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생각을 지운다는 생각조차 없이 그저 멍하니 구름과 바다의 물결을 좇는 시간. - P7
나도 비행기를 타본 사람이 되었으니까. - P44
누군가와 기억을 나누지 않으면, 즉 누군가의 마음에 살지 않으면 살아도 살아있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들때가 있다. 그런 기분을 자신이 스스로 이해해주고 바라주면 이내 괜찮아지지만 모든 순간을, 그리고 평생을 그렇게 살 수는 없다. - P54
웃고 있지만 지겹다는 생각, 그런 생각을 하는자신이 끔찍하다는 생각, 그냥 홀로 누워 완전히 고립되고 싶은 생각. 그게 내가 늘 홀로 떠난 이유였다. 내게 여행은 낭만이 아니라 도피에 가까운 행위다. - P55
사는 동안 마중 나가는 다정이 자연스레 몸에 밴다면 좋겠다. 버스나 기차가 멀어질 때까지 손 흔들고 배웅하는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멀리서 누가 온다고 했을 때 먼저 나가 맞이하는 사람이고 싶다. - P72
나는 이곳을 오래도록 그리워하겠구나. 지구 한편에 ‘아는 마을‘이 있어 오래 따뜻하겠구나. - P75
아, 눈앞의 이 삶이 전부가 아니지, 느끼게 해줄 여행지가 슬픔과 후회에 너무 오래 발목 잡혀 있기엔 그래, 삶에는 다른 좋은 일도 많지, 생각하게 만들어줄 여행지가. - P79
올려다본 하늘엔 아무것도 반짝이지 않았지만 나는 반짝이는 마음 하나를 쏘아 올렸다. 우리가 그저 안녕하기를. 밤이 지나면 아침이 찾아올 테니까. 그걸 아니까. 고생 끝엔 웃어버리기. 동그란 얼굴들 마주 보고푸하하 웃어버리고 나면 정말로 다 괜찮아졌다. 고생담이 모험담이 되는 한 끗 차이는 결국 웃음이란 걸. 어쩌면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 P167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 그리고 동시에 나 또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낯선 여행지,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배낭을 메고 혼자걸을 때 느껴지는 짜릿한 감정, 바로 해방감이다. 그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아 나를 증명할 필요가 없는, 여기 머물렀다는 흔적도 없이 훌쩍 사라져버릴 수 있는 이방인의 자격. - P192
유명해지고 싶다. 속물같지만 솔직한 심정이다. - P193
목적을 향해 직진할 뿐이다. 그런 길에는 실패가 없다. 하지만 우연도, 행운도 없다. - P200
도전은 두렵고 실패는 아프다. 현실에서 수없이 겪어봐도 힘든 건 여전하다. 꿈은 허망하고 희망은 잔인하다. 더 이상 어떻게든 실패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차마 발 한번 담가보지 못하고 고개만 빼꼼히 들어보고는, 보장되지 않는 승패의 확률에 덤비기보단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안전하다. - P201
사람을 만나는 일에도, 경험과 도전에도 모두 검증과 계획이필요한 세상. 위험한 사건 사고의 가능성을 최대한 비하기 위해서겠지만, 그 조심스러움이 지나치면 우연과 새로움이 들어설 곳이 없다. 간접 경험이 너무 쉽기에 마치 해본 것 같은 기분이 들면 호기심도 쉽게 사라진다. 적당히 알고, 적당히 경험하고, 적당히 깨달아가며 내 감각은서서히 무뎌지고 있었다.
- P202
검증된 리뷰도, 계산된 일정도 필요 없는 여행. 그래서 완벽했던 여행. - P205
다 하고 싶지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다 가지고 싶지만 다 버리고 싶다. 유명해지고 싶지만 사라지고 싶다. 어쩔 수 없이 앞으로도, 매일 매 순간 이렇게 양가감정에 휘둘리며 살아가겠지. - P207
일상을 여행처럼, 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그럴싸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일상은 여행이 아니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고는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도 노력은 한다. 집근처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기 위해 애쓴다. - P216
여행은 ‘모른다‘를 몸에 익히는 경험이다. - P218
오늘을 더 적극적으로, 여행자로 살아본다.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 가늠해보곤 한다. 세계의 안녕이든 나의 안녕이든, 이렇게 우연과 필연을 넘나들며 낯선 세계와 부딪히는 여유가 얼마나 남았을까. 이런 심산한 마음을털어버리려고, 여행 짐을 싼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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