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영에게는 타고난 관찰력과 자기 생각을 끝까지 끌어가는 용기,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지력이 있었다.
- P59

희영이 가진 장점들의 상당수는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었지만, 몇 가지는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타인의 상처에 대해 깊이공감했고, 상처의 조건에 대한 직관을 지니고 있었다. 글쓰기에서는 빛날 수 있으나 삶에서는 쓸모없고 도리어 해가 되는 재능이었다.
- P59

써야 하니까 쓰는 것이 아니라 쓰고 싶어서 쓰는 마음, 마음을 다해서 쓰고 싶다는 마음이 불처럼 당신 몸을 휘감고 아프게 하는 느낌을 받았다. 
- P65

선배들은 우리가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난 해진이네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자길 괴롭히면서까지 해야 할일 같은 건 없는 것 같아. 그래도..…희영은 잠시 침묵하다 말을 이었다.
난 이번에 너랑 같이 작업하면서 좋았어. 
- P68

어렵고, 괴롭고, 지치고, 부끄러워 때때로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밖에 느낄 수 없는 일, 그러나 그것을 극복하게 하는 것 또한 글쓰기라는 사실에 당신은 마음을 빼앗겼다. 글쓰기로 자기 한계를 인지하면서도 다시 글을 써 그 한계를 조금이나마 넘을 수 있다는행복, 당신은 그것을 알기 전의 사람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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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이 편지를 받아 읽고 조금 슬퍼하고 많이 기뻐하면 좋겠다.
읽으면서 생각하면서 버리면서 나아가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길 바란다.
- P7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많은 사람, 엄마.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많은 사람, 아들.
아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불효자일 수밖에 없는, 사람.

- P28

아들이 여행을 떠날 때 엄마는 항상 같은말을 반복했다.
‘잘 먹고, 조심하고.‘
- P68

엄마와 대화할수록 그를 이해할수 없게 되는 아들의 마음은 아득하다. 언젠가는 다가 올 엄마가 없는 아들의 삶은 불행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한 삶이 불행하지 않고 다만 조금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삶이 되기 위해서는 바로 지금, 엄마가 아들에게 말을 걸어줄 때 지체하지 않고 그 어떤 것이라도 대답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P72

아들이 엄마에게 읽혀지는 마지막 책이라면, 구겨지고 찢어져 다시 그 어떤 누구나에게도 읽혀질 수 없는 상태가 된다 하더라도 서툰 고백이 담긴 애원의 표시를 이 책에 남겨둔다.
그리하여 마침내 아들은 엄마에게
‘흔적‘이 될 것이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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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국내 창작소설 가운데 100만 부가 판매된 밀리언셀러는17권, 2000년대는 10권으로 감소하다가 2010년대는 82년생 김지영『정글만리 1·2·3』 2종에 불과했다. 2020년대, 그리고 그 이후는 과연어떨까.
- P178

편집자는 소셜미디어의 팽창을 주시하면서 책으로 귀결시키는 전원을 항상 켜두어야 한다. 지금 사회의 주된 관심사는 무엇인지, 사람들의 생각은 어디로 흐르는지, 유명 인플루언서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주시하면서 소셜미디어의 행간에 녹아 있는 욕구를 관찰한다.
- P180

"전형적인 지식인은 가질 수 없지만 네가 가진 것은 무엇일까? 바로뻔뻔함이야. 원하는 것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다가가는 바로 그 뻔뻔함. 너는 그걸 가졌잖니!"
출판인 꿈나무분들도 명심했으면 한다. 망설이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뻔뻔하게. 출판계에서 다 함께 마주하는 그날까지 모두 취업에 성공하길 바란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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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펴내는 잡지 기획회의를 도서관에서 열람한다. 특집 ‘편집자를 위한 북디자인‘ ‘기획자 노트 릴레이‘ ‘책의미래‘ 등을 통해 실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출판시장 전체를 바라보는 안목을 키울 수 있다. 그 외에도 출판 관련 잡지로는 『출판저널]『책』등이 있다.
- P36

다른 사람, 다른 것에 지배받지 않고 내가 정한 원칙대로 책을 만들며 사는 삶. 생업을 대하는 ‘자기편집‘이 필요한 이유이다.
- P89

어떤 것이 나쁜 제목일까. 설명이 필요한 것, 어디선가 본 듯한 것, 지나치게 늘어지는 것. 이런 제목은 아웃이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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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정성껏 씻은 포도알 하나를 입에 넣고 깨물자마자 일어나는 온몸의 경련은..… 아니, 이 맛은... 이 세상 맛이 아니다…! 그동안 내가 먹어온 포도는 포도가 아니었다! 거봉도 물러가라! 샤인머스캣은 과일의 혁명이다! 나 열심히 살게! 돈 많이 벌게! 이런 거 계속 먹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게!!
- P60

내 글을 누구보다 엄격하게 검열하고, 비판하고, 부족하다고 여긴다. 그런 자세는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일상의 많은 순간을 불행하게 만든다. 
- P123

내가 생각하는 여름이 오고 있다는 걸 눈으로 직접 목격하는시기는 5월경이다. 온 동네 담벼락이 어떤 꽃으로 뒤덮이는 시기이기도 한데, 그 꽃은 바로 ‘여름 장미‘라고도 불리는 덩굴장미다.  - P127

5월이 되면, 올해도 전국의 덩굴장미들이 건강히 피어주기를 바라는 일. 그게 바로 내 여름의 시작이다. 그러다 9월이 오면 허전한 마음에 작은 한숨을 쉬면서도 얼른 내년 여름에 또 다른 덩굴장미를 만날 날을 기대하는 일. 그게 바로 내 가을의 시작이다.
- P138

햇빛을 받아 누렇게 바랜 신문지를 쏙 벗기면 여름의 최애템, 대나무 돗자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걸 침대 옆 바닥에 착깔고, 젖은 걸레로 한 번, 마른걸레로 또 한 번 양면을 꼼꼼하게 닦는다. 마지막으로 할 일은 그 위에 벌러덩 눕기, 고전 영화 <러브 스토리>의 두 주인공이 눈밭에 누워 그랬던 것처럼 팔다리를 쭉 펴고 위아래로 움직이기.
- P149

하지만 금세 그걸 치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나무 돗자리가 사라지면 공식적으로 여름이 끝나기 때문이다. 여름의 시작은 많고 많지만 여름의 끝은 단 하나, 대나무 돗자리를 집어넣는 날이다.
- P151

여름휴가는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그건 나머지세 계절을 어떻게든 버텨온 스스로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 P164

‘아무튼 시리즈‘는 내성적인 덕후들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내성적이면 혼자 좋아하는것에 대해 생각하고, 곱씹고, 글 쓰고 책까지 낸단말인가, 징글징글한 사람들이다. 
- P169

하긴, 이렇게 많은 추억을 안겨준 계절을 사랑하지 않는 게 더 어렵지.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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