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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양장)
이케다 가요코 구성, C. 더글러스 러미스 영역, 한성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비젼이란 말을 많이들 한다. 젊은이라면 당연히 비젼을 가지고 그 비젼을 향해 젊음을 던져야 한단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해본다. 무엇을 위한 비젼인가? 만약, 자신의 안위만을 위한 것, 그리고 자기만의 잘됨을 위한 것이라면 그러한 것도 비젼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인가?
타인을 향한 돌아봄이 없이 높은 곳만을 향해 달려가는 것만큼 위험하고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비젼을 말하는 사람들은 높은 곳만을 이야기하지만, 난 높은 곳만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보다는 낮은 곳을 향해 시선을 두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나보다 못한 사람들, 나보다 불행한 사람들, 나보다 힘겹게 하루하루를 눈물과 한숨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들에게 나의 생명을 나누고 삶을 나눈다면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이 보다 살 맛 나는 세상이 되며, 아름다운 터전으로 변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짧은 글이지만,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 바로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한 환경운동가의 글에서 시작된다. 그의 글이 인터넷 상에서 변화된 모습으로 옮기고 옮겨지면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건네 주던 것이 오프라인 상에서 책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세계를 100명의 마을로 환산함으로 백분율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여러 수치들을 보여준다. 지구상에는 서로 다른 모습의 많은 이들이 함께 살고 있음을 다양한 수치로 보여줌으로써 다양성을 인정하고 자신과 다름을 존중할 것을 은연중 독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또한 소수가 많은 자원들을 소유하고 소비하는 모순과 다수가 굶주림 속에서 있음을 수치를 통해 보여줌으로 분배의 불합리함과 모순을 꼬집고 있다. 아울러 문맹과 컴퓨터 보급률, 그리고 대학진학률 등을 들어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소수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행복한 사람임을 깨닫게 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은 단지 우리에게 문제제기만을 할 뿐이다. 그 다음 몫은 바로 우리의 것이다. 우리가 어떤 자세로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단순히 ‘아 그렇구나’라며 읽고 그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자신보다 낮은 자들을 위해 생명을 나누고자 결단하길 기원한다.
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이 책에 실린 글의 처음 생성 목적이 환경문제를 위해서였음을 생각한다면, 필요이상으로 꾸며지고 있는 책의 상태를 보면서 아쉬움이 남는다. 짧은 글이기에 친지들이 책을 돌려보며 자신을 돌아보고 이웃을 향해 시선을 옮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