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책방
마쓰히사 아쓰시 지음, 조양욱 옮김, 다나카 와타루 그림 / 아침바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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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어떤 곳일까? 우리는 흔히 천국이라 하면 사방이 온통 황금으로 뒤덮여 있고, 언제나 아름다운 노래가 흐르고 그곳에서 하는 일 없이 날마다 웃으며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만약 천국이란 곳이 황금으로만 덮여 있다면 그 딱딱한 곳에서 어찌 살까? 그리고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매일같이 반복된다면 그저 싫증나는 일에 불과하게 될 뿐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래서 천국 역시 우리가 살아가는 곳과 유사한 삶이 있는 곳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물론, 우리 삶 속에서처럼 서로를 향한 미움과 싸움과 시기 질투로 가득하여 혼돈을 향해 나아가는 그런 곳이 아니라, 어떤 때는 아픔도 있고 눈물도 있겠지만, 이 모든 것이 보다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곳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그런데, 정말 그런 천국을 환상적으로 묘사한 짧고 아름다운 동화가 바로 '천국의 책방'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천국이라는 곳을 모티브로 하여 젊은이들이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며 사랑을 깨닫게 됨을 그리고 있다.

무능력으로 인한 무력감에 젖어 있던 사토시, 그리고 자신의 동생을 먼저 보냄으로 스스로의 목숨을 끊어야만 했던 유이라는 소녀의 아픔들. 이것들이 천국에 있는 한 책방에서의 일상을 통해 치유되어 간다. 그리곤 서로를 향해 가슴을 열어 보인다. 마침내 천국에서 다시 이생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천국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그 기억을 완전히 잊어버리게 되어 서로 만날 수 없다지만, 그 아픔 가운데 키웠던 사랑의 힘은 그들을 이생에서 다시 만나 사랑의 열매를 맺게 한다.

정말 동화 같은 모티브이고 환상적인 요소를 가진 줄거리이지만, 가슴을 따뜻하게 하고 아름답게 하는 힘을 가진 동화이다. 우리 모두 이런 사랑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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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처럼 - 안도현의 어른을 위한 동화
안도현 지음, 이종만 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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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자신의 미래에 대한 반성 없이, 이미 주어진 ‘틀’안에서 순응하며 그저 굴러가고 있진 않은가? 혹은 나에게 주어진 환경을 탓하면서도 바로 그 환경 속으로 함몰해 들어가고 있진 않은가? 아니면, 삶에 대한 심각한 고민 없이 그저 주어지는 데로 의미 없이 살아가고 있진 않은가? 혹 그런 사람들에게 삶의 자리에서 스스로 일어서기를 촉구하는 잔잔하면서도 힘찬 이야기가 바로 안도현의 ‘민들레처럼’이란 동화이다.

어느 날 민들레 꽃씨 하나가 바람에 몸을 싣고 날아온다. 그 꽃씨가 펼쳐진 일기장 위에 내려앉음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모든 것들을 책을 통해 알아 가지만, 실상 그건 갇힌 이론에 불과함을 잘 알고 있는 이야기 속의 화자가 자신의 일기장 위에 내려앉은 작은 민들레 꽃씨 하나와 나누는 이야기 형식으로 동화는 전개된다. 여기 이야기 속의 화자는 저자의 자기반성이 투영된 듯 하며, 아울러 책을 통해 사물을 알아 가는 가상 독자들을 향한 경계의 투영인 듯 하다.

꽃이 지면서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 가운데, 사그러 들어가는 민들레 꽃. 하지만, 그런 외로움의 아픔 가운데 꽃줄기는 더욱 높이 치솟으며 또 다른 자아를 세상으로 보내기 위한 준비를 한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하필이면 아픔 가운데 키워낸 꽃씨를 날려보낼 바람이 불어오지 않으니. 이제 민들레 꽃씨는 또 다시 좌절로 주저앉던지 아님 뭔가 새로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시련 앞에 민들레는 운명을 바꾸는 힘이 자기 안에 있음을 깨닫는다. 막연히 꽃씨를 날려줄 바람이 불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 속에 있는 바람을 불러일으키려 노력한다.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기 위해선 도움의 손길뿐 아니라 자기 내부의 힘을 불러 세우는 노력이 필요함을 민들레는 깨달은 것이다. 결국, 민들레 꽃씨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여 자기 자신을 흔들어 몸 속의 바람을 불러일으킴으로 먼 곳을 비행하여 이야기 속 화자의 일기장 위에까지 날아오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이런 민들레 꽃씨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민들레처럼’ 자신을 흔들어 깨우며,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내부의 힘을 불러일으키길 촉구한다. 우리들은 작은 민들레 꽃씨와 같은 그런 존재이지만, 이 세상에 왔다 갔음을 잊지 않기 위한 작은 점을 찍는 꽃씨들을 각자의 삶 속에서 만들어가길 바란다. 아직 자신을 흔들어 깨우지 않은 많은 이들이 ‘민들레처럼’ 자신을 깨우길 저자는 잔잔하지만 힘있는 어조로 우리에게 말한다.

민들레꽃은 ‘앉은뱅이 꽃’이라 불린단다. 앉은뱅이 같은 불우한 환경 가운데 주저앉아 날마다 눈물과 한숨가운데 신음하고 있을 수많은 이 땅의 민들레들이 이 책을 읽고 ‘민들레처럼’ 스스로를 흔들어 깨워 일으키는 일들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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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 반양장
피천득 지음 / 샘터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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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을 읽는다는 건 가슴 벅찬 커다란 행복이다. 피천득 선생님의 “인연”을 읽으며 그와 같은 행복을 느낀다. 또한, 욕심이 생긴다. 나 역시 이런 글을 써 보고 싶단 욕심이... 아울러 글을 맛깔 나게 써내려 가는 그 재능에 부러움이 인다.

하지만, 그의 글이 글쟁이의 재능 탓 만일까? 아니리라! 그의 소탈하면서도 간결한 언어들이 저자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하여 우러나왔기에 그만한 힘을 가진 것이 아닐까?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모두 짧은 글들이지만, 책장을 덮은 후에도 한참 동안을 글을 읽어 가는 행복에 빠져있게 하는 글들이다. “작은 놀라움, 작은 웃음, 작은 기쁨을 위하여 글을 읽는다”는 저자의 말처럼 그의 글들은 삶의 기쁨을 누리게 하기에 충분한 힘이 있다.

나의 삶 역시 그의 글처럼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삶이라면... 또한 가난과 부유함을 초월하여, 궁색함을 잃지 않는 여유가 있다면... 언제나 그처럼 아름다운 글들과 함께 하는 삶일 수 있다면...

삶이 메말라지고 생기를 잃어갈 때마다 이 책을 들고 아무 곳이나 펼쳐지는 곳을 읽어 내려감으로 삶의 향기를 되찾는 시간들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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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김호영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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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마르슬랭 까이유는 불행한 유년기를 가진 아이이다. 왜냐하면, 그는 쉽게 얼굴이 빨개지기 때문이다.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 그로 인해 다른 평범한 아이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아이. 남과 다르다는 것이 실제로 그 사람의 본질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사회생활을 해야만 하는 우리들에게 있어, 특별히 다름은 분명 귀찮은 문제일 것이다. 아니 귀찮은 것뿐이 아닌 창피하고 부끄러운 요소가 된다.

이처럼 남과 다르다는 차이로 인한 부끄러움 속에 성장해야만 하는 마르슬랭에게 자신만큼이나 특이한 친구가 생긴다. 새로 이사온 이웃인 르네 라토는 시시때때로 재채기를 해대는 아이이다. 자신의 얼굴이 불쑥 불쑥 붉어지는 것과 같이...

이러한 특별함이 서로를 가까운 친구로 묶게 된다. 그 유별남이 서로를 향한 우정을 키우게 된 그들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르네 라토가 이사를 감으로 말미암아 그 우정은 끝나게 된다. 하지만, 그 단절이 마지막은 아니었다. 성인이 된 그들이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다. 각자의 커다란 컴플랙스에도 훌륭하게 성장하여 어엿한 사회인이 된 그들은 그 우연한 만남과 몇 차례의 조우를 일회적인 것이고 의례적인 만남에 그치게 하지 않는다. 우연한 그 만남은 이젠 서로를 향한 끈끈한 우정으로 자라간다.

이 짧은 이야기가 아름다운 이유는 그들이 차별의 요소를 오히려 서로의 우정을 키우는 밑거름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아픔이 바로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그 다름을 차별과 조롱의 재료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 다름이 당사자에게는 커다란 소외감과 아픔의 근원이 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많은 아이들이 “얼굴 빨개지는 아이”를 읽고 자신과 다른 타자를 이해하고 감싸주는 인격이 형성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된다면 소위 말하는 ‘왕따’로 인해 눈물짓는 청소년들이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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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양장)
이케다 가요코 구성, C. 더글러스 러미스 영역, 한성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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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비젼이란 말을 많이들 한다. 젊은이라면 당연히 비젼을 가지고 그 비젼을 향해 젊음을 던져야 한단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해본다. 무엇을 위한 비젼인가? 만약, 자신의 안위만을 위한 것, 그리고 자기만의 잘됨을 위한 것이라면 그러한 것도 비젼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인가?

타인을 향한 돌아봄이 없이 높은 곳만을 향해 달려가는 것만큼 위험하고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비젼을 말하는 사람들은 높은 곳만을 이야기하지만, 난 높은 곳만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보다는 낮은 곳을 향해 시선을 두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나보다 못한 사람들, 나보다 불행한 사람들, 나보다 힘겹게 하루하루를 눈물과 한숨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들에게 나의 생명을 나누고 삶을 나눈다면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이 보다 살 맛 나는 세상이 되며, 아름다운 터전으로 변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짧은 글이지만,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 바로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한 환경운동가의 글에서 시작된다. 그의 글이 인터넷 상에서 변화된 모습으로 옮기고 옮겨지면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건네 주던 것이 오프라인 상에서 책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세계를 100명의 마을로 환산함으로 백분율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여러 수치들을 보여준다. 지구상에는 서로 다른 모습의 많은 이들이 함께 살고 있음을 다양한 수치로 보여줌으로써 다양성을 인정하고 자신과 다름을 존중할 것을 은연중 독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또한 소수가 많은 자원들을 소유하고 소비하는 모순과 다수가 굶주림 속에서 있음을 수치를 통해 보여줌으로 분배의 불합리함과 모순을 꼬집고 있다. 아울러 문맹과 컴퓨터 보급률, 그리고 대학진학률 등을 들어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소수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행복한 사람임을 깨닫게 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은 단지 우리에게 문제제기만을 할 뿐이다. 그 다음 몫은 바로 우리의 것이다. 우리가 어떤 자세로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단순히 ‘아 그렇구나’라며 읽고 그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자신보다 낮은 자들을 위해 생명을 나누고자 결단하길 기원한다.

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이 책에 실린 글의 처음 생성 목적이 환경문제를 위해서였음을 생각한다면, 필요이상으로 꾸며지고 있는 책의 상태를 보면서 아쉬움이 남는다. 짧은 글이기에 친지들이 책을 돌려보며 자신을 돌아보고 이웃을 향해 시선을 옮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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