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게 다 오빠 때문이니?"
"아뇨, 전부 다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서는 살 수가없는 것 같아요."
"원래 인생은 그런 거야."
"그럼 대체 왜 살죠?"
"변호하자면, 죽음 역시 타인에게 상처를 준단다. 자, 이젠 어떤삶을 살고 싶지?"
3402
"살고 싶지 않아요."
"뭐?"
"더는 책을 펴고 싶지 않아요. 다른 삶은 원치 않아요."
- P266

노라는 깨달았다. 그녀가 살면서 했던 대부분의 후회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었다는 걸.
- P267

"체스에서 한 번이라도 이기려면 무언가를 깨달아야 해." 이것이 노라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듯이 엘름 부인이 말했다. "경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넌 그걸 깨달아야 해. 체스판에폰이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경기는 끝난 게 아니야. 한 사람은 폰 하나와 킹 하나만 남고, 다른 사람은 기물이 다 있어도 경기는 아직 진행 중인 거야. 설사 네가 폰이라고 해도, 아마 우리 모두 그럴테지만, 넌 폰이 가장 마법 같은 기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
폰은 하찮고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 왜냐하면 폰은 절대 그냥 폰이 아니니까 폰은 차기 퀸이야. 넌 그저 계속 앞으로 나아갈 방법만 찾으면 돼. 한 칸 한칸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그러다 반대편 끝에 도달하면 얼마든지 다른 기물로 승급할 수있어."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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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페르와 가본 적이 없는 곳에 있고 싶었어. 그의 유명을 느낄 수 없는 곳에 하지만 막상 와보니 반만 성공이었어. 장소는 장소고, 기억은 기억이고, 인생은 망할 놈의 인생이지.
- P175

텔레비전이나 잡지에서 보는 빙하는 매끈한 하얀색 덩어리 같았는데 이 빙하는 질감이 산 같았다. 암갈색과 흰색. 게다가 끝없이 다양한 흰색, 세상의 온갖 흰색이 다 모여 있었다. 하얀 흰색,
푸르스름한 흰색, 터키빛 흰색, 황금빛 흰색, 은빛 흰색, 투명한 흰색이 눈부시게 생생해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확실히 아침 식사보다 인상적이었다.
- P179

빙하가 보이는 풍경은 무엇보다도 그녀가 지구에 사는인간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녀와 모든 인간은 그저 지구에사는 9백만 종 중 하나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그녀가 살면서 했던 거의 모든 일, 물건을 구매하고 소비하고 돈을 받고했던 모든 일이 그런 이해로부터 멀어지게 했음을 깨달았다.
- P185

"꿈을 향해 당당히 나아가고, 상상했던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면 일상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라고 소로는 《월든》에 썼다. 또한 이 성공은 고독의 산물이라고도 했다.
"나는 고독만큼 함께하기 좋은 친구를 만난 적이 없다."
그 순간 노라도 비슷하게 느꼈다. 비록 혼자된 지 한 시간밖에 되지 않았으며, 아무도 없는 자연 속에서 이런 고독은 처음 느껴봤지만.
- P185

예전에 밤이 되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노라는 그 이유가 고독해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진정한 고독을 느끼지못해서였다. 분주한 도시에서는 외로운 마음이 어떻게든 다른 사람과 연결되기를 갈망한다. 마음은 인간과 인간의 연결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수한 자연(혹은 소로의 표현대로 하자면 ‘야생이라는 강장제) 안에서는 고독이 다른 성격을 띤다. 고독 안에서 자체적으로 연결이 이뤄진다. 그녀와 세상이 연결되고, 그녀와 그녀 자신이 연결된다.
- P185

애쉬는 SNS를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가 외로워진다고 믿었다.
"그래서 요즘에는 다들 서로 미워하는 것 같더군요." 애쉬가 말했다. "어설프게 알기만 하는 친구들로 과부하 상태라서요. ‘던바의 수‘라고 들어본 적 있습니까?"
- P186

"그렇다니까요. 건강하지 않아요! 뇌가 감당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 어느 때보다 대면 소통을 갈망하는 거죠. 또………… 그래서 내가 사이먼 앤드 가펑클 기타 악보집을 온라인으로 구매하지 않는 겁니다!"
- P187

북극곰의 눈빛에 미움은 전혀 없었다. 노라는 그저 먹이였다. 고깃덩어리. 그걸 깨닫자 자신이 하찮게 느껴지면서 공포가 밀려들었다. 곡 막바지에 이르러 점점 커지는 드럼 소리처럼 심장이 고동쳤다. 급기야 노라는 놀라울 정도로 또렷하게 깨달았다.
죽고 싶지 않았다.
- P192

노라는 충격에 빠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 충격은 배에 탄 다른 사람들이 짐작하는 충격과는 약간 달랐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는 충격이 아니었다. 사실은 자신이 살고 싶어 한다는 깨달음에서 온 충격이었다.
- P194

자연의 일부가 된다는 것은 살고자 하는 의지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한곳에 너무 오래 머무르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잊어버린다.
경도와 위도가 얼마나 긴지 무감각해진다. 한 사람의 내면이 얼마나 광활한지 깨닫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일 거라고 노라는 짐작했다.
- P194

하지만 일단 그 광활함을 알아차리고 나면, 무언가로 인해 그 광활함이 드러나면, 당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희망이 생기고 그것은 고집스럽게 당신에게 달라붙는다. 이끼가 바위에 달라붙듯이.
- P195

실망과 단조로움과 마음의 상처와 경쟁만 한가득이고, 아름답고 경이로운 경험은 순간에 끝난다. 어쩌면 그것만이 중요한 의미인지 모른다. 세상이 되어 세상을 지켜보는 것. 부모님이 불행했던 이유는 무언가를 성취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성취하겠다는 기대를 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실 노라는이런 것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이 배에서 깨달았다. 자신이 생각보다 부모님을 훨씬 더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순간 노라는 두 사람을 완전히 용서했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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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양지에서 동의보감을 할아버지 나이에 편찬했는줄은..
다만 동의보감이야 400년전에 나온책이라 그렇다지만, 이책은 추판이 언제인데 남녀구별도 아니 이상한 전개가 살짝있다. 함부로 추천은 어려울듯. 그래도 쉽게 동의보감을 엿볼수 있다.










서 깨달았다. <동의보감》은 단순한 의학서적이 아니다. 너무나 익숙해서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고 있지만 <동의보감》은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한마디로 ‘건강을 지키는 지혜서이자 안 아프고 오래 사는 비결‘을 적어놓은 실용적인 책이다. 허준 선생은 말한다. 돈과 명예를 내려놓더라도 건강에는 욕심을 부리라고.
- P5

"치미병(治病), 불치이병(不治已病)"
죽은 사람은 살릴 수 없고 망한 나라는 다시 세울 수 없다.
병들기 전에 치료해야지 이미 병들고 나서 치료해서는 안 된다.
- P10

1608년에 선조가 죽고 허준은 파벌싸움 틈에 끼어 의주로 귀양 갔고 1610년 귀양지에서 의학서적을 총 25권으로 마무리했다.
총 14년의 세월이었다.
3년 뒤인 1613년 동의보감은 목활자로 인쇄, 발간되었다.
허준은 1615년에 7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 P18

허준은 <동의보감>을 집필하면서 많은 중국 의학서적을 참조했다.
그러나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우리 실정에 맞게 재구성했다.
특히 중국 약재 이름과 우리 약재 이름을 함께 기재해 누구나 쉽게 약재를 찾아볼 수 있게 잘 편집했다.
병들기 전에 몸과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예방 의학을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동의보감은 의사가 필요 없는세상을 만들기 위한 책이다.

마음에 집착을 없애고
병들기전에 요인을 없애고
너무 많이 먹지 말고
무리하게 일하지마
- P21

이렇게 형체와 색이 다르고 오장육부도 다르니,
비록 겉으로 보이는 증상이 같을지라도 사람에 따라 치료법은 확연히 다르게 된다.
- P27

모든 질병은 몸이 망가지니까 생기는거야. 질병이 오기전에 몸 아껴!
- P48

마음을 비우면
도가 튼다.
도를 깨닫는 데는
나이가 없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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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현실에 머물 수 있다. 우리가 가진 관심을 통해 새로운 현실을 함께 렌더링할 수 있다면, 어쩌면 그곳에서 서로 만날 수 있을것이다.
- P215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그저 여기 있는 사람은 모두 살아 있다는 사실과 그것이 기적이라는 것뿐이었다. 남자친구가 사와서 지금 우리 아파트에 태연하게 걸려 있는 할리 베이트먼Halie Bateman 의 그림을 생각했다. 거리 풍경을 담은 그림에는 보도와 건물, 하늘 사이사이로 다음과 같은 글귀가 쓰여 있다. 우리는 모두 이곳에 함께 있으며, 그 이유는 모른다.
- P221

월리스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선택은 방금 내 앞을 가로막은 사륜구동 지프차의 운전자가 어쩌면 아이를 서둘러 병원에 데려가는 중일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나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나야말로 그 사람의 길을 가로막은것입니다." 내 앞에 줄을 서서 방금 내게 소리를 지른 여자는 어쩌면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는 중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상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그저 그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와 똑같은 깊이를 가진 타인의 현실을 위한 공간이 생긴다. 이는 타인을 내 길을 가로막는 타성적 존재로만 바라보는 자기중심적 ‘디폴트 세팅‘에서 명백하게 이탈하는 것이다.
- P222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집은 좀 전과 다르게 느껴졌다. 더이상 세상의 중심 같지 않았다. 이제 거리는 이러한 ‘중심들‘로 가득했고 각 중심에는 다른 삶과 다른 공간, 잠자리에 들며 다음 날의 일을 걱정하는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추상적인 의미에서는 이 모든 것을 이미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실제로 와닿지는 않았었다. 이미 이웃과 알고 지내는 데 익숙한 사람들에겐 바보 같은 이야기처럼 들릴지 몰라도, 나는 이 경험에 대해 이야기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관심의 확장을 통해 경험한 내용, 즉 한번 확장된 관심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기 때문이다. 
- P229

인생 대부분을 뮤지션으로 살아온 나의 아버지는 바로 그것이 좋은 음악의 정의라고 말한다. 좋은 음악은 ‘나에게 몰래 다가와‘ 나를 변화시키는 음악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나를 변화시킬 만남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둘 수 있다면, 우리 모두 자신의 이해를 넘어서는 힘들의 집합체라는 사실 또한 인정할 수 있다. 여기서 뜻밖에 마음에 드는 음악을 들을 때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나를 통해 내가 모르는 무언가에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을 받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안정적이고 두렷한 자아를 중요시하는 사람은 이를 인정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나는 원자적 자아 개념을 버린 뒤 이러한 내려놓음이 내가 살아 있다는것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지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P232

이와 달리 무언가를 향해 ‘곧장 나아가는‘ 기술적으로 훌륭한 알고리즘은 내가 좋아하는 것과 그 이유에 대해 늘 안정적인 답안을 제공한다. 그리하여 하나의 이미지로 나를 점점 파묻어버리는 것 같다. 사업의관점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다. 광고와 퍼스널브랜드의 언어가 너 자신이 되라고 요구할 때, 그 속에는 ‘더더욱 너 자신이 되어라‘는 진짜 의미가 담겨 있다. 여기서 ‘너 자신‘은 습관과 욕망, 동기로 이루어진 일관적이고 인식 가능한 패턴이며, 이러한 패턴은 더 쉽게 광고의 타깃으로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퍼스널브랜드가 애매모호함이나 모순의 여지 없이 ‘나 이거 좋아‘, ‘나 이거 싫어‘라고 결론 내리는 성급한 판단에서 나온 확실하고 변함없는 패턴이 아니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 P233

더 구체적인 버전의 ‘나 자신‘이 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면 소로가 시민 불복종의 의무에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본질적으로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자로 묘사한 것이 떠오른다. 만약 나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것을 내가 전부 안다면, 그것들을 어디서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도 전부 안다면(이 모든 것이 미래로 끝없이 이어져 나의정체성이나 내가 나라고 지칭하는 것의 경계가 그 어떤 위협도 받지 않는다고 상상해보자) 나는 계속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말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책을 읽는데 갈수록 내용이 앞과 비슷해져서 결국 똑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읽게 된다면 아마 그 책을 덮어버릴 것이다.
- P233

공통점이 많은 사람에게 배울 것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그 작은 파편 바깥으로 관심을 확장하지 않으면 상대의 가치나 나와의 관계 외에는 아무 의미도 없는 ‘나-그것‘의 세계에 살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나를 뒤집어 엎고 나의 우주를 새로 구축할 사람, 나를 크게 변화시킬 사람과 만날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다.
- P234

자신을 독립적이고 방어 가능하며 ‘효율적‘인 무엇으로 여기는 마음이 특히 비극적인 이유는 그러한 마음이 매우 지겨운(그리고 지겨워하는) 사람을 낳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이 타인을 포함한 이 세상과 분리된 존재라는 생각이 완벽한 착오이기 때문에 이 마음은 더욱 비극적이다. 물론 이것은 안정감과 차별성을 갈구하는 매우 인간적인 갈망의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나는 이 욕망이 아이러니하게도 변화에 대한 두려움, 시간과 가치를 평가하는 자본주의적 개념, 언젠가는 죽게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무능력 같은, 상상 속 자아의 안팎에 있는 여러 힘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나온다고 본다. 
- P235

홀로 장미 정원으로 피신한 이야기로 시작한 이 책에서 타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다만 윌리엄 데레저위츠가 [고독과 리더십」에서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으려면 한 걸음 뒤로 물러나야 한다고 경고한 것을 기억하자. 
- P237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적절한 거리라면, 자신을 고립시키는 것과 시끄러운 여론의 과도한 영향력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것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 P238

 그러나 대화는 그렇지 않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든 타인과의 대화든 마찬가지다. 지금 당신이 읽고 있는 이 책(대부분의 책이 그러리라 생각한다)은 수년 동안 인간 혹은 비인간과 나눠온 대화의 결과물이다. 그중 많은 대화가 이 책을 집필하는 동안 이루어졌으며, 이 대화들은 내 생각을 바꾸어놓았다. 당신이 책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책은 당신과도 대화를 나누고 있다.
- P238

장미 정원에 갈 때도 사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보통은 혼자 가긴 하지만, 다양한 방문객이 찾는 장미 정원은 단연코 그동안 내가 낯선 사람들과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 장소다. 인간과 나눈 대화만이 아니다.
나는 늘 ‘자연 속에서 홀로‘라는 표현이 재미있는 모순어법이라 생각하는데, 그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장미정원에 사람이 한명도 없을 때도 나는 그곳을 어치와 큰까마귀, 검은눈방울새, 매, 칠면조, 잠자리, 나비, 빼놓을 수 없는 참나무와 미국삼나무, 칠엽수, 장미와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회적 공간으로 여긴다. 
- P238

예를 들어 우리 할머니는 나와 함께 화산 폭발로 무너져내린 세인트헬렌스산을 바라보다 영어로 "가여운 것"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나중에 나는 할머니가 산을 마치 사람인 것처럼 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올림픽반도에서부터 오리건주 남부와 캘리포니아주 북부의 경계까지 이어지는 산맥에 관한 우리 부족의 설화에서 우리와 산의 관계는 인간대 인간의 관계다. 세인트헬렌스산, 우리 말로는 루윗산에 대한 할머니의 짧은 말에는 다른 인간 존재에 연민을 느끼고 안녕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고, 할머니는 그 무엇도 더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 P245

 "다름은 견뎌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양극성의 자원으로 여겨야 하며, 변증법처럼 이 양극성의 간극에서 우리의 창의성이 샘솟는다. (・・・) 이때 상호의존의 필연성은 더 이상 두렵지 않다. "
다름은 힘이며, 개인의 성장과 집단의 정치적 혁신을 가능케 하는 창의성의 전제 조건이다. 우리의 정치가 다름과 다양성, 만남에 부적합하게 설계된 플랫폼 위에서 펼쳐지는 지금, 로드의 말은 특히 깊은 울림을 갖는다.
- P253

매년 뉴잉글랜드를 찾는 비둘기 수가 줄고 있다는 말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하다. 우리의 숲은 더 이상 비둘기에게 깃대가 되어주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을 찾는 생각도 매년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우리 마음속의숲이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산책] 
- P259

어떤 것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그 맥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말은 매우 직관적이다. 
- P262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지점이 바로 여기라고 생각한다. 내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고 다른 체제에서 다른 무언가를 도모하기 위해 현재의 체제(관심경제)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상상하는 건전한 소셜 네트워크는 현상의 공간이다. 이곳은 오랜 시간 친구와 함께한 산책, 전화 통화, 비밀 채팅방에서의 대화, 동네주민 모임 등 매개체를 경유한 만남과 대면 만남이 결합한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진정한 즐거움을 느끼게 할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감정적 자양분을 제공해주는 식사 자리와 모임, 행사에서 우리는 직접 얼굴을 마주 보고 "여러분과 함께 싸우러 이 자리에왔습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기업이 운영하지 않는 탈중앙적 네트워킹기술을 이용해 대면 교류가 힘든 사람을 포함시키고, 한곳에 머무는 것이 점점 경제적 특권이 되어가는 이 시기에 여러 도시에서 지지의 교차점을 만들어낼 것이다.
- P292

발전과 생산적인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나의 이러한 행동은 비행으로 보일 것이다. 나는 중도 이탈자다. 그러나 장소의 관점에서 보면 나는 마침내 관심을 기울인 사람이다. 그리고 나 자신의 관점에서 보면 나는 나의 삶을 실제로 경험하고 있었던 사람이며, 나는 죽을 때 결국 이 사람에게 대답할 것이다. 나는 내가 그날 지구에서 시간을 보냈다는것을 안다. 이런 순간이 오면  관심 경제에 대한 질문 자체도 사라져버린다. 누군가가 내게 대답을 요구한다면, 나는 아마 땅에서 자라고 기어다니는 것들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러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 P300

이는 목적 없는 목표이자, 하나의 지점에서 끝나는 대신 끝없는 재협상 속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는 관점이다. 누군가에게는 목적 없는 목표나 목표 없는 계획 개념이 익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로이 개념은 오로지 목격하고, 쉴 곳이 되어주고, 믿기 힘들 정도의 인내를 보인 것이 유일한 ‘성취‘인 우리의 오랜 친구, 쓸모없는 나무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 P320

앞으로 고꾸라지지도, 뒤로 넘어지지도 않고 땅 위에 꼿꼿이 서서,
나는 펠리컨들이 만드는 뜻밖의 장관 앞에서 내가 느끼는 감사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떠올리려 애쓰고 있었다. 그 답은 아무것도 하지않는 것, 그저 바라보는 것이었다.
- P325

마지막으로, 매일 아침 나의 발코니를 방문해주고, 자기보다 볼품없는 호모사피엔스를 향해 낯선 관심을 보여준 두 까마귀 크로우와 크로우선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모두가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자기만의 뮤즈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 P327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이 제목은 의도적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소셜미디어 (흔히 말하는 SNS)를 건강하게 사용하는 법에 대한 책을읽고 싶은 사람은 어쩌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은 우리의 스크린 타임을 줄여주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이 책은 지역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정치·경제·문화 시스템의 철학을 만들어가는 생태지역주의를 통해 자연과 더욱 깊은 관계를 맺고 자신이 위치한시공간에 더욱 충실하게 존재하려는 한 시각 예술가의 시도다. 
- P329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생산성의 틀 안에 들어가야 한다는 압박을 넘어서겠다는 적극적 결정이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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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은 진정성을 이용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갈수록 그저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게 아니라 시간을 잘쓰고 싶어 한다. (……)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유튜브에 접속할 때마다 보이는 것이 가장 얄팍한 우리의 모습이라면, 우리가 가장 되고 싶은 모습에 부응하는 것이 좋은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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