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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집 살인사건 ㅣ 변호사 고진 시리즈 1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5월
평점 :
도진기 작가의 <변호사 고진 시리즈>는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를 통해 처음 만났다. 그러니 마지막 작품을 먼저 만난 것이다. 그렇게 알게 된 고진 변호사를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인 『붉은 집 살인사건』을 통해 다시 만났다.
어둠의 변호사 고진, 어느 날 그에게 어느 여성으로부터 한 가지 의뢰가 들어온다. 자신의 오빠가 시한부 인생이어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아 많은 유산이 조카딸에게 가게 되는데, 문제는 2순위로 정한 대상이 동생인 자신이 아니라 “서”로 시작되는 누군가라는 것. 마침 이 가문과 서씨 가문은 선대 부모의 재혼으로 인해 한 가정으로 얽혀 있는 상태. 그러니 아마도 아랫집에 살고 있는 서씨 가문의 누군가가 2순위인 것. 의뢰인은 자신에게도 약간의 유산이 돌아올 수 있게 해달라고 의뢰한다. 이렇게 고진은 붉은 집의 사연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존경받는 은퇴한 서울대 교수 남성룡 그리고 역시 은퇴한 투 스타 장성 서태황, 이 둘은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형제간이다. 부모님의 재혼으로 형제가 된 둘, 그 두 가문이 붉은 집에서 살고 있다. 고진은 의뢰인의 의뢰에 따라 이 가정을 조사하는 가운데 이곳 붉은 집에서 2년 전 강도 살인사건이 벌어졌음을 알게 된다. 바로 1층의 서태황 아내가 강도에게 살해당한 것. 여전히 범인을 잡지 못한 사건. 가족들 모두는 나름대로 알리바이가 있다. 그렇다고 외부에서 강도가 들어온 것 같지도 않은 사건.
고진은 의뢰를 받아들여 이 가문에 대해 조사하는데, 놀라운 것은 선대에도 살인 사건이 벌어졌던 것. 서태황의 아버지가 남성룡의 어머니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도망쳤다가 얼마 후 산 속에서 굶어죽은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것. 고진은 서씨 가계에 잔혹한 범죄자의 피가 흐르고 있다 여기고 서태황,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을 용의선상에 놓고 사건을 추적한다. 어쩌면 남성룡의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될 딸의 생명 역시 위험하다 여기며.
그렇게 사건은 지지부진 진전 없이 시간만 흐르게 되는데, 결국 남성룡의 딸 남진희 역시 시체로 발견된다. 요양 차 내려간 부산의 별장에서 사고사를 당한 것. 그런데, 정말 사고사일까? 고진은 분명 이 역시 이 가문에서 벌어진 세 번째 살인사건이라 믿고 사건을 파헤치기에 이른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한 가정에서 한 번 일어나기도 힘든 살인 사건이 세 건이나 일어나다니, 정말 서씨 가문에는 잔혹한 범죄자의 피가 흐르는 걸까? 이 사건에서 “어둠의 변호사”라 불리는 고진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변호사 고진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붉은 집 살인사건』은 범죄자의 피가 유전될 수 있다는 학설을 언급한다. 작품 속에선 서울대 교수였던 남성룡의 주장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주장이 사건을 바라보고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축이 되고 있다. 아울러 여기에 트릭이 있기도 하다.
작가는 “어둠의 변호사” 고진의 주장을 통해 법의 심판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지은 죄에 비해 형량이 너무 적다는 것이 고진의 입장이다. 물론, 강력한 제재와 형벌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강력한 형벌이 범죄율을 낮춘다고 볼 수만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때론 처벌이 너무 약하기에 강력범죄를 저지름에 주저함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소설에서는 붉은 집에 얽힌 가족들 하나하나에 모두 의심의 소지가 있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용의 선상에 서게 되고, 그런 그들을 소거법에 의해 소거해 나기도 하고, 반대로 그들이 안고 있는 알리바이 트릭을 고진은 파헤치기도 한다. 소설 속 “붉은 집” 안에는 분명 잔혹한 피가 흐르고 있다. 그 잔혹한 피가 누구에게 흐르고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사건을 해결하는 가장 큰 축이고, 이것을 감추기 위해 작가는 애를 쓴다. 그리고 그 인물이 누구인지는 반전이 있다. 이런 혼선과 반전 역시 재미나다.
『붉은 집 살인사건』은 도진기 작가의 <변호사 고진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도진기 작가나 <변호사 고진 시리즈>를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꼭 봐야 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