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어떤 현상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을 할 때는 얘기가 다르다. 탁월한 통찰력이나 상상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냉정하게 그 현상을 직접 관찰하고, 만져보고, 기록해야 된다. - P7
흥미롭지만 사실이 아닌 일도 널리 보도된다. 일례로 방글라데시가 매우 행복한 국가라는 언론 보도는 학계의 결론과 다르다. 이 책은 흥미나 과장된 희망보다 행복의 적나라한, 사실적인 측면에 더 관심 있는 독자들을 위해 쓰게 되었다. - P8
첫째, 여타 많은 책의 주된 관심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가‘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how‘를 묻고 있다. 반면 이 책의 핵심 질문은 ‘why‘다. 왜 인간은 행복이라는 경험을 할까? 또, 이 경험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역할은 무엇일까? 이 중요한 행복의 속성을 이해하기 전에 행복의 비결이나 기술을 찾는 것은 한계가 있다. - P9
간단히 말해,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된 것이 인간이다. - P10
행복은 본질적으로 감정의 경험인데, 마치 머리에서 만들어내는 일종의 생각 혹은 가치라는 착각이 들게 한다. - P16
불행한 사람은 긍정의 가치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행복은 본질적으로 ‘생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생각을 고치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런식의 행복 지침서를 읽고 행복해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왜 생각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행복해지기 어려운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행복은 사람 안에서 만들어지는복잡한 경험이고, 생각은 그의 특성 중 아주 작은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뜻대로 쉽게 바뀌지도 않지만, 변한다고 해도 그것은 여전히 전체의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 P16
행복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용돈을 받고 즐거워할 때 느끼는 행복 역시 돈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사과의 빨간색처럼 행복감도 뇌에서 합성된 경험이다. 돈이라는 자극이 뇌의특정 부위들을 흥분시켜 ‘좋다‘는 일시적 경험을 합성해내는것이다. 돈은 무조건 누구에게나 행복감을 일으키지 않는다. 색깔을 지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복잡 미묘한 경험이 행복이다. - P17
왕은패전의 이유가 전령 때문이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우리는 의식적인 부분이 자기 행동의 원인이라고 굳게 믿는다. 큰 오해다. 사실 일상의 수많은 선택과 행동은 의식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레몬 향을 맡으면 사람이 갑자기 청결에 신경을 쓰게 된다(Holland, Hendriks, & Aarts, 2005). 세척제에 주로 레몬 향이 첨가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의식에서 이 둘(레몬향과 청결)은 연결된다. 두 사건이 연합되는 경우, 하나 (레몬향)가 활성화되면 거기에 연결된 고리(청소)도 함께 활성화된다. 이 과정이 본인도 모르게 자동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레몬 차를 마시던 엄마가 갑자기 걸레를 찾는다고하자. 왜그러냐고 딸이 물으면 엄마는 의식 수준에 떠오르는 가장 그럴듯한 이유를 댄다. - P21
"저녁에 오시는 손님이 먼저 알레르기가 있으시대." 레몬 얘기는 절대 안 나온다. 숨기는 것이 아니라 진짜 이유를 엄마도 모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런 말을 덧붙일지도 모른다. "너희 엄마가 이렇게 현명한 사람이야." 어쩌면 세상 모든 엄마들은 이렇게 현명한지. - P22
한 달 뒤 그 남자가 담배를 끊고 전화했다고 치자. 그래도당연히 "No"다. 남자는 친구들과 술 한잔 하며 푸념을 늘어놓을 것이다. 도무지 이해 안 되는 게 여자라고. 그럴 수밖에. 그녀도 자신을 모른다.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팀 윌슨Tim Wilson 은 그래서 우리는 자신에게도 ‘이방인‘ 같은 낯선 존재라고 했다(Wilson, 2002).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말 모르는 게 자기자신이라는 것이다. 멍청해서가 아니고, 우리의 많은 선택과결정은 의식을 거치지 않고 진행되기 때문이다. - P23
이성적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이 행복을 이해하는 데 왜 문제가 되는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방해가 된다. 보다 중요한 원인을 못 보게 만들기 때문에. - P27
이 성비 불균형 때문에 남녀의 기질 차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여자는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엄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지향적 전략을 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수컷의 경우는 다르다. 어차피 최고가 못되면 짝짓기에서 낙오된다. 매사에 ‘모 아니면 도‘ 같은 극단적인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다. - P34
뇌는 살벌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조상들이 우리에게물려준 일종의 ‘생존 지침서‘다. ‘사자는 피하고, 믿을 만한녀석과는 고기를 나눠먹고‘ 등의 깨알 같은 생존 팁들이 담겨 있다. USB로 주지 않고, 유전적 정보로 저장해 우리 뇌에심어놓았다. DNA 코드로 작성돼 있기 때문에 우리의 의식적인 머리로는 완전히 해독되지도 않는다. - P36
막연한 숫자다. 이렇게 바꿔보자. 시간을 1년으로 압축한다면, 인간이 문명생활을 한 시간은 365일 중 고작 2시간 정도다. 364일 22시간은 피비린내 나는 싸움과 사냥, 그리고짝짓기에만 전념하며 살아왔다. 동물이기 때문에. - P37
이 새로운 관점으로 보면 행복은 삶의 최종적인 이유도 목적도 아니고, 다만 생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신적 도구일 뿐이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상황에서 행복을 느껴야만 했던 것이다. - P71
허나 장기적 생존을 위해서는 이런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번호표를 쥐고 기다린다고 갖게 되는것도 아니다. 두렵지만 길을 나서야 되고, 고단하지만 열 번을 찍어봐야 한다. 이것은 엄청난 의욕과 에너지를 요구한다. 따라서 그 노력에 상응하는 강력한 보상이 필요하다. 쾌감을 유발하는 정서들이 바로 이런 역할을 한다. 희열, 성취감, 뿌듯함, 자신감, 이런 치명적 매력을 가진 경험을 한번 맛보면 또다시 경험하고 싶어진다. 그것을 유발시킨 모든 사건, 물체, 장소, 사람을 또 찾아나선다. 올스와 밀너 실험의 쥐들처럼, 스스로 인식하든 못하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장기적인 생존 확률은 높아진다. - P77
자신도 외롭다는하소연과 함께 힘내라는 응원 메시지도 줄을 이었다.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사람이다. 인간이 경험하는 가장 강렬한 고통과 기쁨은 모두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 P82
연구자들의 예상대로 매일 타이레놀을 복용한 집단은 통제 집단에 비해 시간이 지날수록 일상의 사회적 상처를 덜 느꼈다. 마치 두통을 없애주듯, 진통제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사회적 고통도 덜어준다는 것이다. 놀랍지만 가능한 일이다. - P91
사람이라는 동물은 극도로 사회적이며, 이 사회성 덕분에 놀라운 생존력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그의 뇌는 온통 사람생각뿐이다. 희로애락의 원천은 대부분 사람이다. 또 일상의 대화를 엿들어보면 70%가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한다(Lieberman, 2013). - P97
첫째, 행복은 객관적인 삶의 조건들에 의해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둘째, 행복의 개인차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그가 물려받은 유전적 특성,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외향성이라는 성격 특질이다. - P98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의 차이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차이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의 10%와 관련된 이 조건들을 얻기 위해 인생 90%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돈을 벌기 위해. - P104
하지만 초콜릿을 우습게 생각하는 이들이 꼭 알아야 될 사실이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 자료들을 보면 행복한 사람들은 이런 ‘시시한‘ 즐거움을 여러 모양으로 자주 느끼는 사람들이다(Diener, Sandvik, & Pavot, 1991). - P111
살면서 인생을 뒤집을 만한 드라마틱한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혹시 생겨도 초기의 기쁨은 복잡한 장기적 후유증들에 의해 상쇄되어 사라진다. - P113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정도(주관적 미모)는 행복과 관련이 있었다. 외모뿐 아니라 다른 삶의 조건(건강, 돈 등)과 행복의 관계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난다. 객관적으로 얼마나 많이 가졌느나보다 이미 가진 것을 얼마나 좋아하느냐가 행복과 더 깊은관련이 있다(Diener, Lucas, Oishi, & Suh, 2002). - P114
우선 우리의 머리는 ‘불행하지 않은 것‘과 ‘행복한 것‘의 질적 차이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생수 한 병은 갈증의 고통을 없애주지만, 갈증이 가신 사람에게 물은 더 이상 행복을 주지 못한다. 많은 사람이 추구하는 돈이나 건강 같은 인생의 조건들은 사막에서의 물과 비슷하다. 일상의 불편과 고통을 줄이는 데는 효력이 있지만, 결핍에서 벗어난 인생을 더 유의미하게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 P115
이 말을 쉽게 푼다면, 불행의 감소와 행복의 증가는 서로 다른 별개의 현상이라는 것이다. - P116
우리 생각이 가진 또 하나의 허점이 있다. 인생의 어떤 변화가 생기는 순간과 그 변화가 자리 잡은 뒤의 구체적인 경험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둘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는다. 꿈꾸던 대학에서 입학통지서를 받는 것은 분명 기쁜일이다. 하지만 막상 대학생이 되어 낯선 환경에서 학업 스트레스를 받으며 외롭게 보내는 일상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을수도 있다. - P116
영어로 표현한다면, ‘becoming(~이 되는 것)‘과 ‘being(~으로 사는 것)‘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재벌집 며느리가 되는것(becoming)과 그 집안 며느리가 되어 하루하루를 사는 것(being)은 아주 다른 얘기다. 하지만 우리는 화려한 변신의 순간에만 주목하지, 이 삶을 구성하는 그 뒤의 많은 시간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성공하면 당연히 행복해지리라는 기대를 하지만, 실상 큰 행복에 변화가 없다는 사실은 살면서 깨닫게 된다. 그제야 당황한다. 축하 잔치의 짧은 여흥만을 생각했지, 잔치 뒤의 긴 시간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P117
적응이란 간단히 말하면, 어떤 일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상이다. 행복이라는 좁은 관점에서 보면 야속한 일이다. 수년 동안 몸과 약간의 영혼까지 팔아서 얻은 승진이 주는 즐거움도 불과 며칠이다. 그래서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라는 표현이 오래 전부터 학계에서 쓰여왔다(Brickman & Campbell. 1971). 적응 때문에, 그 무엇을 얻어도 행복은 결국 쳇바퀴를 도는 것처럼 제자리걸음을 한다는 뜻이다. - P122
그래서 행복은 ‘한방‘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쾌락은 곧 소멸되기 때문에, 한 번의 커다란 기쁨보다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는 것이 절대적이다. 유학 시절, 지도 교수가 쓴 논문을 읽은 적이 있다. 제목은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 P123
결국 행복은 아이스크림과 비슷하다는 과학적 결론이 나온다. 아이스크림은 입을 잠시 즐겁게 하지만 반드시 녹는다. 내 손 안의 아이스크림만큼은 녹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 행복해지기 위해 인생의 거창한 것들을 좇는 이유다. - P125
우리는 살면서 9·11의 남타워 같은 극단적인 상황을 자주 경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성격은 평생 동안 자신이 내리는 크고 작은 결정에 꾸준히 영향을 미친다. 성격에 따라 친구를 고르고, 직업을 택하고, 주말에 무엇을 하느냐를 결정한다. 현재의 나는 상당 부분 이런 선택이 누적된 결과다. - P132
유전의 힘은 강력하다. 하지만 냄새도 모양도 없는 이 유전적 요인을 일상에서 간파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선천적으로 행복한 성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의 ‘외적 증상‘에 주목하게 되고, 그것이 행복의 원인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침이 감기의 증상이지 원인은 아니다. - P135
우리는 양쪽 부모에게 받은 유전적 조합에 의해 사람마다조금씩 다른 기질temperament 을 가지고 태어난다. 유난히 창얼대는 아기도 있고, 코를 눌러도 웃으며 쳐다보는 아기가 있다. 기질이라는 원석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 더 구체적인 모양을 잡아가는데, 이것이 성격 특질trait 이다. 가장 중요한 성격특질 5가지 (외향성, 신경증, 성실성, 개방성, 원만성) 중에서 우리의 관심사는 외향성이다. - P138
사람이라는 자극은 양날의 검과 같다. 사람은즐거움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때론 가장 큰 스트레스가 될수도 있다. - P144
최근 연구에 의하면, 우리는 새로운 만남이 주는 즐거움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오래된 연인과의 데이트를 택하지만, 실제 경험을 측정하면 낯선 이성과 식사한 후의 즐거움이 더 크다(Dunn. Biesanz, Human, & Finn, 2007). 그러니 내향적인 사람들이여, 어색함을극복하고 새로운 사람도 만나볼 필요가 있다. - P145
한 개인을 높이 세우는 문화가 있는반면, 그를 눕혀 트럭에 싣고 나가는 문화도 있다. 행복 연구에서 문화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국가가 한국과 일본이다 (Suh & Koo, 2008). 높은 경제 수준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행복도는 낮기 때문이다. - P158
한국, 일본과 함께 다른 아시아의 신흥경제국들도 행복부진 그룹에 포함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소득 수준의 싱가포르는 작년 갤럽에서 조사한 150여 개국 비교 자료에서 가장 정서가 메마른 국가 중 하나로 나타났다(Gallup. 2012). 긍정적 정서, 부정적 정서 모두 조사국 중 가장 낮게 나온다. - P160
한편 집단이 개인에게 때로 과도한 요구를 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는 사람은 철없고 이기적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문화는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한 것이다. 한국, 일본, 싱가포르같은 아시아의 ‘행복 부진‘ 국가들이 대표적인 예다. 행복감을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문화적 특성은 개인주의다(Diener, Diener, & Diener, 1995). - P161
그렇다면 개인주의 문화의 어떤 점이 개인의 행복 성취를 유리하게 만드는 것일까? 역으로 집단주의 문화의 부족한점은 무엇일까? 우선, 심리적 자유감이다. 자유감이란 사실 뭐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사는 것이다. 이런 삶을 보편적으로 지지해주는 문화가 있고, 이렇게 살기 위해 세상과 문을 닫고 기인이 돼야 하는 문화도 있다. 행복이라는 씨앗은 개인의 자유감이 높은 토양에서 쉽게 싹을 틔운다. - P162
하지만 만성적인 긴장과 피로가 수반된다. 시각적으로 표현한다면, 일상의 많은 것들이 옆으로 자유롭게 흩어져 있는 모양이 아니라 서열에 의해 위아래로 세워져 있는 식이다. 팀장과 부하 직원, 선배와 후배, 정규직과 비정규직. - P162
이런 수직적인 문화에서는 구성원 각자에게 주어진 뚜렷한 역할이 있다. 자신의 칸 안에서 그 역할만 감당하면 된다. 가족으로서, 혹은 팀원으로서 주어진 역할 수행을 제대로못하면 주변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고, 이렇듯 타인중심적인 생각은 행복 성취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 P163
그런데 왜 한국이나 일본같은 초집단주의적 문화의 행복감은 오히려 예상치보다 낮을까? 언뜻 보면 모순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차분히 생각해보면, 모순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중요하다‘는 의미를 너무 단순하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이 무조건 좋다는 뜻은아니다. 무엇이 중요하다는 것은 그에 대한 반응이 민감하고 강렬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것은 더 좋고, 나쁜 것은 더 나쁜 방향으로. - P163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음식만큼 중요한 생존자원이기에 이에 대한 감정적 반응 역시 강력하다. 그리고 음식과 마찬가지로 사람도 양날의 검과 같은 속성이 있다. 좋은 사람과 대화하고 놀고 손잡는 것만큼 순수한 즐거움을 주는것도 없지만, 역으로 사람만큼 스트레스와 불쾌감을 주는자극도 없다. 나를 배척시키고, 해를 가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 또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즉, 사람은 가장 절대적인 행복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행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단순하게 표현한다면, 타인은 나에게 단맛과 쓴맛을 모두느끼게 하는 존재다. - P164
그러나 조직이 그 단단한 위계를 유지하고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모두 하나가 되어 규격화된 행동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다양한 취향, 가치와 감정들은부수적인 것으로 전락하고, 결과적으로 자유감은 뒷전으로밀려나게 된다. - P165
이렇듯 과도한 타인 의식은 집단주의 문화의 행복감을 낮춘다. 행복의 중요 요건 중 하나는 내 삶의 주인이 타인이 아닌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아의 많은 부분이 다른 사람으로 채워진 한국인들은 자칫 잘못하면 타인에게 삶의 주도권을 내어주게 된다. 세상을 나의 눈으로 보기보다 남의 눈을 통해 보려고 한다. 이때부터 행복의 걸림돌들을 여기저기서 만나게 된다. - P168
둘째, 타인을 의식하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면 내가 아닌 타인의 시각을 통해 매사를 판단하고 평가하게 된다. 심지어 자신의 행복마저도. - P170
행복은 나를 세상에 증명하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잣대를 가지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필요도 없고, 누구와 우위를 매길 수도 없는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 행복이다. 내가 에스프레소가 좋은 이유를 남에게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고, 그들의 허락이나 인정을 받을 필요도 없다. - P171
이 과정에서 행복의 또 하나의 적이 탄생한다. 과도한 물질주의적 가치, 저 사람 "행복할 만하다"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는 우선 남들이 볼 수 있는 구체적 증거들이 필요하다. 내용보다 외형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결혼식은 어떤 특급 호텔에서 했는지, 와인은 얼마짜리인지에 더 관심이 쏠린다. 그리고 이런 행복의 외형적인 증거물들을 전시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해진다.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물질적 풍요다." - P171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 수준이 되면,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물질주의적 태도 자체가 행복을 저해한다는 것이 많은연구의 결론이다. 극단적으로 사랑과 돈, 당신 인생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매우 간단하지만, 이 질문은 행복한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가르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본인의 경제 수준과 상관없이, 사랑보다 돈을 중요하게 생각할수록 그의 행복도는 낮다(Diener & Biswas-Diener, 2002).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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