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희는 자기가 흥이 아주 많은 사람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시아버지 중심의 가부장 체제를 벗어나자 서로의 특성이 더잘 보였다. 웅이는 집안의 남자 어른이었으나 그다지 가부장적인 인물은 아니었다. - P39
슬아는 모부가 거쳐온 지난한 노동의 역사를 지켜보며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란 노동을 감당하는 이들이었다. 어떤 어른들은 많이 일하는데도 조금 벌었다. 복희와 웅이처럼 말이다. 가세를 일으키고자 하는 열망이 슬아의 가슴속에서 꿈틀거렸다. - P39
가부장제 속에서 며느리의 살림노동은 결코 돈으로 환산되지않는다. 슬아는 복희의 살림노동에 월급을 산정한 최초의 가장이다. - P40
마당엔 길고양이 세 분이 상주한다. 그들은 자유로운 신분이지만 하루에 한 번씩 웅이가 주는 사료를 얻어먹으러 행차하곤 한다. - P44
"어른이 된다는 건 말이에요." 한숨을 쉰 뒤 덧붙인다. "더러움을 참을 줄 알게 된다는 거예요." - P45
"살다보니까 알게 됐어." 그 말은 다사다난한 노동의 역사를 품고 있다. - P51
복희도 슬아도 웅이 자신마저도 잊고 지내지만 말이다. 문예창작과 학부생으로서의 한 학기와 만능 노동자로서의 삼십 년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P51
웅이가 훌훌 떠나보낸 문학을 슬아는 힘껏 붙들고 있다. 슬아를 모시는 게 어쩌면 문학을 간접적으로 사랑하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고 웅이는 생각한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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