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쯤 육체노동을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요. 생각들을 정리하고 또 나 자신을 정리하는 기회가 될 거라 생각했어요."
- P163

사기도박이나 신랄한 독설, 난폭함 같은 것도, 정확히 잘 표현은 안 되는데요, 뭐랄까, 마음속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신성한 본능에 대한 반항, 또는 신을 갈망하는 마음에 대한 반항심이 겉으로 표출된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내면 깊은 곳에서는 그런 것들에 사로잡혀있었던 게 아닐까요.
- P181

그리고 1929년 10월 23일, 뉴욕 주식시장이 폭락했다.
- P211

그리고 경제공황에 대응하는 미국인들의 태도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눈앞에 닥친 불행에 좀 더 침착하게 행동할 줄 알았다는 것이었다. 본래 남의 불행을 의연하게 보아 넘기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는 법이다. 
- P219

세상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속물인 엘리엇이 또한 누구보다도 자상하고 배려 깊으며 마음이 넓은 남자라는 사실을 어떻게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P223

나는 래리에게서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않을 타입이라는인상을 받았다. 자기 나름대로의 이유에서든 일시적인 충동으로든 아무 때나 훌쩍 떠나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 P246

"그이를 진짜 사랑했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사랑 없이도 잘 살 수 있다구요. 마음속 깊이 래리를 갈망했지만, 눈앞에 안 보이니까 그럭저럭 버틸 수 있더라구요. 전에 선생님이그러셨죠? 드넓은 바다가 가로놓여 있으면 사랑의 고통도 어느정도는 누그러든다고, 그땐 참 냉소적인 말이라고 생각했는데맞는 얘긴 것 같아요."
- P270

나는 한동안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가 얼마 후 입을 열었다.
"래리가 ‘정말‘ 너를 사랑했을까?"
그녀는 등을 꼿꼿이 세웠다.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두 눈은 화가 난 듯했다.
- P278

간혹 열정이 죽은 후에도 사랑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사랑이아닌 다른 무엇, 일테면 애정이나 온정, 혹은 취향이나 관심사의 공유, 아니면 습관 등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거야. 그중에서도 습관일 가능성이 높지. 
- P279

사랑이 열정이 아니라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다른 것을 사탕으로 착각하는 거야. 그리고 열정은 서로 만족할 때 커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장애가 있을 때 더욱 커지는 법이지. 
- P279

"저도 하마터면 저 사람을 사랑할 뻔했거든요. 차라리 수면에 비친 그림자를 사랑하지. 아님, 햇살이나 하늘의 구름 따윌사랑하던가. 저도 정말 가까스로 빠져나왔어요.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정말 위험했다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진다니까요."
- P299

"난 지금껏 래리처럼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그의 행동들이 그렇게 유별나게느껴지는 거죠. 신은 믿지도 않으면서 모든 행동을 신의 사랑때문인 것으로 돌리는 사람한텐 적응이 안 되잖아요."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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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들고 있는 브랜드를 하나의 건축물로 바라보고29쪽처럼 구조를 해체해보는 순간, ‘이야기가 텅 비어 있는 곳‘들이 보일 것입니다.
- P31

브랜드의 요소들을 잘게 쪼갠 뒤 아주 지엽적일 수 있는 하위 요소인 ‘간판‘에 그들 나름의 시그니처 이야기를 심는데 성공합니다. 특정 시간(WHEN)이라는 요소에 무게 중심을두고 설계한 그들의 미장센은 여러분이 아시는 것처럼 오랜 시간 동안 꽤 잘 동작했습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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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청춘을 구별하지 않고 하나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레몽도 흘러간 시간에 대해서 어렴풋한, 그러나 늘 깨어있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 P14

그러나 어떤 여자들은 성숙기에 다다를 때까지도 어린아이의 얼굴을 간직한다. 아마도 이런 영원한 유년기적인 아름다움 때문에, 우리의 사랑은 시간으로부터 해방되어 지속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 P16

만약 편지의 말미에 다른 날 다른 시간이 제시되어 있지 않았더라면, 박사는 살아갈 힘을 얻지 못했으리라.
마법 지팡이가 기적을 만들듯, 박사의 모든 일정은, 이 새로운약속 시간을 목표로 다시 조직되고 재편되었다. 
- P41

사랑에 빠진 사람은 늘 해답을 발견하고는 했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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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장아미 (지은이) 자음과모음 2025-04-11, 156쪽, 한국 소설

🍉 민화를 보는 것 같은 표지와 ‘고양이‘가 들어간 제목으로 읽게 된 책. 결을 같이하는 세 편의 짧은 단편소설이 담겨있다. 난 이 책이 토종적 색을 지닌 SF물인 걸 모르고 책을 읽었다. 세 소설 중 첫 단편 은 앞 부분 다섯 장 정도를 계속 앞으로 돌려가며 읽었다. 그러자 왜 주인공 은비가 재희를 일 년에 한 번 만나는지 이해가 되었다. 세 소설의 분류를 굳이 나눈다면... 뭐랄까 무섭지 않은 귀신이나, 신이 들어간 이야기다. 한국 토종 판타지물.

🍉 <고양이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귀신들의 축제나 5일장같은 곳에 홀린 은비가 재희의 도움으로 다시 돌아오는 이야기. 재희는 이미 죽은 사람이지만 은비에게 신뢰를 주고 조용하게 상황을 잘 해결하는 인물, 아니 저세상 사람이다. 재희는 변하지 않는 소녀의 우정일 뿐. 재희는 은비를 저 세계에서 빠져나오게 할 때 자신을 믿을 수 있는지 묻는다. 만약 저 세상 인물이 자신을 믿을 수 있냐고 하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제일 친했던 친구나 가족이라도. 이 책 철학적인 책이었나.

🍉 두번째 소설 <산중호걸>도 일 년에 한 번 산중호걸이나 범이 아닌 삵, 백운의 생일에 만나는 신들의 생일파티+동기모임으로 첫 번째와 비슷. 신들은 그리스로마 신들처럼 인격체로 나오나 그들의 능력은 많이 낮아 보인다. 여기 모이는 신들은 평소 인간세계와 함께한다. 백운은 삵이지만 산고양이 같은 모습. 파티 장소인 직녀가 운영하는 뜨개방은 좀 보잘 것 없는 허름한 가게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뜨개방이라니. 신들의 모임 장소가. 잔치음식에 떡볶이도 나온다. 운겸이 죽고 도요가 그 자리를 인계한다. 신은 자연스럽게 죽는다. 음..

🍉 세 번째 소설 <능금>은 전개는 다소 다르지만 언해피 엔딩 버젼의 미녀와 야수같은 느낌. 야수인 주인공 해수는 괴물 일까, 신 일까. 여기 미녀와 야수는 상당히 현실적이기에 괴로울 수 밖에 없다. 신과 괴물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걸 누가 나누는가. 이무기는 한 가지 실수로 용이 되지 못하는 많이 듣던 이야기. 그러면 이무기는 신 일까, 괴물 일까. 결국 인간의 관점에서 구분이 되는 건 아닌지. 괴물의 모습을 한 해수는 자신에 대해 고통스러워하고 능금은 해수의 본질이 무엇이든 연민을 느끼고 사랑한다.

🍉 이 세 편의 소설은 내게 상당히 어려웠다. 다른 독자에게는 가볍고 재미있는 소설일지도 모른다. 읽을 때 장면이 안 들어와서 두 번씩 읽으며 인물을 나누고 상황을 인지해가며 읽었다. 세 편 모두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의 경계가 완전하지 않을 때 살며시 몰래 들어가 엿보는 이야기랄까. 그래, 나는 가보지 않은 길을 살짝 본 것에 의미를 두겠어.


🍉 나누고 싶은 구절들

🌱 ˝믿음이란 그런 거잖아. 아무런 조건도 대가도필요하지 않잖아. 고양이로 바뀌어버린 이상 이 그림도네가 밖으로 나가는 걸 막을 수 없을 거야. 거래의 상대는 인간인 너였으니까. 게다가 고양이는 어디든지 갈수 있잖아? 상대가 너를 속여 거래를 성사시켰으니 우리도 비슷한 방식으로 허점을 파고드는 거지. 자, 어서움직이자.˝
36p

🌱 나는 내가 아직도 사람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인간으로 죽어야 한다니, 어째서일까.
94p

🌱 나는 겨우내 해수의 최후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몰랐다. 아버지와 이별하는 순간을 준비할 때처럼 비밀스럽고도 열렬하게.
1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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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생활이 얼마나 안심이 되는 일인지,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공간 안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공단주택에 살면서 많은 사람이 알게 되었다. 주택은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은 이제 현대 일본인에게 상식이 되어버렸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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