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어른이 됐어."
그런 날이 있다.
어릴 적을 채웠던 싱그러운 풋풋함은 조금 옅어졌지만, 그 지난한 시간 동안 함께 해온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는걸 알게 되는 날. 어른이 되어 가는 나의 나날에 그들이 섞여있는 걸 느끼는 날.
- P102

"한자리에 오래 반짝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성장하는 이는 그게 성장인지 모른다. 그저 그러는 중이라고 믿을밖에. 들을 때마다 속에서 무언가 터져 나올 것 같은 울컥함이,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 주길 바란다. 먹먹하고 막힌 것 같을 때 올려다볼 수 있는 위로를 걸어둔 채로.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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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곳 사람들에 비해 자유롭다. 하지만 풍경 밖에서하는 관찰과 부감은 그저 부유하는 일이다. 낙엽이나 먼지 같다.
- P13

가까운 일을 잊고 먼 시절의 일을 또렷이 기억한다는 알츠하이머병의 시계는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는 걸까? 그 시계는 환자의 일생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제일 선명하게 가리키는 걸까?
- P18

외국인이 아니어도 누구나 타자일 수 있다는 생각. 모두가 서로의 타자가 되어버리면 아무도 오메라시의 터널을 이야기하지 않을 거란 생각.

- P34

어느 날 아주 사소한 일에 피로를 느껴 퇴사를 결심했다. 작은 물 한 방울로 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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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신‘이라는 별명에 대한 가장 좋은 해석은 ‘다정하다‘이고 가장 악의적인 해석은 ‘헤프다‘이다. 나는살면서 그 두 문장을 8대 2의 비율로 듣곤 했는데 나쁜말쪽이 훨씬 힘이 세다.
- P10

사랑은 돈처럼 아이러니하고 불공평하게 주어진다.
- P10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내내 어떤 집단이나 모임에만 속하면 그곳에서 애인이 생겼다. 그런 포지션은 언제나 나밖에 없었다. 
- P10

잘 안 될 거라는 시그널이 발밑에 수북한데도 자꾸만 이상하게 잘될 거라는 믿음을,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파랑새 같은 낙관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 나는 그 사람들이 전부 나 같았고 그래서 좋았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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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늘 기도하며 걷고 있지만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 P94

부질없는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애쓰고기대지 않기 위해 힘써 버티던
초라해진 나를 들키지 않으려 했던
그런 내가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길 위에 섰던 것이다.
- P42

하루하루 잘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날그날 예정한 마을에 무사히 도착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날들입니다.
- P54

매일 왜 걷고 있는지 생각한다.
기도하는 시간이며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다.
마음에 가득 차오르던 이유를 모르는 분함과 미움이 걷다 보면 녹아내리는 것을 느낀다.
용서와 화해의 시간이기도 한 것이다.
- P62

그래 나는 외로운 사람이지.
보고 싶은 나의 소중한 사람들 곁에 오래 머물고 싶은 사람이지.
- P71

길을 잃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하며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단정히 해가며
하루하루 그렇게 가는 것이다.
오롯이 나의 길을 가는 것이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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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린 소년이 자신이 죽은 날 밤을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되니 말은 다 했다. 충격적이고 직설적이며 인류의 현실을 다루는 영화이지만 자연과 전쟁의 이데올로기적 탐구와 영적인 기차 탑승 장면에선 광범위하고 판타지적인 지브리 작품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 P49

그는 훗날 그스토리보드 과정을 이렇게 묘사했다. "평소에는 절대 열지 않는 머릿속 뚜껑이 열리고 그 속의 전류가 나를 먼 곳으로 데려다준다."
- P110

이때 미야자키가 그의 인생의 어느 지점에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영화 속 노인에 대한 존중이 이해가 간다. 소피는 저주를받은 후 오히려 더 자신감을 얻는다. 마르클도 노인으로 변장할때 존중을 받으며, 황야의 마녀는 표독한 악당에서 정신없지만매력 있는 할머니로 변모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선 나이가들었다고 조연이 될 필요가 없으며 미야자키도 이를 마음에 새기게 된다. 그는 나이가 들고 연거푸 은퇴를 했지만, 이후 그의몇 작품은 미야자키를 다시 확고한 영웅의 위치로 올려놓는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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