디자인관련 방송을 보면 괜찮은 작품인데도 심사위원이 혹독한 비평을 하는 모습을 보는데, 그 이유가 바로 전혀 의미 없이 예쁘기만 하고 시선만 끄는 디자인을 했기 때문이다. 어떤 책에서도 자신의 그림에 선 하나를 그었을 때 왜 그었는지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되어야 한다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우연은 실력이 아니라는 거다.
그러고 보니 책에 나온 RISD 학생의 작품들은 분명 어떤 의도와 연구의 산물들이었다. 빛을 연구하고, 재료를 연구하고, 사람의 행동이나 생활, 역사를 분석한 결과였다. 어떤 디자인이든 스토리가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기초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한다. 크리에이티브한 것은 결국 탄탄한 기초에서 나온다는 거다. 그래서 컴퓨터 시대 임에도 손으로 그린 드로잉을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이 피카소를 그냥 낙서 그리며 돈 번 괴짜로 오해한다. 그러나 그가 그린 많은 드로잉을 보면 그런 소리 절대로 하지 못한다. 그의 견고한 기초 실력이 그런 미술계의 혁명을 일으킨 것이다.

 

이 책은 나에게 다시 기초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얄팍하게 크리에이티브 능력을 기르는 왕도나 기대하며 책을 들었던 내가 부끄럽다. 나이만 먹었지 아직도 기초를 제대로 쌓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결점을 알았으니 고쳐볼 생각이다.
아무튼 이 책이 좀 딱딱하고, 매끄럽지 않은 번역, 일상에 쓰지 않는 단어가 많이 나와 다소 지루함이 들기도 했지만, 분명 크리에이티브가 무엇인지는 잘 전달 받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