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마당, 앞마당, 넓은 앞 계단, 길거리 등은 모두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고, 머무르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장려하는 장소이다. 사람들이 보고, 머무르고, 이야기 나누는 장소에는 공동체 의식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 P118

비록 이런 차이 중 일부는 현관 계단 오르기가 신체에 주는 직접적인 이로움과 관련하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못지않게 중요한 사실은 주거지 앞에 이 같은 준사회적 공간이 없는 이들이 지역 사회와의 약한 유대 탓에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있었다는점이다.
- P121

이렇게 새로 조성된 동네는 사람들을 "수니파 · 알라위파·시아파. 다양한 종파의 기독교인으로, 그리고 마을 주민과 유목민으로" 분리했다. 이렇게 분리된 집단은 따분하고 진지하고 익명적인 건물에서 "공유된 정체성이나 장소에 대한 애착 없이 사회적 침체와 내향성만이 강화되는 삶을 살았다.
- P129

건물을 짓는 것은 환경에 나쁘고, 건물을 지었다 허물고 그 자리에 새 건물을 짓는 것은 환경에 훨씬 더 나쁘다.
따분한 건물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 P139

흥미로운 것이 보편이고, 따분한 것은 이상했다.
- P163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내머릿속에는 디자인의 원리에 대한 이론과 철학이 있는 한편 여러 재료와 과정이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더 나은 것을 만들어 내는지에 대한 직감도 있었다. 발상은 스케치북 위 드로잉에서만 오지 않았다. 제작은 내게 무엇이가능한지 가르쳐 주었고, 그 한계를 뛰어넘도록 용기를 불어넣었다.
- P174

화가·소설가·음악가 등 다른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건축가도 당대의 예술적 유행에 쉽게 휩쓸린다. 이 책에서 지금껏 살펴보고 묘사한 건물들이 바로 그런 방식으로 생겨났다. 따분함이라는 특성은단순히 비용 절감이나 게으름, 상상력 부족의 결과가 아니다. 건물은 우연히 혹은 실수로 따분해지지 않았다. 건물의 따분함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100년 전 불어닥친 예술적 열풍의 결과인 것이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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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위의 『주역』(60번째 괘) 구절을 이런 의미로 받아들인다. 제약이 없고, 제한이 없고, 경계나 장벽이 없으면, 가령 삶이 컴퓨터 게임처럼 ‘재설정‘되어 자동 저장이 된다면 인간의 행동에 아무런 의미가 없을 거라고 말이다. 그러면 결과도 없다. 규칙과 결과가 없는 게임이라니, 얼마나 지루할까? 그건 게임이다. 
- P12

자유로운 주체가 된다는 것은 곧 결과를 직시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주체가 되려면 유한한 표본에서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한다. 그것은 어떤 가능성을 위해 다른 가능성을 버리는 일이다. 미래를 가지치기하는 행위라 할수 있다. 
- P13

의미 있게 살려면 죽음이 필요하다. 그것은 버려진 가지(실현하는 것을 위해 잃은 가능성)의 죽음이자 최종적으로 자기의 죽음이다.
- P13

사실 이 책은 세네카의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라는 고전에서 제기한 주제들을 재검토한 것이라고볼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세네카가 품은 오랜 관심사 중 상당수가 여전히 현재성을 띠고서 이 책이 다루는 모든 주제 속으로 밀고 들어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죽음 불안은 최고의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자신만 기회를 놓치거나 소외될 수 있다는불안감이나 두려움)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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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한 따분함이 한 공간에 자리할 때,
따분함은...
해로워진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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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건물은 매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데 반해 새 건물은 신기할 정도로 무료하고 단조로웠다. 건물은 그저 보이는 그대로, 그게 전부였다. 그러나 까사밀라는 부동의 현실 가운데 어떤 균열을 열어젖혔고,
그 균열 속에서 나는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보았다.
- P27

그리고인간이라는 미미한 존재가 이다지 훌륭한 것을 구상할 수 있다는 사실, 그러한 구상을 힘 합쳐 실현해 낼 수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아연함이다.
- P29

왜, 이토록 풍요로운 21세기에 우리는 월든 7이 아닌 피너클 호텔 하버프런트 같은 건물에 둘러싸여 있을까?
월든 7과 같은 건물은 현대에도 터무니없이 많은 비용을 들이지않고 인간적인 건물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왜 우리는 계속 이런 건물을 짓는 걸까?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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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싫어하는 건 쉬운 일이다. 뒤에서 욕하는 것도, 조롱하는 것도. 욕할 거리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 P43

친했던 척하지 마. 네 감정을 과장하지 마. 정수연의 죽음을 너희의 일로 만들지 마. 슬픈 사람은 정수연의 가족이랑 친구들이야. 너희는 정수연이랑 아무 사이도 아니었잖아. 
- P48

남들이 보기에는 사소해 보일 일이라서, 의미 부여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죽은 다음에야 친한 척하는 건 아닐까 스스로가 위선적으로 느껴져서, 어디에다가도 꺼내 놓지 못했던 기억이었다.
- P49

길고양이는 오래 못 살아. 길어야 이 년에서 삼 년이야. 매일보던 애가 어느 날 사라지는 경우도 되게 흔해. 사체라도 발견할수 있으면 다행이고,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없을 때가 더 많아. 그러니까 얘들한테 이름을 붙이는 거야. 이름을 붙이고 눈에 보이는 동안 자꾸자꾸 불러 보는 거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게 되거든. 우리 엄마한테 배운 거야.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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