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참.아이 새끼. 애새끼 하나 배었다고 유세 떠네. 야이 새끼야. 내가 누군지 알아? 누군지 아냐고!"
점점 높아지는 언성. 일촉즉발의 사태.
"내가 강남에 집을 샀다고. 내가! 내가 강남에 집을 산사람이라고 알아? 아냐고?"
- P12

건동은 가만히 모로 누웠다. 모든 게 다 끝났지만, 그의 마음은 정확히 무를 반 자르듯 그렇게 접히지 못했다. 억지로 끝나지 않은 마음을 구기고 구겨서 마음속 깊숙한 곳에 던져 놓았다. 다시는 펴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 후회와 아쉬움이 그의 십 년을 망쳤으니까. 이렇게까지 질질 끌게 만들어 지옥의 입구에 건동을 던져 넣었으니까.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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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독서모임 66번째 도서
10월 모임. 23.10.15. 독서모임 내용 중 일부정리

🎑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조예은 (지은이)   안전가옥 
2019-06-19, 280쪽, 한국 미스터리

🎑 소설의 플롯에 대해 생각해보기

- 소설은 영화적인 기법으로 쓰여졌다고 느낌
- 바구니 속의 바구니 플롯이라는 게 있는데 하나의 메인 플롯의 여러 가지 서브 플롯을 넣는 구조(천일야화를 생각하면 되는데, 여주인공이 살아남기 위해서 이야기 속에서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은)
- 이번 책 기준으로, 사건에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시점을 기점으로 특정 몇 명의 과거를 보여줌

🎑 독서토론

- 현대에 돈에 집착하는 젊은 세대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과 이해를 하겠는데, 캐릭터들이 1차원적인 사고 방식이라 비호감이었다는 아쉬움

- 소재 자체가 황당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있음 (이 부분은 의견이 공감간다와 진부하다로 나뉘어짐)

-  서사를 이끌어가는 힘이 조금 부족했다는 아쉬움도 살짝. (스토리를 짜임새 있게 구성하려고 했으나, 공감가는 서사보다는 사건의 나열에 그친 부분이 느껴짐)

- 술술 페이지가 넘어감. (이 부분이 장점 혹은 인기의 요인일수도)

🎑 여분의 나눔

- 우리도 미스터리 소설을 한 권 만들어보면 어떤지 (반응 냉담)
- 기타 추천하고 싶은 미스터리가 있다면?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 미스터리물 의견(애잔하면서도 슬프면서도 쓸쓸하고 따뜻하기에. 미미 매니아 의견)

🎑 마음에 남은 구절 들
(일부 모임 중 낭독. 꿈냥이 관련 구절 위주)

인간들은 다를까? 그들은 찰나를 기억할 수 있을까? 쓸모있는 기계들을 많이 만들어 내니 기억의 조각을 보관하는 일쯤은 저들에게 쉬울 수도 있겠다. 허나 그렇다면, 어떻게 그 많은 상처들을 안고 살아가는 걸까?
98p

기억이란 건 신기하다. 체에 거르듯이 회상에 회상을 거듭하다보면 결국 잠시 돌아가고 싶은 그런 순간들만 남았다.
98p

나는 슬쩍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가 차라리 화를 냈으면 했다. 화라는 것은 감정을 드러내는 거니까 계속 쌓고 쌓다 보면 쌓아 둔 무게만큼 외로워진다.
102p

 떠나지 않는다니. 젤리의 말을 믿지 않는다. 물론 젤리가 거짓말을 할 생각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젤리는 아직 너무 어려서 모를 뿐이다. 떠나거나, 떠나지 않는 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란 사실을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211p

그 힘은 마음이라는 줏대 없는 덩어리를 마구 주무른다. 갈피를 잡지 못하게 하고 한없이 연약하게 만든다. 젤리는그 사실도 모르고 책임감 없는 말들을 늘어놓았다. 떠나지 않는다느니, 영원히 함께 하자느니와 같은 허황된 말들을 고양이는 어느 순간 그 주문 같은 말들에 휘둘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런 상황은 정말이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212p

그중에서도 제일 제멋대로인 것은 마음이다. 누군가와 나눈 마음은 제 것인데도 완전한 제 것이 아니었다. 늙은 인간도, 그의 딸도, 녹아내린 그날의 인간들과도 그랬다. 결국은 전부 떠나가고 자신만 남았다. 남은 기억을 떠안는 존재는 늘 저뿐이었다. 제 마음 하나 온전히 지킬 수 없는데, 아주 오래 살아봐야 과연 무슨 소용인가 싶다.
2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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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블로그 글 복붙



#반짝이는에펠탑을
#파리생활
#찬란하고우울했던파리에서의시간
#마음에남은구절은더많아요
#김지선작가 #새벽감성
#독립출판

🌠 반짝이는 에펠탑을 매일 볼 수는 없었지만
- 찬란하고 우울했던 파리에서의 시간

🌠 김지선 (지은이)
새벽감성 @dawnsensebook 2021-07-07, 200쪽, 여행에세이
2023년 9월 완독

🌠 책표지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 같은 글씨가 걸려있는 듯 했으나, 책 속에서 파리의 생활은 꼭 낭만적이지는 않다. 책이 여행에세이로 분류되어 있다. 그러나 여행의 낭만이나 여행지 정보 보다는, 20대의 결정되지 않은 삶에 대해 (여전히 확정된 것은 없으나) 묵묵히 하루하루를 보내는 느낌을 받으며 책을 읽어 나갔다.

🌠 생각보다 파리에서의 생활이 몇 년이나 계속되어 놀랐고, 그곳에서 만난 파양된 냐옹이를 키우고 한국까지 같이 오는 내용은 눈물나게 따뜻했다. 그리고 당시 스마트폰이 안되어 인터넷에 대한 귀히(?) 사용하는 시절 이야기는 고생스러운 게 분명한 이야기이나 정겨웠다 (미국에서 외노자로 살던 4개월 동안, 직원들끼리 10분씩 돌아가며 데스크탑을 나눠쓰고, 지도를 보며 여기저기 다니던, 지금의 스마트폰 이전의 해외경험이 짧게나마 있어 추억소환...)

🌠 책에 나온 구절처럼 찬란하고 우울했던 시간들은 다시 갈 수 없어 그립기도, 다시 가고 싶어 그립기도 한 듯하다 (부제와 17p 구절 인용).

🌠 마음에 남은 구절들

낡은 흑백사진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소중해지는 것이 있다. 스쳐갔고 스며들었던 파리에서의 일상은 차가웠고 포근했고 서늘했고 혹독했으며 따스했다.
11

찬란하고 우울했던 시간
글을 읽는 것과 문장을 이해하는 것이 다르듯
파리를 여행하는 것과 살아보는 것은 다르다.
148

절벽 위에 있어도 날개를 충분히 편다면 멋진 항해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지금 그 항해를 위해 도약을 하고 날개를 준비하고 있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섣부른 판단으로 날개를 펴보지도 못하고 추락하게 하거나, 위험하다고 뛰어내릴 기회조차 없애지 말라.
155

하지만 어떤 사람은 파리의 가을을 사랑한다고 했다. 파리의 같은 시간을 바라보고 있는데 누구는 우울하다 느끼고 어떤 사람은 낭만적이고 아름답다고 느낀다.
167

반짝이는 에펠탑을 매일 볼 수 없었고 내 감정이 매일 반짝이지 않았지만, 서서히 파리의 우중충함을 사랑하게 되었고 비 내리는 파리를 걷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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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위에 비듬이 눈처럼 내려앉는 모습을보면서 느꼈던 감정, 당시에는 슬픔이라고 정의했던 그 감정의 정체를 다시 정의할 수 있었다. 어쩌면 나는 가까운 미래에 그 제안을 거절했던 일을 후회하게 되는 건 아닐까, 라는 두려운 예감, 아마도 공포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 P168

석 달 전 은경에게 기분 좋게 승진 턱을 샀다. 그러나 두살 어린 팀장은 여전히 날 ‘언니‘라고 불렀다. 친해지고다고 했다. 그런데 왜 팀장이 ‘언니‘라고 부를 때마다 친근하기보다 불편했을까.
- P170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입사 초기에 들었던 그 말은 지금 잘하고 있다는 칭찬이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라는 경고였다.
팀장이 제시한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고 그 의견에 풍부하게 덧붙일 수사를 연구하면 된다는 말이었다. 내가 사온 케이크를 떠먹으며 열아홉살, 그때 교무실에서처럼 고개를 한껏 수그렸다.
- P177

내가 떠나온 자리에는 누가 앉아 있을까. 내가 남긴 흔적들도 찾아냈을까. 조직 내에서 성공하는 법과 같은 내용이 담긴 자기 계발서, 시간 단위로 꼼꼼하게 정리해 놓은 일일스케줄과 장기 계획안, 컴퓨터 모니터 앞에 붙여놓은 ‘긍정의 힘으로 이겨내자‘와 같은 문구, 부장이 좋아하는 메뉴와 맛집 같은 것을 적은 메모,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도 지키려고 애썼던 흔적을 마주할 때의 감정을 나는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아직 모르겠다.
- P185

잠깐 눈을 감았다고 생각했는데 깜박 잠들었나보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것이 얼굴에 닿아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까만 고양이의 동그란 두 눈과 마주쳤다. 
- P200

"양이는 거의 못 볼 거야. 그래도 가끔 이름을 불러줘."
"이름을 부르면 나와?"
"아니, 대답도 안 해."
"그러면 뭐 하러 불러?"
언니는 또 정지된 화면처럼 가만히 있다가 천천히 대답했다.
"찾고 있다는 걸 알려주려고"
- P201

미팅룸으로 돌아온 언니의 코끝은 붉어져 있었고 눈가도 빨갰다. 나는 여느 때처럼 생략되어 버린 대화에 관해 묻지 않았다.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떤 고양이도 양이를 대신할 수 없다는 말이라는 것을. 양이가 순간 부러웠다. 내가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말도 그런 것이었는지 몰랐다.
- P217

다른 사람의 체취를 느끼고, 서로의 호흡이 섞이고 체온을 나누는 일이 아무렇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그 시간을 그리워한다. 그런데 그것이 고양이 털처럼 이렇게 마냥 보드랍고 따뜻하기만 했을까.
- P219

언니와 나는 매주 목요일 저녁 여덟 시에 만났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만나지 못한 것 같았다. 아직은.
- P24

대수는 숨을 들이켜고 귀를 기울인다. 괴로워하며 냈을신음 소리가, 보증금 얘기를 하기 위해 서성이던 발걸음 소리가, 딱딱한 인절미를 꺼내며 부스럭대는 비닐봉지 소리가 빈 배 속에서 났을 소리가, 그리고 아내가 속삭이던 소리가. 대수가 듣지 못한 소리다. 그가 놓쳐버린 소리들이다.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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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내가 불행의 씨앗일지도 모른다고 여겨왔는데
불행은 콩처럼 속을 알 수 없는 둥글고 딱딱한 것이라 믿어왔는데
결코 아니었어요

집 안에 잠자고 있는 서리태는 아직도 단단해 곧 깨어나 이야기를 만들어낼 거예요 
나는 불행과 뒤섞이고 맛보면서 자라왔어요 
짠맛 쓴맛 다 본 삶이 내 이야기예요 
콩샐러드가 우아하게 입 안을 활보하며 자극해요 
그러니까 결말이 뭐가 중요한가요 
으깨져도 괜찮아요 싫어하는 걸 존중해줘요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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