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얼간이를 찾아서 - 진짜 얼간이가 봐야 할 얼간이 보고서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36
앨리슨 휴스 지음, 젠 플레이포드 그림, 이지혜 옮김 / 책속물고기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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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우리 안의 얼간이를 찾아서』는 대단히 독특한 책이랍니다. “진짜 얼간이가 봐야 할 얼간이 보고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답니다. 그 아래에는 ‘“나는 얼간이가 아니야!”하는 사람은 꼭 볼 것!’이라고 되어 있네요. 맞아요. 이 책을 보게 되면, 내 안에 얼간이의 모습이 없지 않음을 알게 된답니다.

 

먼저, 얼간이는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야겠죠? 저자는 얼간이란 “고의적으로 못되고 심술궂은 방법을 이용해 상대에게 짜증을 유발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요. 우리 안에는 괜히 남을 괴롭히려는 마음이 있죠. 하지만, 이런 못된 마음을 억누를 줄 아는 친구들은 ‘보통’사람이 되는 것이고, 그런 못된 마음에 지는 친구들은 ‘얼간이’가 된답니다. 문제는 이런 얼간이는 누군가를 힘들게 하고, 괴롭게 하는 데 있죠.

 

재미난 점은 저자는 ‘얼간이’와 ‘멍청이’가 어떻게 다른지도 규정짓고 있답니다. 또한 멍청이에서 얼간이까지의 등급을 매기고 있음도 인상적이네요. 예를 든다면, 신호가 바뀌자마자 앞차를 향해 경적을 올리는 사람은 멍청이 3번 정도라네요(1번은 정상적인 사람이니, 상당히 낮은 등급이죠). 그런데,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계속하여 따라다니며 경적을 울린다면, 멍청이 등급 4-6번 사이에 속하며, 앞차를 추월하여 갈 길을 방해하고 소리를 지른다면 얼간이 등급(7-8번)에 속한답니다. 게다가 이젠 직접적으로 다른 차를 향해 물리적인 행동을 한다면, 최고 완벽한 얼간이에 등극하게 된답니다. 참 쉽죠~~!!! 마치 예전 개그프로에서 오빠와 아저씨로 부르는 기준 등을 명쾌하게 구분 짓던 코너가 연상되네요.

 

그런데, 이런 얼간이들은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랍니다. 저자는 적어도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는 나이라면 얼간이라 볼 수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초등1학년 정도라면 충분히 얼간이가 될 수 있는 나이랍니다. 혹 이 글을 읽으며,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맞습니다. 그 친구가 얼간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대신, 여러분들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아닌지요? 뭐, 그래도 상관없답니다.

 

왜냐하면 한 번 얼간이가 영원한 얼간이는 아니기 때문이랍니다. 책 중에서는 주인공은 삼촌의 경우를 예로 들고 있답니다. 삼촌 역시 어린 시절 대표 얼간이였는데, 지금은 평범한 정상인이랍니다.

 

저 역시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얼간이의 모습이 참 많았음을 떠올려 보게 되네요. 고등학교 시절에는 압정을 앞 친구 의자 위에 살포시 올려놓던 기억도 있고요. 일어섰다가 앉기 전 의자를 치우기도 했답니다. 걸어갈 때는 앞 친구의 발바닥이 올라오는 순간 그 발바닥을 차기도 했고요(이건 박자를 잘 맞춰야 한답니다). 더 어린 시절에는 살아 있는 개구리를 낚시하여 뜨거운 대문에 매달아 놓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즐기기도 했고요. 정말 엄청난 대표 얼간이였죠?(사실, 이 외에도 무지 많지만, 저의 이미지를 위해 여기에서 생략합니다.) 이렇게 옛 모습은 대표 얼간이의 모습이었다 할지라도, 이 책 13장에서 얼간이 테스트를 해보니, 엄청 정상적이네요(뭐 믿거나 말거나죠^^). 그러니 혹 지금 자신이 얼간이라 해도 괜찮습니다. 문제는 지금부터랍니다. 이제는 얼간이를 졸업하는 것은 어떨까요?

 

혹,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성인이라면 즉각 얼간이를 졸업해야 한답니다. 왜냐하면, 얼간이들로 인해 세상은 어두워지거든요. 작년 말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땅콩회항” 기억하시죠? 바로 그런 사람이 대표적 얼간이에 속한답니다. 또 자신의 차를 끼워주지 않았다고 해서, 삼단봉으로 상대 차량을 부순 젊은이도 완전체 얼간이에 속한답니다. 물론, 그들을 비난하는 것이 진짜 의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린 그런 모습들을 보며, 내가 그런 얼간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게 중요하죠(이런 것을 악행보살, 반면교사라고 하죠).

 

우리가 그들 얼간이의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면, 그들을 비난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들을 악행보살, 반면교사 삼아, 우리들은 얼간이에서 졸업하면 어떨까요? 이 책은 참 독특하면서도 유익한 책이랍니다. 많은 친구들과 어른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을 돌아봄으로 세상의 얼간이들이 줄어들 그 날을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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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왕자 상상의힘 걸작선
제니퍼 A. 닐센 지음, 이진경 옮김 / 상상의힘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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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A. 닐센의 『가짜 왕자』는 책 뒷부분의 내지를 보면, “카이씨아의 왕 3부작”이라고 되어 있다. 3부작 가운데 하나인데, 정보를 찾아보니, 이 책 『가짜 왕자』가 3부작 가운데 첫 번째 책이다.

 

15살 소년인 세이지는 카이씨아 왕국 북쪽 끝에 자리 잡은 터벨디 부인의 고아원에서 살아가는 고아소년이다. 그냥 고아소년이라기보다는 말썽꾸러기 고아소년이라는 소개가 더 옳을 것 같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카이씨아 왕국의 20명의 대신들 가운데 한 사람인 코너 경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를 데려가는데...

 

코너 경은 세이지만을 데려 온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소년들 로덴과 토비아스를 데려와 2주간에 걸쳐 왕자로 변신하기 위한 비밀교육을 시작한다. 카이씨아 왕국의 왕위계승 순위 1순위이자, 4년 전에 죽은 것으로 알려진 야론 왕자인 것처럼 속이고 왕이 되게 하려는 것.

 

왕자의 자리는 하나이지만, 도전하는 사람은 3명, 세이지는 언제나 까칠하고 적을 만드는 성격이며, 토비아스는 똑똑한 노력파이며, 로덴은 체격적으로 훌륭한 경쟁자들이다. 과연 이 가운데서 그들을 제치고 주인공 세이지는 왕자의 자리에 합격할 수 있을까? 그리고 선택한 한 명을 제외한 2명은 죽게 될 텐데, 과연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가짜 왕자』는 이처럼 권력의 중심이 되기 위해 4년 전 죽은 왕자 행세를 위한 코너 경의 음모와 그 교육 과정에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을 재미나게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물론, 그 안에는 엄청난 반전이 있다. 소설을 읽는 가운데 ‘혹시’라는 생각을 해봤는데, ‘정말’ 그런 반전이 있다. 물론, 반전이 밝혀진 후라고 해서 긴장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도리어 또 다른 긴장감을 안고 결과를 지켜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왠지 내가 가난한 고아소년에서 점차 왕자의 신분으로 변해 가는듯한 몰입도 하게 된다. 과연 그 끝은 무엇으로 끝나게 될까?

 

400페이지 이상의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가볍고 금세 읽을 수 있는 내용이며, 재미있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앞으로 2권, 3권의 출간도 기대해본다. 목숨을 건 경쟁자의 관계에서 우정으로 발전하게 될 세이지와 토비아스, 그리고 코너 경 집안의 하녀로서 벙어리 행세를 했던 이모겐과 세이지와의 앞으로 발전하게 될 관계도 기대해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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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왕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3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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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퍼 푀치의 『사형집행인의 딸』시리즈 3번째 책인 『거지왕』은 명불허전이다. 적지 않은 600페이지 이상이 분량이지만, 흥미진진하여 몰입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책을 덮은 뒤에도 한참 그 잔상이 남기도 한다.

 

숀가우 지방의 사형집행인 야콥 퀴슬은 멀리 레겐스부르크에서 살고 있는 여동생에게서 위급하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그곳으로 향한다. 그런데 그곳에서 그만 숀가우의 사형집행인은 여동생과 매제의 살인누명을 쓰고 붙잡히고 만다.

 

또 한편 야콥 퀴슬의 딸 막달레나는 숀가우 지방의 의사 아들이자 그 자신도 의사인 지몬 프론비저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둘 사이는 천대받는 사형집행인의 딸과 존경받는 의사로서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신분의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시기하고 멸시하며 괴롭히는 숀가우의 유력자들과 그 추종자들이 있어, 이 괴롭힘을 피해, 둘은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이게 된다. 그들 역시 막달레나의 고모가 자리 잡고 살고 있는 레겐스쿠르크 지방으로 가는 데, 그곳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소식은 고모와 고모부의 죽음, 그리고 살인자로 옥에 갇힌 아버지에 대한 소식이었으니.

 

이에 이 둘은 아버지를 구출하기 위해 동분서주 애쓰게 된다. 이 때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자들이 있었으니, 바로 레겐스부르크의 지하에서 거지들을 통치하는 거지왕 현자 나탄, 레겐스부르크 뗏목 마스터로 자유인들의 리더인 카를 게스너, 그리고 베네치아의 대사로 와 있던 필립 토이버였다. 과연 이들의 도움은 진심일까? 막달레나와 지몬은 이들 중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할까? 바로 이 안에 엄청난 음모와 반전이 있다.

 

과연 숀가우의 살인집행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으려는 숨은 음모자는 누구이고, 또한 막달레나의 고모와 고모부를 죽인 자들은 어떤 음모를 품고 있을까? 이 소설은 끝까지 마음을 졸이게 한다. 그리고 그만큼 재미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역사적 배경, 그리고 당시의 사회상은 분노를 일으키게 한다. 힘을 가진 자들이 사회적인 약자들을 향해 휘두르는 불의 앞에 화가 난다. 아울러 그러한 불의에도 불구하고 종교라는 가면 아래 숨어 신앙이 있는 것처럼 말함이 참 가증스럽기도 하다.

 

성경에 의하면 하나님이 세상을 멸하는 그 유명한 노아의 홍수 장면이 나온다. 아마도 교회에 다니지 않은 분들조차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다. 그런데, 당시 세상의 멸망의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는 교회에 오래 다닌 분들조차 잘 모르는 듯하다. 당시 하나님이 세상을 멸하기로 작정하신 이유 가운데 하나는 세상에 강포가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여기 이 ‘강포’라는 단어는 히브리어로 ‘하마스’란 단어인데, 이는 ‘폭력’을 뜻한다. 힘 있는 자들이 힘없는 자들을 향해 함부로 휘두르는 폭력, 많이 가진 자들이 더 갖기 위해, 그리고 자신들의 권력을 지켜내기 위해 약한 자들을 향해 휘두르는 폭력이 바로 이것이다. 이는 세상의 멸망을 초래할 만큼 엄청난 죄악이다.

 

『거지왕』의 밑바탕에는 바로 이 죄악에 대한 저자의 고발이 깔려 있다. 물론 저자가 의도하지 않았을지라도 독자의 입장에서 이 폭력이 자꾸 눈에 밟힌다. 그리고 결국 그러한 폭력을 휘두른 자들의 몰락도 소설은 보여준다.

 

오늘 우리 곁에 이런 폭력들이 가득하진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요즘 또 다시 대두되는 갑의 횡포, 일명 ‘갑질’이 바로 이 ‘하마스’, 폭력과 다르지 않다. 이는 노아의 홍수를 초래할만큼 결코 가볍지 않은 죄악임을 기억하면 좋겠다.

 

아무튼 『거지왕』, 너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혹 또 다른 이야기는 없는지 찾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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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주식회사
사이먼 리치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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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천국이란 곳이 하나의 회사처럼 운영되고 있다면? 그리고 그곳이 최고경영자가 바로 하느님이라면? 그런데, 그 하느님이 맥주나 좋아하고 골프를 사랑하는 게으름뱅이라면? 그래서 아래세상에서 올라온 수많은 기도는 그저 서류철로 쌓여 있을 뿐이라면? 이런 발칙(?)한 발상이 어디 있느냐고? 이런 발칙한 발상이 없으란 법은 없다. 그리고 그런 소설이 바로 사이먼 리치의 장편소설, 『천국 주식회사』이다.

 

그리고 이 소설을 읽으며,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혹 종교적 입장에서 갑을박론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아울러 저자의 상상이 천국의 진짜 모습이라는 접근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재미있게 읽으면 그만이다. 물론, 재미 가운데 각자의 입장에서 교훈도 찾아볼 수 있겠다. 건전한 교훈을 끌어내고, 붙잡으면 그만이다.

 

먼저, 이 소설은 재미있다. 때론 유쾌하기도 하며, 때론 통쾌하기도 하다. 물론, 때론 안타깝기도 하고, 감동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작가의 상상력이 통통 튄다.

 

크레이그는 천국주식회사 기적부에서 일하는 천사다. 다른 천사들과 다르게 범생 천사다. 일종의 바른생활맨이기도 하며 일중독(사실 이달의 사원에 뽑혀 피자쿠폰을 받으려는 욕심 때문^^)이기도 한 크레이그는 오늘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기적을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한 눈 팔지 않는다. 그런 크레이그 앞에 새로운 사원 일라이자가 등장한다. 매력적인 여성 천사 일라이자의 등장에 크레이그는 마음이 설렌다. 하지만, 마음만 앞서지 실제 행동은 취하지 못한다(이 모습이 마치 뒤에서 언급할 샘과 로라의 모습과 유사하다).

 

그런 그네들 앞에 커다란 문제가 발생한다. 신입직원 일라이자가 최고경영자 하느님께 찾아가 따지는 만행(?)을 저지른 것. 사람들의 기도문들을 하느님이 하나도 검토하지 않고 그저 쌓아놓기만 했음에 화가 나 따진 것이다. 왜냐하면 기적부의 정식 직원이 되기 전, 일라이자는 기도수취부에서 계약직으로 3년간 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가장 큰 업적이 수많은 기도들을 긴박성의 정도에 따라 분류하여 하느님이 꼭 봐야 할 기도문들을 골라 하느님께 올렸던 것이다. 그런데, 그 많은 기도 서류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한 쪽에 방치되어 있는 모습에 화가 났던 것. 이에 하느님은 골칫덩어리 지구인들을 모두 포기하기로 작정한다. 이에 지구는 종말을 맞을 위기에 놓인 것. 참! 밴댕이 속 같은 하느님이다. 무슨 하느님이 이렇게 속이 좁고, 책임감 없을까?

 

이에 크레이그와 일라이자 두 천사는 하느님의 결정을 물러주기를 요청한다. 그리고 결국 하느님이 뜻을 돌이키는 조건을 내세운다. 바로 그 수많은 기도 가운데 하나를 뽑아 두 천사가 이루어지게 한다면 지구 파기 계획은 취소하겠다는 것. 이에 두 천사가 뽑은 기도문은 바로 두 젊은이, 로라와 샘의 기도였다. 로라의 기도는 <제발 저와 샘이 잘되게 해주세요>였고, 샘의 기도 역시 <제발 저와 로라가 잘되게 해주세요>였던 것.

 

하지만 너무나도 쉬울 것 같던 이 기도 성취의 길은 결코 쉽지 않았으니. 로라와 샘은 서로를 향한 마음이 있었음에도 치가 떨릴 만치 쑥맥이며, 방콕맨이며, 우연히 만나게 되는 기회에서도 서로에 대한 관심 표현이 너무나도 서툴렀던 것. 과연 두 천사는 이 두 젊은 남녀가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어떻게 알게 할 것이며, 둘을 어떻게 맺어지게 할 것인가? 이 유쾌한 코미디 소설은 바로 이 두 젊은이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소설은 소설일 뿐. 그저 재미나게 읽고 즐기면 그만이다. 너무 과도하게 의미 부여를 하지 말자. 하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이 몇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는 기적부에 속한 천사들이 천국주식회사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기적을 일으킬 때의 규칙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기적을 일으키되, 사람들이 기적임을 깨닫지 못하게 할 만큼의 한도 내에서 일으킨다는 점이다.

 

이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우리는 뭔가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 기적이라 생각할 때가 많다. 하지만, 그런 것만이 기적이 아니라,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야말로 기적인 경우가 많다. 밤에 편안한 잠을 자고 아침에 다시 눈을 뜰 수 있음이 기적이다. 오늘 주어진 시간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사랑할 수 있음이 기적이다. 내가 아무런 힘이 없음에도 누군가를 격려하고 위로할 수 있음이 기적이다. 나의 연약한 위로와 격려를 통해, 상대가 기대치 않았던 큰 힘을 얻음도 기적이다. 우리들 일상의 삶이 기적이다. 오늘도 그 기적의 삶을 감사함으로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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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 - 엄마 한국대표시인 49인의 테마시집
고은.강은교 외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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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국대표시인 49인의 엄마에 관한 시를 모아 놓은 시집이 있다. 『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이 책 제목은 이 책에 실려 있는 박주택시인의 <메모리얼 파크>의 싯구에서 따왔다)가 바로 그것이다.

 

먼저, ‘엄마’라고 불러야 할까? ‘어머니’라고 불러야 할까? 어린 시절 언제나 ‘엄마’라 부르던 호칭이 어느 순간부터 ‘어머니’로 바뀌게 되었음을 문득 생각해 본다. 아마도 철부지 아들에서, 아직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약간 철들기 시작하며, ‘어머니’라 부르기 시작한 건 아닐까 여겨진다.

 

그래서 시인은 이렇게 노래하기도 한다.

 

누구나 세 분의 당신을 모시고 있다 / 세상을 처음 열어주신 엄마 /

세상을 업어주고 입혀주신 어머니 / 세상을 깨닫게 하고 가르침 주신 어머님

 

김종철, <엄마, 어머니, 어머님> 중에서

 

‘엄마’라 부를 때, 우린 마냥 따스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마치 ‘엄마’ 품에 안긴 아기가 된 양. 이것이 ‘엄마’란 단어가 갖는 힘이다. 힘들고 외로울 때, 우린 ‘엄마’를 부르며, 알 수 없는 위로와 힘을 얻기도 한다. 왜냐하면, 시인의 고백처럼 그분은 바로 날 향해 세상을 열어주신 분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엄마’앞에서 우린 영원히 아이에 머무르게 된다. 이것이 ‘엄마’라는 단어가 갖는 힘이다.

 

하지만 ‘엄마’는 또한 ‘어머니’로 고백되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엄마’가 내게 쏟은 그 희생과 사랑을 알게 될 때, 자연스레 ‘어머니’로 고백되기 때문이다(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엄마’의 측면도 강하지만 말이다). 이 ‘어머니’를 읊조릴 때, 나도 모르는 사이 눈에 습기가 차오른다. 이게 ‘엄마’란 단어의 또 다른 힘이다.

 

우릴 위해 끊임없이 희생하시는 분. 아낌없이 주길 원하시며, 정작 당신은 누릴 줄도 모르시는 분. 그렇기에 그분을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맺힘이 어쩌면 당연하다. 특히, 나처럼 어머니에게 많은 눈물을 흘리게 한 불효자에게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세상의 온갖 즐거움에 빠져 방황하던 시절, 어머니가 남몰래 밤마다 흘렸을 눈물의 기도가 있음을 안다. 그리고 그 눈물의 기도 덕에 지금 내가 있게 되었음도 말이다. 마치 성경에서 아브라함 때문에 하나님께서 그 아들 이삭에게 복을 주셨던 것처럼, 어머니의 눈물의 기도 덕에 내가 하늘의 은총을 누리고 있음을 고백한다. 사랑하는 아들이 사람구실 하길 바라며 간절함을 담아 흘렸을 어머니의 기도가 있기에 오늘의 내가 있다. 물론, 자식은 여전히 부모의 걱정이자 기도제목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토록 날 위해 희생하는 엄마를 잘 보여주는 시가 있다. 박지웅 시인의 <찬밥>이란 시 가운데 이런 글귀가 있다.

 

자식 오는 길 그 눈 내린 밤길을 비로 쓸어놓았는데 /

당신 머리에 내린 눈은 녹지도 않고 쓸어내릴 수도 없네

박지웅, <찬밥> 중에서

 

언제나 자식들을 생각하며, 당신이 힘든 것은 생각지 않는 어머니. 요즘도 어머니를 찾아뵈면, 가장 많이 하는 말씀 가운데 하나는 “좀, 누워 자라!”다. 어머니에게는 언제나 아들이 힘든 것이 걱정인 게다. 당신은 더 힘겨운 삶을 사시며 말이다. 이 시처럼, 자식 오는 길을 위해 밤새 눈을 쓰시며, 정작 당신 머리에 내린 눈은 쓸어내리지 않으시는 어머니의 사랑이 있기에 오늘 내가 있음을 고백해 본다. 자식을 향한 그 어머니의 눈물을 언제나 잊지 않고 사는 자식이 되길 다짐해 본다. 물론, 아무리 그럼에도 어머니의 사랑에 비할 것이 아니겠지만 말이다.

 

차가운 날씨, 긴 밤에 이 시집을 통해, ‘엄마’의 사랑을 다시 한 번 느껴보며, 그 어머니께로 우리의 마음이 향해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그 엄마의 품에 안겨보자. 내가 어떤 모습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받아주시는 그 어머니의 품으로.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 목숨이 끊어진다 해도 /

최후의 순간까지 변하지 않을 사랑 / 들린다, 들린다 / 어머니다 //

어머니는 육신의 근원 / 내 몸 받은 날로부터 / 발 헛디뎌 밖에서 /

안으로 되돌아가는 길은 / 어머니에게로 가는 길이라는 생각 //

어머니에게로 가는 길은 /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

어머니가 나를 받아주는 것이라는 생각, / 또한 문득.

이흔복, <어느 봄날의 생각, 문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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