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코 되고 싶은 사람이 다 될 수 없고, 원하는 삶을모두 살아볼 수도 없다. 원하는 기술을 모두 배울 수도 없다. 그런데도 왜 그러길 바라는가? 난 내 삶에서 일어날 수있는 정신적 육체적 경험의 모든 음영과 색조와 변주를 살아내고 느끼고 싶다.
- 실비아 플라스
- P7

죽기로 결심하기 스물일곱 시간 전, 노라 시드는 낡아 빠진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로 다른 사람들의 행복한 삶을 들여다보며무슨 일이든 생기기를 기다렸다. 그러자 느닷없이 정말로 일이생겼다.
알 수 없는 이상한 이유로 누군가 그녀의 집 초인종을 누른 것이다.
- P15

노라는 자신의 반려묘를 보며 동정과 절망을 느껴야 마땅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하지만 다른 감정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고통이라고는 전혀 없이, 미동도 하지 않는 볼테르의 평화로운 표정을 보고 있으니 어두운 마음 한구석에서 외면할 수없는 감정이 우러나왔다.
질투였다.
- P18

"누가 더 불행한지 겨루고 싶다면 나도 꽤나 엿같이 살고 있어"
- P29

가게를 나오며 노라는 앞에 여러 개의 문이 있으면 좋겠다고생각했다. 하나씩 통과할 때마다 모든 걸 남겨두고 갈 수 있도록.
- P32

"꿈을 향해 당당히 나아가라. 상상했던 삶을 살아라." 노라가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인 소로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정말로 꿈을 향해 당당히 나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뭐, 소로는 제외하고, 그는 숲으로 들어가서 외부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았다. 그저 숲속에앉아 있고, 글을 쓰고, 장작을 패고, 낚시를 하면서. 하지만 2세기전,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에서의 삶은 베드퍼드주 베드퍼드의 현대적인 삶보다 더 단순했으리라.
아닐 수도 있고.
- P34

그녀가 둔 모든 수는 실수였고, 모든 결정은 재앙이었으며, 매일자신이 상상했던 모습에서 한 걸음씩 멀어졌다.
수영 선수, 뮤지션 철학가 배우자, 여행가 빙하학자. 행복하고 사랑받는 사람.
그중 어느 것도 되지 못했다.
심지어 ‘고양이 주인‘이라는 역할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혹은 ‘일주일에 한 시간짜리 피아노 레슨 선생님‘도, 혹은 ‘대화가 가능한 인간‘도약이 효과가 없었다.
- P39

"삶과 죽음 사이에는 도서관이 있단다." 그녀가 말했다. "그 도서관에는 서가가 끝없이 이어져 있어. 거기 꽂힌 책에는 네가 살수도 있었던 삶을 살아볼 기회가 담겨 있지. 네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지 볼 수 있는 기회인 거야.……. 후회하는일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하나라도 다른 선택을 해보겠니?"
- P49

모든 삶에는 수백만 개의 결정이 수반된단다. 중요한 결정도 있고, 사소한 결정도 있지. 하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할 때마다 결과는 달라져. 되돌릴 수 없는 변화가 생기고 이는 더 많은 변화로 이어지지. 이 책들은 네가 살았을 수도 있는 모든 삶으로 들어가는 입구야.
- P51

엘름 부인은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래. 그 책만 제외야 그건 네가 한 글자도 쓰지 않고서 쓴 책이지."
"네?"
"네 모든 문제의 근원과 해답이 담겨 있는 책이란다."
"이게 무슨 책인데요?"
"<후회의 책>이야."
- P54

모든 삶이 지금, 시작된다
- P61

"넌 이제 자신이 형편없는 고양이 주인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넌 볼테르를 최고로 잘 보살폈어. 네가 볼테르를 사랑한 만큼볼테르도 널 사랑했지. 그래서 너에게 죽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거야. 고양이들은 안단다. 자신이 죽을 때가 다가왔다는 걸 알지. 볼테르는 죽을 때가 다가왔다는 걸 알고 밖으로 나간거야."
노라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려고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볼테르의 몸에 외상은 전혀 없었다. 그녀는 그저 애쉬가 내렸던 성급한 결론을 그대로 믿었을 뿐이었다. 길에서 죽은 고양이는 아마차에 치여서 죽었을 거라고, 의사가 그렇게 착각할 수 있다면노라 같은 일반인은 더 그럴 것이다. 2 더하기 2는 교통사고라고.
- P99

이 세상에는 댄처럼 실제로 이루고 나면싫어하게 될 꿈을 꾸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한 행복이라고착각하는 자신의 망상 속으로 타인을 밀어넣는 사람은 얼마나될까?
- P113

"넌 선택은 할 수 있지만 결과까지 선택할 수는 없다는 걸. 하지만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건 좋은 선택이었어. 단지 결과가바람직하지 않았을 뿐이지."
- P123

"맞아. 하지만 넌 네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야 해. 비유의 검색창에 뭐라고 쳐야 할지 알아야 한다고. 그리고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몇 가지 시도를 해봐야 해."
"그럴 힘이 없어요. 전 못할 것 같아요."
"살아봐야만 배울 수 있어."
- P125

하지만 아마 아빠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리라 하나의 후회가다른 후회로 이어지다가 갑자기 온통 후회만 남는다는 것을 알았으리라. 한 권의 책이 될 정도로.
- P129

"룩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기물이란다." 엘름 부인이 말했다
"사람들은 룩을 만만하게 봐 룩은 직선으로만 움직이지. 사람들은 퀸과 나이트, 비숍만감시해. 왜냐하면 그 기물들은 교활하게든 하지만 널 무너뜨리는 건 대부분 룩이야. 직선으로 움직이는건 보기보다 간단하지 않아."
- P130

노라가 삶과 죽음 사이에 있기 전
마지막으로 포스팅한 글
내 고양이가 보고 싶다. 피곤하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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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모든 것에는 명백한 비판이 따를 수 있다. 잠시 멈출 수 있는 여유가 일종의 특권에서 나온다는 비판이다. 내가 종종 장미 정원에가고 나무를 바라보고 언덕 위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것은 일주일에 이틀만 학교에 가면 되는 일자리가 있기 때문이며, 그 밖에도 내겐 다른 특권이 많다. 아버지가 일을 그만두고 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일을 다시 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 P49

첫 번째 무기는 회복의 시공간이다.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시간과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러한 시간과 장소가 없으면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나 생각하고, 성찰하고, 치유하고, 자신을 지탱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무언가를 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과도한 자극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된 지금, 나는 #FOMO(the fear of missing out,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를 #NOMO(the necessity of missing out, 기회를 놓쳐야 할 필요성)로, 마음이 영 불편하다면 #NOSMO (the necessity of sometimes missing out, 가끔은 기회를 놓쳐야 할 필요성)로 다시 상상할 것을 제안한다.
- P64

이 모든 것을 종합해서 내가 제안하는 바는 언제나 우리를 지탱하고 놀라게 하는 연대라는 능력을 비롯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특성중 아직 남아 있는 모든 것을 보호하는 자세를 갖자는 것이다. 나는 비도구적이고 비상업적인 활동과 생각을 위해, 유지와 보존을 위해, 돌봄을 위해, 함께하는 기쁨을 위해 우리의 공간과 시간을 보호할 것을 제안한다. 
- P72

존 뮤어의 말처럼 "가장 긴 삶은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즐거움을 가장 많이 느낀 삶이다".
물론 이러한 해결책은 돈벌이에 도움이 되지 않고 혁신적인 것으로여겨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장미정원의 우묵한 자리에 앉아 인간과 비인간의 다양한 신체에 둘러싸여 나의 것을 비롯한 수많은 신체적 민감성이 뒤섞인 현실에 머무는 긴 시간 동안(실제로 재스민과 적당히 잘 익은 블랙베리의 향기가 내 신체의 경계를 침범한다), 나는 내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이것은 어쩌면 감각 박탈의 공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환하게 빛나는 자그마한 성과 지표의 세계는 산들바람, 빛과 그림자, 통제할 수없고 형언할 수도 없는 구체적 현실로 내게 말을 거는 내 눈앞의 세계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 P73

많은 사람이 하나의 실험으로 사회를 벗어난다. (…) 그래서 나도 사회에서 벗어나 이 경험이 얼마나 큰 깨달음을 주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그러나 별 깨달음은 없었다. 나는 떠나는 대신 삶의 한복판에 머물러야한다고 생각한다.
- 아그네스 마틴Agnes Martin-
- P77

뒤처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미디어 기업들은 일종의 ‘속보 경쟁‘을 벌이고, 이 경쟁이 우리의 관심을 악용해 생각할 시간을 모조리 빼앗아간다. 군대에서 포로를 고문할때 사용하는 수면 박탈 전략과 유사한데, 그보다 규모가 훨씬 더 크다.
2017년과 2018년에 나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에게서 "매일 새로운 일들이 터져"라는 말을 들었다.
- P118

18세기에 장바티스트 르 롱 달랑베르Jean-Baptiste le Rond dAlembert는 ‘모든 시대에 디오게네스가 필요하다"라고 썼다.  나도 이 말에 동의한다.
우리에게 디오게네스가 필요한 것은 그저 즐거움을 위해서나 대안적 존재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수 세기가 지난 지금도 그의 일화가 거부라는 단어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디오게네스가 알렉산더 대왕을 무시한 이야기를 들을 때 웃음을 터뜨리며 ‘바로 그거지!‘라고 생각하지 않기는 힘들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처럼 극단적으로 행동하지 않겠지만, 이 이야기는 그러고 싶은 우리의 소망을 위한 장소를 제공한다.
- P131

사람을 미치고 팔짝 뛰게 할 만큼 내내 차분한 바틀비는 질문 근처의 공간을 드러내고 그 안에 머물며 질문의 권위를 훼손한다. 들뢰즈가 보기에 바틀비의 반응은 그 언어적 구조로 말미암아 "언어 안에 일종의 외국어를 개척함으로써 언어 전체를 침묵과 직면하게 하고그 안에 빠져들게 한다".
- P136

이 프로젝트를 비워내는 실험으로 보면 많은 사람이 거부로 유명한 또 한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는 사회의 관습이나 편의에서 멀리 떨어진 오두막에서 간소하게 살아야 할 필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내 의도대로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인생의 본질에 직면하고 싶어서, 그것이 가르치는 바를 배울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어서, 죽음을 맞이했을 때 제대로 살지 않았음을 깨닫고 싶지 않아서였다. (…) 나는 삶에 깊이 빠져들어 인생의 정수를 남김없이 빨아들이고 싶었다. 스파르타인처럼 강인하게 살아가며 삶이 아닌 것을 깡그리 파괴하고, 깨끗하게 길을 내어 인생을 궁지에 몰아넣고, 최소한의 조건만 남기려 했다. 그리하여 만약 인생이 하찮은 것으로 드러나면 그 순수한 비참함을 받아들여 세상에 알리고, 만약 인생이 숭고한 것이라면 직접 경험한 뒤 다음 여행에서 그 숭고함을 제대로 설명해내고 싶었다. 


- P140

그곳에서는 사물이 이전과 달리 보인다. 여기서 왜 소로의 세상이 디오게네스와 장자의 세상처럼 반전으로 가득 차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인간이 법을 준수하는 기계가 된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은 가장 선한사람이요, 가장 선한 사람은 가장 나쁜 사람이다. 
- P142

그러나 성공적인 집단적 저항에서는 그다음 수준의 절제와 훈련이 요구된다. 이때 다수의 개인은 서로를 지지하며 거부의 공간을 열어놓을 수 있는 유연한 합의의 구조를 형성한다. 이러한 집단적 지지는 개인의 치열한 자기 절제의 결과물로 나타나는데, 마치 여러 명의 소로가 다 함께 거부에 나서는 것과 같다. 그렇게 함으로써(도피가 아닌 거부와 보이콧, 사보타주를 위한) ‘제3의 공간‘은 더 큰 규모의 대중에게 인식되는 불복종의 광경이 될 수 있다.
- P144

문제는 많은 사람에게 두려워할 것이 있고,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거부라는 선택지를 취하려면 개인적 차원(거부의결과를 개인이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과 사회적 차원(불복종을 대하는 법의 태도는 사회마다 다를 수 있다)에서 여유와 자유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
- P151

이 버스 보이콧 운동은 유의미한 거부 행위는 두려움과 분노, 히스테리가 아니라 조직적인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집중력과 관심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P151

심지어 잃을 게 아무것도 없어 보이던 디오게네스도 일종의 여유가 있었다. 나비아는 디오게네스를 비판한 패런드 세이어 Farand Sayre 의 글을 언급한다. 세이어는 법과 날씨의 측면에서 그리스의 도시들이 디오게네스에게 우호적이었다고 말했다.
디오게네스가 삶에서 누린 행복은, 디오게네스 본인은 자신의 지혜 덕분이라고 생각한 것 같지만, 사실은 대개 그가 통제할 수 없는 우호적 환경 덕분이었다. 그리스의 날씨는 온화하고 기온 변화가 적어서 길 위에서 사는데 큰 문제가 없었고, 코린트와 아테네정부는 외국인과 떠돌이를 용인했으며, 그 시대 그리스인들도 걸인들에게 관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 P152

몸에 이상이 있는 상황에서도 전력 질주하며 자신의 건강을 절벽 밑으로 떨어뜨리는 모습은 ‘갈리거나 죽거나‘인 대학의 유독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의식적으로 비참해지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가끔은 나의 건강을 챙기는 일이 길티 플레저처럼느껴질 때가 있다. (・・・)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극도의 피로감과 좋은 학생을 동일시한다. 
- P158

제아무리 힘든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받아들인다 해도, 대학 측이나 일부 학생이 아무리 자기 돌봄을 강조한다 해도, 이 학생들은 우리 모두를 압박하는 시장 수요의 영향 아래 있다. 적어도 내 경험에서 봤을 때 이 학생들은 일이 좋아서 일 중독자가 되는 게 아니다. 일 중독은 대학 안팎에 존재하는 매우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매우 현실적인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 P159

어쩌면 거부라는 전략은 이미 많은 사회적 자본을 소유한 사람, 페이스북 없이도 사회적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 늘 접속 상태로 연결되지 않아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 이들은 캐슬린 누넌 Kathleen Noonan 이 2011년에말한 ‘스위치를 끌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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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인 줄 알았던 것이 사실은 두 가지이고, 그 두 가지도 실상은 열가지였던 이런 당황스러운 발견은 관심의 질이나 지속 시간과 관련이있다. 노력을 기울이면 대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많은 것을 알아차리고, 매번 더욱 미세한 주파수를 구분할 수 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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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있다면 누구나, 무대에 혼자 남은 소희의 시간을 맞게 될 때가 오는 거겠지요.
- P7

"그런 거 있잖아. 말로 설명하긴 어려운데…, 그 사람이눈앞에 있는데도 벌써 그리워진다고 해야 하나? 아버지가 준 사탕을 먹는데 그런 기분이 들더라."
- P20

그리고 다시 의자에 앉아 할머니 말에 대꾸하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문득 곁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옆이라는 말보다 더욱 파고드는 느낌의 곁. 앞으로 곁이라는 말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장면으로 남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 P25

궁금함이 생길 때는 종종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마음으로 살기에 세상엔 누군가의 엄마들이 너무나 많았다. 
- P30

곧 보러 갈 거라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고 나면 꼭 목이 메었다. 할머니는 이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언제부턴가 아무도 자신을 찾아오지않는 날들에 대해서.
- P48

그렇게 다시 한번 소리 내서 웃게 된다면, 눈앞에 있는사람들의 얼굴을 더 자세히 봐둘 것이다. 나중에는 슬퍼질 좋은 순간이 우리에게 또 한 번 다녀가는 일을 다행이라고여기면서.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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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 오델의 첫 책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은 공백을 허락받지 못한 자들을 위한 책이다. 
- P9

그는 바쁨을
‘활력 부족의 증상‘이자 "관습적인 일을 할 때를 제외하면 삶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 기운 없고 진부한 사람들의 특징"이라 말한다. 바쁨을 신앙시하는 이 사회에 꼭 필요한 말이다.
- P9

우리가 삶을 더 알아차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 되고자 하거나 더 큰 생산성을 갖추기 위함이 아니다. 그저 ‘알아차림‘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삶을 경험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 P10

제니 오델은 다른 존재와의 연결에서 완전한 이해나 해석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순수한 관심‘과 ‘지속적인 만남‘이필요하다. 지속적으로 만나 깊이 있게 바라보면 더 온전한 연결이 일어난다. 작가는 또한 계속해서 대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같은 대상을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 P11

철학자 세네카 Seneca는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라는 글에서 과거를 돌아보다 삶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깨닫는 공포를 묘사한다.
이는 한 시간 동안 페이스북에 푹 빠져 있다가 막 정신을 차린 사람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 P16

"작가와 사상가, 몽상가, 시인, 형이상학자, 관찰자 등 수수께끼를 풀거나 비평을 하려는 사람은 시대에 뒤처진 인물이 되어 어룡이나 매머드처럼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이 책은 그 양지바른 곳을 지키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 P17

나는 자본주의적 생산성의 관점에 반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제안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아이러니하게도 일종의 행동 계획이다. 나는 몇 가지 움직임의 발자취를 따라가고자한다. 바로 1960년대의 ‘이탈‘과 닮은 이탈 운동, 우리 주위의 것들을 향해 나아가는 횡적 운동, 땅을 향해 나아가는 하강 운동이다. 
- P18

잠시 멈추거나 속도를 줄이라는 권유에 독자들이 위안을 얻길 바라지만, 주말의 조용한 휴식이나 창의성에 관한 이야기로 기결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내가 말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요점은 상쾌한 기분으로 일터에 복귀하거나 더욱 생산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이해하는 생산성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P19

이 두 가지 교훈은 내가 이 책에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절반은 우리의 관심을 도구화하는 디지털세계의 관심경제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나머지 절반은 다른 무언가 다시 연결되는 것이다. 그 ‘다른 무언가‘는 다름 아닌 실제 세계의 시간과 공간이며, 시공간에 다시 연결되는 것은 우리가 그곳에서 서로 관심을 가지고 만날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 P27

생각의 종류가 하나씩 멸종할수록 관심의 토양도 점점 더 침식된다.
- P29

무엇을 위한 쓸모인가? 이 질문은 내가 자본주의적 논리에서 한 걸음 물러나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곱씹었던 질문이기도하다. 무엇을 낳는 생산성인가? 어떤 방식의, 누구를 위한 성공인가? 내가 삶에서 가장 큰 행복과 충족감을 느낀 때는 모든 필멸의 존재에 따르는 희망과 고통, 슬픔과 더불어 살아 있음을 온전히 인식한 순간이었다. 이러한 순간에 목적론적 목표로서의 성공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이러한 순간들은 그 자체로 중요했고, 어딘가로 향하는 사다리의 계단이 아니었다. 나는 장자가 살던 시대의 사람들은 이 느낌을 알았을 거라고생각한다.
- P29

간단히 말하면, 관심을 지속하는 삶은 자각하는 삶이다.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에 대한 자각이자, 주위의 문화와 생태계가 파괴되는 현재의 패턴에 대한 자각, 그리고 스스로 인정하든 하지 않든, 그 안에서 내가 맡은 불가피한 역할에 대한 자각이다. 자각은 곧 책임의 씨앗이 된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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