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페스트는 이제 그정점에 편안히 자리 잡고 앉아서, 착실한 관리처럼 매일매일의 살인에서 정확성과 규칙성을 과시했다.
- P339

 "당신에게 우정을 느끼고 있지요.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에겐 시간이 없었죠."
"좋습니다, 그렇다면 안심입니다. 그럼 이 시간을 우정의 시간으로 할까요?"
-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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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타루가 끄덕거렸다.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선생님이말하는 승리는 언제나 일시적인 것입니다. 그뿐이죠."
리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언제나 그렇죠. 나도 알고 있어요. 그러나 그것이 싸움을멈추어야 할 이유는 못 됩니다."
- P190

"그 모든 것을 누가 가르쳐줬나요, 선생님?"
대답이 즉각적으로 나왔다.
"가난입니다."
- P191

"그런데, 타루." 그가 말했다. "뭣 때문에 이런 일에 발 벗고나서지요?"
"저도 모르죠. 아마 제 윤리관 때문인가 봐요."
"어떤 윤리관이지요?"
"이해하자는 것입니다."
- P193

그러나 인간들은 다소간 무지한 법이고 그것은 곧 미덕 또는 악덕이라고 불리는 것으로서, 가장 절망적인 악덕은 자기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믿고서, 그러니까 자기는 사람들을 죽일 권리가 있다고 인정하는 따위의 무지의 악덕인 것이다. 살인자의 넋은 맹목적인 것이며, 가능한 한의 총명을 다하지 않으면 참된 선도 아름다운 사랑도 없는 법이다.
- P195

아마도, 적어도 초기에는,
분명히 이런 식의 처리가 가족으로서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해친다고들 보았던 것 같다. 그러나 페스트의 유행 기간 중,
그러한 감정의 고려는 염두에 둘 수가 없었다. 즉, 모든 것을효율성을 위해서 희생했던 것이다. 
- P254

무시무시한 불행은 오래 끌기 때문에 오히려 단조로운 것이다. 그런 나날을 겪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페스트를 겪는 그 무시무시한 나날들이 끝없이 타오르는 잔혹하고 커다란불길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발바닥 밑에 놓이는 모든 것을 짓이겨버리는 끝날 줄 모르는 답보 상태 같아 보이는것이었다.
- P262

처음으로 그들 생이별당한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헤어져 있는 사람 얘기도 하고, 제삼자 같은 말투를 쓰기도 하고,
자기들의 생이별 상태를 전염병의 통계 숫자와 똑같은 시각에서 검토해보기도 했다. 그때까지는 자기들의 고통을 한사코집단적인 불행과 떼어서 생각해 왔지만 이제는 두 문제를 섞어서 생각해도 좋다고 여기게 되었다. 기억도 희망도 없이, 그들은 현재 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사실 모든 것이 그들에게는 현재로 변해버렸다. 페스트는 모든 사람에게서 사랑의 능력을, 심지어 우정을 나눌 힘조차도 빼앗아 가버리고 말았다는 사실도 말해야겠다. 
- P265

그것은 끝이 없는, 동시에 환상도 없는 똑같은 체념이고 똑같은 참을성이었다. 다만 생이별에 관해서는 그 감정을 천배 이상의 단위로 확대해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생이별은 또 하나의 굶주림이긴 하지만 그것은 모든 것을 다 집어삼켜 버리는 굶주림이니 말이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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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은 히에를 자신의 힘으로는 일으킬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러면 이대로 여기 있어야 할까. 이 애를 두고 혼자 가도좋을까. 하지만 어디로 이 길을 계속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나는 낙오자인데. 더 이상 노력할 필요 따위 없는. 그래봤자 아무 의미도 없는. 그리고 그건 이 애도 마찬가지지.
- P302

사람으로 살려는 동안에는 우리는 사람이야.
- P314

다른 식으로 살면 안 되는 거야? 헤임에 가지않고 아찰이 되지 않고 피라미드에서 뛰어내리지 않고 살 방법은 없는 거야?
- P325

수라가 한 손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날 그랬던 것처럼.
때리려는 듯이. 아니면,
머리를 쓰다듬으려는 듯이.
- P340

난 아찰을 직접 본 건 오늘이 처음이지만 그 모습이 낯설지 않았어. 아찰이야말로 우리의 진짜모습이니까. 그렇게 되지 않도록 우리 마음이 지켜 주고 있어.
그리고 마음이 한 번씩 무너질 때마다 종양이 하나씩 생기는거야.
- P352

세계의 겨울로부터 이 세계를 지옥으로 만드는 것들로부터, 차별, 폭력, 불안, 경쟁, 환경 파괴 따위로부터 아이들을지켜야 한다고.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비록우리는 괴물이 될망정.
그런데 과연 그게 답일까. 우리가 괴물이 되면 아이들은괴물을 보며 자라게 되지 않을까. 이미 우리 주위에는 자기자식을 위한다며 괴물이 된 부모들이 넘쳐 나는 게 아닐까. (작가의 말)

- P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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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선정할 때만 해도 이 교수님이 이렇게 유명하신 분인지를 몰랐다. 서가명강 시리즈를 모두 읽고 싶은데 그 중 더 읽고 싶었던 책을 먼저 도서관에서 빌렸다. 특히 이 책의 주제인 죽음과 삶은 내가 많이 고민한 주제이며 이번 신간에도 썼던 내용이었다. 같이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고 나누고 싶어 추천했다. 책은 아직이지만 다들 유성호 교수님의 방송 영상을 몇 번은 봤었다고 한다.

🌾 책은 크게 3부로 나눠져 있다. 1부는 죽어야 만날 수 있는 남자라고 해서 법 의학에 관련된 이야기, 본인이 법 의학에서 부검을 하면서 관련된 사례 중심이다. 2부는 우리는 왜 죽는가,인데 죽음이 전 세계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시대적으로 어떻게 다르게 인식되어왔는지를 다룬다. 3부는 죽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나오며 결국은 삶에 대한 성찰을 논하고자 한다. 단순히 법 의학뿐만이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해서 고민하거나 자아성찰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법의학이라서 의학이나 과학인 줄 알았더니 철학과 인문학으로 끝이 났다.

🌾 몇 년 전에 지금 이 책을 나누고 있는 독서 모임에서 개인의 죽음에 관한 소설 <에브리맨>을 함께 나눈 적이 있었다. 그때 몸이 아팠던 친구는 이 소설을 읽으며, 누구나 죽는 거고 죽음의 과정들을 보면서 오히려 많이 치유 되었다라는 감정을 공유했었다. 작가 역시 죽음을 긍정적으로 바르게 나눈다면 삶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주변을 돌아 이렇게 볼 수 있는 품격을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 각자의 죽음이 아름다운 이별이 되기 위해서는 개인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노력도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뇌사, 장기기증, 연명치료 거부가 우리 사회에서 합법이 된 시점이 얼마 안되었다는 내용에서는 말도 안된다하며 찾아봤는데... 사실이었다. 우리는 과연 죽음이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질문해보게 된다. 죽음은 준비되고 예감되어야 하는 것일까? (141p) 나의 생명을 스스로 온전히 끝까지 책임진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143p 참조)
 삶이 의도적으로 중단될 수 있는 것일까? (165p 참조) 여러가지 묵직한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져본다. 모두 선뜻 답하기 어렵다.

🌾 내가 생각하는 인간다운 죽음이란 뭘까?일상생활에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활동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267p, 272p) 정확한 답은 모르겠다.
다만 정리되지 않은 생각은 많다. 조금씩 글로 풀어왔고, 이번에 나온 신간에도 1년 동안 썼던 글 중 일부 죽음과 삶에 대해 썼던 기록을 담았다. 앞으로도 풀어나가겠지. 계속 고민하고 나의 삶을 반성해가고 아름답고 명랑하게 하려 노력하겠지. 일단 체력관리 부터. 2월 개복수술때도 멀쩡했는데, 요즘 너무 비실됨. 죽음 준비 활동에 체력관리라니, 이게 뭔 소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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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수를 써서든 정답을 찾는거야. 답을 하나씩 대입해 보든, 주사위를 굴리든, 정답의 빈도를 맞춰 보든,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든,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어. 답만 맞으면 되는 거야. 과정은 중요하지 않아.
- P221

아무것도 모른 채로 살면 바보가 되고, 알면서도 분노하지 않으면 악인이 되지. 분노해서 뭔가 행동하려 하면 추방당하고, 분노하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면 끝내 아찰이 되는 거야. 아찰이 뭐라고 생각해? 그건 인간 존재의 광란이야. 정신이 미치는 광인과 신체가 날뛰는 광전사가 합쳐진 거라고. 
- P226

"필요없어요. 어차피 우리는 다 언젠가 아찰이 되게 돼 있
"어요."
"누가 그렇게 정했는데? 사람으로 살려고 하는 동안에는 우리는 사람이야. 사람이 굳이 아찰처럼 살 거 없잖아. 사람인 동안에는 말야."
- P256

그렇다고 반항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되고 싶은 것은 없었지만 피하고 싶지도 않았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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