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좁은 생각에, 시는 불행의 장르, 어두운 기억의 장르다. 시인들은 늘 불행의 세목(目)들을 모으고, 그에 대해 노래한다. 시가 불행에 대한 노래라고? 그렇다. 삶이 불행을머금고 있으니 시도 불행을 머금는다. 많은 시들이 불행의우발성, 불행의 처연함, 불행의 불가피함, 불행의 흔적들.
불행이 만든 천공들, 불행의 상습성, 불행의 악마성불행의 숭고함………들을 노래한다. 시인이란 불행을 상습화하면서 불행을 연기하는 자다. 따라서 모든 시는 불행에 들린 자들 - 패자들, 몰락한 자들, 죽은 자들, 떠도는 자들 - 의 영혼을 뚫고 나온 목소리다. 시로 빚어진 불행은 의미로 충만하면서 찬란하고, 여기저기 함부로 널린 행복은누추해 보인다.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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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들의 마지막 메시지는 뒤로 두 번 공중제비를 돌아 고리를 통과하면서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휘파람으로 부는 놀라울 만큼 정교한 묘기를 보여주려는 것으로 오인되었다. 하지만 정작 그 메시지는 이런 것이었다. ‘안녕히, 그리고 물고기는 고마웠어요.‘
- P174

"정말 좋아하지 않으실걸요." 깊은 생각이 말했다.
"말해줘!"
"그러죠." 깊은 생각이 말했다. "위대한 질문에 대한 해답은.....
"해답은……………!"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은.…………." 깊은 생각이 말했다.
"해답은..…….…!"
"그 해답은....……." 깊은 생각이 말을 멈췄다.
"해답은………….!!!"
42입니다." 무지무지하게 엄숙하고 침착하게 깊은 생각이 말했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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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장석주시인, 독서광, 인문학 저술가1955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서울에서 청소년기를보내며 시립도서관과 국립도서관에서 독학으로 시와철학을 공부했다. 서재와 정원이 있다면 다른 도락은없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책과 도서관을 햇빛과 의자를 대숲과 바람을고전음악을 침묵과 고요를 사랑한다.
스무 살 때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뒤 1979년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하고, 같은 해 동아일보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입선하며 평론을 겸업한다.
스물다섯 살 때 출판편집자로 첫발을 디딘 뒤 열다섯해 동안 출판 편집자로 살았다.
1993년 출판사를 접고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대학교세 군데에서 강의를 하며 방송 진행자로 활동했다.
2000년 여름, 서울 살림을 정리하고 경기도 안성으로내려가 ‘수재‘를 짓고 열두 해 동안 살았다. 지금은서울과 안성을 오가며 살고 있다.
시집 『몽해항로」, 「오랫동안」, 「일요일과 나쁜 날씨등을 포함해서 풍경의 탄생」, 「이상과 모던뽀이들
‘나는 문학이다」, 「마흔의 서재」, 「새벽예찬「일상의 인문학」, 「동물원과 유토피아」, 『철학자의사물들, 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 글쓰기는스타일이다」, 「일요일의 인문학 등을 썼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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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커타의 친구들은 서로 헤어지며그런 편지들을 많이 주고받았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너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어쩌면 그럴 수가 있니!‘ 하는 식의 편지를 쓰며 호들갑을 떠는 거죠.
저도 그런 편지를 많이 받았고, 많이 썼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코웃음을 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애들 같은 짓들이야! 하고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꼭 어린애들처럼 그렇게 합니다.
작은 일 하나에 금방 서로 감동하고, 그 감동을 이기지 못해서로 편지를 쓰고, 서로 포옹을 하고, 서로 볼을 부빕니다.
- 조병준의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중에서 -
- P19

구원과 답들은 기꺼이우리가 자신의 태도와 행동을 바꾸기 위해일관된 노력을 한 바로 그 만큼만 온다.
하젤덴 재단의 사색의 호숫가> 중에서
- P22

그대 향한 내 기대 높으면 높을수록그 기대보다 더 큰 돌멩이 매달아 놓습니다부질없이 내 기대 높이가 그대보다 높아서는 안 되겠기에내 기대 높이가 자라는 쪽으로커다란 돌멩이 매달아 놓습니다.
그대를 기대와 바꾸지 않기 위해서기대 따라 행여 그대 잃지 않기 위해서
내 외름 짓무르는 밤일수록제 설움 넘치는 밤일수록크고 무거운 돌덩이 하나가슴 한복판에 매달아 놓습니다.
고정희의 (이 시대의 아벨) 중에서 -
- P29

왜 우리는 성공하려고 그처럼 필사적으로 서두르며,
그처럼 무모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고수의 목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 두라.
그 북소리의 음률이 어떻든,
또 그 소리가 얼마나 먼 곳에서 들리든 말이다.
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단 말인가...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소로우의 일기> 중에서 -
- P30

1980년대 초중반, 돈이 없어 늘 배가 고팠고 신발엔 늘 비가 샜다.
나는 20대 초반을 그토록 남루하게 보내 버렸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토록 남루했던 내 20대 초반의 상처들이사실은 내가 가장 사랑해야 할 것들임을 나는 지금에서 깨닫는다.
‘시절들‘을 통해서 깨닫는다.
외면하고 싶은,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시절들이사실은 지금의 나를 살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공선옥의 <시절들> 중에서 -
- P47

같은 강물 속에 두 번 들어갈 수는 없다. 매달리지 말라.
이 세상에 지옥이라는 말이 있는 것도사람들이 무엇엔가 매달리기 때문이다.
매달리고 집착하는 것이 곧 지옥이다.
삶은 항상 흘러가고 있다. 그 흐름을 받아들여라.
- B.S. 라즈니쉬 <숨은 조화> 중에서
- P55

신을 알게 되는 최선의 방법은많은 것을 사랑하는 일이다.
고흐의 어록 중에서
- P55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이는 산을 좋아하며,
지혜로운 자는 동적이고, 어진 이는 정적이며,
지혜로운 자는 즐기고, 어진이는 장수한다.
- <논어> 중에서 -
- P56

가장 절망적일 때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잭 캔필드 외 가장 절망적힐 때 가장 큰 희망이 온다 중에서-* 윈스턴 처칠이 옥스퍼드 대학 졸업 연설에서 한 가장 짧은 셈이다. 그러나 그의 짧은 연설은 천둥소리 같은 박수로 되돌아왔다. 어떤 상황에서도 전데 포기하지 말자. 일과 사랑과 자기 목숨을.
- P59

장수를 누리는 데 급급하지 말고만족스럽게 사는 데 마음을 쏟아야 한다.
수명은 운에 따르는 것이지만만족스러운 삶은 제 마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충만된 삶은 장수와 같은 의미이며,
영혼이 스스로의 선함을 되찾아자신을 다스리는 힘을 가지고 있을 때충만된 삶을 이루는 것이다.
-세네카의 <루실리오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
- P60

내 영혼의 버팀대가 될 수 있는 것은 나의 의지와 결심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나는 행운을 안고 있는 사람이다.
- 쇼펜하우어의 희망에 대하여> 중에서 -
인생은 맑고 고요한 날보다는 그렇지 않은 날들이 많다. 그러한 때에 둥대처럼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나를 인도하는 것이 있다. 바로 나의 의지와 결심이다. 그것은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든든하다. 그것이 내 안에 우뚝 서 빛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 P62

나쁜 습관을 깨뜨리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일이며더욱이 그로 인해서 무언가를 깨닫게 된다.
아래의 여섯 가지 습관은 모두 나쁜 습관이다.
1. 항상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시간과 에너지만 낭비하거나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습관2. 일의 흐름을 자꾸 끊는 습관3. 신체에 해로운 습관4. 다른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습관5. 자기 자신을 바보 같이 보이게 하는 습관6. 자신의 습관에 대해 관대한 태도
조지 와인버그의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사는 법이 달라진다. 중에서 -
- P63

"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정성스러운 게 천성이자 직업이지만내가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만 하려고 해요.
친절도 도가 넘치면 버겁고 부담이 되는 건 물론,
하고 나서도 내가 이만큼 해주었는데 하는 마음이 생겨어떤 형태로든 반대급부를 기대하게 된단 말예요.
망국적인 한국병 ‘섭섭증‘은 여기서 비롯되는 것이지요.
한비야의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중에서 -
- P66

"사랑해"라고 말해보자.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나에게.
하루 세 번 말해보자.
미소도 곁들여서.
"사랑해"라는 말 속에는 무서운 힘이 있다.
크고 작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이
"사랑해"라는 속삭임 속에 들어 있다.
말할수록 들을수록 힘이 솟구치는 말.
그이의 마음이 내 마음이자꾸만 커지고 밝아진다.
세상이 밝아진다.
- P69

남을 도울 힘이 없으면서 남의 고정 (苦情)을 듣는다는 것은매우 마음 아픈 일입니다.
그것은 단지 마음 아픔에 그치지 않고무슨 경우에 어긋난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함께 비를 맞는 것임을 모르지 않습니다만,
빈손으로 앉아 다만 귀를 크게 갖는다는 것이과연 비를 함께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에게 도대체 무슨소용이 있는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
- P71

지혜로운 사람은 내일 삼수갑산에 갈망정오로지 지금만이 자기 것임을 아는 사람입니다.
존재하는 것은 이 순간, 지금밖에 없습니다.
과거가 아무리 아름답다 할지라도 그것은 다만 과거일 뿐이지요.
미래가 꿈처럼 곱다 해도 그것은 환상일 뿐입니다.
바로 지금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전부 환상입니다.
- 김수덕이 <건강 단)에 게재한 글 중에서
- P72

한 인간이 참으로 보기 드문 인격을 갖고 있는가를 발견해내기 위해서는여러 해 동안 그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을 가져야만 한다.
그의 행동이 온갖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있고그 행동을 이끌어 나가는 생각이 더없이 고결하며어떠한 보상도 바라질 않고그런대로 이 세상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 것이 분명하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한 잊을 수 없는 인격과 마주하는 셈이 된다.
-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 중에서
*첫 장을 넘기자마자 나온 구절이다. 얄팍한 이 시대에 끊임없이 남에게 드러내고 싶어했던 자신을 느낀 적은 없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사람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첫인상이나짧은 만남은 그 사람에 대한 단상일 수 있고, 그 사람이 의도한 모습일 수도있기 때문이다.
- P73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에겐 우산보다함께 걸어 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임을.
울고 있는 사람에겐 손수건 한 장보다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임을그대를 만나고서부터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대여, 지금 어디 있는가보고 싶다 보고 싶다말도 못할 만큼 그대가 그립습니다.
이정하의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중에서 -
- P99

그때는 여름에서 겨울까지였는데, 나는 그 인디언 천막 안에서빗소리와 눈 내리는 소리와 바람소리를 다 들으며 잠을 잤다.
별들은 곧장 이마 위로 쏟아져 내렸으며,
새벽에는 안개가 천막 틈새로 밀려 들어오곤 했다.
잠결에도 그 모든 것들에 다 귀를 기울일 수가 있었다.
류시화가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 게재한 글 중에서.
- P100

다른 사람들을 비판하고 그 사람들로 하여금자신들을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누구든지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노력과 슬기를 필요로 하는 것은그들을 치켜 세워서 살맛 나게 느끼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렙베 나흐만의 빈 의자> 중에서 -
- P101

자유로운 사람은 절대로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지혜로운 사념의 주제는죽음에 대해서가 아니라 삶에 대해서다.
-스피노자의 <도덕> 중에서-

- P103

완벽주의자는 전체 시를 망칠 때까지한 줄의 시구를 고치고 또 고친다.
완벽주의자는 종이가 닳아 없어질 때까지초상화의 턱선을 고치고 또 고친다.
완벽주의자는 시나리오의 첫장을 고치느라고다음 장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
완벽주의자는 관객의 눈치를 보면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일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결과를 저울질한다.
그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아무데도 가지 못한다.
-줄리아 카메론의 <아주 특별한 즐거움> 중에서 -
- P109

열여섯살 청춘은 고통을 알고 있다.
그 자신이 고통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도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느끼지 않고 아는 것은 지식이 아니다.
- 루소의 <에밀> 중에서-
- P126

기쁨은 비밀입니다.
날마다 기쁨을 갖는 것이 좋은 것이기 때문입니나.
기쁨의 문은 감사가 있는 사람에게 열립니다.
희망은 비밀입니다. 
희망이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희망의 문은 오늘을 성실히 사는 사람에게 열립니다.
-정용철의 <가슴에 남는 좋은 느낌 하나> 중에서 -
- P131

길은 많다.
그러나 그 많은 길을 다 가보기에는 생이 너무 짧다.
- 롤랑 퀴볼러의 <한 번뿐인 삶을 사랑하는 법> 중에서-
* 가보지 않은 길을 평생 그리워한다는 말이 있다. 또 사람들은 자기가 가는이 길이 아닌 다른 지름길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들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길은 많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그 모든 길을 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내가선택한 길, 이 길만을 열심히 걷기에도 벅찬 일이다. 자기가 갈 길을 선택했으면 주저주저하지 말고 힘차게 가라. 거기에 자기만의 길이 있다.
- P142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배우기 위하여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
왜?
왜냐하면 삶의 목적은 살아가는 데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행위는 살아가는 것 바로 그것이다.
삶은 성스러운 것이며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 자신으로부터혼돈 무질서 방관적 상태의 어두움을 제거하려는 것이라고이해하는 일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 비마라 타카르 <삶과 산다는 것> -
- P208

만약에 나에게는 유익하나 나의 가족에게 해가 된다는 것을 안다면난 그것을 내 영혼에서 추방해 버릴 것이다.
만약 나의 가족에게는 유익하나 나의 조국에는 그렇지 않을 경우난 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만약에 나의 조국을 위해서는 유익하나 인간을 위해서는 해가 된다면난 그것을 범죄로 간주할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프랑스인이 된 것은 단지 우연이지만인간이라는 것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몽테스키외의 <명상록> 중에서-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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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따위 너절한 음식을 먹으며 살아왔으니 마침내 육신은 말할 것도 없고, 영혼까지 저절로 타락해버렸던 것이다. 그의 인간성을 파괴한 것은 타고난 악덕이 아니라 바로 영양실조였다.
- P326

게  떠돌이가 구빈원에 노동을 제공하고 구빈원이 풍족한 음식을 준다면 사정은 달라질 테고 구빈원은 부분적으로나마 자활 기관으로 발전할 것이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여기저기에 정착함으로써 떠돌이 신세를 벗어날 것이다. 비교적 유익한 일을 하고, 적절한 음식을먹으며,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것이다. 이 계획이 잘 시행되면 점차가난뱅이 취급을 받지 않을 것이고, 결혼도 하며 나아가 사회에서 천대받지 않는 자리에 오를 것이다.
- P400

왜냐하면 문제는 영양이 부족하고 할 일 없는 사람을 어떻게 하느냐하는 것이니, 스스로 먹을 것을 만들게 하라는 해답이 나오는 건 당연하기 때문이다.
- P401

하지만 빈곤에 찌들려봄으로써 가슴 깊이 느낀 한두 가지 점을 집어 말할 수는 있다. 그러니까 다시는 이런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떠돌이는 전부 불한당에다 주정뱅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고, 거지에게 한 푼 주었을 때 고마워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을 것이며, 실직한 사람이 기력이 없어도 아연실색하지 않겠고, 구세군에는 헌금을하지 않겠으며, 또 내 옷을 전당 잡히지 않을 것이고, 광고 전단을 거절하지 않겠으며, 그럴듯하게 말끔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즐기지도 않을 것이다. 이것이 시작이다.
- P409

이 스페인 내란에서의 체험은 좌익 정당의 실상을 알게 해주었고정치에 환멸을 느끼게 했으며, 모든 조직체에 대한 불신을 더욱 굳게해주었을 뿐 아니라 작가로서 그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이에대해서 그는 "나는 1935년까지도 결심을 굳히지 못하고 있었다.
1935년에서 1937년 사이에 있었던 여러 가지 사건들이 결정적인 요소가 되어 비로소 내가 취할 입장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에 내가 쓴작품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모두 전체주의를 반대하고, 나름대로이해하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옹호하기에 이르른다. 우리가 사는 시대에 이런 주제를 외면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작가는 모름지기 정직하고 진실해야 하며, 자신이 감지한 모든 허위와 비리는 용서 없이 폭로, 고발해야 한다는 그의 작가 정신도 이 체험에서 정립된 것이었다.
- P413

예언자인 메이저 영감은 마르크스이고, 엉큼한 독재자 나폴레옹은 스탈린이며, 이상주의자 스노볼은 스탈린에게 축출당한 트로츠키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반란‘이라는 단어는 1917년의 러시아 혁명을 의미하고, 이 혁명에서 멸망한 차르 정권은 매너(장원) 농장의 주인 존스로 등장한다. 동물농장에 늘 위협적인 존재인 필킹턴은 서구 자본주의 진영이고, 프레더릭은 독일을 중심으로 한 파시스트당 진영으로 대입된다.
자본가를 인간으로, 노동자를 동물로 간주하는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은 ‘동물주의‘를 제창하는 메이저 영감의 연설이 대변해준다. 그럴듯한 혁명 이념을 뒷전으로 한 채 자본주의 체제에 동화되어가는 ‘소비에트 공화국‘의 타락 면모는 『동물농장의 전개 과정에서 뚜렷하게재현된다.
- P417

우리는 돼지 나폴레옹의 음흉한 독재구축에서, 비록 근소한 이념의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권력 조작의마찰 사이에서 묵종을 강요당하고, 삶의 조건이 아무리 숨통을 막아도 이를 달게 감수해야 하는 지구상 곳곳의 모습을 실감한다.  - P417

그러나 가난의 테두리 내에서 맴도는 따라지 인생들이 어떻게 하면구제되고 어떻게 하면 삶의 개선을 이룰 것인지 오웰은 그 대책을 제시하고 외쳤지만 그러한 사회의 고민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다.
- P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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