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로젯의 태도에서 드러나듯 경제학자조차 기회비용을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돈과 동일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판매할기회를 포기하는 것은 지갑에서 실제로 돈이 빠져나가는 것만큼 가슴 아프지 않은 것이다. 현금을 실제로 지불하는 것에 비해 기회비용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개념이다.
- P48

이후 오랜 세월이 흘러 대니와 아모스는 그 차이를 ‘프레이밍framing‘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했지만, 마케터들은 개념 이전의 프레이밍의 중요성을 이미 본능적으로 잘 이해하고 있었다. 추가 요금을 부담하는 것은 주머니에서 실제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이지만, 할인을 받지 못하는 것은 ‘단순한 기회비용일 뿐이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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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그저 똑같은 인간, 즉 호모사피엔스다. 여기에서 문제는 경제학자들이 활용하는 모형, 즉 호모사피엔스가 아니라 ‘호모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내가 종종 줄여서 말하는 ‘이콘‘이라는 가상적 존재를 가정하는 모형이다.
- P29

 그러나 최근 위험을기꺼이 무릅쓰고 전통 경제학의 방식에서 과감하게 벗어나고자 하는 창조적인 젊은 경제학자들이 등장했고, 풍요로운 경제학 이론을 향한 꿈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오늘날 이런 노력을 추구하는 분야는 ‘행동경제학‘이라 불린다. 행동경제학은 전통 경제학과 완전히 다른 학문이 아니다. 여전히 경제학 범주에 속하며, 다만 심리학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과학을 폭넓게 받아들인다.
- P37

다른 모든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이야기 역시 한 가지 아이디어와 더불어 다른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직선적 행보를 따르지 않는다.
많은 아이디어가 서로 다른 시간에, 서로 다른 속도로 확산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연대와 주제에 따라 전개되는 구조를 띤다.
- P38

자, 그럼 지금부터 행동경제학이 발아한 그 반가운 시작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려 한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중요한 조언을 하나 한다면, 더 이상 재미가 느껴지지 않을 때 이 책을 덮으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 역시 ‘잘못된 행동‘일것이다.
- P39

가질 때의 기쁨과
잃을 때의 고통,
무엇이 더 클까?
- 소유 효과의 비밀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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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좌지우지할 수 있고, 그녀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유일한 인간이자 다른 모든 사람들의 죄값을 대신 치를 수 있는 인질, 그것은 테레자였다.
- P77

그녀는 한때 그녀가 과대평가했던 젊음과 아름다움이 아무런 가치도 없다고 소리 높여 외치고 지나간 삶과 엄숙하게 결별하고자 철저하게 뻔뻔해졌다.
- P81

그리고 다른 뭔가가 있다. 테이블 위에 책이 한 권 펼쳐져 있었다. 이 카페에서 테이블 위에 책을 펼쳐 놓았던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테레자에게 책이란 은밀한 동지애를 확인하는 암호였다. 그녀를 둘러싼 저속한 세계에 대항하는 그녀의 유일한 무기는 시립도서관에서 빌려오는 책뿐이었다. 
- P84

그런데 어떤 한 사건이 보다 많은 우연에 얽혀 있다면 그 사건에는 그만큼 중요하고 많은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 P86

당신이 생각하는 소설적이라는 말이 ‘꾸며 낸‘, ‘인공적인‘, ‘삶과는 유사성이 없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다. 왜냐하면 인간의 삶이란 이런 식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 P91

"나 때문에 질투한 게 사실이야?" 그녀는 마치 노벨상 수상자로 지목되었으나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사람처럼 수십 번 같은 질문을 했다.
- P98

불행히도 머지않아 질투심을 갖게 된 사람은 그녀 자신이었다. 토마시에게 그녀의 질투심은 노벨상이 아니라. 죽기 전 겨우 한두 해 정도만 벗어날 수 있었던 짐이었다.
- P99

끊임없이 ‘신분 상승‘을 원하는 자는 어느 날엔가 느낄 현기증을 감수해야만 한다. 현기증이란 무엇인가? 추락에 대한 두려움? 하지만 튼튼한 난간을 갖춘 전망대에서 우리는 왜 현기증을 느끼는 것일까? 현기증, 그것은 추락에 대한 두려움과는 다른 그 무엇이다. 현기증은 우리 발밑에서 우리를 유혹하고 홀리는 공허의 목소리, 나중에는 공포에 질린 나머지 아무리 자제해도 어쩔 수 없이 끌리는 추락에 대한 욕망이다.
- P105

그들이 사랑한 것은 사실이다. 오류가 그들 자신이나 그들의 행동 방식 혹은 감정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공존 불가능성에서 기인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왜냐하면 그는 강했고 그녀는약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말하던 중 삼십 초쯤 말을 멈추었던 둠체크 같았고, 말을 더듬고 숨을 돌리고 말을 잇지못했던 그녀의 조국과 같았다.
- P132

젊은 시절 삶의 악보는 첫 소절에 불과해서 사람들은 그것을 함께 작곡하고 모티프를 교환할 수도 있지만 (토마시와 사비나가 중산모자의 모티프를 서로 나눠 가졌듯) 보다 원숙한 나이에 만난 사람들의 악보는 어느 정도 완성되어서 하나하나의 단어나 물건은 각자의 악보에서 다른 어떤 것을 의미하기 마련이다.
내가 사비나와 프란츠 사이에 난 모든 오솔길을 되짚어본다면, 그들이 작성한 몰이해의 목록은 두터운 사전이될 것이다. 우리는 조그만 어휘록으로 만족하기로 하자.
- P152

그러나 B를 위해 A를 배신했는데, 다시 B를 배신한다 해서 이 배신이 A와의 화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 P157

처음부터였건 마지막 순간부터였건, 좋아서 그랬건  싫어서 그랬건, 오직 공산주의 체제에 적극적으로 저항했는지 아니면 수동적으로 저항했는지 그것만 알고 싶어 했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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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울어야 마지막에 다다를 수 있는지 생각하다 결국은 그만둔다. 이 길을 걷는 동안 거창한 사유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나는 그저 걸을 뿐이다. 그것이 마침내 그곳에 닿는, 신께서 내게 허락하신 유일한 방법임을 이제는 안다.
- P162

그리고 다른 순례자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시간을 지나
이제 마침내 오직, 나를 이해하고 돌보는 시간으로 들어선다
이 길을 끝까지 걸어 낼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다른 누구도 아니기 때문에
- P164

그리고 마침내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고백을 건네는 내 마음의 반영, Reflection이 비춰진 우리들의 소행성이 이룬 작은 우주에서 우리만의 까미노 이야기를 펼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 P183

그때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 그리고 40일을 걸었던 이 길을 하루만에 8시간 만에 ‘역행‘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경험을 선사했다.
- P191

길 위에서 겪어낸 경험의 총체가 마련해 준 이 역행의 시간은 역설적으로 순행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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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전의 무용한 멈춤에서 유용한 시작을 발견했다. 모든 끝과 시작은 맞닿아 있듯 이 잠깐의 멈춤은 일상에서 누군가를 미워했던 지난 나의 끝이기도 여행에서 누군가를 사랑할 지금 나의 시작이기도 했다. 
- P14

나는 여행자가 되었고 마침내 순례자가 되었다. 마지막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를 완전히 놓아주는 것이다.
걸어가는 느리지만 분명한 이 길 위에 그의 도태와 낙오 그리고 절망을 바랐던 나의 마음 또한 놓아두고 간다.
- P28

그는 아파레시다와 대화할 때 갑자기 큰 소리를 내거나 말을 무척이나 빨리하는 등의 행동을 보였는데 ‘신께서 그에게 감격스러운 다정함을 준 대신 안타깝게도 무엇 하나를 가져가셨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싶었다. 그럴 수도 있지.
- P43

내 사진이그들에게 가 닿아 그때에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걸었노라고길에서 한국 청년 ‘Bang‘이 보니또한, 예쁜 사진을 찍어주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기를. 그렇다면 나는 내가 찍은 이 사진을 혼자 보던 방에서 나와 언젠가 마주할 한없이 슬퍼할 어떤 순간에 혼자가 아닐 것이다.
- P46

몸을 감싸던 바람막이를 벗어 가방에 넣고 신발 끈을 고쳐 맸다. 길은 이곳에 있다. 그 누구도 혐오하지 않고 차별하지 않는 이 길 위에서 다시 걸어간다. 나는 존재하는 단단한 길. 그것으로 되었다.
- P61

무례한 순례자들, 그들은 이 길 위에서 순례자다. 그러나 이길을 떠나는 순간 순례자가 아니다. 이 길 위에서 걸으면서 생각하면서 그들의 무례함을 버리면서 나아가면서 웃기도 하고울기도 하길 바란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이 길 위를떠날 때 무례한 순례자에서 무례한 자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 P73

 아니면 무엇을 알려주지 않아도, 어떤 의미가 되지 않아도,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건지 생각하면서 매일 길 위에 선다.
느슨한 동행인 우리는 오늘도 어김없이 함께 걷는다. 따로또 같이.
- P84

지친 마음과 몸으로 나는 왜 이 길을 걷고 있을까 생각하는 밤을 보낸지 며칠이 지났다. 답은 쉽사리 내게 와 닿지 않았고 때문에 걷는 시간이 고통스러워 길의 바닥에서 나뒹굴었다. 나는 그들과 같은 바보가 아니라고 나는 뚜렷한 목적을가지고 이 길 위에 섰다는 오만한 생각 속에서 발버둥치고있었다.
- P106

길 위에서의 그냥 나를 내버려 두고 길 위에서 오늘을 위해 살아가는 것뿐이지 않을까.
그것뿐이면 충분한데 나는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있지도 않은 것을 찾기 위해 나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았는지 생각한다. 그렇게 그뿐인 것을 받아들이고 나 또한 바보가 된다.
- P112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내가 작가라고 말하는 사람과 타인이 작가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다르고 그차이는 크다고 생각한다. 나를 작가라고 불러주었지만 나보다 더 써내는 사람, 배 선생님은 작가보다 더 작가 같았다.
- P120

오늘 떠나신 배 선생님 부부도 오늘 찾아온 써니도 내일 헤어질 지훈이도 우리가 이길 위에서 만나 보낸 시간이 ‘End‘
가 아닌 ‘And‘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지속한다면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 P123

누군가를 먼저 보내주는 것이 이토록 힘든 것임을 깨닫는다. 이 길 위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지만 앞서가는 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는 철저히 패자가 된 기분에 사로잡힌다. 
- P126

순례자의 상징인 가리비 껍데기와 자물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또 다른 순례자인 마리온 할머니의 보내주는 마음에 상처를 냈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난 그 이야기를 들은 뒤 가리비 껍데기를 고쳐 달아 더 이상 딸깍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했다. 
- P129

상처는 나 스스로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들을 기꺼이 보내주지 못했던 내 마음이 오히려 그들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았을까 이제야 돌아본다.
- P130

길 위에서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답을 낼 수 없는 질문을거듭하다 보면 걷기만 해도 부족한 체력이 금방 소진되기 마련이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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