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파잔은 언제 어디서부터인가

초식동물로 자라났다

세상은 나에게 관심이 없고
나는 유일한데
자의식과 꿈만이 다리를 만진다
- P18

잃는다
내가 태어난 숲의 이름

잊어야 한다

나의
이름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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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자는 주장은 어느 순간부터 인간으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도덕적·종교적 논란으로부터 중립적이지 않다. 연구를 허용하자는 주장은 그러한 논란에 대해 배아 줄기세포연구에서 파괴되는 착상전 배아는 아직 인간이 아니라는 답을 전제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 P370

정의로운 사회는 단순히 공리를 극대화하거나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이견을 기꺼이 수용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 P380

정의는 올바른 분배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올비른 가치 측정의 문제이기도 하다.
- P381

이들은 대부분 공동체주의자라는 호칭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특정 공동체가 규정하는 것은 무엇이든 정의가 될 수 있다는 상대주의적 견해를 주장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한가지 중요한 면을 시사한다. 공동체가 주는 부담은 억압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자유는 카스트나 계급 신분이나 서열, 관습이나 전통, 타고난 지위로 사람들의 운명이 결정되도록 하는 정치론에 대한 해결로 발전했다. 그렇다면 공동체의 도덕적 중요성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일까? 
- P420

자유주의란 자유를 중심적 가치로 삼는 입장을 말하며, 자유란 주로 선택의 자유를 말한다. 자유주의자란 근대에 들어서면서 등장한 사회계약론자들을 포함하며, 이 책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 자유지상주의자 로버트 노직과 평등을 강조하는 자유주의자 존 롤스 로널드 드워킨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공리주의자인 벤담과 밀 또한 마찬가지다. 
- P421

샌델과 같은 현대의 공동체주의자들은 이러한 원래의 공동체주의에 반대하며, 공동체의 중심성을 인정하더라도 보편적 가치 혹은 전 세계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가치가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보편적 가치의 존재를 줄곧 주장해 온 대표적인 학자가 이마누엘 칸트이며, 존 롤스는 칸트의 정신을 이어받아 현대의 평등적 자유 노선을 자신의 <정의론>을 통해 개진했다. 자유주의가 아니면서도 그런 가치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말은, 샌델 교수가 롤스에 대한 비판과 수용을 동시에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P422

개인은 공동체와 전통이 주는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날수 없으며 나아가 그에 적극적으로 응대하는 것이 필요한 존재이다.
이를 설명하는 근거가 인간은 이야기하는 존재, 혹은 서사적 존재라는주장이다. 개인은 공동체가 역사적으로 이루어 온 것에 대해 부담을 지고 있다. 이는 다른 말로 우리가 하는 선택이 역사적으로 완전히 중립적일 수 없다는 의미다. 우리의 생각과 우리의 존재는 가치와 역사, 전통 등으로 이미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런 것으로부터 완전히 부담을 덜어 버린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예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 P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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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은 하지만 왠지 눈치 챈 듯싶었다. 원장의 몸종이자 사노비이자 법인의 공노비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 P39

"사정이 있었어. 내가 오죽했으면..... "
"알죠, 알았어요."
"다 아는데 진짜 어제는 헬이었다니까요."
"몰라요. 커피한잔 사요."
"그걸로 퉁쳐요."
커피 대접을 받아야 할 사람은 나라고 생각하면서도 더는 입씨름하기가 싫어 건동은 찡그린 채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 P40

물론 이유는 알고 있었다. 그가 자리를 비워서가 아니라 이사회에서 매출 때문에 엄청나게 깨져서라는 걸. 그리고 그런 자의 녹을 받아먹는 건동이 화풀이 상대이자 욕받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그런 것도 다 월급 안에 포함되어있는 거였다.
- P46

원장의 표적이 옮겨갔다는 걸 알았다. 실은 건동이 입사하기 훨씬 전부터 있던 전통이라고 했다. 딱 한 명만 찍어서 집요하게 괴롭히는 것. 그 대상은 대개 어리고 경험이 많지 않은 여직원이었다. 
- P98

치사하고 더럽지만, 불의를 보고 참는 것도 월급에 포함된 거였다.
- P99

"아…. 렌트비 나가고 월세 내고 빠듯하네…."
갑자기 큰돈이 나간 탓에 그는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되었다. 게다가 기분이라며 여기저기 한턱을 내고 다닌 탓에 통장의 잔액이 거의 남지 않았다. 스쳐 지나간 월급의 흔적만이 남았다. 그러고도 내야 할 카드 값이 있어 그는 어쩔 수없이 리볼빙을 신청했다.
- P107

이런 역사가 하루 이틀 지속되어 온 게 아닐 텐데. 이런 광경을 처음 본 게 아닐 텐데. 그만두기 힘든 사람을 후보로 올리고 구워 삶아서 계속 다니게끔 하는 게 그녀의 또 다른 업무였다. 
- P176

어느새 건동의 말투가 능글능글해지기 시작했다. 그날 넷의 회동에서 건동이 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그냥 분위기에 취해 사장놀이에 취해 대답만 한 게 전부였다. 그건 이 모든 폭주의 시작이 되었다.
- P237

그가 강남에 집을 샀다는 사실을모든 사람이 오랫동안 잊지 못할 거라는 걸. 그리고 뒤돌아 현관 쪽을 바라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나는 강남에 집을 샀어."
-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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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시를 쓰는 것은 이미 시인이 되어서가 아니라 매번 시인이 되기 위해서다.

독자의 고충, 당신은 시가 어렵다. 정말 지독히 어렵다. 시를 이해하려 하지 말고 느껴보라고 말해주는 친절한 시인들이 있지만, 그게 입문자에게 필요한 용기를 주는 말인 것도 맞지만, 가끔은 그것이 이런 속뜻을 담은 단기 체류 비자처럼 느껴진다. ‘당신은 관광객일 뿐영주권자는 될 수 없을 거야. 이미 즐기고 있는 사람은 방법 따윈 모르고, 방법을 묻는 사람은 끝내 즐기지 못할걸.‘ 게다가 당신 주변의독서인들은 어려운 현대시를 읽지 않는 것을 정당한 소비자 불매 운동처럼 여기는 눈치다. 
- P4

시가 가진 섬세한 인지적 역량을 신뢰하고, 그를 통해 시인과 독자 모두의 삶이 깊이를 얻게 되길 꿈꾸기.
- P5

낯선 집 대문에 새겨져 있는 문장이
내가 오래전 쓴 문장 같아 보여
한참 바라보다가 그 집에서 죽어야 할 것 같았다.
13p, 강정 시인, 시란 무엇인가 - P13

눈물이 서걱서걱 내 마음을 베는 건
너를 위해 물 담아둘 마음의 쌍봉이 아직 내 심장에서 잠자기 때문,
눈을 가만 바라보는데 그 눈이 네안을 향하는 건
네가 펼친 마지막 종이에 어울리는 펜이 아직 없기 때문,
바다에 쓴 말이 바다를 부정하고
사막에 새긴 바람이 바다에서 헤엄쳐 나온 인어의 꼴을 아직 완성 못한 오늘 아니겠니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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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는 것이 나쁜 일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수학책에 슬픔을 껴둡니다 친구들에게 잠깐씩 보여줍니다 우주가 보인다고 철이는 말했습니다 씁쓸한 맛일 거라고 민지는 말했습니다 백지 속에서 설탕 알갱이보다 작은 세계가 점을 잇고 이어 무한을 만들어가기
- P75

암튼 그런 시간이 다들 있었겠지요

절대 뒤돌아가선 안돼요
선택한 길은 그냥 가기로 약속했으니까요

편지에서 끝내 네가 죽은 이유를 알아낼 수 없었던 건
신이 내게 준 배려 같은 거라더군요
- P85

엄마, 나도 엄마야
엄마가 하기 싫은 엄마야
벤치 같은 데다 흘려놓고 깜빡한 우산처럼 시시해져버린
- P94

가끔 말야, 우리가 시를 쓰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해볼 때가 있어. 좋은 답을 가진 사람들이 많겠지만 때로 나는이런 생각을 해. ‘삶이 이것으로 전부여서는 안 된다‘ 라는 마음.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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