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의 노래 - 이해인 수녀가 들려주는
이해인 지음, 백지혜 그림 / 샘터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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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의 노래』는 이해인 수녀님의 동시집 『엄마와 분꽃』(왜관 : 분도출판사)에 실려 있는 “밭노래”와 백지혜 선생님의 예쁜 그림들이 만나 이루어진 그림책이랍니다.

 

먼저, 이해인 수녀님의 아름다운 시가 살포시 미소 짓게 하네요. 평범한 텃밭에서 자라나는 채소들은 밭이 젖을 먹여 살려내는 아이들이 되네요. 그리고 밭은 그 많은 아이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엄마가 되고요. 많은 아이들을 먹여야 하기에 밭은 ‘젖이 많은’ 엄마가 되어야만 하고요. 이처럼,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밭에서 엄마의 마음을 읽어내는 시인은 눈, 참 예쁘네요.

 

밭은 해마다 / 젖이 많은 엄마처럼 / 아이들을 먹여 살립니다 / ...

/ 아이들의 이름은 / 참 많기도 합니다

 

밭이 엄마의 마음으로 키워낸 채소들이라 생각할 때, 이제는 채소 한 점 허투루 대하지 않아야 할 듯합니다.

 

또한 아기 홍당무가 빨간 이유를 묘사하는 대목은 살며시 미소 짓지 않을 수 없고요.

 

땅속을 몰래 빠져나온 / 아기 홍당무가 / 흙 묻은 얼굴로 웃고 있다가

/ 나에게 들켜서 / 얼굴이 더 빨개졌습니다

 

역시 시인입니다. 홍당무의 붉음을 이렇게 멋지게 묘사할 수 있음이 신기하기까지 하네요.

 

우리 아이들이 이해인 수녀님의 『밭의 노래』를 읽는 가운데, 땅의 모성(母性)을 깨닫게 되고, 그 생명력을 공급받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게다가 백지혜 화가의 그림도 참 멋지구요. 시의 내용과 너무 잘 어울리네요. 왠지 채소와 꽃, 나비를 즐겨 그리신 신사임당을 떠올려보게도 되고요.^^ 이번 추석에는 딸아이를 데리고 할아버지 텃밭에 다녀와야 할 듯합니다.

 

[ 한우리 북카페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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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황홀 - 우리 마음을 흔든 고은 시 100편을 다시 읽다
고은 지음, 김형수 엮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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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황홀』은 국민시인 고은의 수많은 시 가운데 엮은이가 100개의 시구(시의 전문 또는 일부를 선택)만을 골라 엮은 시집이다. 시인은 이러한 엮은이의 작업을 평가하길, 마치 자신의 많은 시들이 오랜 세월 자라 하나의 나무를 이루었다면, 엮은이는 이 나무를 잘라 나이테를 드러내며, 자른 나무로 칠현금의 악기를 만들어 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시가 무엇인지를 시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엮은이의 표현처럼 시가 시인이 연주하며 만들어낸 악보라면, 이 악보를 가지고 또 다른 연주를 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모한 용기를 내어 독자의 입장에서 또 하나의 나이테를 드러내 선율을 만들어 본다. 비록 그 소리가 불협화음에 불과할지라도 말이다.

 

시인의 주옥같은 시 가운데, ‘삶’이라는 나이테를 뽑아본다.

 

시인은 말한다. 시는 오래전 신들의 희로애락이었다고. 신들의 희로애락이었던 시를 읊조린다는 것, 얼마나 큰 특권인가! 이런 특권을 누리는 고은 시인은 행복한 사람이리라! 아울러 그 특권을 엿볼 수 있는 우리 역시 행복한 사람 아닐까?

 

이렇게 주어진 특권으로 시인은 궁핍 가운데서도 시의 풍요로움과 속 깊은 축복을 누렸노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시가 허락하는 황홀경이란다. 그래서 시인은 힘겨운 가운데 시가 허락하는 황홀경을 통해, 삶을 일구어 낸다.

 

시인은 삶을 노래한다. 왜냐하면, 시인에게 있어 시란 궁핍 가운데서 풍요로움과 황홀경을 허락하는 것이기에 시는 삶을 벗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시인은 삶 속에서 살아가는 생활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인의 존재를 재미나게 보여주는 시구가 있다.

 

풀 보아 / 나무 보아 / 똥 안 누고도 / 잘 사는 / 조각달 보아

나야 죽어도 달 못 되어 똥마려워 <무제시편 103> 전문

 

생활인인 시인은 삶을 회피하려 하지 않는다. 물론 삶은 힘겹다. 하지만, 그럼에도 맞서야 하는 대상이다. 이러한 시인의 삶에 대한 자세를 잘 보여주는 시가 <두고 온 시>이다.

 

갓난아기로 돌아가 /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부터 /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가 왜 없으리 / 삶은 저 혼자서 / 늘 다음의 파도 소리를 들어야 한다 <두고 온 시> 일부

 

그렇다. 삶이란 아무리 힘겨워도 언제나 혼자 헤쳐 나가야 할 숙제다. 그렇기에 이러한 삶 속에서 여전히 일상을 이어나가는 모습은 시인에게 있어 경외의 대상이기도 하다.

 

절하고 싶다 저녁연기 자욱한 먼 마을 <지나가며> 전문

 

그들이 항상 먼저였다 / 어둑어둑한 데서 / 거리의 쓰레기를 쓸고 있었다 / 그들이 먼저였다 / 공장으로 가는 그들이 먼저였다 / 첫차는 씽씽 달려간다 / 이때뿐이다 / 가장 좋은 때는 새벽뿐이다 / 그놈들 아직 뻗어있으니까 <새벽> 전문

 

이처럼, 힘겨운 삶 속에서도 여전히 삶을 이어나가며 새벽을 여는 사람들, 저녁밥을 짓는 아낙네들의 치열한 삶이야말로 경외의 대상이다. 나의 삶은 어떤 삶인지 돌아보게 된다. 난 어디에 속하나? 뻗어 있는 ‘그놈들’인가? 아니면 힘겨운 삶이라 할지라도 졸린 눈을 비비며 새벽을 열고, 치열한 삶을 헤쳐 나가는 ‘그들’인가? 그놈이 아닌 그들이 되길 소망할 뿐이다.

 

이처럼 시인은 힘겨운 삶, 궁핍한 삶을 벗어나려는 도구로 시를 쓰지 않는다. 오히려 시를 통해, 힘겨운 삶을 정면으로 맞으며 열어가기에 비로소 시의 황홀을 맛보게 된다. 그런 시인에게 고단한 삶마저 삶의 축복이 된다.

 

옷소매 떨어진 것을 보면 / 살아왔구나! 살아왔구나! <旅愁 158> 전문

 

떨어진 옷소매는 어쩌면 궁핍한 삶의 증거이지만, 그것이 되려 살아왔음의, 살아있음의, 살아감의 증거가 된다. 시인은 옷소매가 닳아 떨어진 것을 보며, 애처로워하거나 지난한 삶을 원망하기보다는 힘겨운 삶을 견뎌내며 살아왔음에 감사한다. 이러한 감사는 아버지라는 시에서 더욱 돋아진다.

 

아이들 입에 밥 들어가는 것 극락이구나 <아버지> 전문

 

이러한 마음을 품을 때, 우리 앞에 어떤 어려움이 있다 할지라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더 가지려는 마음, 더욱 움켜쥐려는 마음이 우릴 더욱 가난하게 만들고 있진 않을까? 자녀들이 밥 굶지 않을 수만 있다면, 설령 밥을 굶는다 할지라도 그 가운데 따스한 밥 한 공기 앞에 둘 수 있다면, 그것이 극락이요 천국이라는 고백이 우리를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가! 이것이 바로 시인이 말하는 궁핍 가운데 누리는 시의 풍요로움이다. 이러한 “시의 황홀”을 맛볼 수 있음이 독자들에게는 축복이요 황홀의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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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조선의 바다를 지켜라 - 상 - 탄생에서 한산대첩까지
김정산.김종대 지음, 이우일 그림 / 시루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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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순신이 대세다. 그만큼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이순신 장군의 평가에 대해 논란이 많다. 분명, 군의 힘으로 정권을 잡았던 박정희 정권이 이순신 장군을 이용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것, 그것은 이순신 장군의 위대함이다. 비록 의도적 작업이 있었다 할지라도, 이순신 장군에 대한 평가는 정당하다. 우리가 비난해야 할 것은 독재정권의 의도성이지, 이순신 장군 당사자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오히려 우리는 이순신 장군이 보여준 모습들, 그가 품었던 마음의 자세 등을 통해, 오늘 우리를 돌아봐야 한다.

 

『이순신, 조선의 바다를 지켜라 상』은 이순신의 탄생에서부터 한산대첩까지를 다루고 있는 초등 고학년, 청소년 대상 역사소설이다. 이순신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하려 애쓰며,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들은 따로 나름 저자들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초등 고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용어 설명들을 성실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 이우일 작가의 그림 역시 책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물론, 성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아, 분량상 내용의 한계가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이순신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이순신의 당당함이다. 이 당당함은 어디에서 올까? 그것은 매사에 올곧고, 떳떳한 행동에서 오지 않을까? 문관의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국가 위기를 감지하고 무관의 길을 걷는 이순신은 공과 사를 철저하게 구분할 줄 알았으며, 자신의 유익보다는 국가의 유익을 우선으로 하는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매사에 철저한 자기관리와 떳떳한 행동을 하였기에 당당함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오늘 우리에게 당당함이 사라졌다면, 그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고 바로 나에게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공동체의 유익보다 내 유익을 우선으로 할 때, 당당함은 사라지게 된다. 떳떳하지 못한 행위가 쌓일 때, 우리는 당당함을 잃게 된다(물론, 자신의 유익을 우선하면서도, 떳떳하지 못하면서도 당당함이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을 우린 양심에 털 났다고 한다^^).

 

다음으로 이순신은 어린 시절부터 불의를 참지 못하는 정의감의 사내였다. 결국 이러한 정의감이 사실 적들을 만들게 되고, 그 일로 인해 어려움도 많이 겪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역사는 이순신에게서 등을 돌리지 않았음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또한 이순신이 임진왜란의 국가 위기 앞에서 전승을 거두며, 나라를 위기에서 건져 올릴 수 있었던 힘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 있었음도 생각해 보게 된다. 모두가 자신이 앉은 자리를 이용하여 자신의 유익을 먼저 챙길 때, 이순신은 언제든지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대비하였다. 이순신이 전라도 수군절도사가 되어 부하들을 철저하게 훈련시켰던 것이 국가를 건져 올린 씨앗이 되었다. 사실 어쩌면 이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고, 당연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당시 모든 이들이 해이해져 자신의 본문을 잊고 살아 갈 때, 본분을 지켜 행하는 그 당연한 모습은 너무나도 특별한 모습이 되어 버린다.

 

오늘 우리들에게 본분을 지켜 행하는 모습이 특별한 사건이 되지 않길 원한다. 당연한 일을 하는 것이 칭찬받는 특별한 사건이 되어 버리는 사회는 사실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 아닐까? 오늘 대한민국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본분을 지켜 행함은 당연한 일이 되고, 지켜 행하지 않음이 너무나도 특별한 사건으로 다가오는 사회가 될 수 있길 소망한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이순신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느끼게 되는 또 하나의 생각은 위기 앞에 무능한 조정의 모습이다. 조선왕조 대부분의 시대가 그러했지만, 특히 임진왜란 당시 조정의 모습은 철저한 무능함을 보여준다. 책임 맡은 자의 도주(책임 회피), 무능한 인재 기용, 조정의 인사관리 능력 제로,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유익을 위해 핏대를 세우는 모습들. 왠지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 “명량”이란 영화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이순신에 대한 책들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특히, ‘세월호’라는 전대미문의 슬픔의 사건 앞에 보여준 정부의 무능은 임진왜란 앞에 보여준 조선 조정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기에. 그랬기에 국민들은 이순신과 같은 백성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영웅의 리더십을 갈망하고 있는 것 아닐까?

 

갈망도 좋지만, 오늘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자리에 선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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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사우루스 - 사도의 공룡 돌개바람 33
이경혜 지음, 이은영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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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의 공룡 사도 사우루스』는 참 예쁜 동화랍니다. 공룡의 이야기를 이렇게 예쁘게 그려낼 수 있는 작가의 마음이 참 아름답습니다. 사도는 전남 여수 앞 바다에 있는 작은 섬입니다. 그곳엔 지금도 공룡발자국이 많이 남아 있어, 공룡의 섬이라고도 불립니다. 작가는 바로 그곳 사도에 있었을 공룡들을 상상하며 예쁜 동화를 통해, 공룡들을 다시 살려내고 있습니다.

 

주인공 수와는 초식공룡입니다. 무지개공룡 가운데, 보라색 공룡이랍니다. 이들 무지개공룡들은 각기 무지개 색깔 가운데 한 가지 색깔을 갖고 있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점 한 가지가 있답니다. 무지개공룡이 진정으로 무지개가 되기 위해선 모두 함께 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을 때, 결코 무지개공룡이 될 수 없습니다. 빨간 공룡만이 모여 있다면, 그저 빨간 공룡 공동체에 불과합니다. 노란 공룡 역시 마찬가지지요. 하지만, 이들이 모두 함께 모이게 될 때, 비로소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깔을 이루게 된답니다.

 

이러한 무지개공룡의 자아 찾기는 수와를 구하기 위해 타르보사우루스와 맞서 연대할 때, 절정을 이루게 됩니다. 비록 힘이 없는 초식공룡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함께 연대하게 될 때, 엄청난 힘을 갖게 됨을 작가는 동화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우리 앞에 무시무시한 공룡 같은 문제가 가로막고 있나요? 그렇다면, 약한 자들의 연대가 답이 될 수도 있답니다.

 

주인공 수와가 수와인 이유는 수와만이 귀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무지개공룡들과 다르게 두 귀를 가지고 태어난 수와는 세상 온갖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그 소리를 말할 수 있답니다. 그래서 바람소리, ‘수와--’를 듣고, 태어나서 처음 외친 소리가 ‘수와--’랍니다. 그래서 이름이 수와가 되었지요.

 

이런 수와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답니다. 그리고 이런 수와를 인해,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게 된답니다. 그 놀라운 일들은 뭘까요?

 

 

세상의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그리고 세상의 다른 소리를 듣는 데서부터 화합과 평화가 시작된답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엔 세상의 소리를 들을 귀가 없는 사람들이 참 많답니다. 오직 내 소리만을 강요하고, 다른 사람의 소리는 애써 외면하는 사람들 때문에 세상은 서로 싸우고, 더 힘겨워지는 공간이 된답니다. 우리에게 수와의 귀가 있길 빌어봅니다.

 

그래서 동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의성어에는 다른 색깔로 표시가 되어 있답니다. 이런 의성어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겁니다. 세상에는 참 여러 소리가 있다는 것을 의성어를 통해, 알게 됩니다. 나와 다른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이죠. 세상에 언어가 하나라면 이거야말로 저주겠죠.

 

성경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성경에는 창세기라는 책이 있는데, 이 창세기의 시작부분을 원역사라고 부른답니다. 이 원역사의 마지막 이야기는 유명한 바벨탑이야기랍니다. 이 이야기의 출발은 세상의 언어가 하나였다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세상의 언어가 하나였다는 것이 축복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언어를 흩으신 하나님의 행위가 축복입니다. 언어가 하나였다는 말은 오직 한 주장만이 소리를 내고, 다른 소리들은 숨죽였다는 의미입니다. 바벨탑이야기에 대한 명화들을 보신 적이 있나요?

 

여러 바벨탑 그림의 공통점은 높은 성을 쌓고 있는데, 유독 채찍을 들고 감독하는 사람들이 있고, 반대로 힘겹게 노동의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언어가 하나라는 건 바로 이런 의미랍니다. 내 주장을 높이지 못하고, 오직 힘 있는 사람들의 소리만이 발해지는 것. 그래서 하기 싫어도 노예처럼 누군가의 영화를 위해 땀을 흘려야만 하는 것. 내 소리를 내면, 채찍에 맞아 고통당하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하나인 언어’의 진면목이랍니다.

 

그래서 언어의 흩으심이야말로 사실 심판이 아닌, 축복의 행위랍니다. 많이 어긋났지만, 수와를 통해,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자신의 고유한 여러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소리를 귀담아 들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축복이죠. 비록 저자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말입니다.

 

또 하나 이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수와의 모험입니다. 수와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어느 무지개 공룡도 해보지 못한 모험을 합니다. 바로 친구 시루와 함께 시루의 고향 바다까지 모험을 떠나는 겁니다. 하지만, 진짜 모험은 시루와 친구가 된 것 아닐까요? 시루는 육식 공룡입니다. 그런 시루와 수와가 서로 친구가 되어 우정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참 모험이 아닐까요? 수와가 시루에게 하는 말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우린 이렇게 다른데 친해지다니 그거야말로 신기하지?”

 

이런 신기한 일이 이 땅에 수없이 일어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 놀라운 일은 수와처럼 들을 수 있는 귀, 그리고 단단한 용기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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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1 - 윤인완 환타지 소설
윤인완 지음 / 박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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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는 제주도에서 펼쳐지는 퇴마 환타지 소설이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제주도, 그곳에서 펼쳐지는 때론 끔찍하고, 때론 긴박하며, 때론 흥미진진한 이야기. 이와 같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엮어가는 주인공이 있다. 바로 원미호, 반, 요한이 그들이다.

 

원미호는 고등학교 윤리선생이자, 상담선생이다. 하지만, 그에겐 남들이 없는 배경이 있다. 바로 세계 3위 굴지의 기업인 대한그룹 회장의 외동딸, 그렇기에 그녀는 제멋대로 행동함이 몸에 배어 있다. 또 한 사람 반은 불교 퇴마사이다. 무시무시한 정염귀라 할지라도 그 앞에서는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하지만, 반은 제주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연쇄토막살인 혐의를 받고 있다(원미호에게). 과연 그가 범인일까?

 

또 한 사람 신부 요한이 있다. 20살의 어린 나이지만, 교황청이 인정하는 엑소시즘의 최고 능력자.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되어 온갖 고생을 하였던 그는 친모를 만나기 위해 서울로 오다가 윤미호에 의해 제주도에 눌러 있게 된다. 어느 누구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아픈 과거가 있음에도 언제나 밝게 사는 그는 오락게임을 즐기며, 윤미호에게 마치 친동생처럼 살갑게 대하는 영락없는 동네 청년이다.

 

이런 이들이 제주도에서 수많은 악령들과 겪어나가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아일랜드1』은 무엇보다 재미있다. 두툼한 책이 금세 읽혀진다. 하지만, 처음 시작이 너무 잔인하다. 마치 너무 잔인한 폭력 영화를 보면 채널을 돌리거나 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어지는 것처럼, 이 책 역시 계속 읽어야 할지 망설여질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게 끔찍한 장면이 묘사된다.

 

그럼에도, 이야기는 점점 흥미진진하고, 뒤로 갈수록 그토록 잔인한 묘사 역시 나오지 않는다.

 

이 책은 단순한 퇴마 환타지에서 그치지 않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1편에서는 무엇보다 학교폭력문제, 왕따 문제, 결손가정문제(외형적 결손가정이 아님. 외형적으로는 남부럽지 않은 가정환경이지만, 정작 부모와의 만남도 관심도 사랑도 느끼지 못하는 결손가정)를 아무래도 가장 많이 생각해보게 된다.

 

‘벙새(벙어리 새)’라는 별명을 가진 이교빈. 3년전 서울에서 전학 온 그는 학교 전체에 친구 하나 없다. 아니 제주도 전체에 그는 혼자다. 그는 학교에서 조롱과 멸시의 대상, 폭행과 갈취의 대상에 불과하다. 그런 그가 상담선생인 원미호에게 도움을 청해보려 하지만, 매사가 제멋대로인 원미호에 의해 거절당하고 만다. 그 후에 일어난 여교사 화장실 몰카 사건으로 교빈이가 원미호에게 몰카사건을 미리 알려 줬음을 뒤늦게 알게 되지만, 교빈이는 이미 자살하여 싸늘한 시신으로 변한 뒤다. 그런데, 어느 날 교빈에게서 원미호 앞으로 메일이 오게 되고, 제주도에서는 끔찍한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게 되는데...

 

과연 왕싸가지 밥맛 교사 원미호는 이 사건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 또한 2편, 3편에서는 어떤 사건들이 손에 땀을 쥐게 할지 궁금해진다. 처음엔 그토록 왕싸가지, 밥맛인 미호가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도 아는 사람으로 변하는 모습을 1편 마지막 부분에서 보여준다. 제주도를 지긋지긋하게 여기던 미호가 제주도에 애정을 느끼기도 한다. 왕싸가지 미호가 2편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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