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할 수 있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야, 라고 말하지 못했다. 다만 미소를 지었을 뿐이다. 니나는나를 쳐다보았다. 여전히 당황한 눈빛이었으나 점차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나지막이 물었다. 왜 당신은 할 수 있었다> <이었다> <하려고 했다라고 말하는 거죠? <할 수 있다> <이다> <하려고 한다>라고 하지 않고?
이 질문에 대해서도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우리는 침묵했다. 니나가 이 침묵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이 침묵이 어떤 심연의 끝에 있는지는 파악했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녀는 갔다. 더 이상 얘기할 게 없었다. 나는 그녀의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니나는 길모퉁이를 돌아가기 바로 직전에 뒤를 돌아보았다. 마지막으로 지상에서의 이별의 고통이 엄습해 왔다.
나는 이런 아름다운 만남을 선사한 인생에 감사한다.
- P369

이것으로 이 수기는 끝이 났다. 끝부분이 나를 몹시 슬프게했기 때문에 나는 울어야만 했다. 니나는 곁에 없었다. 그래서나는 오랫동안 조용히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우는 것이 슈타인의 지난 고통과 니나의 엄청난 이별때문만이 아니라, 나 때문에 그리고 축축하고 촘촘한 회색빛그물에 얽혀 있듯 자신의 운명에 얽혀 있는 인간들 때문에 우는것이라는 것을 대체 누가 그 그물을 찢어버릴 수 있다는 말인가? 설령 그 그물에서 벗어났다 해도 그것은 발치에 걸려 있으며 인간은 그것을 끌고 다닐 수밖에 없다. 그 그물은 아무리 얇아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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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의 나보다 자신을 좋게말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얘기해야 할까? 그녀의 젊음과 순진함이 나를 감동시켰다고. 아니다. 감동이 아니다. 그것들은 나를유혹한 것이다. 그것은 가시와 같았다. 
- P71

나는 자기 배를항구에 매어둔 상인과 같다. 배를 내보내야 돈을 벌어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배를 바다에 내보내는 것은 위험했으며, 나는 본래 모험에 적합한 인간이 아니었다.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남자가 무슨 가치가 있다는 말인가!
- P75

그러나 이 날이 끝날 무렵 나는 내가 니나와 전혀 더 가까워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해야만 했다. 그때나에게는 고통이 엄습했다. 그랬다. 나는 이렇게 표현해야 했다. 우리가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저녁이 오고 있었다. 나는 이때만큼 내 인생의 무의미함을 뚜렷하게 느껴본 적이 없었다. 
- P75

아, 그래도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을 거야. 나는 항상 그를생각하면 화가 났어. 그때도,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야. 그는 내가 가는 길을 방해했어. 그는 이상했어. 그는 내게서 어떤 다른것을 만들어내려고 했어. 그게 무엇인지는 몰라, 그렇지만 내가되고 싶지 않았던 것은 분명해.
- P74

언니도 알아? 아침에 일어났을 때 전날과아주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는 거야. 갑자기 다르게 걷고, 다른글을 쓰고, 다르게 말을 하는 거야. 다른 사람은 눈치채지 못하지만 자기 자신은 잘 알고 있지. 우리는 이렇게도 될 수 있고, 혹은 전혀 다르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거야.
우리는 자기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고 자기 자신과 게임을 할수 있어, 책을 읽으면서 책 속에 있는 이런저런 인물과 자기가비슷하다는 것을 느끼는 경우가 있잖아? 다른 책을 읽으면 또다른 모습이 보이고, 끝없이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거야. 
- P77

자기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수백 개의 서로 다른 자아가 보여, 어느 것도 진정한 자아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수백 개의 자아를다 합친 것이 진정한 자아인 것 같기도 하고, 모든 게 미정이야.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될 수 있어. 사실은 이 여러 자아 가운데 하나의 자아만을, 미리 정해져 있는 특정한 하나의자아만을 선택할 수 있을 뿐이지만.
- P78

아, 라고 하는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믿을 수 없다는 투였다. 그러나 동시에 완전히 승복하는 투였다. 이것은 또한 더 이상 나쁜 일이 닥쳐도 놀라지 않는, 수많은 고통에 면역이 된 목소리였다. 그리고 나는 이 목소리가 바로 <그 남자>라는 것을알았다.
- P83

그녀의 자존심은 그녀가 투항하는 것, 즉 여기에서 떠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터였다. 여기에 있는 것은 불행한 운명이긴 하지만 니나에게 이 운명은 또한 의미 있는 것, 도전해 볼만한 것이었다. 
- P92

인간들은 삶이 실제적이라는 것을 알면 왜 그렇게 두려워하는지 몰라. 그러나 나는언니에게 다른 얘기를 해주고 싶어. 덜 딱딱한 얘기.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시적이기도 한 얘기. 나중에 이것이 윤리적인지아닌지 말해 줘.
- P101

아니야, 라고 니나는 생기 있게 말했다. 아니야, 이 점에서는 나는 슈타인 편이야. 생각해 봐. 내 시가 형편없다면, 정말로 형편없어서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에도 감상적이고 싸구려라면, 나 자신의 내부에도 감상벽과 싸구려 경향이 있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거야. 누구든 그가 쓴 것과 똑같아. 이걸 분리시킬 수는 없어. 만약 언니가 좀더 날카롭게 주의해 본다면, 모든 가짜를 꿰뚫어볼 수 있을 거야. 슈타인의 말이 전적으로 옳아. 나도 그와 같은 생각이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어. 내 말이 너무 냉혹하고 이기적으로 들리지? 그럴 거야.
- P119

그래요, 나는 대답했다. 니나, 나도 고독이 필요해요. 그러나 나는 그걸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요, 너무너무 많이, 그리고 너무 오랫동안이었어요.
- P122

사람은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서는 안 됩니다. 순전한 이기심에서나온 것이라 해도 안 됩니다. 왜냐하면 마음을 쏟아버리고 나면우리는 이전보다 더욱 비참하고 두 배나 더 고독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자기 속을 보이면 보일수록 타인과 더욱 가까워진다고 믿는 것은 환상입니다.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말없는 공감이 제일입니다. 
- P127

내 솔직한감정에 따르자면, 나는 그를 오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그는 나를 방문하는 낙으로 삽니다. 나에 대한 희망이 말 그대로 그의 목숨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그에게서 이환상을 없앨 수가 있을까요? 부드럽고 자애로운 것과 가혹한 진실 중 어느 편이 나은 건지요? 나는 때로 인간은 타협 속에서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끔찍한 예감을 합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할 수는 없죠. 언젠가는 사실 그대로를 말해야 할 날이 올 것입니다. 그러면 그는 당연히 나에게물을 것입니다. 너는 왜 그것을 오래도록 이야기하지 않다가 이제야 이야기하느냐? 그러면 나는 대답해야 할 것입니다. 마음이약해서, 그리고 어리석은 동점심 때문이라고. 아마도 인간은 비밀 없이는 살 수 없을지 모릅니다. 
- P129

니나는 두서없이 이야기를 꺼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운명이 없어. 그런데 그것은 그들 탓이야. 그들은 운명을 원하지않거든. 단 한 번의 큰 충격보다는 몇백 번의 작은 충격을 받으려고 해. 그러나 커다란 충격이 우리를 전진하게 하는 거야.
- P130

 처음에는 이것이 일어나고 다음에는 그것, 그러고는 또 저것, 그리고 행복이든 불행이든 결말이 나야해. 마치 극장에서처럼 모든 것이 깨끗하게 결말이 나야 해. 그러면서 사람들은자기가 리얼리스트라고 생각하는 거야. 하지만 정작 인생에는한 가지 계산서도 없고 아무런 결말도 없는데 말이야, 결혼도결말이 아니고, 죽음도 겉보기만 그렇지 결말이 아니고, 생은계속 흘러가는 거야. 모든 것은 혼란스럽고 무질서하고 아무 논리도 없으며, 모든 것은 즉홍적으로 생성되고 있어.
- P149

그러나 이렇게 하는 것이더 진실에 가까워. 우리는 영웅이 아니야. 가끔 그럴 뿐이야.
우리 모두는 약간은 비겁하고 계산적이고 이기적이지. 위대함과는 거리가 멀어. 내가 그리고 싶은 게 바로 이거야. 우리는착하면서 동시에 악하고, 영웅적이면서 비겁하고, 인색하면서관대하다는 것, 이 모든 것은 밀접하게 서로 붙어 있다는 것, 그리고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한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행위를 하도록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아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걸 말야.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도 그것을 간단하게 만들려는게 나는 싫어.
- P151

나는 니나의 본질에 있는 어떤 딱딱함 같은 것이 천성적으로 유약한 인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믿을 수 없게 하는 것이라고생각했다. 니나는 자기 자신에게 극단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도 요구하는 것이리라. 나는 니나와 함께 사는게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니나와 함께 사는 것은 쉬운 일은아니었다. 나는 그걸 감지했다.
- P155

 나는 텅 빈 방과 천천히 죽어가는 수종증을 앓는 노파, 작은 가게, 그리고 파리들을 쳐다보았다. 여기에서 니나는 거의 일년을 보냈다. 왜인가? 아버지의 빛을 갚기 위해서? 나의 도움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그러나사실은 <생>이 그녀에게 부과한 모든 과제를 자신이 수행할 수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였다. 이런 망명지와 같은 곳에서 니나는 불행하지 않았을까? 아니, 하나의 난관을 극복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우리는 과연 불행할까? 
- P169

나는 니나의 그 쌀쌀맞게 변한 태도에 대해 생각했다. 어찌 생각을 안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나는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나는 생각을포기했다. 그러나 그녀가 나에게 접근한 데는 어떤 계산이, 미묘하고 자기도 의식하지 못하는 계산이 작용했을지 모른다는생각도 나를 절망에 떨어뜨리지는 못했다. 오히려 나를 불안하게 한 것은 인간을 볼 줄 아는 나의 안목이 니나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어떤 마녀적인 것 아니 어떤 요정 같은면모가 나를 혼란에 빠뜨린다. 이런 알 수 없는 매력 때문에 나는 니나를 사랑하는 걸까.
- P181

다행히 아무도 니나의 이 말에 주목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때다른 여학생 하나가 한 무리의 짐승을 역병에서 구하려면 병든짐승들은 죽여도 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후 토론은 격렬하게 이어졌다. 인간이 짐승처럼 대상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
불치의 정신병 환자가 아직 인간인지 아닌지, 그들을 격리시킴으로써 사회를 보호할 수 있는데도 사회가 죽음을 요구할 수 있는지 등등.
- P198

당신은 지금 희생이니, 공동체니 하는 개념들을 사용했어요. 언뜻 보면 그럴 법한 말이죠. 전체 민족을 위해 병든 사람들을 박멸한다는 것.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람을 죽인다는것. 사람들은 말하죠. 이 사람은 가치가 없고, 저 사람은 가치가 있다고. 그렇다면 여기에서 기준이 되는 것은 뭐죠? 집단 전체에 대한 이익 여부? 이것은 기준이 될 수 없어요. 결코요. 모든 인간은 자기 나름대로 가치를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희생자들을 밟고 선 자들은 가치가 있는 자들인가요? 그들은 생물학적으로 건강할지 몰라요. 그러나 그렇다고 그들이 가치가 있는 사람이란 말인가요? 건강한 육체에……… 그래요. 나도 알아요. 그러나 나는 다르게 생각해요. 절대적인 확신을 갖고 가치와 무가치를 판별하려고 하는 자들은 대체 누구죠? 그들은 미쳤어요.
그들은 마치 병을 박멸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해요. 항상 병은존재하게 마련인데, 건강과 병은 항상 서로 균형을 유지하고있는데, 의학의 생물학적인 관점은 틀렸어요. 근본적으로 틀렸어요.

- P213

아니오. 나는 완고하게 소리쳤다. 나는 이성에서 떠나 있었다. 당신은 오직 위험을 사랑할 뿐이야. 모험을, 그리고 인생을.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야.
니나는 나를 쳐다보았다. 인생.그래요.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당신 말이 맞아요. 그러나 나는 당신을 통해서 그 인생을사랑해요.
- P217

그녀는 이때 나를 보았는데 이 눈길은 내가 사는 동안 평성잊지 못할 것이다. 이 눈길은 그가 내리기로 되어 있던 섬을 그냥 지나쳐버린 사람의 눈이었다. 그 배는 계속 가고 있고, 그는슬픔을 가득 담은 채 지나쳐버린 섬을 바라본다. 그러나 그는선장에게 좋을 쳐서 배를 섬이 있는 쪽으로 가게 해달라고 하지않는다. 보이지 않는 팔이 그를 잡고 있고 그는 순종한다. 그에게는 그것이 옳은 것이다. 배는 계속 가고 있고 섬은 대양 한가운데 있다. 그 섬으로 다시는 배가 접근하지 않을 것이다.
- P228

이런 성격을 니나는 어디에서 획득한 것일까? 대신 그녀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 그러나 나는 그것을 찾을 수 없었다. 니나는 차갑지 않았으며, 메마르지 않았다. 냉혹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열정이 있었으며 예민한 감각을 갖고있었다. 이런 여러 정신적 자세를 얻기까지 니나는 어떤 대가를치렀을까? 이제 나는 니나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토록 강력한힘과 용기를 요구한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녀 앞에 있기란쉬운 일이 아니었다.
- P255

아, 언니는 모를걸. 내가 순종하는 것, 아주 부드럽게 구는것, 명령에 따르는 것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말이야.
아니야. 나는 부인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야. 너는 꾸며대고 있을 뿐이야. 너는 고집이 세고 자립심이 강한데・・・・・・.
그렇게 해야만 하기 때문이야. 단지 그렇게 해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모든 사람들은 말해. 니나 부슈만은 현대 여성이고해방된 여성의 전형적인 본보기이다. 그녀는 스스로 벌고 아이들을 혼자 키운다. 남자가 필요 없다. 남자처럼 분명히 사고하고 생을 움켜쥐고 마치… 아, 모르겠어. 그러나 이것은 나의한 부분일 뿐이야. 나는 불가피한 것에 대해 현저한 감각을 갖고 있지만, 그러나 다른 것은………. 니나는 약간 미소를 지었다.
- P257

 언니는 한 가지를 잊고 있어. 이 세상엔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 P267

마이트는 놀리는 얼굴을 하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악의는 없었다. 이보게, 젊은이. 그는 말했다. 그는 나보다 10년위였다. 젊은이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군. 행동은 너무 조금하는 대신.
진부한 말이라 도움이 될 리는 없었으나 사실은 내 불행의핵심을 찌른 말이었다.
- P326

그녀는 내가 혼자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것, 그녀에게 무관심해졌다는 것을 조금도 몰라. 친구여, 여자들은 우리를 항상 실망시킨다네. 그러나 그는 현명하게도나에게는 그렇게 생각되었다- 다음과 같이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도 여자들을 실망시킨다네. 진정한 결혼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네. 체념만 있을 뿐이지.
- P327

나는 사람이 너무 많이 억누르면 별로얻을 게 없다고 확신한다. 나처럼 사는 게 틀린 것은 아닌 것이다. 약간은 게으르고, 무심하게, 자신과 타협하고, 특별히 마음 쏟는 일 없이.
- P332

이것은 그녀가 아무리 강력하고 단호하게 부인해도 할을 아직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그녀의 본질 중의 한 측면이다. 그녀의 대단한 인내와 참을성의능력으로 미루어 -이러한 특성은 그녀의 발랄한 마녀적인 기질과 모순되는 것같이 보이지만, 아마도 실제로는 이 기질과갈등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랑이 사라진 지 오래라 해도 물밑 연대감은 존재한다고 생각될 법하다. (니나의 나에 대한 놀랄 만한 신뢰감도 이러한 고집에서 근거한 것일까.)
-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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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제 린저 Luise Rinser1911년 독일 바이에른 주 피츨링에서 태어났다.
1929년 뮌헨 대학교에 입학 심리학과 교육학을 공부했다.
1935년부터 1939년까지 교편을 잡았다.
1940년 첫 장편소설 유리의 파문이 출간되었다.
1944년 반나치즘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종전 때까지 감옥생활을 했다. 이때의 체험을 소설 「감옥 일기」와 자서전 ‘늑대 포옹』에서 기술하고 있다.
1945-1953년 《노이에 차이퉁>지의 문예비평가로 활동하였다.
1953-1958년 작곡가 카알 오르프와 세 번째 결혼 생활을 했다.
1984년 녹색당의 연방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1987년 동독 예술아카데미에서 주는 하인리히 만상 수상, 1988년 제1회엘리자베트 랑게서 문학상 수상, 1991년 이그나치오 실로네 상 수상 등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상을 수상하였다.
2002년 3월 아흔한 살의 나이로 타계하였다.
루이제 린저는 사회적, 정치적인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했으며 휴머니티, 정의, 자유를 옹호했다. 40권에 이르는 저서는 대부분 소설이지만 이 중에 북한 여행기와 작곡가 윤이상과의 대담집이 포함된 점이이채롭다.
옮긴이 박찬일연세대학교 독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독일브레멘 대학교 등에서 수학하고,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이 년 동안독일 카셀 대학교에서 Post-Doc 과정을 이수하였다. 현재 연세대학교 독문과에 출강 중이다. 논문으로 자연주의 논쟁 연구」, 「브레히트의 갈릴레이의 생애에 나타난 몇 가지 논점에 대하여 모더니즘의 시작으로서의 자연주의 등 다수가 있으며, 시집으로 화장실에서 욕하는 자들, 나비를 보는고통, "나는 푸른 트랙을 탔다가 있다.
- P1

여자 형제들은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든지 혹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든지 둘 중 하나다. 
- P7

말해 봐. 나는 큰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이 있니? 내가 도와줄 수 있겠니?
니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 미소엔 비록 냉소와 우월감 같은것이 섞여 있긴 했어도 가슴에 와닿는 어떤 것이 있었다. 우울함이 가득 깃들인 미소였다.
- P9

나는 니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하려고 했다. 그러나 나는 니나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었다. 그녀의 인생에 대해 난 무엇을 알고 있나? 아무것도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고 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면, 그녀가 스물여섯에 아이를 가졌고, 그후 아이의 아버지와 결혼했으며, 그리고 1년 후에 이혼했다는 정도였다. 왜이혼했는지는 몰랐다. 그리고, 히틀러 정권 때 체포당한 적이있다는 것, 불안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 그렇지만 이것이그녀가 훌륭한 책들을 쓰는 것을 방해하지 못했다는 것들을 알고 있었다. 
- P11

수선화야. 내가 이 꽃을 좋아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어?
몰랐어. 나 역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마치 비밀이라도 된다는 양.
그래 니나는 천천히 말했다. 수선화와 핑크빛 스위트 그리고 빨간 장미를 좋아하지. 그리고・・・・・……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덧붙였다. 많은 것을 좋아해, 아니 모든 것을.
일어서서 꽃을 빈 통조림 깡통에 꽂으면서 니나는 말했다.
몹시 저주스러운 이 삶도 좋아해.
- P14

사귀어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 그녀는, 내 생각인데, 거짓말하지 않고도 세상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본인 자신은 의식하지못하면서도 몸으로 보여주는 사람이오. 재미있지요. 그러나 어려운 거죠. 아무데서나 충돌하고, 구설수에 오르고, 항상 극단으로 치닫는 당돌한 존재요.
- P25

그러나 인생을 다시 얻은 그 순간 그녀는 또 한번 인생의 의미를 믿고 있었다. 아직 푸르죽죽하고 초췌한 모습으로 그녀는 말했다. 내가 의식을 잃기 시작한 때만큼생을 미치도록 강력하게 정말 지겨우면서도 멋지다고 느껴본적이 전에는 없었어요. 이 이상 그녀다운 말이 있을까.
- P24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면서, 불행한 것 같으면서도알 수 없는 남자들의 적대감과 끈질기고 피곤한 자기 고집 같은것들을 두루 체험했다.
- P33

그때 물론 나는 이것이 행복일까, 하고 자문했다.그러나 나는불행하지 않았고, 삶에 대해 지나친 요구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행복하다고나 자신과 타협할 수 있었다.
- P37

그런데 산다는 것은 그 무렵의 나에게는 아는 것, 무섭게 많이 아는 것, 생각하는 것, 모든 것을파고드는 것을 의미했어. 그 밖에는 없었어.
- P51

아, 나는 대답했다. 가끔은 좀 덜 이성적이 되고, 아주 커다란 어리석은 행위를 범하고, 미친 듯한 혼란 속에 빠져들어 갈수 있다면, 얼마쯤의 희생은 감수해도 된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
아니야, 아니야. 니나는 크게 놀라서 말했다. 그런 걸 바라지 마. 그런 것이 닥치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렇더라도 어떻게그 와중에서 좋게 이겨낼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해. 그런 걸 원한다는 것은 죄악이나 다름없어.
그녀는 또 힘주어 덧붙였다. 거기에는 너무나 많은 위험이걸려 있거든.
- P66

언니는 알아? 니나는 계속 말했다. 윤리가 아무 소용이 없고, 양심조차도 아무 소용없는 상황이 있다는 것을. 갑자기 법도 안중에 없어져. 어디론가 내던져진 거야. 누구에게 내던져진거지? 모르겠어.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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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 올리버는 이 기쁜 결말의 끝에 이런 말을 덧붙인다. (이건 새미의 이야기다. 하지만) "어쩌면 당신을 구속하고 있는 줄을 끊는다면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경이로운일들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 P9

배상면주가 느린마을 사계절 막걸리 리뷰를 검색하다가 한 블로거가 적어놓은 문장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웃었다. 개소리 써놓고 끝에 ‘여름이었다‘만 붙이면 그럴싸해짐. 
- P11

회개하는 얼굴로 죄를 짓고 죄를 짓는 얼굴로 회개하고.
- P15

누군가는 인생 거기서 거기라는 말을 생의 경구로 삼고.
- P18

씨는 씨 되어가고
바람은바람이지
이딴 소릴 지껄이는 애들은
사랑도 꼭 그렇게 하고
시도 꼭 그렇게 쓰고
살아도 꼭 그렇게 살고
갈 때도 꼭 그렇게 가더라
- P20

내가 오래전 반지하에 살 때 이웃에게 호되게 당해서 이웃보기를 돌같이 하는 것도 모르면서, 대답 없이 어물거리니까 "몇살이야?" 하더라고. 더 보탤까, 확 뺄까 하다가 좀 뺐지. 진실하기 싫어서. "마흔이요" 그랬더니 "아이고, 이야,
생각보다 나이가 많네, 나는 이십대인 줄 알았네!" 앞으로듣게 될 말이란 말이야. 근데 왜 아직 결혼을 안 했다. 여자친구는 있고 그러면 이렇게 엿 먹여야지 생각했어.
"사별했는데요."
- P21

덧붙이자면 일렁이는 여름 동사의 일종. 겨울의 동사는 속삭이다. 봄의 동사는 어른거리다. 가을의 동사는 흘러가다.
  - P26

나의 여름 이야기에는 언제나 습기와 열기를머금은 밤의 공기, 시원한 바람이 한번씩 불어오고, 밤의고유한 흐름에 맞춰 자전거 페달을 밟고 닿지 못할 곳(마음)을 향해 닿을 듯이 나아가다가 멈춰 서 있다가 다시 돌아온다. 그전에 일어난 일은 아무도 모르고 내가 밤의 복개천에서 어둠을 방어막 삼아 울고 온다는 사실. 아무도 알지 못하므로 그 울음 뒤에 피어오르는 웃음은 더 신비롭고.
그렇다고 믿게 되며 갔던 길을 따라 돌아오며(인생은 이렇게 축약되기도 하지), 나는 한 사람을 생각한다. 그 사람의 일렁이는 마음, 일렁이는 마음을 생각하면 언제나 빛이있되, 빛을 생각하면 어둠이 있고.

- P27

고요히 한 생각 머물면
앞강물도 지워지고
앞산 숲도 지워진다.
너는 말없이 말하고
나는 들리지 않게 듣는다.
강상기 [묵언]
- P66

 언젠가 취기가 오른 아버지가 내 인생을그대로 적으면 그게 소설이라고 말했을 때 나는 무심히 그렇지 않은 인생이 어딨겠냐고 대답했더랬다. 딴은 솔직하게. 그러나 그 말에는 약간의 적의가 담겨 있었다. 회한으로 점철된 가부장의 삶에 반감이 없는 아들이 있으랴. 그때의 나는 아버지의 인생과 내 인생이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될까봐 방어적이었는지도 모른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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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할 뿐, 그 고요 속에서삶은 장려하고, 정답고, 엄숙했다.

조용한 숲 속에
프랑시스 잠Francis Jammes.1868-1938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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