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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의가 모이는 밤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2년 5월
평점 :
마리는 친구 소노코의 강권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씨에 외딴 산장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곳은 바로 마리와 불륜 관계에 있는 교수님의 초호화 별장인 산장인데, 친구 소노코는 평소 교수님을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곤 했답니다. 바로 ‘나’ 마리가 교수님과 깊은 관계인 것도 모르고 말이죠. 이번 산장 행 역시 교수님과의 오붓한 시간을 기대하며 향한 것이랍니다. 나는 운전기사로 그곳을 찾은 것이고요. 참 뻔뻔한 친구죠?
그렇게 찾게 된 산장에는 교수님도 그리고 사모님도 없고, 대신 일주일간 산장을 지키기로 했다는 대학생 이오스미라는 아르바이트 남학생만이 맞아줍니다. 그런데, 좋지 않은 기후로 인해 산장에서 내려가는 길이 끊겨 버림으로 ‘나’ 마리도 산장에 남게 됩니다. 그리고 올라가는 길 역시(산장 위쪽으로는 새롭게 연 호텔이 있다.) 끊긴 상태랍니다. 이런 상태에서 산장에 불청객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호텔에 예약을 하고 올라가려다가 길이 끊겨 산장을 찾게 된 야에하라 라는 여행객 부부와 그들의 늙은 아버지, 호텔 셔틀버스 운전사인데 기름이 떨어져 빗길을 헤치고 힘겹게 산장으로 찾아온 니노베라는 운전사, 그리고 호텔에 조사차 찾아왔다가 내려오는 길에 고립되어 산장을 찾은 나나쿠라 형사. 이렇게 도합 여덟 명이 폭풍우로 고립된 산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됩니다.
그런데, 연약하기만 한 ‘나’ 마리는 의도치 않게 그 밤에 산장에 있던 사람들을 하나하나 모두 죽이고 맙니다. 정말 의도치 않게 말입니다. 어쩌면 실수라고 할 수 있는데, 절묘하게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죽여 버리고 맙니다. 그런 과정이 또한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설득력이 있답니다. 연약하기만 한 여성의 힘으로 모두를 죽이고 마는 상황이지만 그럴 수 있겠다 설득되고 맙니다. 이렇게 마리는 친구 소노코를 제외한 모두를 죽이고 맙니다.
이런 끔찍한 일을 벌이고 친구와 함께 묵을 방을 찾았는데, 방안엔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된 소노코만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머리카락을 싹둑 잘린 채 말입니다. 과연 누가 소노코를 죽인 범인일까요? 이렇게 마리의 추리가 시작됩니다. 소노코를 죽인 범인을 찾아내 그가 모두를 죽인 범인이라 뒤집어씌우고, 자신은 정당방위로 그 사람을 죽였노라 말하기 위해 말입니다. 그런데, 이 추리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연쇄살인을 저지른 범인의 추리가 시작됩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이처럼 범인이 추리하는 모티브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조인계획』에서 따왔다고 말입니다. 두 소설이 비슷한 시기 국내에서 번역 출간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조인계획』보다 이 소설 『살의가 모이는 밤』이 더 재미납니다.
소설의 제목이 『살의가 모이는 밤』입니다. 다시 말해, 우연히 모여든 산장 속 인물들은 사실은 모두가 다 “살의”를 품고 의도적으로 모여든 자들이랍니다. 그들 모두를 우연히 모리가 모두(소노코는 제외하고) 죽이게 되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모두”가 살의를 품고 왔음에 주의해야 합니다.
소설 속에서 모리가 우연히 모두를 죽이는 장면이 때론 아찔하게 스릴 넘치고, 때론 재미납니다. 히죽히죽 웃을 만큼 말입니다. 그런데, 안심하지 말길. 모두를 죽였지만, 여전히 마리는 안전하지 않답니다. 게다가 누가 소노코를 죽였는지를 찾아내야만 합니다.
소설은 이렇게 산장에서 벌어지는 사건과는 별개로 또 하나의 살인현장을 교차하며 보여줍니다. 한 호스티스가 죽게 된 살인현장, 그런데, 그 현장은 마침 스토커처럼 여인을 찾았던 형사가 살인의 현장을 목격하게 됩니다. 살인범을 목격했는데, 후에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시체는 또 다른 젊은 여인까지 두 명의 여인이었답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살인 현장에서의 추리가 시작됩니다. 미모로 라는 한 형사에 의해서 말입니다. 그렇게 미모로 역시 사건의 결말을 위해 산장으로 향하게 됩니다. 이미 엄청난 연쇄살인이 벌어진 산장으로 말입니다. 과연 그곳에서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요?
다시 한 번 언급하는데, 소설의 제목이 『살의가 모이는 밤』이랍니다. 어느 한 사람도 멀쩡한 사람은 없습니다. 멀쩡하게 포장되어 있을 뿐. 솔직히 마지막 전개는 썩 맘에 들진 않았답니다. 다소 무리하고 억지스럽게 봉합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답니다. 그럼에도 뭐, 재미나게 읽었으니 됐습니다. 작가의 소설을 제법 읽었는데, 재미난 것으로 친다면 이 소설 『살의가 모이는 밤』이 단연 제일 재미납니다. 솔직히 평소 알던 작가의 작풍과는 많은 차이가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을 영화화 한다면 재미날 것 같네요. 이미 영화화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