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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에서 인생을 배웠다
한젬마 지음 / 명진출판사 / 2001년 2월
평점 :
절판
평소 그림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으며, 그랬기에 그림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나이다. 그런 나에게 그림이란 분야에 대해 작은 관심을 안겨준 책이 바로 한젬마씨의 '나는 그림에서 인생을 배웠다'란 책이다. 이 책은 저자 나름의 작품 해석과 또한 자신이 일상에서 느낀 감정들을 타인의 작품과 잘 버무려 놓은 그런 작품이다. 쉽게 그림에 접할 기회가 없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 다양한 그림들을 사진으로나마 접할 기회를 제공하며 아울러 그림 감상이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한 책, 미술의 세계란 것이 꼭 눈에 보이는 미술이란 매체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 바로 본서이다.
본인은 작은 시골마을에서 신학의 세계에 눈뜨고자 애쓰고 있는 신학도이다. 언뜻 내가 가야 할 길과 이 책이 제시하는 세계는 별개의 세계인 것처럼 여겨지기 십상이지만, 본서를 읽어감에 신학함이란 것이 예술의 세계로 인해 도전 받음을 경험하게 된다.
'예술의 목표는 진정한 사람이 되는 것이며 예술은 단지 그 길을 가기 위한 방편'이라는 최종태씨의 글을 인용하며, '좋은 그림을 그리고자 서두르기보다 먼저 바른 것, 좋은 것, 아름다운 것, 그런 것들이 안심하고 찾아와 서식할 수 있는 마음을 닦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을 통해, 신학함의 길에 치기롭게 올라선 나의 마음가짐은 과연 어떠한가, 그리고 신학함을 자칭하는 우리네들의 인생은 과연 어떠한가를 돌아보게 한다. 혹, 우리의 궁극적 목표가 신이라는 추상적 생각에 먼저 인간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네 신학함이 사람다운 사람의 길을 가기 위한 것인가? 아님, 눈에 보이는 거룩함만을 추구하고 있진 않은가? 혹시 신성을 빙자한 자신의 욕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진 않은가?
일평생 70여 편의 자화상과 초상화 작업을 통해 자신과의 끝없는 대화를 했다던 램브란트. 예술가의 열정이 이러할진대, 신학의 길을 가고자 하는 나의 삶은 과연 이만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가? 나는 과연 일상의 삶 속에서 나 자신과 어느 정도의 대화를 수행하고 있는가? 일상 가운데, 나의 양심이 항상 깨어 빛을 발하고 있는지? 이 땅의 모든 피조물들을 사랑하는 자비심을 잃고 살아가고 있진 않은지? 자신과의 끊임없는 반성과 대화를 수행해야 함을 다짐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한 학생들에게 그림 그리는 방법이나 기술보다는 세상을 보는 눈을 가르치는 것, 세상의 다양한 모습 속에서 뭔가 다른 세상을 발견하는 눈을 길러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네 신학도들 역시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야 할 것이며, 각자가 담당하는 신자들에게도 세상을 바로 보는 눈을 가르쳐주는 것이 바로 목회자의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림에 대해선 문외한인 나로서도 이 책에 삽입되어 있는 몇몇 그림들은 나의 가슴을 헤집어 놓았다. 학생들 앞에서 한껏 지절거리곤 했던 내가 그 몇몇 그림들이 주는 메시지만큼 과연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세상을 보는 길을 제시하였던가? 보다 삶을 고뇌하고 내적 고민가운데서 짜내는 메시지를 아이들에게 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 나에겐 큰 도전을 준 책임에 분명하다.
물론, 이런 도전은 나의 주관적 입장에서 받은 도전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도전이 본서에 의해 제공되었음 역시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그림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며, 또한 각자의 삶의 자리에 맞는 도전과 메시지를 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