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쇼핑 프로젝트
정기훈.이현수 글.사진 / Media2.0(미디어 2.0)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뉴욕 쇼핑 프로젝트』는 여행책자이다. 하지만, 엄격히 말한다면, 여행책자라고 구분할 수 없다. 이 책은 쇼핑 책자이다. 그것도 뉴욕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쇼핑 도우미 책자라고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렇기에 여행책자라기보다는 뉴욕의 쇼핑 정보를 알려주는 생활정보책자라고 볼 수도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쇼핑 카테고리는 의류, 신발, 가방, 액세서리, 안경, 향수, 화장품, LP 레코드점(학창 시절 수집하고 듣던 LP판의 부활이 반갑다), 서점(독립서점들의 분투가 고맙다), 커피숍 등이 있다. 물론 이 중에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것은 의류 부분이다. 셀렉트숍부터 시작하여 빈티지, 힙스터, 콜렉션, 캐주얼, 청바지 등의 항목으로 뉴욕의 모든 패션숍을 망라하고 있다.

 

그러니 만약 뉴요커를 선망하는 분들이라거나, 패션피플들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책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많은 사진들을 올려놓았기에 마치 쇼핑정보잡지를 보듯 넘겨 볼 수 있는 책이다. 많은 사진들을 통해, 뉴욕의 매장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여행책자를 생각한 분들이라든지, 아님 뉴욕 쇼핑에 얽힌 스토리텔링을 기대한 분들에게는 실망 가득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은 배제된 채 순전히 쇼핑 정보만을 제시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이 없기에 오로지 쇼핑에 초점을 맞춘 여행책자라기보다는 오로지 쇼핑 정보만을 제공하는 책으로 다가온다. 솔직히 나에겐 실망스러운 책이다. 물론, 이것은 패션피플과는 거리가 먼 본인의 극히 주관적 느낌이다.

 

그럼에도 뉴욕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 그리고 패션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겐 쇼핑 도우미의 역할을 톡톡히 하리라 여겨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인에게 더 특별한 세계여행지 - 세계 속 한국 찾기, 스토리텔러와 함께하는 해외여행
이종원 글.사진 / 상상출판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 작가 이종원 씨는 전문 여행가다. 전문 여행가가 따로 있겠느냐마는 여행을 업으로 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전문 여행가라 칭할 수 있지 않을까? 그가 운영하는 여행카페, “모놀과 정수”를 통해, 국내 답사 여행을 150여회 실시하였고, 자신의 이름으로 여행서적이 벌써 여러 권 출간되었으니, 이만하면 전문 여행가라 부를 수 있을 듯싶다.

 

여행에 정해진 스타일이 있는 건 아니다. 어느 스타일이 좋고, 어느 스타일이 나쁘다는 말도 맞지 않다고 여겨진다. 자신에게 맞는 여행 스타일이 좋은 것, 아닐까? 어떤 이는 여행지에 대해 열심히 찾아보고 조사하고 공부하여 여행할 때, 즐거움이 배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즉흥적으로 이끌려 하는 여행이 행복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자신의 입장에서 여행은 어떻게 하는 것이 옳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실 틀린 사람들이다. 또한 그런 주장들에 현혹되어 자신의 옷이 아님에도 굳이 입어보겠다고 낑낑 거리는 사람들도 불행한 사람들이다. 자신의 옷을 찾으면 된다. 그것이 여행이다.

 

어떤 이들은 관광과 여행은 다르다고 단정하기도 한다. 그러며, 은연중 관광을 폄하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하지만, 관광 스타일이 맞는 분들은 그것이 그분의 여행이다. 사람에 따라 휴양이 맞을 수도, 극기를 요구하는 극한의 트래킹이 맞을 수도 있다. 어떤 이는 역사유적을 다니며 공부하는 것이 그 사람에게는 쉼의 시간 참 여행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 이종원씨는 어떤 스타일일까? 글쎄, 본인에게 맞는 옷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는 답사여행 스타일을 좋아한다. 그의 여행에는 그렇기에 공부가 있고,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울림이 있다.

 

이번 책, 『한국인에게 더 특별한 세계여행지』 역시 역사와 문화유산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세계 각 장소 속에서 우리의 역사와 문화 가운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소를 찾아 나선다. 그래서 가장 먼저, 백두산을 찾아 나서고, 안중근 의사의 역사적 현장들을 찾아 나선다. 이런 식으로 세계 속에서 우리 민족에게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곳들을 찾아 나선다.

 

 

한 마디로 테마가 있는 여행이다. 그렇기에 책을 통해 함께 여행을 다니며, 때론 감격하기도 하고, 때론 분개하기도 하며, 때론 한숨짓기도 한다.(난 개인적으로 이런 여행 스타일을 선호한다. 그래서 때론 여행이 제일 행복하면서도 힘들기도 하다.)

 

단순히 해외(역시 이런 표현이 익숙한 것을 보니, 우리나라는 섬 아닌 섬이 맞나보다) 장소만을 제시하지 않고, 국내 연계 관광지도 소개하고 있는 점도 여행자들을 위한 작은 배려라고 생각된다. 처음 인천공항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함도 여행자들을 위한 배려라고 여겨진다.

 

아울러 많은 사진들 역시 좋다. 여행서적은 뭐니뭐니해도 사진들이 많아야 좋다(물론 전적으로 개인적 취향이다. 때론 사진이 없는 여행서적들도 훌륭한 책들이 없지 않다). 그래야 실제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최대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잘 찍은 사진들이 고맙다.

 

단지 아쉬운 점 역시 없진 않다. 무엇보다 “한국인에게 더 특별한 세계여행지”이다. 그렇다면, 작가가 여행한 장소라 할지라도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연관성을 찾기 보다는 보편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한국인에게 더 특별한 세계여행지'만을 실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외의 장소는 앞으로도 여행 작가로서 계속하여 책 작업을 할 것이기에 다음 기회를 위해 '본관'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말이다. 물론 이런 아쉬움은 순전히 개인적인 견해이다.

 

이 책이 전반적으로 '특별한' 의미의 여행임에는 분명하다. 좋은 책, 감사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하여 좋은 글과 책으로 우릴 찾아와 주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스믹코믹 - 빅뱅을 발견한 사람들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1
아메데오 발비 지음, 김현주 옮김, 로사노 피치오니 그림, 이강환 감수 / 푸른지식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스믹코믹』은 빅뱅 이론을 만들어간 사람들, 즉 빅뱅 이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여러 과학자들의 흔적을 마치 퍼즐을 맞추듯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책이다. 어려운 이론을 설명한다기보다는 빅뱅 이론을 만들어간 여러 사람들을 나열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또한 우리가 알기 쉽도록 만화로 말이다. 비록 딱딱한 내용이지만, 만화이기에 접근이 용이하다.

 

빅뱅 이론은 한 마디로 우주가 생기기 전 초고밀도의 미지의 물체가 있었는데, 이 물체가 갑자기 폭발하여 우주를 이루게 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을 만들게 된 가장 주된 논리는 지금도 우주가 조금씩 확장되어져 간다는 관찰을 통해서이다. 우주가 계속하여 확장되어져 가는데, 그렇다면, 역으로 추적해 보면, 이 우주가 하나의 물체였을 수 있다는 가설에서 시작한다. 물론, 이런 가설 역시 한 사람이 내 세운 것은 아니다. 각기 시간을 초월하여 여러 과학자들이 이런 주장을 하였다.

 

여기에 또 하나의 주된 과학적 업적은 197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아노 펜지어스와 밥 윌슨의 업적이다. 이들은 전파 천문학 관측을 위한 안테나 연구를 하였다. 그런데, 계속하여 그들의 안테나에 잡음이 잡히는 것. 이 소음을 해결하기 위해 그들은 웃지 못 할 노력들을 계속한다. 안테나에 둥지를 튼 비둘기 때문이라 생각하여, 비둘기를 쫓기도 한다. 하지만, 어떻게 하여도 계속하여 소음이 잡히는 것.

 

또 한 쪽에서 다른 과학자들은 빅뱅 이론이 증명되려면, 빅뱅이 일어날 때 생성된 엄청난 열이 지금도 우주 공간 어디엔가 복사열로 존재할 것이라는 가설 하에, 이 복사열을 찾기 위한 작업을 계속해 나간다(이 열을 우주배경복사라 부르는데, 이는 빅뱅현상이 일어난 직후 아주 뜨거워졌던 열이 수십억년이 흐르는 동안 우주 팽창과 함께 냉각되었지만, 아직 남아 있을 것이라 여겨지는 열이다). 이들이 꿈에도 찾길 원하는 그 복사열에서의 신호가 바로 아노 펜지어스와 밥 윌슨이 소음이라 여겼던 바로 그 소리다.

 

빅뱅의 흔적이 될 수 있는 우주배경복사열에서 잡히는 신호였던 것. 사실 이들은 빅뱅의 흔적을 찾기 위해 그 신호에 매달렸던 것은 아니다. 단지 그들은 전파를 통한 천문학 관측을 하려는데, 지울 수 없던 잡음에 대한 문제해결을 위해 매달렸던 것. 그럼에도 다른 과학자들이 꿈에도 발견하길 원했던 신호를 잡아냈던 것. 이 공로가 인정되어 이들은 노벨 물리학상의 영예를 누리게 된다.

 

어쩌면, 무시하고 작업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보다 더 확실한 연구를 위해 잡음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다. 결국 그 잡음이 잡음이 아닌, 우주에서 잡힌 신호임을 알게 된 우연(?). 빅뱅 이론의 증거가 되는 그 작업이 이처럼 우연에 의한 것임이 재미있다.

 

물론, 『코스믹코믹』이 빅뱅이론에 대해 명확하거나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진 않다. 하지만, 빅뱅 이론이 나오게 된, 그 배경을 이루는 학자들의 작업들을 마치 퍼즐을 맞춰가듯 제시해 주고 있다. 이 퍼즐을 하나하나 따라가는 가운데,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 할지라도, 아하 빅뱅 이론이란 것이 이런 것이겠구나. 그리고 이러이러한 사람들이 그 이론을 탄생시킨 못자리가 되는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울러, 이것 역시 하나의 가설임을 저자는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저자는 마지막에 이렇게 끝맺고 있다.

“이 이론에는 납득할만한 증거가 있을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지금으로서는 그렇다.”

 

그렇다. 지금으로서는 그렇지만, 언젠가 우주의 탄생 비밀이 밝혀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밝히기 위한 수많은 노력이 있었음이 중요하다.

 

[ 푸른지식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므랑 이영민
배상국 지음 / 도모북스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호므랑 이영민』,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과연 무슨 책인지 궁금했다. ‘호므랑’은 야구경기의 ‘홈런’의 일본식 발음이고, 이영민은 일제시대 조선을 대표하던 야구선수이다. 조선 최초의 홈런왕 이영민, 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 『호므랑 이영민』이다.

 

야구를 이야기의 소재로 하고 있지만, 단순히 스포츠만이 아닌 민족애를 건드리는 소설이다. 우리 민족 역사상 가장 암울하던 시대인 일제시대의 조선의 스포츠 영웅 이영민에 대한 이 소설은 한 마디로 재미있다.

 

하지만, 표지 디자인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디자인은 아니다. 너무 산만한 디자인은 독자들을 외면케 한다(물론, 어쩜 이토록 산만한 디자인에 손이 갈 수도 있지만). 제목 역시 눈에 들어오진 않는다. 이런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는 책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막상 책장을 펼치면 너무 재미있다. 두툼한 책, 500페이지가 넘는 내용이 언제 읽히는지 모르게 금세 읽혀진다.

 

저자는 불세출의 스포츠 천재 이영민과의 라이벌 관계에 있던 기주와의 갈등과 우정, 일본인과 조선인간의 갈등과 우정, 이영민의 사랑 등을 통해, 이야기를 흥미롭게 잘 풀어 나간다.

 

또한 재미와 함께 감동이 있다. 특히, 시대적 상황을 생각할 때, 더욱 그러하다. IMF의 힘겨운 순간을 보낼 때, 지구 반대편에서 승전보를 올리던 박찬호와 박세리의 소식들이 우리 국민들에게 힘이 되었듯이, 이영민은 암울하던 시대, 아무런 희망이 없고, 즐거움이 없던 시대에 조선인들에게 살맛을 제공하고, 통쾌함을 주던 시대의 영웅이다. 그의 홈런, 그리고 경기를 향한 그의 투지와 열정은 나라 잃은 식민지 백성에게는 답답한 세상에서의 일종의 해방구였으며, 한줄기 서광이었다. 언제나 일본의 멸시천대 아래 신음하지만, 그럼에도 그 일본의 콧대를 눌러주던 스포츠 영웅에 대한 이야기는 오랜 시간이 흐른 오늘날 우리에게도 감동을 준다.

 

야구는 또한 이영민에게 있어 민족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신을 통해 희망을 읽어내며, 꿈을 키워가는 동포들의 모습을 발견하며, 야구를 통한, 민족 사랑을 점차 키워가는 전개 역시 감동으로 다가온다.

 

역시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할 때, 빠질 수 없는 주제가 일본의 야비함이다. 그러한 모습들이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또 한편 그 가운데서도 대립의 각을 세우던 일본선수와의 우정으로의 전환하는 모습들 역시 또 하나의 감동을 선사한다.

 

감동과 재미를 함께 주고 있는 『호므랑 이영민』, 야구를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물론, 야구를 잘 모르는 분들 역시 읽어도 같은 감동과 재미가 있으리라 여겨진다.

 

야구를 사랑하는 작가가 두산의 팬임을 소설의 인클루지오 부분에서 알 수 있다. 작가는 두산의 현역 선수 몇 사람을 실명으로 등장시키는데, 이것 역시 소설의 소소한 재미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작가는 이 부분에서 두산과 LG가 2014년 한국시리즈에 만나는 것으로 설정한다. 아마 두산 팬인 작가의 희망이 반영된 것이라 여겨지지만, 이 꿈은 올해엔 결코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아, 다른 팀을 좋아하는 나로선 ‘어림도 없지’란 생각과 함께 또 하나의 작은 미소를 짓게 한다.

 

올 가을 야구를 보며, 조선의 베이브 루스라 불려 졌던 사나이, 이영민의 이야기 속으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학교 출입 금지
코르네이 추콥스키 지음, 김서연 옮김 / 호메로스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러시아 아동문학의 아버지라 불린다는 코르네이 추콥스키의 자전적 성장 소설이다. 성장 소설의 단골 메뉴라고 할 수 있는 풋풋한 짝사랑, 학교에서의 컨닝 작전 등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된 주제는 작가 자신이 경험한 학교의 부조리, 세상의 부조리다.

 

작가는 이 부조리에 대해 분노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독자들 역시 자신의 그 분노함에 동참해 줄 것을 원한다. 왜냐하면, 그 대상은 다르다 할지라도 이러한 사회의 부조리들은 다양한 곳에서 여전히 존재할 것이기에.

 

작가는 세탁 일을 하는 어머니, 그리고 누나, 이렇게 세 식구가 힘겹게 살아간다. 이 가운데서도 어머니는 자녀들의 교육만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주인공은 어느 날 반 친구가 성적표를 조작하고 땅에 파묻은 사건을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누명을 쓰고, 퇴학당하고 만다.

 

학교에서 퇴학당한 엄청난 사실을 차마 어머니에게 밝힐 수 없어, 전전긍긍하는 그 모습, 그 심정을 잘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퇴학당한 이유는 학교 교장 이하 교사들이 성적표 사간의 진실을 오해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집안이 가난하기에, 그토록 가난한 노동자 자식과는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것을 수치로 여긴 학교 방침(?)에 의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가진 자들의 오만과 만행으로 인해,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수 없어, 노동자가 되어야만 했던 작가(물론, 그럼에도 학업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독학하여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대학에 들어가게 되고, 후엔 작가가 된다). 그래서 책 제목처럼 『학교 출입 금지』조치에 눈물 흘려야만 했던 자신의 청소년 시절의 그 아픈 상처를 통해 작가는 학교의 부조리를, 더 나아가 당시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한다.

 

작가는 자신의 퇴학 사건, 『학교 출입 금지』사건의 이유가 무엇인지를 이렇게 독백한다. “문제는 내가 코젤스키를 부추겨 성적표를 땅에 묻게 했는지 안했는지가 아니었다. 그건 아무 의미도 없는 하찮은 일에 불과했다. 중요한 건, 내 어머니가 ‘튠틴 중령의 미망인’처럼 바닷가의 대저택도 없고, 주예프 어머니처럼 목욕탕이나 술집을 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 내 어머니가 가진 거라곤 그저 남의 속옷을 빨아 거칠어진 손밖에 없었다.(pp.161-2)”

 

“내 어머니가 가진 거라곤 그저 거칠어진 손밖에 없었다”는 저자의 고백이 참 서글프게 느껴지며, 또 한편으론 그 아름다운 노동의 손이 퇴학당하는 원인이 되는 부당한 세상을 향한 분노가 끓어 오른다.

 

이 책은 저자의 당부가 없다 할지라도 저자가 느꼈을 분노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비열한 목적을 위해,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 가진 것 없는 약자들을 괴롭게 하는 그 세력들을 향해 분노가 일수밖에 없다.

 

특히, 교육자의 가면을 쓰고 있지만, 그 내면은 더럽고 추악한 교장, ‘여섯눈’과 그 졸개들의 모습에서 분노와 함께 본질을 상실한 자리보존은 추악한 죄의 근거가 될 수밖에 없음을 생각해 본다. 어느 누구이든 자신의 자리에 합당한 자세, 그 본질을 잃은 사람들은 부조리의 온상이 되며, 분노의 대상이 됨을 말이다. 종교인이든, 정치인이든, 공무원이든, 교사든 말이다. 우리 내가 서 있는 그 자리에 합당한 자가 되자. 나에게 씌워진 타이틀이 무엇이든 그 타이틀의 본질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자.

 

아울러, 가진 것 없는 노동자의 자식이 감히 함께 교육받을 기회를 누린다는 것에 거부감이 있던 작가 당시의 가진 자들. 그들의 모습이 과연 당시만의 모습이었을까 생각해본다. 오늘은 이러한 부조리가 없을까? 자신들은 저들과 다르다고, 천민들과는 함께 할 수 없으며, 그들이 자신들과 같아져서도 안 된다는 귀족주의가 왜 없겠나? 자신들의 것을 지켜내기 위해선 가진 것 없는 자들에겐 양질의 교육을 보장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오늘은 더욱 팽배하지 않을까?

 

그나마 저자의 시대에는 가난할지라도 열심히 공부하면 신분상승의 기회는 주어졌다. 하지만, 오늘날 그런 기회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줄어들지 않았나! 왜 그럴까? 예전엔 가난해도 운동을 통해, 신분상승의 기회를 잡기도 했는데, 가난해도 음악이나 미술 등 예술적 소질을 통해 신분상승의 기회를 잡기도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가난하면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오늘의 세태는 무엇 때문일까? 단순히 시대가 바뀜에 따른 시대적 현상일 뿐일까? 아니면, 이런 사회로 몰고 가는 ‘여섯눈’들이 있기 때문일까? 모를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