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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탕의 영혼들
손유미 (지은이)
창비 2023-04-14, 172쪽, 한국시
2023.9월 완독
🌠 미리 참여하는 인천독서대전 프로그램으로 신포동 문학소매점에서 @munhaksomae 1회성 독서모임의 진행자로 뵙게 되었는데 그 날 시인님과 같이 진행하신 평론가님, 참여한 분들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나의 지경을 넓혀주셨던 만남이었다. 그래서 바로 그 다음 주 이어지는 시인님의 시집 북토크를 신청하게 되었다는.
🌠 ‘탕의 영혼들‘이란 제목이 낯설게 느껴져 이질적이고 어렵게 느껴졌으나, 하늘 빛 표지와 살포시 놓여있는 노란 아기 오리들 덕에 무섭지 만은 않다. 표지처럼 순수함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또 읽어나가다 보면 어린 마음 보다는 깊은 마음이 느껴졌다. 어린 마음이 얕은 마음은 아니겠지만, 단순해서 마음이 놓이다가도 파고드는 다른 것들에 어렵게도 다가왔다.
🌠 여전히 시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너무나도 어렵지만, 친해지고 싶은 동경하던 언니 같은 존재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시를 읽는가, 란 질문과 생각들이 북토크 내에서 오갔다. 어려운 것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 타인에 대해 시선을 두고자 하는 노력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한 달도 더 지난 기억을 이제 기록하는 거라, 단어는 내 취향이나 대략 이런 어감). 시가 이해가 되었고 아니고, 어렵고 아니고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마음에 남은 구절
● 순간을 앞둔 주인공에게 친구들이 선한 기운을 모아주듯이 그리하여 악당이라는 세력을 물리치고 행복한 결말 모두활짝 웃으며 달려나가는 그런 결말이 내게는
목욕탕
목욕탕에 있다
16 (탕의 영혼들)
● 누군가, 왔다 인기척이 들렸다 현관에 나갔는데......이런 식으로 한눈을 팔아서 한눈을 팔지 않았다면 맞이할수도 있었을 중요한 순간을 놓쳐버렸다 그러니까
20 (팥알만큼이나 팥알만큼이나)
● 지나치게 끓인 팥죽은 너무 되고 된 것은
무겁고 문득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 당신 아마
21 (팥알만큼이나 팥알만큼이나)
● 임종을
기다리고 있었네 우리 자매여졸음을 옆구리에 끼고 앉아
조금만 조금만 더 참아내자고 그런 순간에
37 (방문)
● 과거형으로 말해줄래?
단속을 마치고 문을 닫듯이,
오래 헤맨 문장에서 네가 빠져나가려고 하네
40 (기민히 사라진)
● 달아나는 이유 생각나지 않아 하지만
달아나는 게 익숙해 발이 멈추지
않고 일단 익숙한 대로 말이
43 (쓰르라미 울 무렵)
● 신이 멀어
귀신의 손을 잡는다
아름답지 못할 바엔
잡귀가 되는 게 낫다
48 (수의같은 안개는 내리고)
● 이제껏 느껴본 적 없는 가장 긴 시간이 떨어졌다
68 (벌내로)
● 복숭아는 여름의 결실
분홍은 여름의 애교
이 모든 걸 담아낸 말랑이는 마음이
함께 흘러
86 (복숭아와 오다)
● 압도적인 고독과 언뜻언뜻한 외로움 사이를 짚는 순록의 발과
허공을 찌르는 뿔에 열매처럼 매달린 고요와 같은 것들이
92 (순록 부락)
● 내가 너를 믿듯 네가 나를 믿는다면 네가 나를 믿듯 내가 나를 믿는다면 나는 의심할 여지 없이 더없이 개의 사람을자랄 수 있다 사람의 몸으로 그러니 기다려줘 데려가고 있어
103 (신뢰하는 에게)
● 고양이가 있었어 모르는 사이에
고요하고 나란하게 지내고 있었네
104 (고양이 담벼락)
● 바닥 마음 크기만큼 내가 가진 것은,
남은 목숨에 성실할 것
데면데면하게 여기며 손님 대우 할 것
내 등에 올라탄 나의 지구들
110 (마음 바닥의 가오리)
● 그리고 아주 잠깐 가지런하게 손을 모으며
순금같이 여기며 사랑할게 오늘은 그럴게
사는 것 앞에 고개를 숙이고
171 (시인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