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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됐니? ㅣ 생각하는 책이 좋아 14
수잰 러플러 지음, 김옥수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이 소설, 『준비됐니?』는 참 마음 아픈 이야기다. 오브리는 이제 13살을 앞둔 소녀다. 그런 오브리에게 갑자기 엄청난 사건이 닥친다. 난생처음 가족들이 달콤한 시간을 보낸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가 일어난 것. 이 일로 아버지와 어린 여동생을 잃게 된 것이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오브리에겐 정수리에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얻게 되었고, 엄마는 자신이 오브리에게서 사랑하는 이들을 빼앗았다는 자책감에 마음의 병을 얻게 되고, 어느 날 아침 오브리는 남겨두고 집을 떠나버린 것이다.
혼자 된 오브리는 세상을 향해 마음을 닫고 홀로 집에서 살아간다. 혹시 자신이 혼자인 것이 알려지면 복지기관에 위탁받게 될까 두려운 오브리는 혼자가 아닌 척 하며 생활하게 된다. 한편 연락이 되지 않는 딸을 걱정하며, 오브리의 외할머니가 먼 곳에서 집을 찾아오게 되고. 이로 인해 이제 오브리는 외할머니의 집으로 먼 길 여행을 떠나게 된다. 과연 그곳에서 오브리는 어떤 생활을 하게 될까?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버거운 현실 앞에 오브리의 마음은 방황한다. 특히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고통 가운데 여전히 사로잡히게 된다. 사라진 것들을 되돌릴 수 없기에 더욱 그 고통에 사로잡혀 있게 된다. 툭하면 구역질을 하고, 눈물을 흘린다. 이처럼 절망의 나락 가운데 있었지만, 할머니의 돌봄으로 인해, 오브리의 상처는 점차 치유되어 간다. 너무나 큰 고통, 이젠 함께 할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에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던 오브리에게 할머니는 멈춰진 삶을 다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뿐 아니라, 낯선 환경에서 사귀게 된 친구 브리짓, 그리고 비슷한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남학생 마르쿠스를 통해, 오브리는 마음의 상처를 딛고 조금씩 나아가게 된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준비된 것은 아니다. 준비되어 가고 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책 제목이 『준비됐니?』인가 보다. 다시 찾은 엄마와 살기 위한 집으로 돌아갈 준비, 다시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나아갈 준비, 슬픔을 딛고 일어설 준비, 마음 문을 활짝 열 준비, 사라진 것들에 사로잡힌 인생이 아닌 눈앞에 펼쳐질 것들을 향해 나아갈 준비, 사랑하는 친구와 이별할 준비. 이런 것들에서 오브리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걸음씩 준비되어간다.
참 마음이 아픈 소설이다. 전반적으로 마음을 아리게 하지만, 추수감사절을 보내는 장면에서의 오브리의 마음은 더욱 아픔으로 다가온다. 오브리는 추수감사절을 브리짓의 가정에서 할머니와 함께 보낸다. 이 때, 오브리는 할머니가 곁에 계셔서 감사하다. 그리고 브리짓 가정이 곁에 있기에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것들이 감사하다는 건 바로 아빠와 엄마가 곁에 없으며, 동생 사바나가 곁에 없다는 의미이기에 슬퍼한다. 자신을 조금씩 나아가게 하는 할머니와 브리짓 가정이 곁에 있어 감사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정말 있어야 할 곳을, 진짜 가족을 잃었다는 의미이기에 감사 이면엔 여전히 슬픔이 자리한다. 참 마음 아프게 하는 오브리의 고백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마음 아픈 가운데서도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이 또 한편으로는 아름답게 느껴지는 소설이기도 하다. 아울러 닫힌 마음을 열어주는 이들의 존재가 고맙기도 한 소설이다. 특히, 할머니의 사랑, 브리짓의 우정, 마르쿠스의 동질감에서 시작된 풋풋한 사랑 등이 오브리를 일으켜 세운 원동력이 된다.
오늘 우리 역시 힘겨운 삶속에서의 다시 일어설 준비는 바로 이것들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을까? 사랑, 우정, 연대 등으로 말이다. 이 땅에는 여전히 슬픔의 땅에 주저앉아 신음하고 있는 수많은 오브리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을 향해 우리가 브리짓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뿐 아니라 오브리 자신의 일어서겠다는 의지 역시 중요하게 작용한다. 오브리가 이렇게 독백하는 구절이 있다. “구역질을 하고 싶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안 하기로 결정했다.”(p.123) 그렇다. 이제는 슬픔에 정복당하지 않고, 사라진 것들에 붙들리지 않고, 주어진 삶을 향해 일어서겠다는 의지 역시 중요하다. 슬픔 가운데 주저앉아 있는 분들, 감당하기 힘든 고통에 짓눌린 분들 안에 이제는 일어서겠다는 굳건한 마음의 준비가 되길 소망한다.
아프지만, 아름다운 소설이다. 슬픔 가운데 신음하는 모든 분들이 읽고 함께 아파하며, 눈물 뒤에 이젠 힘차게 일어설 준비를 하면 좋겠다.
초등학교 고학년이상 대상으로 출판되었지만, 청소년이나 나아가 어른들이 읽기에 더욱 적합하리란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