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경멸하는 것도사람, 가장 사랑하는 것도 사람. 그 괴리 안에서 평생 살아갈것이다.
아.. 내가 항상 같는 괴리감과 같네.
친구들이 별로라 하기도 했는데, 나는 세상에서 한아 뿐, 옥상에서 만나요,피프티 피플. 모두 좋았다. 책 속에 저 마음이 있어서.

한나는 책을 사랑하고 사서 일을 사랑했지만 한국에서 사서가 취급받는 방식을 사랑하진 않았다. - P258
누군가를 상상하면, 사람을 상상하게 되기보다는 그 사람의 책을 상상하게 되었다. 이를테면 KDC에 따라 100번대 책과 200번대 책을 합쳐 15퍼센트, 300번에서 500번대의 책이 30퍼센트, 600번에서 900번대는 골고루 50퍼센트, 정기간행물도 한 5퍼센트 정도 가진 남자면좋겠다고 말이다. - P263
아무도 한나가 사서인 걸 모르지만 한나는 사서로 살 것이다. 앞으로 또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 몰라도 비밀리에는 사서일 것이다. - P265
한나는 쪼그리고 앉아 모서리와 바퀴에 기름을 쳤다. 최종 확인을 위해 밀면서 슬쩍 몸을 실었다. 수레와 책의 무게가 한나의 무게를 지탱해주었다. - P266
"장기적인 장점을 찾아 너한테는 그런 장점이 분명 있을 거야. 매력, 첫인상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야. 그 너머를간파하는 사람들한텐 먹히지도 않고." ‘똑똑한 기지배." - P271
못된 기지배, 못되고 똑똑한 기지배, 언제나 차분한 기지배, 어쩌면 한영은 동생 몫의 차분함까지 몰아 가진 건지도 모른다. - P275
가장 잘하는 일이 돈을 별로 못 버는일일 수 있다. 씁쓸하지만 현의 주변은 다들 엇비슷했으므로 속상한 날이 이어지진 않았다. - P279
물론 희락은 현을 좋아했다. 아꼈다. 하지만 현은 그 호감의 성질이 도로시가 오즈를 떠나며 허수아비에게 사실은 네가 제일 좋아, 말했을 때 정도의 호감인 걸 알고 있었다. - P280
한마디라도 혜련에게 쓸데없이 말을 시키는 경우가 없었다. 다른 사람이 괜히 카트를 타고 갈 때 심심해서 이것저것 혜련에게 묻는 것도 중간에끊어준다. 그러니까, 알고 있는 것이다. 혜련의 직업은 말하는 게 제일 피곤하다는 것을. 평범하게 친절한 사람들이야 많이 만나봤지만 그런 종류의 배려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없었다. - P299
호감. 가벼운 호감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일들이 시작되는지. 좋아해서 지키고 싶었던 거리감을 한꺼번에 무너뜨리고 나서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겼는데, 어쩌면 더 좋은기회가 온 것인지도 몰랐다. 혜련은 기가 막혀서 혼자 웃었다. 웃다가 어학 학습기에 이어폰을 연결했다. 앨버트로스와 치자 열매.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도 믿어줄 사람이 있을까. - P308
눈앞에 선이 보였다. 세훈은 대학에 들어가 이상한 종교단체나 피라미드 업체에 끌고 가려는 사람들을 거절하며 희미한 선들을 보는 법을 배웠다. 넘기 전에는 희미하다. 넘고 나면 선이 아니라 벽이 된다. 아주 돌이킬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꽤 힘들어진다. 살면서 그런 선들을 얼마나 많이 만나게 될까. 넘어가게 될까. - P312
처음엔 다들 냉한 성격의 설아가 해바라기센터를 맡은 것에 갸웃했지만, 의외로 환자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하품이 옮는 것처럼 강인함도 옮는다. 지지 않는 마음, 꺾이지 않는 마음, 그런 태도가 해바라기의 튼튼한 줄기처럼 옮겨 심겼다. - P325
가장 경멸하는 것도사람, 가장 사랑하는 것도 사람. 그 괴리 안에서 평생 살아갈것이다. - P331
"너는 말도 네 누나랑 비슷하게 한다." 그 말에 규익은 약간 올 뻔했고, 매형도 그런 것 같았다. "너는 괜찮아?" "괜찮아요. 씩씩하게 잘 지내요." 결국은 매형이 울었다. 규익은 후회했다. 뭘 후회하는지정확히 모르면서 후회했다. 규익이 울린 게 아니었으니 후회할 필요도 없었는데. 연실을 자르듯이 언젠가는 매형을놓아줄 것이다. - P340
"베프예요! 제일 친해요!" 창민을 만났을 때 그렇게 말한 사람만 여덟은 되었다. 각자 자기가 소은과 가장 친하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여덟명의 베스트 프렌드‘는 사실 베스트 프렌드가 아니지 않은가? 창민은 소은이 우정의 세계에서바람을 피우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그 말을듣더니 소은은 파안대소를 했다.
- P343
알것 같았다. 전국의 병원들을 돌아다니다보면 각 병원의 시스템과 인력들을 비교하게 된다. 이 병원은 인력은 뛰어나지만 시스템에 구멍이 많았다.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데 사람을 갈아넣어 무마하려는 곳은 흔했다. - P356
그보다는 설핏 잠이 들려 하는 혜린을 깨워 묻고 싶었다. 우리도 그렇게 변하면 어쩌지? 엉뚱한 대상에게 화내는사람으로? 세상은 불공평하고 불공정하고 불합리하고 그속에서 우리가 지쳐서 변하면 어쩌지? "아니라고 대답해줘." "응?" "안 변한다고." "응. - P378
동열은 사람의 선의와 악의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생각했다. 누군가는 죄를 지어서 여기 오고 누군가는 봉사를 하러 오다니. 사람이란 참 복잡한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 P402
자지 않고 쉬지 않으면 당연히 병이 든다. 주 100시간을 일하니 심혈관계가 망가지고 암세포가 생기는 게 놀랍지 않다. - P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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