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기적이라고?! - 어린이 친구의 이해심을 넓히고 더불어 사는 의미를 일깨우는 생각동화 팜파스 어린이 20
한화주 지음, 김효주 그림 / 팜파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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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현네 반 선생님께서 숙제를 내주셨답니다. 모듬별로 ‘함께’ 하는 숙제인데, 주변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발견보고 해결방법을 찾아보라는 겁니다. 동현네 모듬 역시 문제를 찾아 ‘함께’ 밖으로 나간답니다. 그런데, 동현은 ‘함께’ 하는 일이 맘에 들지 않답니다. 왜 함께 해야 하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고요. 그저 각자 한 가지씩 문제를 찾아 와 이야기를 하면 좋을 텐데 말이죠.

 

그래서 다른 친구들은 힘든 것도 참고 문제를 찾아 돌아다니는데, ‘혼자’ 집으로 돌아가 버립니다. 그 뒤로도 동현은 함께 하지 않는답니다. 정작 동현이 그 모듬의 모듬장인데 말이죠. 사실, 모듬장을 뽑자고 우긴 것도 동현이랍니다. 자기가 모듬장을 함으로 귀찮은 일은 하지 않고, 그저 보고만 받고, 발표만 하려는 꼼수였죠. 결국엔 친구들이 참지 못하고, 동현을 모듬장에서 쫓아내버린답니다. 그리고 이 일에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민재 역시 동참했고 말이죠.

 

이 일로 동현은 화가 났답니다. 그런데, 화를 내고 민재에게 따지는 것이 과연 정당할까요? 과연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아이 동현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여전히 자신만 아는 그런 밉상인 친구로 남게 될까요?

 

이 동화 『내가 이기적이라고?!』는 자연스레 이기적인 모습이 얼마나 얄밉고 미운지를 알게 해 주는 재미난 이야기랍니다. 그럼으로 날 돌아보게 되고, 이제는 나만 아는 이기적인 모습이 아닌, 서로를 위하고 함께 ‘우리’를 만들어가는 멋과 재미를 알게 해주고요.

 

물론, ‘나’를 사랑하고, ‘나’를 생각하고, ‘나’를 위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아니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모습이죠. 하지만, ‘나만’ 사랑하고 생각하고 위한다면 문제겠죠. 언제나 오직 ‘나뿐’인 사람을 우린 ‘나쁜’ 사람이라 말하고요. ‘나’만 생각하며 남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 착각하지만, 실상 그런 모습으로 인해, 다른 이들이 기분 상하게 되고, 실제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거든요. 동화 속에서도 동현은 자신을 위하고 생각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미 많은 친구들의 마음을 언짢게 하는 것 자체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모습이랍니다.

 

그런데, 이렇게 동현이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친구가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지를 생각해봅니다. 그건 바로 그 엄마에게 배운 것 아닐까요? 아들을 옆에 태우고 운전을 하며, 자신만 먼저 가고, 자신만 바쁘다는 논리를 펴며, 잔뜩 밀려 있는 것 보면서도 일부러 옆 차로로 가서 마음껏 끼어드는 모습. 그러면서도 이렇게 사는 것이 똑똑하다고 여기는 그 모습이 아들 동현을 이기적인 아이로 만들었답니다.

 

부모들의 나만 아는 생각과 삶의 태도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녀들을 자신만 아는 괴물들로 만들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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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이해인 지음 / 열림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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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어주는 예쁜 시집을 만났다. 바로 이해인 수녀의 시집,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이다. 이 시집은 1999년에 발표된 시집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의 개정증보판이다. 당시의 시를 그대로 실었으며(물론, 시의 배치는 완전히 바뀌었다), 여기에 신작 시 35편의 시가 새롭게 추가되었다.

 

아무래도 새롭게 실린 시들 가운데는 시인의 투병생활의 영향 때문인지, 아픈 날들에 대한 노래가 16편이나 된다. 그래서 왠지 더 뭉클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체적인 시의 분위기는 따스하고 아름답다. 이는 시집을 처음 펼쳤을 때, 만나는 시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물론 예전 시집 역시 아름다운 시구이자 이젠 유명해진 시구로 시작한다. 나무 안에 수액이 흐르듯/내 가슴 안에는/ 늘 시가 흘러요 - 시의 집 일부).

 

우리 서로 / 사랑하면 / 언제라도 봄 (중략)

몸과 마음이 / 많이 아플수록 / 봄이 그리워서 / 봄이 좋아서 //

나는 너를 / 봄이라고 불렀고 / 너는 내게 와서 / 봄이 되었다 //

우리 서로 / 사랑하면 // 살아서도 / 죽어서도 // 언제라도 봄

<봄의 연가> 일부

 

시인은 사랑을 노래한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하는 한 비록 아파도, 더 나아가 비록 죽어도 우린 봄을 누릴 수 있다고 고백한다. 아마도 시인에게 이 봄의 심상은 천국과 같은 의미가 아닌가 싶다. 이는 이 시집의 마지막 노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내가 당신을 / 깊이 / 사랑하는 순간 /

당신이 나를 / 진심으로 / 사랑하는 그 순간은 / 천국입니다.

<어느 날의 일기> 일부

 

이 두 시 모두 새롭게 실린 노래들이다. 아마도 시인은 투병생활을 통해, 사랑이야말로 봄날을 누리는 비결이며, 천국을 끌어오는 힘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지 않았나 싶다. 이 아름다운 시집을 통해, 이 봄 우리의 마음이 따스해지고, 우리의 인생이 천국을 누리는 아름다운 축복이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두 아름다운 노래들이지만, 또 하나의 노래를 적어본다.

 

꽃 이름 외우듯이 / 새봄을 시작하자 / 꽃 이름 외우듯이 /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즐거움으로 / 우리의 첫 만남을 시작하자 //

우리 서로 사랑하면 / 언제라도 봄 //

먼 데서도 날아오는 꽃향기처럼 / 봄바람 타고 /

어디든지 희망을 실어 나르는 / 향기가 되자

<꽃 이름 외우듯이> 일부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고, 서로를 사랑함으로 비록 여전히 우린 힘겨운 인생, 때론 삭막하고, 때론 척박한 인생을 살아가지만, 그 가운데서도 꽃향기처럼 희망을 실어 나르는 향기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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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지식 ⓔ 6 - 역사와 인물 EBS 어린이 지식ⓔ 시리즈 6
EBS 지식채널ⓔ 제작팀 지음, 박은애 그림 / 지식채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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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지식ⓔ』시리즈에 대해 책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네요.

“5분의 짧은 시간에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가 전할 감동과 재미를 선사해 온 EBS는 <지식채널ⓔ>의 내용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흥미롭게 풀어냈습니다. 감성 지식 창고인 <어린이 지식ⓔ>는 어린이들에게 이웃과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감성을 심어 줘 21세기 글로벌 리더로 키워 줍니다.”

 

바로 이 설명을 통해 이 6번째 책인 “역사와 인물 편”이 지향하는 바를 잘 알 수 있겠네요. ‘어린이들에게 이웃과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감성을 심어 줘 21세기 글로벌 리더로 키워’ 주려는 목적을 가진 책답게 이웃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지고 책 내용을 구성하고 있답니다.

 

먼저, 1부에서는 “인류 문명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인류만이 직립 보행을 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직립 보행을 통해, 얻은 가장 좋은 점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자유로운 손’이라고 말한답니다. 참 멋진 접근이죠? 인류가 직립보행을 함으로 자유로워진 손은 남의 것을 빼앗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돕기 위해 주어진 자유라는 접근, 이 가르침이라면 우리 아이들의 가치관을 바르게 형성시켜줄 것 같네요.

 

이 외에도 2부에서는 역사를 바꾼 인물들, 3부에서는 사회를 바꾼 인물들, 4부에서는 고정 관념을 바꾼 인물들이란 주제로 도합 13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답니다. 각각 짧은 내용이지만, 그럼에도 그 의미만은 결코 짧지 않은 내용들이네요.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도전을 주는데, 그 가운데 강한 인상을 심어준 사연 하나만 소개하면 이런 이야기가 있답니다.

 

독일 장교 아돌프 아이히만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어떤 유대인도 죽인 적이 없답니다. 하지만, 그는 전쟁 후 17년 만에 이스라엘 비밀 정보원들에 의해 체포당해 결국 사형선고를 받고 교수형에 처해졌다고 합니다. 아돌프 아이히만은 자신은 아무도 해친 적이 없이 그저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잘 해낸 것뿐(그는 수많은 유태인들의 모숨을 앗아간 가스실이 설치된 열차를 고안했다고 합니다)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였다는데, 그런 그의 잘못을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이렇게 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아주 근면한 인간이다. 그리고 이런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유죄인 명백한 이유는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타인의 고통을 헤아릴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그리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97쪽)

 

그렇습니다. 타인의 고통을 헤아릴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이 곧 죄임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관을 가진 성실과 열심은 도리어 죄가 될 수 있음을 말이죠. 우리 아이들이 타인의 고통을 헤아릴 줄 아는 지각과 따스한 마음을 소유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21세기 글로벌 리더는 이웃과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감성을 가진 자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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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와 라라의 컵케이크 - 숲 속의 꼬마 파티시에 루루와 라라 시리즈
안비루 야스코 글.그림, 정문주 옮김 / 소담주니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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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루루와 라라의 컵케이크』는 참 예쁘고 맛있는 책이랍니다. 우선 표지가 여자아이들이 너무 좋아할만한 디자인이랍니다. 우리 딸아이(초등2년)도 예쁘다며 책에 달려들더라고요.

 

그리고 내용은 사실 별다른 반전은 없는 평범하지만, 예쁘게 전개되는 이야기랍니다. 이건 어른인 저의 관점이랍니다. 하지만, 우리 딸아이는 얼른 책을 읽더니 무지무지 재미있다고 하네요. 역시 아이들의 관점은 다른 가 봅니다.

 

아직 초등학생 소녀들인 루루와 라라가 조그마한 과자 가게를 열었답니다. 한 마디로 이 아이들은 파티시에인 거죠. 하지만, 뛰어난 실력은 아니랍니다. 왜냐하면 아직 만들 수 있는 게 쿠키밖에 없거든요. 그것도 바로 옆집인 빵집의 주인 슈가 아주머니에게 과자 굽는 법을 배운 거랍니다. 그런데, 손님이 아무도 없네요.

 

그래서 시무룩한 루루와 라라에게 슈가 아주머니는 이번에는 컵케이크 만드는 법을 알려주네요. 이렇게 해서 컵케이크를 만들게 되고, 그 맛난 냄새를 숲속마을 친구들에게 풍긴답니다. 그 맛난 냄새를 맡고 많은 친구들이 손님으로 오길 바라며 말이죠. 과연 루루와 라라의 컵케이크는 대박을 낼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이렇게 훌륭한 파티시에를 꿈꾸는 루루와 라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이야기만 실려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이 책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맛있는’ 책이거든요. 그래서 실제로 컵케이크를 만드는 방법이 실려 있답니다. 책에 나온 레시피 그대로 따라하면 맛난 컵케이크를 먹을 수 있답니다.

우리 딸아이도 이 책 읽고 만들고 싶다고 해서, 엄마랑 함께 만들었답니다. 그러니, 이 책은 단지 이야기를 읽는 책만은 아니죠. 꼬마 파티시에를 꿈꾸는 아이들의 첫 요리책이 될 수 있답니다. 루루와 라라의 이야기가 계속 된다고 하는데, 다음엔 어떤 요리에 도전하게 될 지 궁금하고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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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돈이 내린다면 - 2004년 카네기 메달 수상작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1
프랭크 코트렐 보이스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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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돈벼락 한번 맞아 봤으면 하는 마음이 있을 게다. 여기 진짜 돈벼락을 맞은 친구들 이야기가 있다. 영화 <밀리언즈>의 원작소설이기도 한 『하늘에서 돈이 내린다면』이다. 책 제목처럼 정말 하늘에서 돈이 가득 담긴 자루가 뚝 떨어졌다. 이 신나는 이야기 속으로 잠시 들어가 보자.

 

주인공인 데미안 커닝엄의 가족은 형 안소니 커닝엄과 아빠, 이렇게 세 식구로, 엄마의 죽음 이후 데미안의 가족은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펼쳐지는 신나는 이야기다. 화자는 데미안이지만, 주인공은 형제라고 해야 하겠다. 그런데, 이 형제는 둘이 참 다르다. 형은 돈에 눈이 뜨였다. 언제나 재테크에 관심이 많으며 경제적 지식도 상당한 수준이다. 반면 동생 데미안은 성인(聖人)들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알 수 없는 성인들의 스토리를 쭉 꿰고 있다. 그리고 자신 역시 그런 성인이 되기 위해 고행을 하기도 한다. 일부러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잠을 자기도 하며, 맨발로 학교에 가기도 한다. 심지어 호랑가시 나뭇잎을 옷 속에 잔뜩 집어넣어, 몸에 상처를 입게 됨으로, 자해하는 모습으로 비춰져 선생님과 아빠로 하여금 정신 상태를 의심케 하기도 한다.

 

이런 두 형제 앞에 돈 자루가 떨어졌다. 때는 유로화로 전환하기 직전, 그래서 파운드화를 폐기처분하기 위해 소각장으로 가는 열차에 강도들이 들어, 이 돈 자루들을 곳곳에 떨어뜨렸는데, 그 일당들이 수거하기 전에 데미안이 이 돈 자루를 습득하였던 것. 그 돈이 자그마치 우리 돈으로 환산할 때, 4억 가량. 이렇게 돈벼락을 맞은 형제는 이 돈을 유로화로 완전 교체되기 전에 다 써버려야 하는데, 과연 어떻게 하면 이 돈을 기한 안에 다 쓸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형제들 앞에는 과연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무엇보다 돈 앞에 보이는 형제의 반응이 서로 다르다. 형은 이 돈으로 재태크를 꿈꾼다. 반면 동생은 이 돈으로 많은 어려운 자들, 가난한 자들을 도움으로 자신 역시 성인의 반열에 오르기를 꿈꾼다. 이것이 두 형제의 돈에 대한 서로 다른 접근이다. 과연 무엇이 옳은가? 그 판단은 우리의 몫이다.

 

반면 또 다른 돈에 대한 반응도 눈에 띈다. 바로 두 형제이 푸는 돈의 수혜자들의 반응이다. 두 형제는 돈을 학교에서 풀기 시작한다. 통학하는 길에 자전거를 태워줬다고 해서 큰돈을 주고, 숙제를 대신 해준다고 돈을 주는 식으로 많은 돈을 친구들에게 풀게 된다. 이렇게 해서 학교 내에는 많은 돈이 돌게 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행복해지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모두에게 돈이 생김으로 학교 내엔 극심한 인플레이션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그리고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동생인 데미안이 형 안소니에게 하는 말을 보자.

“보통 문제가 아냐. 다들 돈이 생겼지만 전보다 부자가 된 애는 없어. 다들 더 비싼 값을 부르니까. 생각해봐. 그림 한 장에 100파운드라니. 그것도 사인펜으로 그린 게. 물감으로 그려 달라니까 돈을 더 달래.”(119쪽)

 

형제는 처음에는 선의로 돈을 친구들에게 줬다. 하지만, 나중에는 너도나도 작은 일에도 보수를 요구한다. 아무도 돈에 만족하지 못하고, 너도나도 손을 벌리는 모습만을 보인다. 돈 앞에 체면도 없다. 이런 모습은 나중에 데미안의 집 앞에 몰려오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아니, 이 모습은 어쩌면 오늘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이미 돈 앞에서는 체면도, 양심도, 자신의 소신도, 학문적 자존심도, 이념도 소용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진 않은지. 어쩌면 작가는 이런 우리들의 모습을 유쾌한 이야기로 풀어가며 꼬집고 있는 것은 아닐까?

 

또한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돈만이 인생의 행복을 좌우하는 조건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지 않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잃지 않기 위해 돈 가방을 매고 다니며, 데미안은 이렇게 고백한다. “우리는 현금으로 가득한 가방을 등에 짊어졌다. 그야말로 돈이 짐이 됐다.”(180쪽) 실제, 돈은 계속하여 데미안을 괴롭게 하고, 슬프게 하기도 한다. 돈이 행복의 요소가 아닌, 도리어 힘들게 하는 짐이 될 수 있음이 재밌다.

 

데미안은 실제 태워져야 할 돈이었기에(비록 유로화로 바꾼 돈이긴 하지만, 원래 태워져야 할 값어치였다는 의미)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집 주위로 몰려들어 들끓는 모습에 이 돈들을 다 태워버린다. 하지만, 물론 똑똑한 가족들은 한 뭉치씩 꼬불쳐 놨다. 앞날이 어찌 될지 모르기에 유비무환의 지혜로운(?) 모습이다. 그런데, 이 돈은 나중에 가족 모두의 뜻에 의해 가족 가운데에 돈으로부터 지배당하지 않고 바른 생각을 갖고 있는 데미안의 뜻에 따라 나이지리아 북부에 14개의 우물을 파는데 사용된다. 그리고 이것이 작가가 말하는 “해피엔딩”이다.

 

그렇다. 작가는 우리에게 한탕 대박을 꿈꾸는 인생이 행복한 인생이 아니라, 하늘에서 돈이 뚝 떨어지는 횡재를 맛보는 인생이 행복한 인생이 아니라,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진심으로 펼치는 인생이 행복한 인생이라는 것을 말한다. 우리에게도 이런 행복한 인생이 주어질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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