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라, 점프! 동화는 내 친구 76
하신하 지음, 안은진 그림 / 논장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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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는 말이 없고 얌전한 아이, 공부만 열심히 하여 언제나 일등을 하는 아이랍니다. 하지만, 수리가 말이 없고 얌전한 이유는 만약 무슨 말을 했을 때, 좋지 않은 결과가 따르게 된다면 ‘어떻하지?’라는 생각 때문이랍니다. 그러니, 수리는 이 ‘어떻하지?’란 생각 때문에 더욱 소심해지고, 한 켠에 물러나게 되는 아이랍니다. 물론, 어른들은 수리가 공부를 잘 하니, 그런 단점을 발견하지 못하네요. 모두 얌전하고 착한 아이라는 타이틀로 수리를 포장하고 있답니다.

 

그런 수리가 어느 날 개를 기르고 싶다고 하네요. 그런데 애완견 샵에서 파는 멋진 강아지도 모두 마다하네요. 결국 유기견 보호소에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도 혈통 좋은 모든 개들을 마다하고 한쪽에 짖지도 않고 앉아 있는 잡종견을 고르게 된답니다. 그 이름을 “점프”라고 지어주며 말입니다.

 

점프가 수리네 집으로 이사를 오고 난 후에도 수리는 점프에게 다가가지 못한답니다. 왜냐하면, 수리는 지금 당장 해야 할 공부들이 있거든요. 그러는 사이 점프는 점점 못된 강아지가 되고 있답니다. 아무에게나 짖어 시끄럽게 하고, 사람을 물기도 하네요. 옆집의 꽃밭을 온통 망가트리기도 하고요. 점프는 점점 더 수리의 부모님에 혼만 나는 강아지가 된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수리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한답니다. 여전히, ‘어떻하지?’라는 소심한 생각 때문이죠.

 

그러던 어느 날 밤 담을 넘어 달아나는 점프를 뒤쫓아 나간 수리는 점프와 함께 마을을 온통 뛰어 다니게 됩니다. 숨이 차도록 뛰고 난 수리는 마음 한쪽에 꽉 막힌 것이 뚫리는 시원함을 느끼게 되네요. 그 뒤로도 수리는 밤마다 점프와 함께 마을을 뛰어다닌답니다. 이런 가운데 수리와 점프에겐 우정이 싹 트고요. 과연 이 우정은 계속 될 수 있을까요?

 

『뛰어라, 점프!』는 수리와 유기견 점프 사이의 우정 이야기랍니다. 하지만, 단지 우정 이야기만이 아니랍니다. 작가 선생님이 진짜 이야기하고 싶은 건 아마도, 이 우정을 통해, 수리의 소심함이 깨져나가는 과정이 아닐까요?

 

내가 이런 말을 했을 때, 내가 이런 행동을 했을 때, 상대의 반응에 대해 ‘어떻하지?’라고 고민하는 그 소심함이 점프와 함께 뛰는 가운데 사라지게 된답니다. 사실, 수리가 유기견 보호소에서 ‘점프’를 고른 이유는 tv 프로그램에서 점프를 봤기 때문이랍니다. 모두 자신들을 데려가 달라고 짖어대는 강아지들 틈바구니에서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얌전히 있는 점프의 모습에서 수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랍니다. 수리가 그랬거든요.

 

그러한 동질성을 느끼며, 이름을 ‘점프’라 붙여준 데에도 의미가 있겠네요. 어쩜 수리는 자신이 뛰어 오르길 소망하였던 것은 아닐까요?

 

어른들은 얌전하다고 칭찬하지만, 실상 수리의 깊은 곳은 억눌려 있답니다. 물론, 누군가가 일부러 억누른 것이 아닌, 자신 스스로 억누른 것이기도 하죠. 자신 안에 있는 소심함이란 못된 녀석에게 말입니다. 하지만, 점프와의 관계를 통해, 이 소심함을 이겨내네요.

 

우리 아이들도 이런 소심함을 깨뜨릴 수 있다면 좋겠네요. 이 땅의 아이들이 웅크리고 있는 얌전한 아이가 아닌,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뛰어 오르는 아이들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뛰어라, 점프!』는 작가 선생님이 우리 아이들에게 주문하는 외침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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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6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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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은 고전이라 할 수 있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로 큰 명성을 얻은 레마르크의 다섯 번째 소설이 『개선문』이다. 2차 세계대전을 앞둔 파리의 개선문 근처 몽마르뜨의 값싼 호텔에서 살아가는 망명자들의 애환 어린 삶을 그린 소설이다.

 

전쟁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빼앗겨 버린 자들, 이념에 의해 이국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자들, 어쩌면 하루하루 희망 없이 살아가는 자들, 또는 과거에 붙들려 살아가는 자들의 모습 등을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라비크는 스페인사람으로 전쟁으로 인해 망명하여 파리에서 자신의 이름을 바꾸고 살아가는 외과 의사이다. 그는 실력 있는 외과 의사이지만, 신분보장이 되지 않기에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의사가 아닌, 법 테두리 밖에서 프랑스 의사들의 수술을 대신 해주며 수고비를 받으며 살아간다. 미래를 향한 설계는 그에게 없다.

 

이런 라비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민자들의 삶을 그려내는 개선문을 읽으며, 한 가지 단어가 계속하여 생각난다. 바로 “망각”이란 단어다. 이 “망각”이란 단어로 소설 『개선문』을 바라본다.

 

라비크 뿐 아니라, 값싼 호텔에서 살아가는 이민자들은 모두 망각된 존재들이다. 이미 그들은 고국으로부터 버림받았고, 잊혀진 존재들이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이 땅에는 무대의 주변부로 내몰려 망각된 존재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 주변인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작가의 통찰력이 아름답다. 오늘 우리는 너도나도 무대의 중앙만을 동경할 뿐, 관심과 돌봄이 필요한 주변인들에게는 너무 무심한 것은 아닌지.

 

게다가 이들 망각된 존재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망각해야만 한다. 그래야 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인한 그 끔찍한 과거들, 그것을 잊지 않고는 살아낼 수 없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망각한다. 라비크가 그 대표적 인물이다. 라비크는 말한다. “지나간 일은 모두가 없는 거야.” 그래야 살 수 있다. 이 망각은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망각이다.

 

라비크에게는 과거뿐 아니라, 사랑마저 망각된 단어다. 언제든 삶의 터전을 옮겨야만 하는 망명자의 신세, 뜨내기 신세, 그렇기에 집도 없고 가족도 없어야 한다. 그러니 여성은 성의 대상일 뿐 사랑의 대상은 아니다. 어쩜, 의도적으로 사랑이란 단어를 잊고 살아가고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운명의 사랑, 미친 사랑은 시작된다. 바로 조앙 마두라는 여인을 만난 것. 이 둘의 사랑은 어떤 결말을 낳게 될까?

 

사람이란 사랑이 없인 살 수 없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의도적으로 사랑을 밀어낸다 할지라도 결국 찾아오게 되는 사랑. 비록 그 결말이 아름답진 않지만,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우리들 아닐까? 오늘 나에게 주어진 자리에서의 사랑에 모든 열정을 다 쏟을 수 있음이 행복 아닐까 여겨진다.

 

라비크에게 있어 또 하나의 망각된 단어는 ‘행복’이다. 그의 삶은 대단히 염세적인 삶일 뿐이다. 하루하루는 그저 상처 난 일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상처 난 일상 가운데서 행복을 그려내기도 한다. 라비크의 친구 모로소포는 이렇게 말한다. “무릇 삶의 사실이란 단순하고 평범한 거야. 다만 우리 상상력만이 여기에 생명을 부여하지. 사실은 바지랑대일지라도 상상으로 꿈의 깃대가 될 수도 있거든.”

 

그렇다. 비록 상처투성이 일상일지라도, 그래서 바지랑대처럼 보일지라도, 그 안에 상상력이 가미될 때, 삶은 꿈의 깃대를 세우기도 한다. 행복의 깃대를 말이다. 온통 찢겨지고 곪아터진 인생이라 할지라도, 그 가운데 상상력이 가미될 때, 행복의 깃대는 세워진다.

 

이 상상력을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 해석해도 될까? 물론, 어떤 이들에게 이 상상력은 과거의 좋은 시절에 대한 회상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꿈의 깃대는 현실 도피적 공간일 수 있겠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이 될 때, 상처투성이 일상을 꿈의 깃대로 세워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늘 우리의 삶이 비록 눈물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삶이라 할지라도, 죽어라고 노력해도 결코 일어설 수 없는 현실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마음에 상상 하나씩 품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종국에는 그 상상이 꿈의 깃대를 현실의 삶 속에 세울 수 있다면 말이다.

 

모든 것을 망각하며 살아가는 라비크라 할지라도 결코 망각할 수 없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그의 복수의 대상인 하케란 자다. 모든 것을 망각하며 살아가는 라비크조차도 결코 망각할 수 없으리만치 끔찍한 상처를 안겨준 하케. 라비크는 어쩌면 그를 향한 막연한 복수를 꿈꾸기에 살아가는 것 아니었을까? 그런 그에게 복수의 기회가 찾아온다. 하케를 파리에서 보게 된 것. 처음엔 그저 환상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환상이었을까? 그리고 그를 향한 라비크의 복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또한 성공 뒤엔 무엇이 라비크의 인생 가운데 자리하게 될까?

 

결국 복수라는 것이 허망한 것임을 작가는 우리에게 말한다. 이런 모든 인생의 파노라마 가운데도 여전히 개선문은 서 있다. 무엇을 우리에게 말하려는 것일까? 철저히 꿈과 희망을 망각한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망명자들의 삶을 통해, 오늘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역설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개선문』, 역시 고전의 힘을 느끼게 한다.

 

[ 문예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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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보검
김정현 지음 / 열림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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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신라 지증왕(지대로왕)시대. 서역의 작은 나라 롭성의 왕자 씬스라로프는 국가의 위기 앞에서 아버지인 국왕으로부터 동쪽 끝의 황금의 나라로 떠나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그곳에 몸을 의탁하고 있다가 후일을 도모하도록 말이다. 이에 씬스라로프는 황금보검을 차고, 형제 같은 동료들 49명과 함께 동쪽 끝에 있다는 황금의 나라(신라)를 향해 떠난다.

 

이때의 장면들은 대단히 역동적이며 급박한 상황전개다. 마치 한편의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하다. 결국 이 과정 가운데 씬스라로프는 모든 동료들을 잃고, 자신의 애마 벤투스(바람)마저 잃게 된다. 이처럼 절박한 상황 가운데, 결국 씬스라로프는 동쪽 끝 황금의 제국이라 불리던 신라에 도착하게 되고, 신라의 공주인 상화 공주에 의해 목숨을 구하게 됨으로 신라에 몸을 의탁하게 된다.

 

이제 새롭게 신라왕으로부터 “신수라”라는 이름을 부여받고 신라의 장군이 된 그 앞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이 책 『황금보검』은 『아버지』란 책으로 온 국민의 마음을 적시고 많은 이의 눈에 습기 차게 했던 김정현 작가의 역사소설이다.

 

천년고도이자 신라의 수도인 경주 계림로에서 발견된 한 자루 보검이 있었다. 1973년 계림로 배수로 공사 중에 우연히 발견되어 현재 보물 635호로 지정된 황금보검. 그 형태가 신라의 것이 아닌, 이국적 형태이기에 신라가 아닌 어딘가에서 만들어져서 신라로 들여온 보검으로 학계에서 인정하고 있는 황금보검. 과연 이 황금보검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당시 황금보검이 발견된 작은 무덤에서는 두 명의 남성 시신이 함께 합장되어 있었는데, 왜 두 명의 남성 시신이 함께 합장되어졌을까? 이런 질문에 의한 작가의 상상력과 연구를 통한 재구성이 바로 소설 『황금보검』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무엇보다 신라의 포용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머나먼 서역 땅에서 황금의 나라, 신라를 찾아온 왕자 신수라를 받아들이는 신라의 포용력, 너그러움, 대범함, 열린 마음이 소설에서 돋보인다. ‘신라’를 표현하는 단어는 바로 ‘개방과 관용’이다. ‘신라’라는 국호 자체가 이러한 포용력에 대한 표현이기도 하다. ‘신’은 덕이 날로 새로워진다는 뜻이고, ‘라’는 사방을 망라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정신으로 세워진 신라이기에 이방인인 신수라는 신라인으로, 신라의 장군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작가는 또한 이사부 장군을 통한 우산국정복을 이야기하며, 더 나아가 대마도를 정벌하지 못한 아쉬움을 소설을 통해, 오늘 우리에게 토로한다. 이사부 장군이 대마도를 정벌하지 못한 이유는 하나다. 바로 귀족들의 자기희생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자기희생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귀족들의 탐욕과 질투가 이사부를 견제하였고, 대마도를 자신들의 유익의 재료로 유지하기 위한 이기심이 대마도를 일본에게 선물하였다.

 

이러한 작가의 말을 통해, 오늘 우리를 돌아보게 된다. 오늘 우리 가운데 수많은 말들이 가득할 수 있다. 그리고 게 중에 많은 주장은 공익이라는 포장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엔 자신들의 자리보존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가에 해를 끼치는 정책결정이 왜 없을까? 당시 귀족들처럼 말이다. 작가는 당시 귀족의 모습을 통해, 오늘 우리를 꾸짖고 있다. 하지만, 들을 귀 있는 자들만 들을 수 있음이 안타까움 아닐까?

 

또한 『황금보검』은 우리에게 금발의 신라장군 신수라와 가야의 딸이자 신라의 공주인 상화공주, 그리고 신라 장군 유강 간에 얽혀있는 우정과 사랑도 선물한다. 때론 안타깝고, 때론 애틋하며, 때론 민망할 수 있는 애정관계, 하지만, 결국 애틋함을 안겨주는 그 결말이 안타까움을 넘어, 영웅들의 풍모를 우리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넓은 포용력으로 진정한 황금의 나라가 된 신라시대에서 펼쳐지는 대서사시, 우리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줄 소설이다.

 

작가의 외침이 소설을 덮으며 마음에 새겨진다.

“길을 여는 자는 흥하고 성을 쌓는 자는 망한다.”

오늘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여전히 세상을 향해 성을 높이 쌓고 있는 모습은 아닌가? 그럴수록 우린 동쪽 끄트머리에 고립될 뿐이다. 이제 북녘을 향해 길을 열림으로 또 다시 새로운 천년의 왕국이 오늘 이곳에 열리는 축복이 이 땅에 가득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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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됐니? 생각하는 책이 좋아 14
수잰 러플러 지음, 김옥수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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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준비됐니?』는 참 마음 아픈 이야기다. 오브리는 이제 13살을 앞둔 소녀다. 그런 오브리에게 갑자기 엄청난 사건이 닥친다. 난생처음 가족들이 달콤한 시간을 보낸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가 일어난 것. 이 일로 아버지와 어린 여동생을 잃게 된 것이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오브리에겐 정수리에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얻게 되었고, 엄마는 자신이 오브리에게서 사랑하는 이들을 빼앗았다는 자책감에 마음의 병을 얻게 되고, 어느 날 아침 오브리는 남겨두고 집을 떠나버린 것이다.

 

혼자 된 오브리는 세상을 향해 마음을 닫고 홀로 집에서 살아간다. 혹시 자신이 혼자인 것이 알려지면 복지기관에 위탁받게 될까 두려운 오브리는 혼자가 아닌 척 하며 생활하게 된다. 한편 연락이 되지 않는 딸을 걱정하며, 오브리의 외할머니가 먼 곳에서 집을 찾아오게 되고. 이로 인해 이제 오브리는 외할머니의 집으로 먼 길 여행을 떠나게 된다. 과연 그곳에서 오브리는 어떤 생활을 하게 될까?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버거운 현실 앞에 오브리의 마음은 방황한다. 특히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고통 가운데 여전히 사로잡히게 된다. 사라진 것들을 되돌릴 수 없기에 더욱 그 고통에 사로잡혀 있게 된다. 툭하면 구역질을 하고, 눈물을 흘린다. 이처럼 절망의 나락 가운데 있었지만, 할머니의 돌봄으로 인해, 오브리의 상처는 점차 치유되어 간다. 너무나 큰 고통, 이젠 함께 할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에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던 오브리에게 할머니는 멈춰진 삶을 다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뿐 아니라, 낯선 환경에서 사귀게 된 친구 브리짓, 그리고 비슷한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남학생 마르쿠스를 통해, 오브리는 마음의 상처를 딛고 조금씩 나아가게 된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준비된 것은 아니다. 준비되어 가고 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책 제목이 『준비됐니?』인가 보다. 다시 찾은 엄마와 살기 위한 집으로 돌아갈 준비, 다시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나아갈 준비, 슬픔을 딛고 일어설 준비, 마음 문을 활짝 열 준비, 사라진 것들에 사로잡힌 인생이 아닌 눈앞에 펼쳐질 것들을 향해 나아갈 준비, 사랑하는 친구와 이별할 준비. 이런 것들에서 오브리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걸음씩 준비되어간다.

 

참 마음이 아픈 소설이다. 전반적으로 마음을 아리게 하지만, 추수감사절을 보내는 장면에서의 오브리의 마음은 더욱 아픔으로 다가온다. 오브리는 추수감사절을 브리짓의 가정에서 할머니와 함께 보낸다. 이 때, 오브리는 할머니가 곁에 계셔서 감사하다. 그리고 브리짓 가정이 곁에 있기에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것들이 감사하다는 건 바로 아빠와 엄마가 곁에 없으며, 동생 사바나가 곁에 없다는 의미이기에 슬퍼한다. 자신을 조금씩 나아가게 하는 할머니와 브리짓 가정이 곁에 있어 감사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정말 있어야 할 곳을, 진짜 가족을 잃었다는 의미이기에 감사 이면엔 여전히 슬픔이 자리한다. 참 마음 아프게 하는 오브리의 고백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마음 아픈 가운데서도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이 또 한편으로는 아름답게 느껴지는 소설이기도 하다. 아울러 닫힌 마음을 열어주는 이들의 존재가 고맙기도 한 소설이다. 특히, 할머니의 사랑, 브리짓의 우정, 마르쿠스의 동질감에서 시작된 풋풋한 사랑 등이 오브리를 일으켜 세운 원동력이 된다.

 

오늘 우리 역시 힘겨운 삶속에서의 다시 일어설 준비는 바로 이것들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을까? 사랑, 우정, 연대 등으로 말이다. 이 땅에는 여전히 슬픔의 땅에 주저앉아 신음하고 있는 수많은 오브리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을 향해 우리가 브리짓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뿐 아니라 오브리 자신의 일어서겠다는 의지 역시 중요하게 작용한다. 오브리가 이렇게 독백하는 구절이 있다. “구역질을 하고 싶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안 하기로 결정했다.”(p.123) 그렇다. 이제는 슬픔에 정복당하지 않고, 사라진 것들에 붙들리지 않고, 주어진 삶을 향해 일어서겠다는 의지 역시 중요하다. 슬픔 가운데 주저앉아 있는 분들, 감당하기 힘든 고통에 짓눌린 분들 안에 이제는 일어서겠다는 굳건한 마음의 준비가 되길 소망한다.

 

아프지만, 아름다운 소설이다. 슬픔 가운데 신음하는 모든 분들이 읽고 함께 아파하며, 눈물 뒤에 이젠 힘차게 일어설 준비를 하면 좋겠다.

 

초등학교 고학년이상 대상으로 출판되었지만, 청소년이나 나아가 어른들이 읽기에 더욱 적합하리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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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의 공부일기 좋은꿈어린이 1
이주항 지음, 한수진 그림 / 좋은꿈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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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는 개그맨이 되는 것이 꿈이랍니다. 개그맨이 아니면 축구선수가 되고 싶답니다. 개그맨이 꿈인 민재는 삼총사를 결성하여 언제나 개그연습을 하기도 하고 함께 놀기도 한답니다. 친구들도 삼총사의 개그를 재미있어 하고요. 삼총사는 공부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삼총사는 언제나 뒤에서 1,2,3등을 하죠. 그래도 민재는 축구도 잘하고, 재미있어서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답니다.

 

그런데, 새롭게 학년이 되어 담임선생님이 되신 ‘대마왕’선생님은 삼총사에게 먼저 경고를 하시네요. 그리곤 중간고사 성적 1-5등까지만 반장 후보 자격이 있다고 하네요. 민재도 반장이 되고 싶었는데, 공부와 담을 쌓은 민재는 반장되긴 틀렸네요.

 

이런 민재는 언제나 일등만 하는 민아가 좋답니다. 3년째 같은 반이지만 말 한번 걸어 본 적이 없는 민아. 왠지 민아 앞에 서면 바보처럼 벙어리가 되곤 한답니다. 눈부시게 예쁘지만 조심스러워서 ‘유리공주’라 부르는 민아. 그런 민아가 엄마와 함께 민재네 문방구에 들렀네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토록 좋아하던 민아가 정말 밥맛처럼 구네요. 그래서 이제는 ‘유리공주’에서 ‘밥맛공주’로 바뀌었답니다.

 

뿐 아니라, 민재의 마음속에 변화가 생겼네요. 자신도 공부를 잘 해보겠다는 겁니다. 꼭 5등 안에 들어 반장이 되고 싶고, 민아의 콧대를 눌러 주고 싶은 마음도 있네요. 이렇게 시작된 민재의 꼴찌 탈출 도전기가 이 책의 내용이랍니다. 물론, 꼴찌 탈출 도전기라기보다는 일등 도전기라고 말해야 할 듯싶네요. 과연 민재의 공부도전기가 성공할 수 있을까요?

 

『꼴찌의 공부일기』는 비록 공부를 못하는 친구들이라 할지라도 노력하게 되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화랍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동안 자연스레 나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을 품게 한답니다.

 

영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가로 사람들이 손꼽길 주저하지 않는 윈스턴 처칠의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고 합니다. “매사에 의욕이 없고 야무지지 못하고 지각과 싸움을 일삼는 품행이 나쁜 학생이다.” 한 마디로 처칠은 구제불능 골통이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 처칠은 영국의 총리가 되었고, 영국 국민들에게 지금까지 존경받는 정치가가 되었답니다.

 

지금 여러분의 모습이 진짜 모습이 아니랍니다. 여러분들이 꿈을 갖고 그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 여러분들에게 대한 평가는 바뀌게 마련입니다. 민재의 공부일기를 여러분도 함께 따라 해 보는 건 어떨까요?

 

각 단락마다 적혀 있는 유명 인사들의 명언 역시 대단히 좋답니다. 이야기만 읽는 지나지 않고, 명언을 가슴에 새기는 것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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