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 P7

그래서 나는 스무 살이 넘은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내 입으로그 사건을 설명한 적이 없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삶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들에 대해서 사람들은 씹을 줄만 알았지 즐기는 법은 전혀 배우지 못한것이었다. 에피소드란 맹랑한 것이 아니라 명랑한 것임에도.
- P10

그리고・・・・・・그리고 뒤에 더 이상 이을 말이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내인생의 볼륨이 이토록이나 빈약하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어쩔수 없이 절망한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요즘 들어 가장 많이 우울해하는 것은 내 인생에 양감(感)이 없다는 것이다.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말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 P13

나는 똑같은 조건 속에서 출발한 두 사람이왜 이다지도 다른 삶을 살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래서, 그만 삶에 대한 다른 호기심까지도 다 거두어 버렸다.
이런 것이 운명이라면, 그것을 내가 어찌 되돌릴 수 있으랴. 인생은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 이것이 사춘기의 내가 삶에 대해 내린 결론이었다. 
- P19

그랬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내가 내 삶에 대해 졸렬했다는 것, 나는 이제 인정한다. 지금부터라도 나는 내 생을유심히 관찰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되어 가는 대로 놓아 두지 않고 적절한 순간, 내 삶의 방향키를 과감하게 돌릴 것이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무엇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 P20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은누구나 다 알고 있는 말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표현으로 길게 하는 사람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말이었다. 그런 말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만이었다.
- P46

나이가 들수록 어머니의 재생산 기능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젊어서는 그렇게도 넘치던 한숨과 탄식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삶에의 모진 집착뿐이다.
내 어머니는 날마다 쓰러지고 날마다 새로 태어난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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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자신을 어떻게 내보일 것인가

소감: 자신을 보이는 여러가지 모습중에 ‘다중 관객의 딜레마‘가 인상적이었다. 상반되는 가치를 중시하는 두 유형의 상대방을 관객이라 명칭했을때, 두 관객의 호감을 얻고자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꼭 책에서 나온 정치인 등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회사니 기타 조직에서 내 생각 그대로의 의견을 말하거나, 한쪽만을 말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사회적 상황도 있으니.. 책은 그 경우 관객을 분리하라는데 이건 너무 박쥐같아서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저자는 관객 분리가 안되는 상황에서는 완화된 자기 제시를 하여 절묘하게 대응하라는데, 그것도 말이 그렇지.. 이 책은 전공서이나 연구, 인문학이지 처세서가 아니니까.
사람들이 유능하게 보이려는 방법들도 어째 어설퍼보인다. 심리를 말하는 책이지, 유능해 보이는걸 알려주는 책읏 아니니까. 다만 사람들은 역시나? 다들 타인에게 좋게 보이고 싶어하거나 보호하고 싶어하는건 맞다. 당연하지만. 나도...

인상깊은 구절:
우리는 모두 데마라와 마찬가지로 호감 가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고, 유능해 보이고 싶고, 지위와 권력을 드러내고 싶다는 자기 제시 목표가 있을 뿐아니라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런 바람직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려 한다. 사실 사기꾼 데마라의 대단한 성공은 흔히 쓰이는 자기 제시 전략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덕에 가능했다. 그는 호감을 얻고 싶으면 아침을 하고 자기 의견을 조정하고, 외모를 매력적으로 가꾸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재능으로 존경을 받고 싶으면 열심히 일하고, 수행을 선보이고, 제3자가 자신을 자랑하게 만들었다. 지위로 존경받고 싶으면 지위에 맞게 옷을 입고 속물적인 물건들에둘러싸이고, 지위가 높은 사람들과 자신을 관련짓고, 근엄하고 차분하게 행동했다. 이것은 모두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심어줄 인상을 관리할 때 쓰는 자기제시 전략과 정확히 일치한다.
214
이유: 나는 안그런가. 사기의 선을 안넘어서 그렇지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본인이 정한 선과 능력안에서 그렇지 않나. 정도를 넘지 않는다면 저 제시 전략은 능력일수도. 능력이라면 나는 좀 부족해보인다. 내 나이와 경력이, 나로만 끝나는게 아니라 후배들에게도 영향이 있으니..그들을 위해서라도 저런 능력을 키워야하는데, 일단 건강부터 어떻게 해야하고. 흠.. 다 모르겠고 책방 아줌마나 하면서, 저런거 신경쓰지 않고 싶은데, 돈도없고 그 세계에선 또 다른 이유로 사람들의 호감을 얻어야겠지.


이 핵심일까?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해주기를 바랄 때 의견을 조정해서 표현할 때가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조건이 모두 동일하다면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좋아하고자신과 다른 사람을 싫어한다. 스스로도 그것을 안다! 자신과 비슷하게 옷을입고, 영화와 음식 취향이 비슷하며, 의견이 비슷하고, 하다못해 성에 같은 철자가 몇 개 있다는 사소한 유사성이라도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Byme. 1971:Jones et al., 2004 : 7장 참고) 따라서 옷 입는 법, 활동, 대외적 의견, 심지어 주랑까지 조절하면서 다른 사람의 환심을 사기 위해 유사성을 만들어내는 일이잦은 것은 당연하다.(O‘Grady, 2013) 
- P183

우리는 모두 데마라와 마찬가지로 호감 가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고, 유능해 보이고 싶고, 지위와 권력을 드러내고 싶다는 자기 제시 목표가 있을 뿐아니라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런 바람직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려 한다. 사실 사기꾼 데마라의 대단한 성공은 흔히 쓰이는 자기 제시 전략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덕에 가능했다. 그는 호감을 얻고 싶으면 아침을 하고 자기 의견을 조정하고, 외모를 매력적으로 가꾸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재능으로 존경을 받고 싶으면 열심히 일하고, 수행을 선보이고, 제3자가 자신을 자랑하게 만들었다. 지위로 존경받고 싶으면 지위에 맞게 옷을 입고 속물적인 물건들에둘러싸이고, 지위가 높은 사람들과 자신을 관련짓고, 근엄하고 차분하게 행동했다. 이것은 모두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심어줄 인상을 관리할 때 쓰는 자기제시 전략과 정확히 일치한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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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에서는 온가 종류의 무의식적 오류를 갖추는 추론의 영향이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는 주체적인 존재가 아니란것인가. 그 중 우리말로는 ‘말이 씨가 된다‘는 자기충족적 예언이 인상깊었다. 우리가 부정확한 예상에 따라 행동하며, 정말 그 예상을 실현시키고 있었나 생각해본다. 자기충족적 예언을 피할 수는 있다고하면서, 책에는 구체적인 방법은 안나오는데, 통제를 당하지 않도록 아무생각없이 살지는 말아야겠다. 운명을 만들어야지. 환경이 안되어도.

다른 정보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당연히 같은 사람에게도 아주 다른 인상을 받을 수 있다. 교수가 자신의 갓난아이에 대한 감정을 이야기한 날 수업에 빠진 학생은 나머지 학생들과 달리 그가 따뜻한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 P121

부정확한예상에서 자기충족적 예언이 나온다는 점, 다시 말해 잘못된 예상이 실제 현실이 된다는 점이 치명적인 문제로 작용한다.
- P125

이렇게 누군가의 행동의 원인을 그 사람의 성격 혼은 기질에서 찾는 것을 기질적 추론(dispositional inference)이라고 한다. 기적 추론은 별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듯하다. 다시 말해 누군가의 행동을 판단할 때 그 사람의 성격적 측면에 주목한다는 말이다.
- P128

앞서 2장에서 개인주의적 성향을 띠는 문화와 집단주의적 성향을 띠는 문화가 있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미국처럼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문화에서는 사람들을 개인으로 규정하고 독립적으로 행동하도록, 즉 성공과 실패를 개인이책임지도록 사회화한다. 이와 반대로 중국처럼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한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공동체와의 관계 속에서 규정되고 상호 의존적으로 행동하도록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를 고려하도록 사회화한다. 이러한중요한 차이를 감안하면, 각 문화에 속한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데서 행동의원인을 찾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개인주의적 문화에 속한 사람들은 행동의원인이 주로 행위자의 성격적 특성이나 태도에 있다고 믿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집단주의적 문화에 속한 사람은 규범이나 사회적 압박 같은 상황적 측면이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할 것이다. 행동의 원인을 이해하는 방식의 문화적차이는 각 문화에서 사람들을 개인으로 보느냐, 사회집단의 일원으로 보느냐의 차이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 P130

앞서 논한 대로 사람들은 자신의 예상이 옳음을 확인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거나 행동하지만 늘 그러지는 않는다. 오히려 주어진 정보와 상호작용해 그에 따라 예상을 입증할지,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지 결정한다. 다시 말해 세상이 예상에 명확히 들어맞지 않으면 예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이상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McNulty & Swann, 1994)
- P137

"정말 이게 최선입니까?" : 악마의 대변인 효과우리는 많은 정보를 모으고도 형편없는 결정을 내릴 때가 있다. 다른 가능성을진지하게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려운 결정을 앞둔 집단이 한 구성원에게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 역할을 맡기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그 사람의 임무는 일반적 관점이 무엇이든 그것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치는 것이다.
- P151

사기꾼으로서 데마라가 거둔 성공이 놀라운 이유를 몇 가지 들어보자. 첫째, 그에게는 자신을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비범한 능력이 있었고, 오랫동안아주 확실하게 그 일을 해냈다. 둘째, 사칭한 직업에 필요한 공식적 경력이나배경이 없었음에도 일과 관련된 실수를 하지 않고 역할을 잘해냈다. 여러 번발각되기는 했지만 누군가가 그의 정체를 알아보았기 때문이거나 교도소재소자가 10년 전 <라이프>에서 데마라의 이야기를 읽은 경우) 새로운 역할을 감쪽같이잘해낸 나머지 그가 사칭한 실존 인물이 언론을 통해 그 소식을 접했기 때문에었다. (진짜 조제프 시르 박사가 전쟁 중 기적적인 수술을 해낸 시르 박사의 이야기를 읽은경우) 마지막으로 가장 놀라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데마라에게 속고도 그가 들아오기를 바랐다는 점이다. 보통 사기꾼에게 당한 사람들은 뒤통수를 맞았다고 느끼는데, 이 경우에는 아니었다. 데마라의 약혼녀는 그의 정체가 무엇이든사랑한다고 말했고, 헌츠빌 교도소장은 그가 일정한 자격만 갖춘다면 영광으로 알고 다시 채용하겠다고 말했다. 노스헤이븐섬의 주민들은 판사가 무죄를선고하리라고 확신했고, 심지어 데마라에게 계속 아이들을 가르쳐달라고 간청하기도 했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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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네는 가봤는가?
-안 가봤다. 그러니까 가보자는 것이다. 여기서 멀지 않다.
여비가 되는가.
-모자라지 않는다. 쏘고 나면 여비는 필요 없다.
- P153

1탄 이후에 벌어지는 소란 속에서 고요한 평정을 유지하고 조준선을 찾아가야 한다………… 반동을 몸으로 받아가면서 몸은 다시 평온해질 것이다. 평온해진 내 몸을 총알에 실어서 이토의 몸속으로 박아넣자.
****..
- P160

- 미세하고 구체적인 정보가 소중하다. 정보를 덧칠하지 말고 날것으로 보고하라. 불온은 고요함 속에 있다.
라고 헌병대장은 훈시했다.
- P170

・・・・・・ 나는 이토가 온 철도를 거슬러 가고 있다. 대련은 이토의 세상이다. 대련은 내가 말하기에 편안한 자리이고 내가 죽기에도 알맞은 자리이다.
- P194

안중근이 무슨 생각으로 처자식들을 하얼빈으로 불렀는지 정대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대호는 안중근의 처자식을 데리러 평양에 갔다가 며칠을 주색잡기로 소일하고 10월 23일에야평양을 떠났는데, 안중근이 총을 쏘기 전에 처자식들을 데려와서 만나게 해주었다면 안중근이 총을 쏠 수 있었을까를 정대호는 생각했다. 안중근을 위해서나 그의 처자식을 위해서나 총을쓴 후에 그의 처자식들이 하얼빈에 도착해서 안중근이 총을 쏘기 전에 처자식과 만날 수 없었던 것은 잘된 일이지 싶었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은 끝내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정대호는 마음이 편해졌다.
- P199

이 두 사내들 사이에 어떤 신통력이 작동해서 이런 행동이 가능했던 것인지 미조부치는 헤아릴 수가 없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가.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은 이 두 사람만의 일인가 아니면 다른 조선인들에게까지 확산될 수 있는일인가를 미조부치는 우덕순에게 물어볼 수가 없었다.
이 난감한 질문은 사건의 핵심일 수도 있지만 법률가가 대답할 사안은 아닐 것이라고 미조부치는 스스로 대답했다. 
- P212

- 안중근은 의병으로서 한 일이라고 하는데, 그대는 의병과 관련이 있는가?
-나는 다만 일개의 국민으로서 했다. 의병이기 때문에 하고,
의병이 아니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 P232

- 그대의 정치적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하면 어떤가?
-나는 말하기 좋아서 여러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거사는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얻기 위한 것이다. 공개를 금지한 이상 진술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도 진술하지 않겠는가?
- 방청객이 없으면 진술하지 않겠다.
- P236

‘출장 불가‘를 알리는 뮈텔의 답장을 받은 다음날 빌렘은 여순으로 떠났다. 여순으로 가는 기선은 닷새에 한번씩 진남포에서출항했다. 운항 날짜가 맞았다. 진남포 부두에서 빌렘은 명동대성당의 뮈텔에게 전보를 쳤다.
보내주신 편지는 잘 받았습니다. 저는 여순으로 갑니다.
빌렘
- P264

안중근에게 고해성사를 베푸는 일이 쉽지 않을 것임을 빌렘은알았다. 그리고 또, 그것이 아주 어렵지는 않을 것임을 빌렘은또한 알았다. 빌렘은 그 혼란을 소중히 여겼다.
- P266

-제가 이토의 목숨을 없앤 것은 죄일 수 있겠지만, 이토의 작용을 없앤 것은 죄가 아닐 것입니다. 제가 재판에서 이토를 죽인 까닭을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복이고, 이토가 살아 있을때 이토에게 말하지 못한 것은 저의 불운입니다. 신부님.
- P272

한국 청년 안중근은 그 시대 전체의 대세를 이루었던 세계사적 규모의 폭력과 야만성에 홀로 맞서 있었다. 그의 대의는 ‘동양 평화‘였고, 그가 확보한 물리력은 권총 한 자루였다. 실탄 일곱 발이 쟁여진 탄창 한 개, 그리고 ‘강제로 빌린 (혹은 빼앗은)‘
여비 백 루블이 전부였다. 그때 그는 서른한 살의 청춘이었다.
- P305

나는 안중근의 ‘대의‘보다도, 실탄 일곱 발과 여비 백 루블을지니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의 가난과 정춘과 그의 살아 있는 몸에 관하여 말하려 했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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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안태훈은 아들의 상해행을 대견히 여기며 노자를 보태주었는데, 황해도 산골의 안태훈 역시 상해의 치열함과 상해의 나른함을 알 수는 없었다. 안중근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 P24

안중근이 상해에서 돌아오자 문중의 원로들이 안중근을 앉혀놓고 아들을 낳은 경사를 뒤늦게 치하했다. 아버지가 죽자 아들이 태어나는 질서는 삶과 죽음이 잇달음으로 해서 기쁘거나 슬지 않았고, 감당할 만했다. 모든 죽음과 모든 태어남이 현재의 시간 안에 맞물려 있었다. 
- P26

안중근은 젖내 나는 아이를 안았을 때의 그 출처를 알 수 없는슬픔을 빌렘에게 말하지 못했다. 조선 땅에서 벌어진 외국 군대들끼리의 싸움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일본군의 의병 진압으로 날마다 산야에 시체가 쌓여가는데, 그 많은 목숨보다도 젖내나는 내 자식의 목숨 하나가 유독 안쓰러운 까닭을 안중근은 빌렘에게 묻지 못했다. 
- P32

빌렘은 안중근의 성정을 위태롭게 여겼다. 안중근은 소년 시기를 거치지 않고 유년에서 청년으로 바로 건너온 사람처럼 보였다. 
- P33

그러하되 어떠한 유형에도 속하지 않는 내밀한 죄들을 다들 깊이 지니고 있을 터인데, 그 죄는 마음에 사무치고 몸에 인 박여서 인간은 결코 자신의 죄를 온전히 성찰하거나 고백할 수 없을 것임을 빌렘은 알고 있었다. 
- P63

안정근은 형이 가려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날 서울 도심에서 눈으로 본 일들이 형이 가려는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안정근은 형이 여기에 남아서 함께 견디면서 함께 살기를 바랐다.
여기서나 거기서나, 견딜 수 없는 것들을 견뎌야 하기는 마찬가지일 듯싶었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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